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화 嗲 언제할 거냐?
“오늘도 다시 한 번 잘 부탁 드리겠습니 다.”
“그러지요. 잘 부탁합니다. 단장님.”
어제에 이어서 또 한번 맞붙는프리실라 단장과 닐 영감.
승부가 나지 않아서 그렇다기보다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겨루고 싶어서 그렇다.
바로 이곳,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또 부딪치기는 어려울 테니.
프리실라 단장은 닐 영감에게서 자신의 조부를.
그리고 닐 영감은 프리실라에게서 과거 싸웠던 그 강적을.
서로가 서로에게서 존경하고 또 존중하던 상대를 느끼며.
각자 검을 휘두를수록 무아지경으로 아주 깊이 빠져든다.
이미 둘의 대결은 단순히 싸움, 내지는 전투라부를 단계를 넘어섰다.
왜 존 나센 사람들이 전투에 그리도 목을 매는지 카일은 알 것 같았다.
눈에 비치는 것은 전투의 한계를 넘어선, 마치 한 편의 예술 행위와 같았다
“보세요, 아버지. 저기 맺히는 푸른 검기.”
“흐음.”
“저게 프리실라 단장님이 뽑아내는그분만의 검기라네요.”
“그렇구나.확실히 다른 10강과는달라.흥미로워. 아주흥미로워.”
턱을 만지작거 리는 존 나센 남작의 두 눈에 또 한 번 빛이 번뜩인다.
반투명한 검기를 다루는 강자들과는 다르게, 푸른 검기는 프리실라만의 전매특허.
여태 존 나센에 찾아왔던 10강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다.
그래서 그럴까. 프리실라를 바라보는 존 나센 남작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 다.
기회만된다면 닐 영감 제치고 프리실라와 한판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참으세요, 아버지. 어제도 제대로 하셨잖아요.”
“제대로는무슨.그냥주먹 한번 휘두른 게 전부다.”
그 주먹 한 번 휘둘러서 산을 지우셨는데요.
나름 필드 보스로 진화한 오우거는 말 그대로 원자 단위로 갈렸고요.
스치 면 안녕 이 라는 말이 정 말 존재 할 줄은 몰랐습니 다.
대체 이런 사람을 상대로 제국은 어떤 싸움을 벌인 걸까.
아무리 아버지가 적당하게 싸워주었다지만 그래도 대단한 일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괜히 제국이 대륙을석권한게 아니었다!
새 삼 제 국과 황제 에 대 한 존경 심 이 솟아나는 카일 이 었다.
덤으로 당최 왜 이런 인간들이 로맨스 판타지에 있는 건지.
가능만 하다면 작가 앉혀놓고 이유 좀 듣고 싶은 심정이 었다.
뭔 생 각으로 이 런 말도 안 되 는 사람들을 창조했느냐고.
‘먼치킨 소설에서도 주먹질 한 방에 산을 없앴다고 하면 에바라고 하지 않 을까?’
아닌가? 아니면 말고.그런데 여기는로판이잖아.
대체 어쩌다가 이런 무시무시한곳이 생겨났는지 !
콰앙!!-
굉음과 함께 프리실라가 공중으로 훨훨 날아간다.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은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 었다.
허공을 돌던 그녀는 곧 몸을 한 번 돌린 후 가뿐하게 바닥에 안착했다.
겉보기와는 달리 그리 큰 데미지를 받은 건 아닌 듯 했다.
“으음.
반대로 프리실라를 날려 보낸 닐 영감의 팔뚝에는 기다란 검상이 생겨났 다.
깊지는 않지만 저 정도면 제대로 된 유효타라고 할수 있다.
닐 영감의 실력도 대단하지만 아주 근소하게 프리실라가우위에 있다는 증거.
스릉-.
검을 거둔 닐 영감이 천천히 입술을 뗀다.
“대단하시군요. 제가 진심으로 나선다고 해도 지금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 •
“모르죠. 영감님 이 진심을 다 하시면 저를 꺾으실 수도 있습니 다.”
