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嗲우연을 가장한필연
“후우.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마티유가 황궁을 나선다.
며칠 간 이어진 제국 일정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끝났다.
연합의 실책과 숨겨져 있던 우려까지 전부 스스로 밝혔다.
덕분에 연합은 이제 다시는 제국을 거스를수 없게 되었다.
‘잘한 짓인가.’
잘했을 리가. 절대 그럴 리 없다. 결국 자신은, 스스로 제국에 고개를숙인 것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제국과 싸우며 끝까지 저항한 왕국 연합의 의지를 무너 트린 거다.
그래서 죄스럽지만, 그럼에도 안도감이 드는 건 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돌아가서 배신자 소리를 들을 걱정은 없으니 다행이겠어.’
그런 말을 할 강경파는 체포되 었거나 남쪽으로 도주했다.
남은 이들은 연합의 존속을 위해 제국과 협력하려는 온건파다.
덕분에 연합 내부가 정말 오랜만에 의견 일치를 할 수가 있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연합의 번영을 위해 싸우던 이들이 었는데.
역으로그들이 사라지니 연합이 전보다 더 안전해졌다니.
그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아마 입가에 게 거품을 물지 않을까?
제국분위기도 그리 좋지만은 않군.’
알게 모르게 연합의 사정이 제국귀족 사회에도 알려진 모양이다.
공식적인 일정이 끝났음에도 따로 만남을 청하는 이 가 하나도 없을 줄이 야.
개인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연합의 대표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어차피 할 일도 없겠다, 슬슬 연합으로 돌아가려고 할 무렵.
마티유가 머물고 있던 곳으로 갑작스레 두 남녀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 그는, 무척 놀란 낯빛이 되 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디서 오신 분이라고요?”
“리토리오에서 왔다고 했어요. 마티유 필리베르 경.”
리토리오, 리토리오라면 분명 그곳이 다. 제국에 단 셋 뿐이라는 대공가.
황실을 제외하면 가장 막강한 권세를 누린다는 그 가문 중 하나가 아닌가
“처음뵙겠어요.엘가블레스데 리토리오입니다.”
심지어 그냥 심부름꾼도 아니다. 자그마치 대공가의 영애다.
그런 사람이 호위 하나만대동해서, 이렇게 조용히 자신을 찾았다.
‘•••함정?’
혹시 제국이 무언가를 노리고 함정이라도 판 건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 나 아무리 살펴도, 함정 이 라 볼 수 있는 그 무엇도 느껴 지 지 않았다.
무엇보다 함정 이 라 하기 엔 미 끼 가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 었고 말이 다.
“제국에 처음 오셨다고요. 어떠셨나요? 황도에 대한 감상은?”
“•••아름답고 강한 곳이더군요.”
“다행이네요. 연합도 강인하면서도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비슷한가보네 요.”
그리 말하며 엘가는권하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앉았다.
대공가의 영애이긴 하나그뿐이다.그에 반해 상대는연합의 대표다.
심지어 10강과 비슷한 실력을 지녔다는 삼걸이다.
아무리 봐도 지금처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
“공식 일정은 다끝나신 거죠? 그렇게 알고 일부러 찾아온 건데.”
하지 만 엘 가에 게 서 는 그 어 떤 긴 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옆에 있는 레토마저 조용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예전이었다면 발을 동동 구르며 왜 이러시냐고 걱정부터 했을 텐데 말이 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요. 아무도저를찾지 않는데 말입니다.”
“궁금한 게 있어서요. 카일이 그러던데, 연합의 몇몇 불순분자들이 남쪽으 로 향했다고요.”
바로 그 순간, 마티유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삼걸이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은, 굉장히 긴장한 낯빛과 함께.
“엘가영애. 방금 언급한 그 카일이, 혹시….”
“맞을 거예요.존 나센 남작가의 차남, 카일.저와같은학년이랍니다.친하 기도하고요.”
« ” …-
엘가의 대답에 마티유의 머리가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앞에 앉은 이 영애 , 카일과 굉 장히 가까운 사이 인 것 같다.
당장 그에 게 서 이 야기를 듣고 자신을 찾아왔다 말하는 것부터 그러 하다.
그저 잠깐 스쳐지 나가는, 그런 사이 였다면 진중한 대화는 하지도 않을 터.
‘•••잠깐만.남녀 간에 보통사이가 아니라면 답은하나지 않은가.’
마티유 필리 베 르는 생 각보다 고지 식 한 사내 였다.
엘 가 입 장에 서는 그냥 카일과 꽤나 친분이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 었는데.
그가 듣기에는 친분을 넘어서서 더 밀접한, 더 깊은 관계에 있다는 말로 들 렸다.
그래. 마치 엘가가 ‘카일과 약혼이라도한’ 사이로 말이다.
‘카일 존 나센과 약혼한 사이. 카일 존 나센의 여인….’
꿀꺽-.
황제 앞보다 더 긴장이 되는느낌이다.등골로식은땀이 흐른다.
남자가 눈에 불을 켜 며 무조건 지 키 려고 하는 게 두 가지 있다 들었다.
하나는 남자의 자존심 이요, 다른 하나는 제 여자라고 했던가.
목숨이 오고가는 결투 앞에서도 웃고 있던 카일이 떠오른다.
뒤를 이어 얼마 전 황궁에서 마주했던, 악귀보다무서웠던 카일도 떠오른 다.
그렇게 생각들이 거쳐 가니, 자신이 무슨행동을 해야할지 명확하게 보인 다.
“마침 운 좋게도 남부에 소식통이 좀 있어서요. 그쪽에 연락을 취해서 물 어올 적당한소식을 알고 싶은데, 혹시 마티유 경께서 시간이 되신다면 그에 관한자세한….”
