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화 嗲 좋은 변화, 나쁜 변화
여자 친구. 여자 친구. 여자 친구라. 그 단어를 계속 중얼거리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로그거 때문에 이곳 아카데미에 온 것이다.
세 계 자체 가 로맨스 판타지 인데 , 계속 운동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남들 다 하는 것처럼 , 아카데 미 에서 여자 친구랑 연애 하고 싶다!
그러라고 만들어진 아카데미 아닌가!
제국의 인재를위한 곳? 미래의 일꾼들을 양성하는 곳? 아니다!
로판에서 아카데미의 용도는 단하나다! 온갖 연애의 장!
물론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티샤를 잘 대해주었던 건 절대 아니다.
처음에는 어찌 되 었든 주인공이었기에, 그 흐름에 편승 좀 해보려고.
으레 보곤했던 빙의물의 정석 루트를 따라가려고했던 카일이다.
‘하지 만 가장 큰 문제. 나는 본작 흐름을 전혀 모른다.’
소설 속에 존 나센이라는 세력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런 말도 안되는곳이 왜 존재하는 지, 그조차 알지 못 한다.
그 정도인데 , 당연히 무료 회 차 이후의 스토리는 알지도 못 한다.
아는 거라곤 한 번 훑어본 댓글들로 유추해낸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본작흐름에 편승? 의미가 있겠는가? 이게 흐름이라는 것 도모르는데?
결국 빙의물의 정석 루트 따위, 카일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다.
그리고그 말은, 티샤에게 향하는호의에 이유를 잃었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를 잘 대해주고 있다는 건, 마음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하렘에 미쳤던 놈은 아닌 것 같은데.’
볼을 긁적 이 며 앞으로 어찌 해 야 할까 고민들이 우후죽순 피 어 난다.
티샤, 정말좋은 여자다. 똑똑하고, 예쁘고, 주인공보정도 받고 있다.
본래는 이안과 이 어진다고 했으나 지금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당장 이안조차도요즘은 티샤보다 ‘카일에게 인정받기’ 에 열을 올리고 있 다.
여자 친구로 사귀 어도 아무 문제 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카일도 그러고 싶다.
엘가는 너무 부담스럽고, 성녀는 이성 친구보다는 살짝 지켜주고 싶은? 그런 느낌이고.
‘아카데미에서 사귀는 여자 친구’ 라는 조건에 가장부합하는 이는 티샤라 할수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하필 이 타이밍에 황녀가 너무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 다는 점.
‘티샤는 자기는 괜찮다고 하지 만…. 또 몰라. 황녀 가 어 떻게 변할지.’
황녀는 굳이 비유하자면 존 나센 사람들과 비슷하다.
고향 사람들이 운동에 집착하는 것과 비슷하게, 그녀는 자신에게 집착한 다.
그리고 그들의 운동을 막았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한 번 떠올리고, 다음 으로 소유하고 싶다느니 소유 당하고 싶다느니 한 상대가 정작 자신은 무시 하고 다른 여 자랑 하하호호 웃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 • •.
“카일 형제님?”
앞에서 들린 목소리에 움찔 놀라서는 급히 앞을 바라본다.
문을 열고 선 성녀가, 왜 들어오지 않고 서있냐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예배당까지 와서는 잡념에 잠겼었음을 자각한 카일이었다 •
“무슨 일 있으신가요? 바로 앞에까지 오시곤들어오지도 않으시고요.”
“아, 네. 그… 고민거리가좀 생겨서요. 그러니까….”
라고 말하던 카일은, 자신 앞에 선 이가다름 아닌 성녀임을 깨달았다.
주인공이 아닌, 그냥 가끔 튀 어 나오는 조연임 에도 인기 가 높던 여 인.
바로 이런 순간에 적절한 조언을 해주어 독자들의 고구마 해소에 일조했 기 때문이었다.
“성녀님.”
카일은 바로 제 고민을 성녀에게 털어놓았다.
그녀가 어떤 좋은 조언을 해주지는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면서.
물론 주어를 카일 본인이라고 하지는 않고 이야기도 적절하게 수정했다.
“•••음, 그러니까 어느 가까우신 형제님이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는 거군요. ”
“그렇습니다.그,완전 어쩔 줄몰라하는건 아닌데,확신이 없어서 조금은 난처하다고 했습니 다. 뭐 라고 해 야 할까. 한 놘할 이 상은 기운 것 같은데 나머 지가….”
