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29화 嗲우리는 이것을 재앙이라부르기로 했어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성벽 한 쪽을 무너트린 후 급기 야 다른 곳으로 사라진 두 강자.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거칠게 몰아붙이는 파도잡이 아케인.
그리고 그 아케인에게 웃으면서 달려들던 카일이었다.
쿠웅! 쿵! 콰아앙!-
멀리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울림과 심장을 쥐 어짜는 듯 한 기세.
덕분에 그저 평범한 사람인 파르달섬 영주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성의 다른 모든 이들도 숨을 죽인 채 눈치만 볼 뿐이다.
감히 누구도 나설 수 없다. 지금 저기서 벌어지는 싸움은, 사람의 것이 아니 다.
인간이라는존재가지닌 규격을 벗어던진 자들의 전투다.
그 사이에 끼어드는 건 고래들 싸움에 새우가 끼는 것과 같다.
“저,영주님.”
고개를 돌려보니 몇몇 기사들과 병사들이 보인다.
그들의 얼굴에는 전부 똑같은 걱정과 두려움이 걸려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과연 어찌 될지….”
“걱정하지 마라. 파도잡이가 결국 승리할 것이다. 다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아… 네. 알겠습니다. 영주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 다.”
위가흔들리면 자연스레 아래도 흔들린다.심지어 더 크게 휘청거린다.
반대로, 위 급한 상황이 라고 해도 위 가 굳건하면 아래도 흔들리 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파르달 섬 영주는 자신의 불안감을 숨긴 채 그리 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 또한 불안하다. 이 섬의 어느 누구보다 더 불안하다.
다른 이들은 승패 가 어떻게 나도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
하지만 영주 본인은 다르다. 아케인이 무릎을 꿇으면 주도권을 상실한다.
권력이니, 재물이니, 인맥이니 떠들지만 결국 세상은 힘으로 종결된다.
힘의 논리 앞에서는 권력도, 재물도, 인맥도 아무소용이 없다.
만에 하나 파도잡이 가 패한다면 그 힘의 논리에 의해 꽁꽁 묶일 것이 다.
‘파도잡이, 아케인이 패한다는 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부디 그러지 않았 으면 좋겠지. 하지만 정말 만약에 패한다면 나는, 이 섬은 어찌 해야 할 것인 가.’
가장 위 에 있는 자는 최 악의 상황을 대 비해 야만 한다.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나 적다고 해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해 도.
그것이 자신과 같은 자들의 의무이자 내려진 저주이기도 했다.
‘제국에서 왔다는 카일. 카일 존 나센. 그 자가 원하는 건 하나였다.’ 연합에서 도망친 강경파의 일원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온 무언가. 조금 전까지는 모르는 척 잡아떼었지만 끝까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외의 다른 부분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그걸 언급할줄 알았는데 •
가장 민감한 사안이 라 할 수 있는, 바로 파르달 섬의 제 국 복속’ 부분 말이 다.
‘설마 정말로 단신으로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테고. 근방에 제국이 와있 는 건가? 황제가 직접 명령을 내려서 왔을 수도 있다.그래, 그럴 거야. 서쪽 에서의 일도 있는데 그런 자를 제국의 황제가놓아줄리 만무하다.’
실상은 황제조차 제어할 자신이 없어서 잡을 생각조차 안 했다.
선조들의 경우 때문에 제국을 과하게 경계하는 영주의 속내가 반영되었 을뿐이다.
카일의, 제국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연합의 강경파들이다.
나머지 부분, 파르달 섬에 관련된 것이나 남쪽 바다 어느 언급도 없다.
계속해서 곰곰이 생각하던 파르달 섬 영주가 ‘아!’ 하고 탄성을 내뱉는다.
‘그런 것인가. 제국은, 지금우리를 시험하는 것인가?!’
