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53화 嗲 때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제국은교단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군단의 배웅을 받으며 성녀 일행이 이동 마법진 위에 선다.
그 곁에는 당연히 함께 온 카일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성녀님.”
군단장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슬쩍 입술을 뗀다.
“교단으로 가신다고 들었습니 다.”
“네. 성하께 일의 전후를 말씀드려야 하니까요.”
“저도교단에 방문하려고하는데, 괜찮겠지요?”
“교단에요? 아카데미로바로 가시지 않고요.”
결석은 아카데미 학생에게 있어 피해야만하는 부분.
거 기에 당장 다음 주가 기 말고사이 니 그 전 주 강의는 꼭 듣는 게 좋다.
해서 그리 물으니 카일이 어 깨를 한 번 으쓱이곤 답한다.
“어차피 결석한 거 상관도 없고, 성녀님이랑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서요.”
두 번째 이유에서 두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성녀.
아무래도 그 대답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흠흠. 그래도 결석이 하루라도 더 줄어야 하지 않을까요.”
애써 속내를 숨기며 은근한 어조로 다시 물어본다.
실상은혹 카일이 ‘그럴까요? 성녀님이 그리 걱정해주시니 아카데미로 가 는 게 맞겠습니 다. 교단에는 다음에 방문하는 걸로 하죠.’ 라고 말할까 노심 초사면서 말이다.
“괜찮습니다. 저도 성녀님과함께 교단까지 가겠습니다.”
물론눈치 없게 그런 말을할생각은 전혀 없는 카일이었다.
성녀가 먼저 다가와주었으니, 밀어낼 생각이 없다면 잘대해주는 게 맞다.
무엇보다 저기 압인 게 눈에 확 들어오는데 모르는 체 하면 그게 사람일까.
“이동하겠습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진을시동한다.
곧 찬연한빛무리가 카일과성녀 일행을 감싸기 시작했다.
“호오. 이게 제국이 자랑하는그유명한 이동 마법진이군요.”
여태 조용하던 닐 영감이 드디 어 한 마디를 내뱉는다.
존 나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져서 놀라운 것일까.
신 기하다는 듯 마법 진을 쳐 다보던 그가 마저 말한다.
“그런데 이런 식이면 다들 두 다리로 걷거나 뛸 생각을 안 할 텐데요. 막내 도련님.”
“어쩔 수 없죠? 사람이란 게 원래 편리함을 추구하지 않습니까.”
“이해는 하는데 … 으음. 존 나센에는 부디 안 보였으면 좋겠습니 다.”
보일 수가 있겠습니 까. 술이 랑 담배도 못 살아남는 곳인데 .
이 런 마법의 이 기 가 들어 가는 그 즉시 사악한 것이 라며 지워 질 것이 다.
감히 유산소와 하체, 지구력 운동으로 좋은 거리를 없애려고 한다며.
짧은 거리는 걷고 먼 거리는뛰면 되는데 왜 이런 걸 만들었냐며 말이다.
널
사아아아….
빛들이 점차 가라앉고, 군단숙영지 대신 다른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제국의 심장,황도.그곳외곽에 자리한 이동 마법진.
“귀환을 환영합니다. 성녀님.”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성기사들이 일제히 성녀를 맞이한다.
아울러 제국 측 인사들 또한 제국을 위해 힘쓰다 온 이들을 반긴다.
“성녀님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쪽 군단 측에서 보고를 받 았습니다. 중상자 전원을 치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성녀님과 교단의 은혜 는 제국 모두가 기 억할 것입 니 다.”
그 말에 성녀가 아무 것도 아니 라며 손을 내 젓는다.
먼 길을 달려가죽어가던 이들을 살렸으니, 조금은 자신을 내세워도 되건 만.
성녀는 그럴 기색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그래, 역시 우리 성녀님.빛 그 자체이신 분이시지. 암암.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박수를보내는 카일 앞으로, 몇몇 인물들이 다가온 다.
무장을 한 것도 그렇고 흉갑에 찍힌 인장도 그렇고.
