熲 154화 嗲 때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서. 데리고 오지 못했다고.”
“죄송합니다. 황녀 저하.”
바짝 긴장한 채로 서서 보고를 마치는 황실 기사들.
본인들 입 장에 선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 만 그건 그들 사정 이 다.
명령을 한 황녀가 화라도 낸다면 받아들여 야만 하는 입장.
문제는 그 화를 내는 인물이 그냥 황녀 가 아니 라 제국 10강이 라는 점 이 다
‘제발살려만주시길 바랍니다.황녀 저하’
해하지는 않을 거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벌을 줄 것이다.
이를테면 하루 종일 황녀와 대련을 하도록 만든다던가.
말만대련이지 실상은 그냥 연무장허수아비 대용이다.
황실 기사라고 해도 감히 제국 10강을 상대로 어찌 싸울 수 있을까.
10강이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자들을 일컫는 칭호다.
사람더러 사람이 아닌 자와 대련을 하라니. 그보다 지옥 같은 일도 없다.
오늘 제발 무사히 퇴근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기사들.
그리고 마침내 침묵하고 있던 황녀가 입을 연다.
“어쩔수 없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기사들이 어?’ 하고 속으로 탄식을 흘린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어쩌 라고. 너희 다 연무장으로. 라고 말하는 줄 알았 다.
하지만다음이어 진황녀의 말은 천만다행으로 그게 아니었다.
“교단이관련된 일이라면그게 맞아.잘들했어.너희가한번더 내 말을전 달했다면 오히려 그게 교단에 무례한 일이었을 거야.”
황녀의 말에 기사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었다.
저렇게 잘 이해해주는 것 같은 여자가, 여태는 왜 그랬던 건지.
무례한일을 걱정하는 이가 얼마 전까지만해도무례하게 굴지 않았던가.
대체 이게 무슨 변화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그러나 일단 가장 우려하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게 중요하다.
해서 기사들은혹 황녀의 생각이 변하기 전에 얼른 인사를하고 냅다튀었 다.
황실 기사들이 사라진 이후.황녀는고민에 빠졌다.
‘난처 하네. 교단으로 갈 줄은 정 말 몰랐어.’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성녀와 함께 간다고 했던가.
잠깐 생각하던 황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카데 미 바깥의 한 카페 에서 자신을 기 다리고 있을 이들을 찾아 갔다.
“공녀. 네 생각이 맞았다.”
황녀의 말에 티샤와 엘가가 거의 동시에 그녀를 쳐다본다.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듣고 싶다는 무언의 부탁.
그에 황녀는 기사들이 전한 소식을 그대로 전달했다.
“…카일이 교단으로 갔다고요. 성녀님과함께요.”
엘 가가 다시 한 번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 이는 황녀 .
덕분에 ‘공녀’ 와 ‘마녀’ 의 얼굴이 덩달아 심각해진다.
당장 다음 주가 기말고사인데. 이번 주 강의 가 정말 중요한데.
얼른 아카데 미로 와도 모자랄 판국에 교단으로 향했다니 嘗
심지어 오늘 복귀할 것 같지도 않다고 한다.
아마 교단에 서 하루를 보내 고, 다음날이 되 어 서 야 돌아오는.
그것도 오전에 돌아올지, 오후에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입술을 깨물며 불길한 예감이 적중한 것에 한숨을 흘리는 엘가.
옆에 앉은 티샤는 아직 카일과성녀 사이를 잘모르는 눈치였다.
이 성 관계 가 아니 라 서로 존중하는 사이 라고만 여 기는 것 같다.
‘그럴 수가 있겠어? 성녀가 다른 남성과 가까이 지낸다니.’
성녀의 표정을, 그리고 행동들을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의 충실한종이라고 해도, 결국 여자는 여자구나.
황녀 다음으로. 아니,황녀만큼이나넘기 어려운 연적이 되겠구나.
생각해보면 안될 것도 없었다.교단이 결혼을 금했던가? 아니다.
남녀 간의 사랑은 흉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교리를 지닌 곳이다.
일반 사제부터 추기경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러하다.
그리고 그 교리 에 는 성 녀 또한 당연히 포함되 었다.
