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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52화 (152/318)

熲 152화 嗲 때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어….”

뭔 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치 챈 건 몇 초 후였다.

존 나센 남작의 말에 미소가 싹 사라진 채 자신을 바라보는 성녀. 잠깐만. 아, 제발. 아버지.눈치 좀챙겨주세요, 좀!

왜 이 타이밍에 뜬금없이 황녀와의 결혼 이야기가나옵니까! 아들이 여자소개해주면서 어떤 분이에요, 하면 깨달으셔야지!!

황녀가 대놓고 결혼을 밀고 있다는 사실은 성녀도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받는 데미지도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존 나센 남작이 하는 건 또 다른 경우다.

안 좋다. 타이 밍 이 안 좋아도 이 리 안 좋을 수가 없다.

일말의 희망을 품은 채 다급히 성녀 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가끔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다 들으라고 한 말인데도 못 듣는 경우.

그 일이 부디 이번에 자신에게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로판에서는 그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지 않았던가!

‘… 아.’

하지 만 바로 직후, 카일은 희 망을 버 렸다.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녀의 눈빛.

그걸 보고 있자니 절로 침음이 새어나온다.

« ” …

항상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던 성녀의 얼굴이, 눈에 띠게 굳어있다.

누가 봐도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죽기 싫으면 다시 말해 봐요.’ 의 느낌 이다.

그나마 그 상대 가 성 녀 니 까 사이 에 욕설을 넣 지 않은 것 이 다.

성 녀 가 아니 었다면 그 사이 에 육두문자가 세 번 이 상은 들어 갔을 터.

‘아니, 도대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옆에 선 아버지를 바라본다.

딱 보면 어디까지 말하고, 어디까지 말하지 않아야 할지 보일 텐데.

존 나센 남작은 정작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눈치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부분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카일이었다.

“네 아버지? 음. 강하지. 정말 강한 분이야. 그런데 간혹 눈치가 조금 없으시지.”

웃는 낯으로 그리 말씀하시 기에 장난인 줄 알았다.

실제로 존 나센 남작이 눈치 없는 행동을 한 적이 거의 없기도 했다.

해서 그냥 어머니께서 괜히 하시는 그런 류의 말씀인 줄 알았는데 ….

“처음 결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리고 한 번 더 방문했을 때. 결국 결론은 항상그 이야기였다. 카일, 너랑반드시 결혼하겠다고 말이다.”

아이고, 아버지.제발요.혹시 일부러 이러시는 겁니까?

왜 자꾸 멈춰달라고 눈치를 줘도 계속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버지.그,황녀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서신으로….”

“더 말씀해주세요, 존나센남작님.”

갑자기 끼어드는 인물은 다름 아닌 성녀.

평소와는 다른, 꽤나 차갑게 굳은 얼굴빛을 하고 있다.

눈에서 느껴 지는 그 서늘함에 카일이 흠칫 몸을 떤다.

“그러고 보니 황녀님께서는 존 나센 남작령을 몇 번이고 가셨었죠. 그렇죠 ?”

“그렇습니다.”

“알려주세요.궁금해요.황녀님이 오셔서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했는지.”

성녀의 말에 카일은 제 아버지를 보며 간절한 눈빛으로, 아주 필사적으로 부탁했다.

아버지. 제발. 그냥 대충 간단하게, 짧게 해서 끝내달라고.

자세히 말씀하실 필요 없다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처음 결혼 이야기를 꺼낸 건 얼마전이었습니다.”

어림도 없는 바람이었다.

“그렇군요.”

“당시부터 이미 결심을 한 것 같았지요.그리고 다음 방문에서 더 적극적으 로 나설 터이니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했었습니다. 아마….”

아들의 마음은 모르겠고, 그냥 본인의 말에 만 집 중하는 존 나센 남작.

덕분에 성녀는 ‘그렇군요. 아아. 그랬어요.’ 라고 중얼거리고 있고.

카일은 존 나센 남작 옆에서 ‘하하하.’ 하고 영혼이 없는 웃음만 흘려야만 했다.

“존 나센 남작님.그러면 남작님은그 결혼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다는 듯 침음을 흘리는 존 나센 남작.

“답하기 어려우시다면,황녀님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세요?”

질문을 바꾼 성녀의 말에 남작이 턱을 쓰다듬다 답했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으시다고요.”

“예.그 정도면 강하다는 말에 적합하고. 성향도 패도적이고.무엇보다몸 의 균형도 아주 좋고. 운동과 단련, 그리고 전투를 즐기기도 하니까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그좋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존 나센 기준’ 에 한한 것이었다.

며느리 로서 좋다거 나 시 아버 지로서 좋다는 게 전혀 아니 라는 뜻이 다.

하지만 성녀에게는 그 부분이 어째 크게 와 닿지 않는 듯 했다.

오직 좋다는, 그 한 마디 만 귓 가에 자꾸만 맴 도는 모양.

“우리 언제 가요?!”

“얼른 가요 준비 운동 다 했단 말이에요!!”

조금만 더 빨리 나서주었으면 참 좋았으련만.

살짝 늦은 타이밍에 아이들이 얼른 가자고 보챈다.

“그래. 그러 자. 카일. 이 만 가보마. 방학 때 집에서 보자.”

카일의 대답은 채 듣지도 않고 쿨하게 몸을 돌리는존 나센 남작.

그리고는 아이들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군단 숙영지를 출발한다.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여전히 눈치를 못 챈 상태로 말이다.

파파파파!!—

저 속도도 아마 아이들에게 최대한 맞추느라저런 것일 터.

정말 진심으로 이 악물고 달린다면 소닉 붐이 일지는 않을까.