“6할 이상이면 이미 답을 알고 계시는 거 아닐까요?”
“예 ?”
카일의 반문에 성녀가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사람 마음이란 건 참으로 이상하답니다, 카일 형제님. 아무리 부정적으로 생각해도, 그 안에 아주 조금의 긍정적인 마음이 있다면, 결국에는 그 긍정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죠. 또 반대로, 아무리 긍정적으로 여긴다고 해도 그 안 에 아주 조그마한 부정이 있다면 또 그쪽으로 기울고요.”
« ” …-
“그런 조그마한 것에도 결국 넘어지고 마는 게 사람 마음인데, 이미 놘할 이 상이라면 답은 정해졌다고봐요.그 형제님께 전해주세요.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가라고.”
마음 가는 대로 흘러 가라. 참으로 쉬운 말,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 다.
그럼에도 이렇게 멍하니 듣게 되는 건 성녀가 지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 까.
“고민은 길지 않아야하고,마음은굳게 정해야하며,행동은빨리 하는게 좋답니다.”
조금 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성녀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요.’ 라고 매 듭을 짓는다.
아, 하고 탄성을 흘린 카일은 꼭 그리 전하겠다고 답했다.
동시에 생각했다. 기다리고 있을누군가가, 너무오래 기다리지 않게.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면 괜찮지 않을까.
“도움이 되 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면… 슬슬 시작할까요?”
“네,슬슬 시작하시죠.”
카일의 말에 성녀가핫! 하고 힘차게 기합을 넣었다.
이제는 정말 자신 있다면서, 꽤나 능숙하게 푸쉬 업을 준비한다.
“두고보세요! 오늘은꼭 열 번을 넘기고 말테니까!”
“많이 하실 수 있다면 하시는 게 좋죠. 하지만 무조건 많이 한다고 꼭 좋은 건 아닙니다. 성녀님. 몸이 다치지 않게 스스로를 알고또 돌아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도 열 번은 너무 적다고 하셨잖아요!”
“물론그렇죠.그러니까오늘은꼭 열 번 이상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성녀에게 운동을 강권한지도벌써 세 달이 다되어간다.
그 시간동안 성녀는 정말 열심히 했다. 누가 봐도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그 노력에 비해 돌아온 결과물은 너무 낮다는 게 문제였다.
얼른 기본 체력을 제대로 쌓아야 다음으로 넘 어갈 수 있다.
애들만도 못 한 상체 능력으로는 원판은커녕 봉을 드는 것조차 힘들 거다.
맨몸 스쿼트도 힘들어하는데 하체를 할 수 있겠는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성녀보다는 나을 것이다.
심지어 성녀는 열의와 노력도 지녔는데 결실이 잘 안 나온다.
그러니 그런 성녀를 바라보는 카일은 당연히 죽을 맛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힘 찬 목소리 와 함께, 성 녀의 푸쉬 업 이 시 작되 었다.
“하나, 둘셋….”
다행히도 자세만큼은 카일이 가르쳐준 대로 정자세를 유지한다.
혹시 나 자세 까지 엉 망이 면 정 말 답이 없었는데, 그나마 불행 중 다행 이 다.
“여덟 아홉… 열….”
일단 열 개까지는 어렵지 않게 도달했다. 이제 이 다음이 중요하다.
과연 성녀는 어디까지 성장했을까. 얼마나 할수 있을까.
아직도 푸쉬 업 한 개 하고 신을 찾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순간 카일도 옆에서 같이 신을 찾지 않았던가.
부디 이 착하고 아름다운 성녀에게 운동할수 있는 힘을 주라고!
“열… 하나. 열… 둘….
“잘 하고 계십니다, 성녀님. 자. 조금만 더. 힘 드시 다면 하나만 더!” 악마의 속삭임에 버금간다는 ‘하나만 더 !’ 가 출현했다.
누구는 그 말에 힘 이 쭉 빠진 다고도 하지 만, 성녀는 아닌 모양이 었다. 이를 악물고서, 새빨개진 얼굴을 한 채,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재차팔에 힘을주며 다시 한번 상체를위로 일으키는데에 성공했다.
“여,열셋…!”
“한번 더 하실 수 있겠어요? 가능하시면 계속하시고, 아니면….” 선택권을 준다. 솔직히 열세 번도 많이 한 거다.