“걱정이 네요. 이번 주 강의를 조금이 라도 들어야 시험 이 편해질 텐데.”
그 와중에 티샤는 성녀보다는 카일의 성적 걱정을 하고 있었다.
속이 편한 축에 속하는 걸까? 아니면 이미 포기라도 한 것일까.
후자가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게 티샤의 출신은 넷 중 가장 아래다.
황실의 적녀, 교단의 성녀, 그리고 대공가의 공녀.
그들을 상대로 해서 정실을 차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티 샤도 그걸 알기 에 미 련을 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
‘맞아. 그보다는 오히려 카일의 첫 번째가 될 사람을 예상해서 더 친하게 지내 려고 할 수도 있어. 그게 티샤에 게는 가장 이득이 잖아?’
원래는 일부일처 가 맞다. 하지 만 상위 사회 에서는 일부다처 또한 존재 한 다.
모름지기 능력 있는남자의 곁엔 자연스레 여인들이 몰리는 게 당연한일.
꼭 그게 아니더라도 집안이 나서서 어떻게든 사돈을 맺으려는 경우가 많 다.
해서 한 남자가 여럿의 부인을 둘 수도 있는데, 중요한 점이 있다.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할 때부터 첫 번째 부인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런 이유로 어지간해선 첫 번째 부인이 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위치에 있 어 야 한다는 것이 다.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엘가가 이를 악물고 대공의 자리에 오르려는 거다.
제국 10강의 황녀, 그리고 교단의 성녀. 그들과 싸우기 위해선 공녀 따위 론 부족하다.
제국에 단 셋이 전부인 대공의 위치에 올라야만 우위를 점할수 있다.
티샤도 그걸 알고 있기 에 자신과 가까워 지려 한다고 여겼다.
부인끼리의 처세술이 중요하다하니 그걸 고깝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보다 오히 려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분도 좋고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생각이 많아질 거야. 부인끼리의 사회적 위치가 비슷할 때, 결국 결정적인 요소는 남편이 될 사람의 애정이 얼마냐 기우느냐. 그거에 따라 갈리니까.’
초조했다. 요 얼마 전 학술답사의 일로 카일과 더 가까워졌다고 여겼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그도 자신을 분명히 여자로 봐줄 거라고 생각 했다.
지레짐작이 아니었다. 카일의 반응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꽤 높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다른 여 인들이 넋 놓고 가만히 있어주지 않는다는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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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
한편. 敢황녀 율리 카는 성녀를 떠올리 며 무언가를 생 각 중이 었다.
‘크게 좋아하는눈치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혹시 카일이 성녀를 좋아하나 ?’
아니다. 대놓고 좋아했다. 황녀보다 성녀를 덜 본 엘가도 단번에 알아차렸 을 정도다.
그럼에도 황녀는 이상하게 그부분을 여전히 모르는듯한눈치였다.
‘혹시 카일의 여자취향이 성녀님 같은쪽인 건가?’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이에게 끌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과 반대되는 이에게 끌린다고도 했다.
문득 예전에 자신의 오라비.그러니까황태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 발 좀 여자 같은 여 자 모습 좀 보여 라. 매 번 힘을 휘 둘러서 남자들이 무 슨 매 력을 느끼 겠느냔 말이 다. 시 집 갈 생 각이 라면 제발 부탁인데 , 조용히 좀 지내라. 율리 카.”
당시에는 듣는 체 마는 체 하고 대충 지나갔었다.
남자를왜 만나는가. 결혼을 왜 하는가. 다귀찮고쓸 데 없는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매일 강자들을 찾아다니며 싸움을 벌이곤 했었다.
이후 카일을 만나고, 그에 게 흥미를 느끼다 종국엔 호감으로 바뀌 면서 .
어느 순간 힘을 휘두르지도. 싸우지도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 었다. 카일이 말려서.제발그러지 말라고해서.그래서 참았다.
‘그래.성녀님 같은여자가취향이어서 싸우지 말라고했던 거야.’ 실은그게 아니라본인이 휘말리는게 귀찮아서.
대련이라고 해봤자 간지러운 수준에서 끝내는게 일상이라서.