“허허. 그럴 수도 있겠지 만 이 늙은이 가 더 하면 주책 일 것 같아 걱정입 니 다.”
닐 영감이 말하는 ‘주책’ 이라함은, 아마도 이 악물고 전력을 다하는 경우.
존 나센 사람들이 전력을 다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뻔하다.
아무리 못 해도 이 일대가 뒤 집어지고, 깨부서지고, 그런 일이 일어날 터.
그런 일은 안 된다. 최소한 지금 상황에서는 좀 피하고 싶다.
여전히 제국 사람들은 존 나센을 껄끄러워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군단 바로 옆에서 난리를 치면 또 이상한 말이 나돌 것이다
•
‘교단 사람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족치는 존 나센. 뭐 이런 식으로.’
이왕 소문이 날 거, 조금은 좋게 소문이 나는 게 좋다.
괴물보다는 영웅, 빌런보다는 히어로, 그외 기타 등등.
힘 이 있다면 두려움보다는 찬사를 받는 게 좋지 않은가
“좋은 싸움이 었습니 다. 감사합니 다. 단장님.”
“아뇨.오히려 제가감사해요. 덕분에 조부님께서 최고의 적과싸우셨고, 가슴 벅찬 전투를 거치셨으며, 비록 패했지만 후회 가 아닌 후련함만을 지니 셨음을 깨달았습니다.”
“막내 도련님께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와싸웠던 그 기사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래주신다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조부님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악수를 하며 프리실라와 닐 영감이 미소를 짓는다.
땀과 먼지, 피와 강철로 이루어진 유대감이란 게 바로 저런 것일까.
“끝나신 건가요, 단장님?”
“네,성녀님. 끝났습니다.”
그 말에 성녀가 도도도 달려와서는 닐 영감의 팔을 붙잡는다.
상처를 바라보는 성녀의 두 눈에는 걱정과 염려가 가득 담겨있었다.
아이 고. 괜찮습니 다. 그냥 긁힌 상처 입 니 다:
아무 것도 아니 라고 손사래 를 치는 닐 영 감.
하지만 성녀는 어디서 무슨 힘이 났는지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
“가만히 계세요. 이게 어떻게 긁힌 상처인가요. 바로 치유해드리겠습니다. ”
요 며칠 중상자들을 치유하면서 부상에 대한 강박증이 생겨난 모양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상처를 치유하는 게 숙련된 의사를 보는 느낌이다.
.
‘우리 성녀님이 고생이 많으시네.’
중상자들을 치유하며 심한 상처나 많은 피를 조우했을 것이다.
저 또래의 여자들이라면 기겁을 하며 도망을 쳐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성녀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묵묵히 치유에만 집중한다.
샤아아!-
빛무리가한번 퍼지는가싶더니 곧 잠잠해진다.
“어떠신가요?”
“대 단하시군요. 교단의 성녀님 이라고 하셨습니 까? 정말 감사합니 다.”
팔을 한 번 크게 돌린 닐 영감이 감사 인사를 전한다.
상처가 생기면 일단 낫기 전까지는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는데.
덕분에 바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 었으니 응당 감사해 야 할 일이 다.
“카일.저여자는….”
“교단의 성녀님이십니다. 이번에 군단측중상자들을 위해 자원하셨더라 고요. 생 각해보니 제 가 성 녀 님도 계 시 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요?”
“그랬느냐? 음. 잊어 먹었던 모양이다.”
그냥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가요, 아버지.
지금도 프리실라단장이랑 한판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눈치신데.
“카일 형제님.”
그러는 사이, 성녀가 조심스레 카일 앞으로 다가온다.
실은 아까부터 아는 척을 하고 싶었는데, 존 나센 남작의 눈치를 보느라 다가오지를 못 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성녀님.프리실라 단장님께 전해 들으니 부상자들이 모두 성녀님을 찬양하면서 그 은혜에 너무 감사한다고 하던데요.”
“그, 그런…! 저는 제 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성녀.