다음으로 떠오르는 질문들. 무슨 시험? 왜 시험을 하는지 嘗
그에 대한 부분들 역시 머지않아 영주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쪽을 제압했으니 이제 동쪽으로 눈을 돌린 건가. 그래, 유목부족을 밀겠다는 거야. 그놈들이 매년 약탈을 하러 들어와서 제국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곤 들었어. 토벌을 하고 싶지만 어지간한 병력으로는 어림도 없고, 그렇 다고 대군을 일으키자니 여태는 연합과우리 남쪽이 염려스러워 그러지를 못했을텐데….’
이제는 정세가 완전히 바뀌 었다.
제국이 침묵을 깨트리고 일어섰고, 그 과정에서 연합이 순식간에 나가떨 어졌다.
자신감을 얻었을 만하다. 이대로 동쪽으로 내달려도 괜찮다고 여겼을 거 다.
그 과정에서 남쪽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부분이 중요한데 ….
‘내게, 우리에게 묻고 있는 거다. 제국이, 황제가! 연합도스스로 무너졌고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 한다. 너희는 그냥 알아서 눈치껏 행동하던가 . 아니면 유목부족보다먼저 밀리던가, 라고!’
황제가 이 말을 들었다면 기가 막혀서 폭소를 했을 것이다.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그리 생각해주면 참고마운 일이라고.
하지만 파르달 섬 영주는 자신의 예측이 맞다고 굳게 믿는 상황.
당장 제국에서 왔다는 이가 제 최고의 검과 싸우고 있지 않은가.
쿠구구….
“영주님. 끝난 것같습니다.”
“끝났다고?”
“예.조금 전부터 울림이 잦아드는가싶더니 방금 전부터는 완전히 조용해 졌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승자는?! 그게 가장중요하다.
파도가 제국의 강자를 집어삼켰다면 제국도 생각을 반려할 것이다.
나름 유망주라고 여겼던 이를 보냈는데 패했다면 이쪽의 평이 오를 터.
자연스레 남쪽을 압박하기보다는 회유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반대로 파도잡이 가 패했다면. 카일 존 나센이 승리했다면 ….
‘그 때는, 알아서 살 길을 강구해야겠지.’
영주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저 멀리 다가오는 이를 확인했다.
너무 멀어서, 그리고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먼지 때문에 잘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더 초조해진다. 더 불안해진다.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다.
마침내 상대가 누구인지 육안으로 확인이 되는 거리가되었다.
“…아. 아아….”
파르달 영주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이 거대한섬의 주인이자, 반제국파의 수장이기도 한 인물.
그가 벌러덩 넘어졌음에도 주변 어느 누구도 챙기지 않는다.
정확히는 챙기지 못 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누군가를 돌보기에는, 지금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너무 엄청났으니까.
지익, 지이익-.
“진짜더럽게 약하네.뭘 얼마나맞았다고 기절을해. 마티유 님도 이 정도 는 버텼는데.”
이 래서 따뜻하고 살기 좋은 동네 에 사는 놈들이 안 되 는 거 야.
조금만 거칠게 대해도 게거품 물고 나죽네 ! 하고 자빠지잖아.
정작 본인들이 죽겠다는 게 다른 곳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일인데.
뭐가그리 불만인지 파도잡이를 질질 끌고오며 구시렁거리는 카일이었다
•
영주에게 말한그대로, 놈의 팔과다리는 진작분질렀다.
지금 카일이 잡고서 오는 부위는 다름 아닌 아케 인의 머 리 칼이 었다.
보니까 탈모는 아니었다. 그러니 쑹덩, 하고 좀 뽑혀도 상관은 없을 거다.
탈모였다면 더 좋다. 너무 약해서 머리라도 밀어버리고 싶으니까.
10강급 인물이라평을 하는 제국이 안쓰러울지경이었다.
‘아,진짜. 싸다만 느낌이네.’
착한 말, 착한 생 각, 하지 만 자꾸 나쁜 말, 나쁜 생각만 떠 오른다.
파도에 이어서 뭔가 더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끝이 었다니.
맥이 탁풀린다.힘이 쭉빠진다.그리고 열이 콱받는다.
“카일 존 나센.”
슬쩍 앞을 보니 파르달 섬 영주가 서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아까 전과 한 가지 달라진 점은, 바로 그 영주가 짓고 있는 표정.
