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화 嗲 언제할 거냐?
보기엔 너무 약해보이시죠? 팔뚝 한번 쓰다듬으면 부러질 것 같죠?
네, 맞습니다.성녀님은몸이 약해요.운동도제대로한적이 없어요.
세 상에, 푸쉬 업 하나 하고 기 절하려 는 사람은 처 음 봤다니 까요?!
하지만 말이죠! 그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우고 있습니 다!
성녀님이 비록 몸은 약해도 마음은 누구보다 굳건하시답니다.
노력도 얼마나하시는데요. 푸쉬업 하나못 하던 사람이 정자세로! 네?!
하루도 빼먹 지 않고, 귀 찮게 여 기 지도 않고, 시 간을 쪼개 가면서!
이상이 제 아버지에게 전하는 카일의 메시지였다.
그리 고 그 메 시 지 는 예 상대 로, 아주 제 대 로 들어 갔다.
“호오….”
조금 전의 그 차가운 인상은 어디 가고, 부드럽게 가라앉은 눈빛이 자리한 다.
그리곤 카일을 돌아보며 질문을 던지는 존 나센 남작이었다.
“•••네게 운동을 배웠다면 길어봤자 톞개월일 텐데.”
“그렇죠.”
“헌데 그 짧은 사이에 저리 좋아졌다고.”
“그러니 까 드리는 말씀이 에요. 정 말 대 단하신 분입 니 다. 비록 타고난 몸은 약하시지만, 그 마음가짐은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굳건하신, 정말 선하고 또 좋은 분이 랍니 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딱딱하게 굳어있던 존 나센 남작의 표정이 완전히 풀 린다.
강자를 대우하고 약자를 거부하는 전형적인 북쪽의 사람.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약하다고 해서 상대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력’. 자신의 약함에 주저앉는 게 아니라 강해 지고자 하는 그 노력이다.
느려도, 굼떠도 상관없다.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그것이 노력이다.
존 나센 사람들은 그 노력에 압도적인 강함 다음으로 큰 점수를 준다.
비록 강하지 않아도, 꾸준히 노력하는 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카일의 말이 사실입니까, 성녀님.”
“네? 아… 네, 네. 카일 형제님 덕분에 전보다훨씬 좋아졌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군요. 성녀님은 참으로 좋은 분이시군요.”
카일에게서 나온 말을 이어서, 이번에는존 나센 남작의 입에서 똑같은 말 이 나왔다.
좋은 분. 좋은 사람. 참 많이도 들었던 말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더 진하게 머문다.
가슴 한구석에 그 말이 콱 틀어박혀서는 마음을 간지럽힌다.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성녀는 자꾸만 입술을 비집고 튀 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가,감사합니다. 남작님!”
자신을 바라보던 차갑던 눈빛이 대번에 따스하게 바뀌 었다.
그 변화에 성녀는 안도하면서, 옆에 있던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카일은 자신을 챙겨주려고 했을 뿐이다.
저렇게 자신을 위해 나서준 게 너무나 고마웠다.
‘따뜻해.’
자신을 보며 살짝 웃고 있는 카일의 미소가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 진다.
좋은 분. 너무나 좋은 분. 그래서 곁에 있고 싶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말이지요.”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난존 나센 남작.
그리곤 성녀 앞으로 다가와서 그녀의 팔을 붙잡는다.
이리저리 살피는 것이 무슨 검을 살피는 검사 같다.
“팔이 너무 가늘군요. 허벅지도 너무 얇습니다. 노력하시는 것이야 아주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게 있지요. 몸이 따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성녀님의 몸은, 안타깝게도 운동을 하기에 썩 좋은 상태 가아닙니다.”
이후로 성녀의 몸을 빙 둘러보며 설교를 늘어놓는 존 나센 남작.
다른 남성 이 이 런 짓을 벌였다면 십중팔구 성 기 사들이 일갈을 토했을 거 다.
감히 성녀님께 무슨 무례냐고. 어디에 손을 대고 있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성기사들 중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존 나센 남작이 지닌 압도적인 기세에 질려버린 것이 가장큰 이유.
그 외에 남작이 성녀에게 무례가되는 감정을 드러내는게 아니라운동이 니 노력 이 니 , 근육과 뼈 대 어쩌 고 하는 말들만 하고 있는 것도 이 유 중 하나 였다.
“아시겠습니까? 노력도 노력이지만 몸 상태도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식 단도 저절로 중요해 집 니 다. 듣자하니 교단 분들 식 사량이 그리 많지 않다 고 하는데 그래서는 몸이 못 버팁니다. 아들 녀석이 물론 잘 이끌어주겠지 만 운동을 하다가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도 없습니다.”
“조,조언 감사합니다. 남작님 !”
성녀는 말그대로 어안이 벙벙한 표정.
여태껏 과묵하던 남작이 갑자기 말이 많아지니 놀란모양이다.
이후로도 존 나센 남작은 운동 방법과 식단,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을 늘어 놓았다.
그 모습에 존 나센 아이들조차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에에!’ 탄성을 흘 린다.
급기야 카일이 ‘아버지. 그만 하시죠.’ 라고 말려야했을 정도.
“크흠. 흠.
본인도 말을 너무 많이 했음을 자각한 것일까.
헛기침을 몇 번 한남작은 ‘아무쪼록 잘나아가시길.’ 라고 말을 마쳤다.
“끝나셨습니까.”
옆에서 계속눈치를보고 있던 닐 영감이 슬쩍 입술을 뗀다.
그리고는 허허 ! 웃으면서 성녀를 바라본다.