“무엇이든 말씀하시길. 제가 아는 선에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조하겠 습니다.”
“•••에?”
보다 더 편한 분위 기에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했었는데 왜 이 러지 嘗
카일과 나름 사이 가 좋다고 해서 일부러 카일 언급도 한 건데 嘗
혹시 짐작가는게 있냐는뜻으로 레토를바라보지만, 그가 알리가 있나.
레토가 어깨를 한 번 으쓱이 자 엘가는 잠깐 생 각하다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마티유 경. 어디까지 이야기를했죠?”
“연합 강경파 중 일부가 배를 이용하여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항로를 추 적한 결과”
이후로 마티유의 아주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거의 황제 앞에서 보고하던 수준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그 덕분에 엘가는 제대로 큰 건을 포착할 수 있었다.
연합의 강경파 중 일부가 향한 것으로 추측되는 남쪽 독립 영주들의 섬.
당연히 제국과 좋지 않은 관계를 지닌 이들에게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못다 한 제국에 대한 분노를 풀어내려고 할 거다.
하지만, 남쪽 모든 독립 영주들이 제국과 반목을 겪지는 않는다.
몇몇은 제국과 분명한 친선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이용할수있게 될 줄이야.’
그 중에는 과거 엘가가 직접 나서서 사이를증진시킨 곳도 있었다.
널
- 신입생 학술답사안내-
« ” …-
뭔데, 시바. 이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문구였다.
학술답사? 갑자기 이게 뭔데. 이런 건 듣도 보도 못 했는데?
“카일님! 아, 학술답사 계획서를 보고 계셨습니까?”
“넬. 이거 뭐에요. 이런 것도 있었어요?”
“모르셨습니까? 학술답사라고, 1학년에게만 한해서 燚주 동안 제국 역사 에서 중요하다 여겨지는 지역을 방문하는 행사입니다.”
“2주면 짧은 거 아닌가요, 넬? 이동하는 시간만 그 정도 걸릴 거 같은데.”
“제가 알기로 아카데미에서 특별히 이동 마법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 ” …-
이 동 마법 이 상상하는 그 이 상으로 많은 돈이 들어 간다는데.
아무튼 제국이 야. 신 입 생 이 라고 돈을 아주 팍팍 써 주네.
그보다 이런 것도 있었나? 하기야, 본편은 제대로 읽지를 않았으니.
학술답사, 학술답사라. 이 건 마치 대학교의 MT 와 비슷하지 않은가.
차이점이 있다면 학술답사는 1학년에게만 해당된다는 것 정도.
‘혹시 여기서도 밤마다술 마시고토하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존 나센에서 정말 어지 간해서는 먹지 않는 것 중 하나, 바로 술이다.
술 자체도 문제고 거기에 걸치는 안주도 문제고, 아무튼 손도 대지 않는 것이다.
정 말 가끔, 분위 기 를 띄 우는 용도로 해 서 마시 기 는 하지 만 그것도 한두 잔 이 전부다.
오죽하면 존 나센에서는 술에 관한 이런 말도 있다.
“존 나센에서 술을 넉 잔 이상 마신다면 그건 죽은 자다.”
참 많은 의 미를 내포한 말이 었다.
술 넉 잔 이상 마시는 건 귀 신한테 나 주는 위 령주라는 것인지 .
아니면 그만큼 술을 쳐 드셨으면 맞아 죽을 각오를 하라는 건지.
원래였다면 뭐 이딴 게 있냐고 툴툴거렸을 것이다. 확실하다.
하지 만 이 번만큼은, 카일도 그냥 그러려 니 하고 넘 어 가는 마인드였다.
이유는 하나. 바로 어제부터 드디어 실내 연무장이 증축에 들어갔기 때문 이다.
그렇게 되면서 정말 아쉽게도 한동안은 기구와 만날수 없게 되었다.
아쉬운 대로 평일에는 그냥 어떻게든 다른 방식으로 중량을 치고.
주말에는 교단으로 가서 직접 확인하겠다는 핑계로 운동 좀 하려고 했었 다.
그런 상황에서 학술답사라는, 1학년이라면 필히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생겼다.
귀찮은 건 여전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녀오자는 마음이 생겨났다.
“제가듣기로 燚학년 선배들은 작년에 동쪽을 다녀왔다고했습니다. 이번 에는, 음…. 아. 여기 나와 있습니다. 카일님. 이번에 1학년들이 향할 곳은 제 국 남부라고 합니 다.”
“…어디요?”
“제국 남부입니다!”
순간 드는 생 각. 서쪽의 왕국 연합을 탈출하여 남쪽으로 튀 었다는 로이 더 들.
당장 쫓아가서 족쳐야 하나 싶은데 일단은 명분이 필요해서 얌전히 있었 다.
그런데 우연인 것인지, 아니면 우연 같은 필연인 것인지, 남부로 향하게 되 었다.
“제 가 보기 에 는 남부에 서도 아마 바다 근처로 향하지 않을까 합니 다. 지금은 제국 남부 지역으로 복속된 남쪽 왕국들과 해전을 치른, 역사적인 의 미가 있는 장소도 있고, 그 외 에 독립 영주들과 교역을 하는 도시도 근처에 많으니 까 말입 니 다.”
옆에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넬의 이 야기를 들으면서 카일은 생 각했다.
이렇게 된 거, 아예 조용히 처리하고 나올수 있지 않을까.
자그마치 燚주나되는 기간이면 충분히 가능한시간이라 할수 있었다.
‘그로이더들이 섬에 처박혔다는게 문제이긴 한데….’
정상인이 라면 배편을 생 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일은, 존 나센은 전혀 달랐다.
수영하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