이대로 엎어지거나 무릎을 꿇고 일어서도 박수를 칠 일이다.
하지만 성녀는 다시 한 번 상체를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하,할수 있어요. 카일 형제님께 보여드리려고… 진짜노력했어요…!”
성녀의 몸이 힘겹게,느리게,하지만 확실하게 올라온다.
열네 번을 거쳐 열다섯 번을 향해 나아간다.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여,열다섯…!!”
그 말과 함께 성녀가 옆으로 한 번 몸을 굴린다.
그리고 그대로 깩!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곤 자리에 뻗어버렸다.
“여, 열다섯 개. 맞죠? 저, 제대로 했죠? 카일 형제님?”
“네. 정 자세로. 자그마치 열다섯 개나 하셨습니 다. 대 단하십 니 다. 고생하 셨어요, 성녀님.”
존 나센에겐 열다섯이 아니라 백오십 개를 해야 나올 법한 반응.
하지만 지금 학학거리며 거친 숨을 내뱉는 이는 성녀다.
얼마 전까지 푸쉬 업 하나에도 낑낑거리던, 극악의 운동치다.
그런 여자가 열다섯 개를, 그것도 정자세로 해냈다는 건 엄청난 결과물이 다.
“자, 똑바로 누워보세요. 몸 편히 두시고.”
파르르 떨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성녀의 두 팔을 조심스레 주물러준다.
딱히 안마까지 해줄 필요는 없지만, 어찌 되었든노력한 이에겐 고마운 게 당연하다.
최애캐이니 그런 걸 떠나서 훌륭히 잘 따라와준, 고생한회원님에 대한 감사함이랄까.
“이런 식으로 하면 스무 개도 금방이고, 나중에는 서른 개도 하시 겠습니 다.”
“그, 그건 좀 나중 일로 하면 안될까요?”
열다섯 개도 겨우 했는데 벌써부터 그 두 배를 논하고 있다.
겁이 난성녀가 애써 웃으며 그리 말하니 카일도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큼은 敢분, 아니 10분 이상을 쉬어도 좋을 듯 싶다.
“다행입니다.”
“뭐가다행이라는건가요?”
“헬스장 증축을 할 겁니다. 그 안에 성녀님을 위한 입문자 공간도 만들 생 각이거든요.”
헌데 그 입문자들보다도 더 약한성녀라서, 걱정이 좀 컸다.
변화가 없으면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서 계속 그녀를 봐줘야 한다는 건데.
언제고 맨몸 운동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기구도 적당하게 써야 한 다.
“글쎄요. 괜히 제가 갔다가 카일 형제님만 더 바빠지실 것 같은데 ….”
“음확실히, 그럴수도 있겠네요.”
황녀 만큼은 아니 어도 성 녀의 존재 감 또한 대 단한 축에 속한다.
그런 인물이 헬스장에 와서 운동을 한다면, 불청객들이 자꾸 꼬일 터.
감히 신성한 헬스장에 운동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오는 놈들이 늘어날 것 이다.
‘하지 만 성 녀님도 슬슬 제 대로 된 운동을 하셔 야 하는데 .’
잠깐 고민하던 카일은,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냈다.
“성녀님. 허면 이건 어떻습니까?”
“뭔가요?”
“이곳을 성 녀님 만을 위 한 헬스장… 그러 니까, 운동 장소로 만드는 겁니 다
“지금도 그렇게 쓰이고 있지 않나요?”
성녀의 물음에 카일은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어찌 기구 하나 없이 헬스장이 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신성 모독이 다! !
“음… 그러면 교단에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마침 내일 교단에 갈 일이 있 는데… 아! 카일 형제님! 그 때 아예 동행하셔서 예하께 같이 말씀을 드리는 건어떤가요?!”
“저까지요?”
내일은 일요일. 아침부터 빡세게 유산소 조지고 하루 종일 헬스장에 있으 려고 했는데.
굳이 본인까지 같이 가서 개 인 헬스장 신설 의 견을 전달해 야 하나.
라는 의문이 카일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찰나였다.
“네! 카일 형제님도 보셔야죠! 요즘 교단의 사제 분들이 얼마나 튼튼해지 셨는지요!”
“오.,,
그건 그거대 로, 꽤나 끌리 는 제 안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