“남작님이 평소와는 다르게 말씀이 좀 많으셨습니다. 아무래도 성녀님께 서 보이신 그 노력 이 무척 이 나 감명 깊으셨던 모양입 니 다.”
“그런가요?”
“예 .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 에 굴복하고 안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성녀님과 같이 굳이 힘든 노력을 하실 필요가 없는 이들은 더더욱 말이죠. 그래서 남작님이 저리 좋아하시는것입니다.”
존 나센 남작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닐 영감을 부른다.
딱 봐도 낯 뜨겁 게 만드는 쓸데 없는 소리 그만 하라는 뜻.
그에 닐 영감이 ‘어이쿠.’하고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선다.
“성녀님.”
프리실라가 조심스레 성녀 옆으로 다가와선 그녀를 부른다.
조금 전 제국 측 기사가 다가와서 무언가 속삭였는데, 무슨 일이 있는 모 양.
“군단장이 성녀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답니다. 지휘 막사로 가시면 될 것같습니다.”
“저는괜찮은데요. 그럴 시간에 차라리 부상자들을 찾아가서 위로를….”
“이미 그리 했다고 합니다.부상자들이 성녀님과 사제님들 이야기를 침이 마르도록 해서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몇 번이고 강조를 했다고 하고 요.”
‘그렇다면 … 찾아뵙는 게 좋겠군요.’ 라고 고개를 끄덕 이는 성녀.
지휘 막사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그녀는 남작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고개 를 숙인다.
“만나 뵙 게 되 어서 정 말 좋았습니 다. 다음에 또 뵙 기를 기 원하겠습니 다, 아버님.”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사라지는 성녀와 프리실라.
두 여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존 나센 남작이 입을 연다.
“카일. 진짜 안 되는 것이냐. 한 손 안 쓰고 하면 그래도….”
“제발요, 좀. 아버지. 왜 이러세요.”
어제 약뽕 오우거에게 아주 약간이나마진심을 보인 게 문제였던 걸까.
그근엄하시던 분이 자꾸만졸라대니 카일 입장에선 적응이 안된다.
강자와의 싸움에 눈이 돌아가는 게 존 나센의 저주라고하지만.
자신의 아버지 라면 그래도 그 정도는 참아낼 거 라고 여 겼는데.
“성기사단의 단장이라지 않느냐.”
“그러니까, 아버지 말씀은 ‘어지간해서는움직이지 않는다는것이고허면 지금이 아니면 못싸울수도 있으니 당장 겨뤄보고싶다.’ 이거지 않습니까.”
“정확하다.”
“아버지.”
“그래, 카일.”
“참으세요.”
냉정한 카일의 말에 침음을 흘리는 존 나센 남작이 었다.
어 지 간한 강자는 따위로 만드는, 말 그대로 궤를 달리하는 존재.
하지만은근히 자식들에게 약한 속성도 지닌 아버지이기도했다.
겨우 존 나센 남작을 말린 후, 아이들을 달라붙게 한다.
일단 애들이 붙으면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질 테니까.
‘그보다… 내가잘못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아버님이라고하지 않았나?’ 황녀도 아니고 성녀가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처음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움찔, 하고 몸이 떨렸을 정도였다.
닐 영감도 조금이지만분명 반응을 했다. 아버지는… 모르겠고.
‘아니겠지 ? 그냥 조금 친해져서 카일 아버님, 이런 뜻으로 한 말이겠지 ?’
하하! 그래! 그냥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일 거 야!
성녀님이 하신 아버님이라는 말은 단순히 카일 아버님….
‘그게 말이되겠니, 등신아.’ 안타깝게 도, 자신은 눈치 없는 전형적 인 로판 속 남주가 아니 다.
딱 봐도 아버님이라고 은근슬쩍 부른 이유가 보이지 않는가.
이 전까지 성 녀 가 보였던 그 은근한 말들과 행동을 본다면 그 뜻은 단 하나
‘참전이구나.삼파전이 아니라 사파전이었어.’
자신의 업보가 하나 더 늘었다.
최 애 캐 가 참전 이 라. 이 걸 기 뻐 해 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성녀는 성녀만으로 남아있을 때가 좋지 않을까?
대전에 뛰어들면 여태 알던 성녀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걸 알게 될 것 같다
막 황녀 닮아서 이상한 거에 눈이 라도 뜨면 안 되는데.
‘생각해보니 심지어 둘이 친구라고하지 않았나?’
틀림없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아무튼 다 다르지만.
이상하게 또 사이가 가까워져서 이제는 친구라고 했었다.
황녀님.제발.우리 성녀님께 이상한 거 주입시키지 마요.’
불길함이 배로 증가하고 있는 카일이 었다.
널
“즐거워 보이셨습니다.”
“네?”
프리실라의 말에 성녀가 그녀를 바라본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 못 했다는 눈치.
“즐거워 보이셨다고 했습니 다. 그러니 까, 존 나센 남작님을 뵈 었을 때 말 입니다.”
“아… 네.즐거웠죠. 처음뵙는분에, 카일 형제님의 부친되시는분이니까 요. 세간에는 무슨 이상한 존재로 표현되곤 해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아
니셨어요.오히려 너무좋은분이셨어요.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저는 진실을 알고 있는 소수 중 하나니 까요.”
성녀의 대답에 프리실라가 갑자기 미소를 짓는다.
“왜요?”
“아.아닙니다. 성녀님.”
“왜요. 왜 웃으신 거예요. 알려줘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분이 좋은 이유가그게 다가 아니면서.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무의식적으로 회피한 건지.
성녀의 그 귀 여운 답에 프리실라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