저 기 다가오는 이들 전부가, 다름 아닌 황실 소속 기사들이 었다.
“카일님.
“귀환을 환영합니다.”
묘하게 낯이 익는 것 같다,했더니 다들한번씩 본 얼굴이다.
율리카의 곁에 서서 바짝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들.
그러니까, 10강이긴 해도 일단 황실 직계라고 호위 비슷한 걸 하던 그 황 실기사들 말이다.
“여러분이 여기 계시는 걸 보니 알만하네요.”
“예 ?”
“5황녀께서 제가오는즉시 데리고오라고했나요?”
카일의 물음에 황실 기사들이 난처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막서쪽에서 돌아온 카일이다.
놀라간 것도 아니 다. 몬스터와의 전투도 치렀다.
그 과정 에 서 힘 이 들었든 안 들었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 다.
제국의 일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도움을 주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 사람을 다짜고짜 데 리 고 오라는 건 상당한 무례.
기사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다만, 황녀의 명령이라서 따를뿐이다.
“음.”
원래라면 황실 권위를 생각해서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을 것이다.
어차피 황녀를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고.
차라리 얼른 만나서 나중에 불쑥 찾아오는 일을 막는 게 나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쉽 게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여러분. 제가선약이 있어서.”
“예? 선약이라하시면….”
“교단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성녀님과함께요.”
짧은 찰나에 카일이 떠올린 현 상황의 타개책 이었다.
황녀의 명령조차 막아낼 수 있는 마법의 단어. 교단, 그리고 성녀.
일 단 교단은 두말할 것 없이 완벽 에 가까운 핑 계 다.
황제가 아니라면 교단과의 선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게 할수있는 이는 없다.
일종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교단과의 관계를 위한 당연한 선택.
황실 직 계 이 자 제 국 10강인 율리 카라고 해도 교단을 무시 할 수 없는 일 이 다.
“교단으로 가신다고요.”
“네.,,
성녀님과함께…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교단에 이어서 굳이 성녀와함께, 라는부분을 언급한 이유는두 가지.
하나는 율리카와 성녀가 벗이라고 하니 그 약속을 깨트릴 수 없게 하는 것 이고.
다른 하나는 성녀에게 일부러 보여주는 식으로 나서려는 것이다.
실제로황실 기사들또한 카일에게 다시 권할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교단과의 선약이 라면 함부로 깨트리 지 않는 게 불문율이 기도 할뿐더러 .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린 敢황녀와 성녀는 벗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 벗의 약속에 황녀가 더는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모양.
“제 사정을 전해 듣는다면 황녀님도 여러분들을 타박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이해해주시겠죠.”
“으음… 그렇겠지요.교단과의 선약이 있을줄은 모르셨을 테니….”
“교단 쪽 볼일이 끝나면 바로 황녀님을 뵙 겠습니다.”
“그래주신 다면 더 없이 감사한 일이 겠습니 다. 하면 이 만 가보겠습니 다.”
별 다른 말없이 물러서는 황실 기사들이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근거를 지닌 설득이기도 했지만.
그 설득을 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카일이 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성격이 순하든, 패도적 이지 않든, 어찌 되 었든 존 나센이니까.
‘자,그러면.’
멀어져가는 황실 기사들을 뒤로 하고 몸을 돌린다.
“가시죠, 성녀님.”
“괜찮으시 겠어요?”
“황녀님 말입니까?”
“네. 교단에 가시는 건 맞지만… 선약이라고 할 것까지는….”
“선 약 맞죠. 성 녀 님과 이 야기 가 되 었으니 선 약이 지 그러 면 뭐 겠습니 까.”
두 눈을 깜빡이던 성녀가 그건 그렇죠, 라고 조그마한 목소리를 낸다.
살짝 반응을 보니 티는 내지 않아도은근히 좋은 기색이 역력했다.
황녀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 황녀로 푸는 게 가장좋은 방법이라고 여겼는 데.
생각보다더 확실하게 먹히는느낌이다. 벌써 표정이 조금풀리지 않았는 가.
“그리고황녀님 만나러 가면, 어차피 할 일이야너무뻔합니다.”