‘아이고.우리 영주님. 이러다가울겠어.’
섬의 영주라고 짓고 있던 당당한 표정은 다 어디 가고.
남은 것은 초조함과 두려움에 가득 한 얼굴빛이 전부였다.
특히나 카일이 아케인의 머리채를 쥐고 질질 끌고 오는 게 충격이었던 모 양.
“승부가 난모양이군요.”
“아까는 반말 하시더니. 갑자기 존대하시 네요? 왜 그러세요. 그냥 하던 대 로하시지.”
“아,아닙니다. 떠올려보니 너무무례했다는생각이 들어서.”
비 굴하다 보일 수도 있지 만, 또 보면 저 게 맞는 거다.
힘의 격차를 알았으니 이제 남은 건 굴복의 차례.
그 상황에 서도 목에 힘 빳빳이 주고 있다간 그대로 목이 날아간다.
“아케인은….”
“황제 폐하께 감사하세요. 영주님.”
“에 ?”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황제 폐하의 자비로, 목숨은 놓아두겠다고. 팔다 리만 분질렀을 뿐이에요. 나머지는 아주 멀쩡하니 걱정할 일 없습니다.”
« ” …-
누가 들으면 팔다리 부러트린 게 아무 일도 아닌 줄 알겠다.
그런 생각이 영주의 머릿속에 들었으나,굳이 입 바깥으로내지는 않았다.
“자,그럼.”
혀를 빼물고 기절한 아케인을 대충 바닥에 던져둔 후.
영주 앞으로 다가선 카일이 뚜두둑, 하고 뼈 마디를 풀며 입을 연다.
“우리 다시 이야기 좀해볼까요? 아까대화기억나시죠.영주님.”
“기억나지요. 암, 그렇고말고요. 기억나고말고요.”
“혹시 그러면, 그에 대한 대답이 달라졌을까요?”
달라졌지. 암, 달라졌고말고!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파르달 섬 영주는 손짓으로 카일을 불렀다.
그리고 옆으로 다가온 카일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사실은 말입니다. 그 조난자들, 연합 출신인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수상 해서 제가한곳에 모아두고철저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이상하네요. 조금 전에는 모르신다고 한 것 같은데.”
“말하지 않았습니까. 수상해서 살펴보고 있었다고. 티를 내면 눈치를 채고 도망이라도 칠까, 연기를 하면서 그들에게 소식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 것입 니다.”
정 말이 지 눈물겨운 연기 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 이 다.
살짝 심술 좀 부려볼까 했지만 생 각해보면 이곳은 죄 가 없다.
있다면 순순히 붙잡히지 않고 여기까지 도망친 빌어먹을 로이 더들이겠지.
“그렇군요. 영주님.그러면 그놈들이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은 쓰지 않는 작은 항구가 있습니다. 거기에 일단 지내라고 하면서 안심을 시켜두었습니 다. 얼른 가시죠. 시간이 지체되면 그쪽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눈치 챌 겁니다!”
당신 반 제국파 인물 아니 었어? 그것치곤 너무 협조적인데 ?
하여튼 이놈이 나 저놈이 나, 결국 주먹을 들어 야만 착해진단 말이 지 .
역시 역사적으로매가 약이었다, 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널
“선장님. 파르달섬입니다.”
정기 통행선, 달리는 양이 파르달섬에 도착했다.
선장은 어제 봤던 수영하는 청년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는 이가 있었는데, 무사히 도착은 했냐고.
“•••뭐야.분위기 왜 이래?”
항구가소란스럽다. 굉장히 시끄럽다.
무슨 일이 있나. 사고라도 난 건가.수소문을 해보니 이런 말이 나왔다.
“아니, 글쎄. 어제 처음 보는 청년이 작은 고깃배에다가 꽁꽁 묶은 사람들 을 무슨 짐짝 싣듯 싣고서, 그 배 닻줄을 쥐더니 수영을 해서 그대로 끌고 가 더라니까?! 못 믿겠다고? 이 사람이! 내가 봤다니까 그러네! 내가 봤다 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