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19화 嗲노력이 부족하다! 부족해!!
“이렇게 하면되는 건가요?”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던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카일의 앞에 선 엘가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스쿼트 자세를 취한 다.
“음. 지금보다 발을 조금 더 넓게 해볼까요?”
“넓게… 카일. 발을 넓게 해야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고관절이 찝히면 무릎에 과한무리를 줄 수 있고, 허리도 말릴 수 있어요. 이 스쿼트라는 게 잘못된 자세로 하면 무릎이나허리 같은 곳을 다칠 수 있거 든요.”
무릎과허리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한번 다치면 정말끔찍한 곳이다.
그런 곳을, 다른 것도 아니고 운동하다가 다치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다 •
존 나센에서도 단련을 하다가 허리나 무릎에 통증을 느끼면 무조건 그만 둘 정도다.
단련은 언제, 어느 때도 할 수 있지만 다치 면 전부 불가능하니 까.
‘이런 질문. 아주 좋습니다, 공녀님.’
시키는대로하는것도 좋지만, 왜 이렇게 하는지 궁금해 하는것도 좋다.
물어보고 알아가면 더 확실하게 기억에 남고, 기억에 남으면 어떤 방식으 로든 이득이니까.
운동에 열의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로 카일은 찬사를 보낼 수 있었다.
“좋아요, 엘가님. 자, 그 상태에서천천히. 허리가 말리지 않도록.”
“지금자세가 이상할 거 같은데… 조,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아뇨, 아뇨. 지금도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자세 가 제 대 로 잡히 지 않으면 안 하느니 만 못 한 무산소 운동, 스쿼 트.
모든 단련에서 정자세가 기본중의 기본이라지만스쿼트는 특히 더 그러 하다.
허 리와 무릎 각도가 정 말 중요해 서 , 하면서 계 속 자세 교정을 받아야 한다 •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카일 본인도 초반에 꽤나 애를 먹었다.
자신만의 인체 구조에 맞춰 조금씩 자세가 달라져야 하기에.
전문가가 가득하다는 존 나센에서도 아무 거나 따라하다간 큰일 날수 있 다.
‘그래도 정말 운동 좀 했던 것 같은데嘗 자세도 생각보다 잘 나오고, 지친 기색도 없어.’
스쿼트를 처음 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허벅지가 덜덜 떨렸을 것이다.
한 번 내 려 가고 올라오는 것조차 힘 에 겨워 하는 모습이 보였을 터 .
하지만 엘가는 그런 기색 없이 무척 잘 해내고 있는 중이다.
저 앞에 서 귀 족 영 애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운동할 생 각이 없는 것과 확연 히 차이가 난다.
이것이 바로 대공가 영애의 기본적인 소양이라는 것인가!
속으로 박수를 치며 카일은 조금만 더 해보자고 엘가를 보챘다.
하지만 갑자기 너무 무리를 한 것일까?
엘가의 표정이 살짝굳는가 싶더니 뒤로몸이 기운다.
아래에 매트가깔려있다지만 충격이 아예 안가는게 좋은 일.
재빠르게 엘가를 붙잡은 카일이 천천히 그녀를 바닥에 앉혔다.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한 겁니까?”
“아니에요, 카일.그건 아니고그냥갑자기 힘이 빠진 것 같아요.”
“무릎이나허리에 통증이 있으신 건 아니고요. 잘느껴보세요. 혹시 모르 니…”
트레이너로서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걸까.
눈앞의 회원님 이 어디 까지 할 수 있는지,계속 확인을 해 야 했는데.
여타 영애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너무 흥분했던 모양이다.
“죄 송합니 다, 엘 가님. 제 가 계 속 확인해 야 했는데.”
“계속 보고 있었잖아요. 그냥 내가 힘들어서 쓰러진 것까지는 불가항력이 에요.”
그렇게 말하던 엘가가 슬그머니 무릎 쪽으로 손을 뻗는다.
“무릎이 불편한 겁니까?!”
“예 ? 아뇨. 그냥 살짝 뻣뻣한느낌이 들어서 ….”
얼굴이 쩌적,하고굳은 카일이 급히 엘가의 다리를붙잡는다.
그리고는 정 말 조심스러 운 기 색으로 무릎을 살살 다루며 질문을 던진다.
“어때요.혹시 아픈가요? 조금이라도 아프면 말을해줘야제가압니다.”
“괜찮아요. 네, 그렇게 해도 멀쩡하고요.”