« ” …-

몇 분도 채 안되어서 저 멀리 점이 되어가는존 나센 사람들.

카일은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가 옆에서 느껴지는 싸늘함에 고개를 돌렸 다.

‘•••진짜큰일이다.’

화를 안 내는 사람이 한 번 내면 그게 가장무서운 법이다.

그리고 잘 안 토라지 던 이 가 한 번 토라지 면 그게 엄청 심한 법이 다.

성녀가 화를 내고, 또 토라지 기까지 한다? 이건 상상도 못 하던 일이 다.

아마카일을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에이,설마.’ 반응을할것이다.

하지 만 성녀도 결국 사람이 니 그런 일이 없을 거 라 할 수 없는 법 .

그리고 그 순간이 하필이 면 지금 일어 났다는 게 카일에 겐 큰 비극이 었다.

다급히 옆으로 고개를 돌려 닐 영감을 바라본다.

그래도 눈치도 있고, 노련함도 있으니 어떻게 자신을 구해주지는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고서 바라본 것이었는데, 역시 그는노련했다.

“저는가서 제국으로갈준비나마저 해야겠습니다.허허허!”

그리 말한 닐 영감은 정말 순식 간에 자리 에 서 사라졌다.

‘난감한 일이 불어 닥치겠습니다, 막내 도련님.혼자서 이겨내시길!’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사악한존나센!분위기 개판내놓고도망치다니!!’

억울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인데.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것 또한본인의 업보 아니겠는가.

카일은 잠깐 고민하다가 다시 성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 …-

여전히 성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미소를 되돌리지도 않았다.

그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조용히 땅바닥만 쳐 다볼 뿐이 었다.

생각하자. 카일. 생각을 해. 어떻게 헤쳐 나갈까.

일단중요한 부분들을 꼽자면, 성녀가 처음 듣는 게 아니라는 거야.

이미 성녀 앞에서 황녀가 몇 번이고들러붙은 적이 있어.

즉 저 여자에게 이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진 않다는 것.

‘그러면 대체 왜 저리 저기압인 거지?’

근육에서 돌던 피를 모조리 뇌로 보낸다.

생각, 생각, 생각,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어느 부분에서 저렇게 화가 난 것인지 ,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저,성녀님.”

일단 눈치라도 좀 보기 위해 성녀를 불러본다.

그러자 성녀가 카일을 흘끗 쳐다보더니 입술을 뗀다.

“준비하셔야죠.”

“네?,,

“귀 환요. 각자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 하니 까요.”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려서 걸음을 옮기는 성녀 였다.

사박사박-.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는 성녀.

그 뒤를 따르던 프리실라 또한 아무런 말이 없었다.

“5황녀와의 혼담은 진척이 있는 것이냐.”“저번에 敢황녀가 와서 포부를 밝히던데. 너랑반드시 혼인하겠다고.”

존 나센 남작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을 때.

가슴 속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느낌이 들었다.

이 미 敢황녀, 율리 카가 카일을 노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걸 직접 보기도했고, 그래서 이 마음이 커진 게 아니었던가.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럴 거라 여겼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그 말을 다른 누구도 아닌, 카일의 아버지에게 들었을 때.

그리고 그 아버지 되는 사람이 꽤나 긍정적으로 본다는 말을 접했을 때.

‘왜 이럴까요.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까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도무지 알수가 없는 것이었다.

해서 저도모르게 카일에게 차갑게 굴고 말았다.

그걸 후회하면서도, 또 미안하다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

‘황녀님….’

敢황녀, 율리카. 그녀는 분명 좋은 벗이다.

비록 자신과 너무나 많이 다르고, 살짝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사람이 악하다거나, 악의를 지니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는 아니다.

자신과는다르게 거침이 없고, 강하며,몸이 튼튼한 여인.

부러웠다. 그 강인함이 성 녀는 무척 이 나 부러웠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황녀와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바로 그 부분 때문에 본인이 밀렸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다 가졌으면서 기어코 다른 것까지 가져가려는 걸까.

“성녀님. 오전 중으로 출발토록 하겠습니다.”

“네.”

“아마 이번에도 이동 마법진을 이용할 것 같습니다.”

“네.,,

“카일 형제님도 같이 가실지 모르겠군요.”

“네.,,

명백한 저 기 압. 그걸 프리 실라가 모를 리 가 없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도, 역시 모를 수가 없다.

‘처음이시겠지 . 지금 모든 게. 그래서 또한 낯설기도 하실 거야.’

존 나센 남작의 입에서 좋은 분이라는 말에 기분 좋은 모습을 하거나.

반대로 남작이 다른 여인이 카일의 결혼상대로 좋다는 말에 확 가라앉거 나.

성녀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처음 있는 일이기에, 어쩔 줄 모르는 게 당연하 다.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마저 준비하고 계시길.”

“네.,,

해서 프리실라 단장은 조용히 막사를 나섰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서 이 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교단까지 같이 좀 가면서 성녀님 기분좀풀자고요.”

“카일 형제님도 그러실 요량 아니셨습니까?”

“그러곤 싶긴 한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

머리를 긁적거리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카일이 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성녀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본인이 잘 하는 거라곤 운동하고 몸 쓰는 일 외 엔 없는데.

‘•••모르겠다. 그냥 하던 대로해봐야지.’

그래. 안하던 짓 하다되레 역풍만 맞는 법이다.

잘 하는 것이 나 잘 하다 보면 또 모르는 일이 다.

“어차피 개근도 깨졌는데,하루 더 결석해도 되겠죠.”

아카데 미 교수들이 들으면 기 절초풍할 말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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