그래서 카일이 그런 말을 했던 것이지만그걸 알 리 만무.
‘그렇다면 여성스러움을 더 길러야한다는 건데. 어떻게?’
황녀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자신에게 있어 압도적인 강함이야말로 최고의 강점이라면.
반대로 약점은 당최 여 자 같지 않은 모든 부분들이 었다.
좋다. 그렇다면 약점을 보완하자.
방법은 간단하다. 황녀라는 직위는 이럴 때도 좋으니까.
여인들 곁을 돌면서 그들의 강점을 습득하는 것이다.
‘카일의 마음을 더 확실하게. 그리고 지금까지 잘 이어지고 있는 대공 승 계도….’
‘귀족 영애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조언을 듣고 변화를 추구….’
서로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며 정신이 없는 황녀와 공녀.
« ” …-
그 사이 에서 마녀는, 딱 한 가지 만 생 각하는 중이 었다.
‘얼른 돌아와요, 카일. 며칠 못 봤는데도 벌써 보고 싶네요.’
마녀이지만 마녀답지 않은.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일 뿐이었다.
널
교단에 도착한 이후의 일정은 이전과 같았다.
추기경을 만나 인사를 하고, 교황을 만나 안부를 묻고.
성녀와 프리실라 단장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 다음은 역시나 사제들의 몸 상태 파악.
전에 봤을 때, 일단 기초적인 부분들은 얼추 잡혔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꾸준함을 잃는다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카일은 사제들에게 계속해서 꾸준함을 강조했다.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듯. 그러시면 됩니 다. 노력은 결코 여 러분들을 배신하지 않습니 다. 그저 스스로를, 그리고 본인의 노력을 믿으세요.”
와중에 딴생각못하게 하려고 신까지 동원하는 카일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가불기. 사제들 입장에선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사들에 게 명예 가 중요하다면 교단 사람들에 겐 신실함이 중요하다.
그 신실함을 교묘하게 운동에까지 적용하니 안하면 나쁜 놈이 되는 거다.
심지어 내일 아침에는 유산소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덕분에 사제들은 새벽 기도 대신 새벽 전력 질주를하게 생겼다.
교황이 직접 교단에서 하룻밤 묵으라고 한 터라 가라고 할 수도 없다.
‘유산소가 진짜 귀찮고, 괴롭고, 하기 싫지만. 그래도 해야지.’
내일 아침이 기대 되는구만.과연 얼마나 따라오려나.
농담 조금 보태서 사제들을 반은 죽여 놓을 작정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 에 방문을 여니 , 성녀 가 빼꼼 고개를 내 민다.
이 시간에 갑작스레 무슨 일이냐 하니 조심스레 입술을 뗀다.
“저, 카일 형제님. 잠깐 같이 산책 좀 하시겠어요?”
순간산책 말고 가볍게 조깅 어떠십니까. 라고말할뻔 했다.
다행히도 그 순간, 존 나센 의 지 가 이번에는 한 수 접 어주었다.
카일의 입에서 ‘네. 잠깐걸으시죠.’ 라는 말이 나온 게 그증거였다.
사박-.
이 야. 누가 로판 아니 랄까봐 분위 기 띄 워 주는 것 봐라.
휘황찬란하게 뜬 달하며, 하늘을 수놓은 별빛하며. 구름 한 점도 없다.
이런 밤하늘 아래서 산책이라. 세상이 대놓고 연애하라등을 미는구나.
“전에도 느낀 거지만, 교단은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건물하며, 이렇게 보이는 밤하늘하며, 그리고 지내는분들까지.”
그리 말한 카일은 조용히 성녀를 바라보았다.
산책을 하자 나섰다면 분명 할 말이 있다는 것일 터.
이제 슬슬 그 이유를 듣고 싶다는 뜻이었다.
« ” …-
카일의 그런 속내를 알아차린 걸까.
입 을 다문 성 녀 가 괜스레 손만 꼼지 락거 린다.
보채지 않는다.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성 녀 가 스스로 말하기를 얌전히 기 다린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카일 형제님.”
“네.말씀하세요.”
“정말로… 황녀님이랑 결혼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