열심히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카일을 바라보면서.
엘가는 제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역시, 이게 정답이었어.’
카일의 이런 목소리,눈빛,그리고행동까지, 전부처음이다.
온 몸 가득 미 안한 기색과 염 려스러움이 잔뜩 느껴 진다.
여태까지 자신을 보던 카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행이네요. 일단무릎은 아무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카일. 무릎보다는 그… 종아리가 조금 당기는 것 같아요.”
“종아리요? 음, 이렇게 보니 근육이 살짝놀란것 같기도하네요.” 징그러운 눈빛으로 제 손등에 입술을 맞추던 인간들과는 전혀 다르다. 카일은 ‘리토리오의 영애’를보고 있는게 아니라, ‘엘가’를바라보고 있다. 다른 때에는 공녀로서 대하던 그가,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러했다.
‘역시나….’
역시나, 자신은 이 사람을 가지고 싶다. 곁에 두고 싶다.
말도 안 되 는 경쟁 자가 많지 만, 그걸 전부 이 기고 당당히 쟁취 하고 싶다. 단순히 존 나센이라서, 내게 힘이 될 수 있어서,그게 다가 아니야.
곁에 있으면 어느 때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아.
다 잊은 채 곁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이 사람이 필요해. 이 사내를원해. 카일을, 가지고 싶어.
“간단하게 근육 좀 풀어드릴게요. 그리고 조금 있다 스트레칭도 한 번 하 ”
•…
뭐 가 그리 걱정인지 조심스러운 손길로 제 종아리를 주무르는 카일.
차라리 흑심이라도 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는 기색조차 없다.
그게 무척 고맙고, 새롭고,또 기분이 좋아서. 엘가는 미소를 지었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본다. 조금만 더 내밀면, 손에 쥘 수 있다.
하지 만 일부러 닿을 정도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래 , 아직은 아니 다.
본인의 망설임 때문에 아쉽 게도 조금 뒤로 쳐졌다.
낙담하기도 했지만 카일의 말에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었다.
뒤쳐졌다면, 그만큼 더 노력해서 앞지르면 되는 것 아닌가!
‘대공가의 후계 구도에서, 둘째 오라버니를 지워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조금씩 차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던가.
여전히 지지 세력이 많은 오라비다. 그가 복귀하기 전까지 기다리면 힘들어진다.
다행인 부분은 그가 아직 정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자신이 나설 구석은 얼마든지 있다는부분이다.
‘시기적절하게 연합의 삼걸이 제국에 왔어. 일단 그 남자를 만나서 연합 온건파와의 대화 통로를 찾고, 이후 리토리오가 어디로 집중해야 할지 알아 내고 행동해야 해.’
때마침 종아리를 열심히 주무르던 카일의 입에서, 꽤나 흥미로운 주제가 나왔다.
“엘가님도조만간알게 되겠지만, 연합 강경파놈들이 남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제국 남쪽 어디였더라. 독립 영주들? 그 섬이 많은 곳? 그리로 말이 죠.하, 진짜… 답답해서.그걸 어떻게 놓칠 수가 있는지.몬스터 그까짓 거 쭉 쭉 찢어버리고 쫓아가면 될 텐데.”
몬스터를 찢는다고? 그게 되나? 안 될 것 같은데 嘗
아아, 아니 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 야. 남쪽, 남쪽이 중요해.
제국 남부, 섬으로 넘쳐나는 곳에 자리한 독립 영주들이 라.
그곳에 대해 누구보다 더 빠르게 접근해서 정보들을 캐내야할듯 싶었다.
널
솔직히 정말 이래도 되나, 많은 고민이 들었다.
티 샤에 게 ‘썸 ’을 제 안해놓고 이 번에는 엘가와 묘한 분위 기를 내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티샤와는 정말 연인 관계가 아니니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엘가와는되도록 깊게 얽힐 생각이 없었기에 망설임이 꽤나 컸다.
허나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엘가를 보고 있자니 차마 내칠 수가 없었다.
본인은 ‘나는 나쁜 여자에요!’ 라고 팍팍드러내려고 하지만, 전혀 나쁘지 가 않다.
그저 그렇게 보이려고, 해서 누구도 얕보지 못 하게 하려고 하는 ‘척’ 일 뿐 이다.
덤으로, 체력 단련을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진짜였다.
운동 좀 가르쳐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냉정히 거부할 수 있을까!