부상자들이 자신을 찬양하고 있다는 게 부끄러운 것일까.
아니면 그소식을 듣고 대단하다하는 카일의 말이 부끄러운 것일까.
“내 정신 좀봐. 성녀님! 인사하세요. 제 아버지, 존 나센 남작이십니다.”
카일의 말에 성녀가아! 하고 탄성을흘린다.
그리고는 급히 몸을 돌려 존 나센 남작을 바라보곤 고개를 숙인다.
“처음 뵙 겠습니 다, 존 나센 남작님. 교단에 서 성 녀라는 부끄러운 칭호를 달고 있는 힐데 가르트 도미 니 카 데 아가사 세 라핌 입 니 다.”
“•••다곤 존나센남작입니다, 성녀님.”
다른 존 나센과 똑같이, 강하다고 해서 권위 적 이 거 나 군림 하지 않는다.
성녀와 똑같이 고개를 숙이 며 나긋한 목소리로 제 소개를 하는 존 나센 남 작.
하지 만 그 뿐, 더 이상은 성 녀에 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눈치 였다.
‘알만하다.왜 이러시는지 알만해.’
강하지 않기에.한눈에 봐도너무나 연약하기에.
강자존의 세상인 존나센,그곳의 대표이기에 더더욱 민감할수밖에 없다.
그나마 카일의 얼굴을 봐서 , 그리고 성녀 라는 이름을 지 녔기 에 .
지금과 같이 최대한 예의를 지니고서 대우해주는 것이다.
“아….”
존 나센 남작의 조금은 불편한 기색을 느낀 것일까.
성녀 또한 당황해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다.
혹 자신이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실례되는 짓을 저지른 건 아닐까. 그리 생각하는 모양.
‘안되겠다.’
고개를 내저은 카일은 본인이 조금 더 나서기로 했다.
“실은요, 아버지. 여기 계시는 성녀님이, 정말 몸이 약하십 니 다. 운동도 하나도 못 하시고요. 보세요. 저 가느다란 팔뚝하며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 은분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렇구나.”
“카, 카일 형제님?”
당연히 아군이라고 여기고 있던 카일이 대뜸 아군 사격을 가하니 놀란 것 일까.
성녀가 더욱 당황해서는 ‘저한테 왜 그러세요!’ 하는 눈빛을 띤다.
아예 울상이 되어서는 당장이라도구슬픈울음까지 터트릴 것 같다.
“하지 만 말입니 다, 아버지 . 저래도 성녀님 이, 제게 계속 운동을 배 우고 계 십니다. 정말 열심히 하세요. 푸쉬 업도 하나도 못 하시던 분이 이제는 정자세 로 열 개는 거뜬히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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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시는 성녀님이, 정말 몸이 약하십니다. 운동도 하나도 못 하시고 요.”
카일 형제님 ?! 왜, 왜 저런 말씀을 하시는 거 야!?
저런 말을 하면 존 나센 남작님의 반응이 안좋을 텐데!
운동을 좋아하시 는 게 집 안 내 력 이 라고 했으니 분명 … .
‘아….’
더욱 차가워진 존 나센 남작의 얼굴에, 성녀는 가슴이 철렁거렸다.
대체 카일이 왜 저런 말을 했는가, 의문과서운함이 밀려든다.
존 나센 남작가의 가주라면 저런 말에 분명히 안 좋은 반응을 보일 텐데.
대체 왜 저러시는 거야. 카일 형제님께서 나한테 대체 왜….
“하지 만 말입니 다, 아버지 . 저래도 성녀님 이, 제게 계속 운동을 배 우고 계 십니다. 정말 열심히 하세요. 푸쉬 업도 하나도 못 하시던 분이 이제는 정자세 로 열 개는 거뜬히 하십니다.”
어 ? 하고 탄성을 흘린 성 녀 가 조심 스레 고개 를 든다.
그곳에는 싱긋 미소를 짓고 있는 카일과.
“호오….”
꽤나 놀랍다는 듯 탄성을 흘리는 존 나센 남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