“대련하자고 졸라대시죠?”
“네 . 어찌 나 졸라대는지 . 성녀님 께만 드리는 말씀인데 귀 찮아 죽을 정도입 니다.”
“쉬잇! 그런 말씀 하시면 안돼요.”
언뜻 들으면 무례한 언사라며 꾸중하는 느낌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성녀의 표정은 꾸중을 하는 이의 것이 전혀 아니었다.
입 가에 채 지우지 못 한 웃음기 가 그 확실한 증거 였다.
“성녀님이랑 같이 교단으로 가는 게 다행이네요. 황녀님의 마수에서 피할 수 있으니.”
“그러니까 그런 말씀 함부로 하시 면 안 된 다니까요, 카일 형제 님.”
“알겠습니 다. 그런데,진짜 너무 귀찮은 건 사실입니다.”
아, 참고로 지금 이 건 성녀의 마음을 풀기 위한 수 중 하나가 아니다.
그냥 여태 지니고 있던 본심 이 절로 술술 나오는 것 뿐이 었다.
널
익숙한 얼굴들이 야. 그래, 저 분들은 敢황녀님 곁의 호위 기사들.
•••잠깐만. 그들이 여기 있다는 건 딱하나를 의미하잖아.
“5황녀께서 제가오는즉시 데리고오라고했나요?”
카일 형제님의 말에 황실 기사 분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걸 억지로 참았다.
이동 마법진에 오르기 전 카일 형제님이 교단으로 같이 가자고하셨다.
먼저 그런 제 안을 드리 고 싶 었지 만 하지 못 했는데 .
카일 형제님이 나서주셔서 얼마나고마웠는지 모른다.
하지만….그건 어디까지나그냥임시 일정일뿐.
황녀님이 기사들까지 보냈다는 건 카일 형제님과의 만남을 강하게 원한 다는 거다.
그리 생 각하니 아까 들었던 말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황녀더러 좋다고 말했던 카일 형제님의 아버님. 존 나센 남작님.
혼담은 어찌 되 어 가냐는 그 말씀에 서 확실히 느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다는 걸. 황녀님이 마음에 드신다는 걸.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렇다면 카일 형제님도 신경을 쓰실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 카일 형제님 입장에선 그러실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처럼 황녀님의 만남 요청에 응하신다고 해도….
“죄송합니다만, 여러분.제가선약이 있어서.교단에 방문할예정입니다. 성녀님과 함께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 만, 아니 었다.
그 말과 함께 카일 형제님은 기사 분들을 돌려보내셨다.
저 분들을 보낸 분이 황녀님 임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일이 었다.
당연히 황녀님을 만나러 가실 줄 알았는데.
그 만남이 좋든 싫든 그러실 수밖에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
딱 잘라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웃음이 나오는 건지.
내 가 이렇게 나쁜 사람이 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건 절대 안된다고.그리 배웠다.
기뻐하면 안되는데.흔들리면 안되는데.왜 이러는 걸까.
순간 나도 모르게 왜 그랬냐는 뜻의 질문이 튀 어나갔다.
그러자 카일 형제님은 미소를 짓고선 답하셨다.
“그리고황녀님 만나러 가면, 어차피 할 일이야 너무뻔합니다. 어찌나졸 라대 는지 . 성 녀 님 께만 드리는 말씀인데 귀 찮아 죽을 정도입 니 다.”
카일 형제님의 대답에 정말 웃을 뻔 했다.
아아, 안 돼. 이러면 안돼. 황녀님께 실례되는 짓이 야.
웃으면 안 돼. 그리고 기분이 좋아져서도 안 돼. 나쁜 거야.
그런데… 그런데, 대체 왜.
황녀님의 요청을 거부하고 나와 함께 교단으로 가시 겠다고 한 카일 형제 님의 말씀.
그게 왜 자꾸만 가슴 한 켠에 둥둥 떠다니는 것일까.
“성녀님과또 함께 가게 되어서 참좋네요.”
“•••저도요.”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다, 카일 형제님께 겨우 그리 답할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