대공가의 영애라는 위치와는 달리, 엘가는 각종 맨몸 운동을 무리 없이 잘 따라왔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게 느껴졌고 어쩔 수 없이 그 노력에 약한 존 나센이다
•
결국 정신을 차려보니 엘가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큰일인데 . 이 럴 생 각까지는 없었다고.’
엘가는 어디까지나 파트너, 내지는 협력자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 그녀도 그 부분을 원하고 있는 눈치였었다.
리토리오 대공가의 영애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가문의 주인이 되 기를 원 하니까.
제 오라비 가 존 나센으로 인해 추락했다면 본인은 존 나센으로 비상하 려고 한다.
그걸 알기에 기꺼 이 협력했고 서로 주고받기를 반복했다.
당장이번에 실내 연무장증축이라는, 꽤나 달달한보상도 받지 않았던가.
하지만 연인은,글쎄. 잘모르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조금찝찝하다.
이미 티샤와는 굉장히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 황녀는 자꾸 결혼하자고 덤 비지.
거기에 엘가까지 정식으로 참전한다면 어째 굉장히 힘든 앞날이 펼쳐질 것만 같다.
‘이제라도 거리를둬? 냉정하게 잘라내?’
라고 생각했지만, 곧 ‘되 겠냐?’ 라는 답만 스스로에게 할 뿐이 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결국 자신이 원인 제공을 한 것이다.
티샤도 그렇고, 엘가도그렇고, 딱누가 다가갈 시기에 카일 본인이 들어간 거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뺀다면 주인공들이 알겠다고포기할까? 절대 그럴 리 없다.
“응. 니 업보 췘췘 알아서 버티세요.”
언젠가본인이 썼던 글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정말로 업보를 쌓을 줄은 몰랐는데 . 이 걸 버텨야 할 줄은 몰랐는데.
“오늘 고마웠어요, 카일. 다음에도 도와줄 수 있나요?”
“•••네. 아예 다음에는 기구까지 다루는 걸로하죠, 엘가님. 아,그리고!”
그 와중에 또 존 나센 의지는 눈치도 없게 발현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돌아가서 스트레칭 한번 더 하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살짝 뻐근할 수도 있는데 바로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풀어주는 게 좋습니 다!’ 라 고 떠드는것.
‘그러고 보니 아까도 너무 자연스럽게 몸 받아들고, 근육 풀어주고, 그러 고 있었지.’
당시 든 생각? 말해 무엇 하겠는가. 오로지 몸 걱정이 전부였다.
엘가라는 여자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회원님의 몸 상태에 대한 걱정 말이 다.
무릎 다치면 큰일인데.허리 다치면 안되는데.그외 기타등등.
차라리 남자로서 응당 들어 야 할 마음이 라도 들었다면 모르겠다.
그랬다면 ‘이 몸은하렘을원하고 있군! 어쩔 수 없다. 이건 내 의지가 아니 야! 하렘으로 간다!!’ 라고 미친 척 할수라도 있을 텐데.
떠오르는 마음이라곤 ‘다치면 운동 어떻게 해 !’ 라는 게 전부라니.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돌아온 카일은 냅다문가에 설치한봉에 매달렸다.
자세를 잡고 반동을 거의 주지 않은 채, 턱걸이를 시작한다.
역시 고민이 생길 때는 그냥 떠오르지 않게 땀을 흘리는 게 최고다.
그렇게 한참 턱걸이를 하던 카일이 무언가 퍼뜩 떠오른 표정을 짓는다.
“•••아, 맞아.
하마터면 잊어먹을 뻔 했다. 봉에서 내려온 카일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위에 놓여 있던 펜을 들어 안부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황제 에 게는 알리 지 않는 게 좋다고 했지 만, 정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 다 •
나중에 ‘막내야. 왜 말 안 했니?’ 라고 따지는 순간할 말이 없어지니까.
‘그렇다고 또 존 나센 사람들 몰려오면 우리 불쌍한 황제 가 진땀 흘릴 테니….’
아카데미 헬스장 관리를 자신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 황제다.
그에 대한 아주 소소한 감사 인사라고 해두면 되려나 싶다.
人스 스人스— --1 •---1 •
카일이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살짝 우려스러운 일이 있는데, 너무 크게 걱정하지는 말라고.
막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거기 분들은 안심하고 계시라고.
“…으”
E그 •
그래 도 보험은 하나 들어두는 게 좋겠지 . 라고 생 각하며 끝에 이 말까지 적었다.
혹시나 일이 뜻대로풀리지 않으면, 따로 연락을 드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