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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07화 (107/318)

<107 화 嗲 좋은 변화, 나쁜 변화

“여자친구… 생각은 없나요?”

티샤의 그 물음에 카일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嘗 라고 반문하지 않는다. 제대로 못 들었다고, 다시 말해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또는 멍청하게도 ‘글쎄요?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라고 답하지도 않았다.

“머 저리 에 게도 배울 점은 있다. 나는 저러면 안 되 겠다, 라는 교훈.”

그 교훈을 잊고 그런 답을 한다면, 똑같은 머저리 가 되는 것이다.

원작의 흐름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결심했으니 걱정할 일도 없다.

왜 저런 질문을 하고 있겠는가. 부디 정신적 고자 짓은 하지 말자.

슬그머니 티샤의 눈치를 살펴본다. 아닌 척 하지만,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 다.

본인도 물어봐놓고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괜히 물어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후회 가 바깥으로 선명히 느껴 지는 듯 하 다.

“여자친구요.”

“네네. 카일.그러니까제 말은….”

“사귀고 싶죠. 여자친구.”

“네?,,

“가능하다면 사귀고는 싶어요. 아카데미 생활중에 그런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으니 까. 원 래 사회 에서보다, 학창 시 절 사귀 는 이성이 더 애틋하고 더 기 억에 남는다고 했던가요. 여자 손 대신 바벨 봉만 잡았더 니 더더욱 그래요. ”

가능하다면 사귀고 싶다.그 말에 티샤의 표정이 몇 번 뒤바뀐다.

사귀고 싶다, 에서 환해졌다가 ‘가능하다면.’ 에서 당황하는눈치다.

부정형인지 긍정형인지 확신을 할수가 없는 대답이니 당연했다.

“다만 문제 가 하나 있다면, 제 가 지금 굉 장히 난처한 상황이라서요. 어떤 한 사람이 자꾸 옆으로 다가오려고 해서. 다가오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네 요.

“아, 아아!”

카일의 말을 들은 순간, 티샤의 머 릿속에 한 여자가 떠 오른다.

敢황녀,제국 10강, 율리 카 제 바스티 안로비사 드 로트링겐.

아마도 그녀를 말하는 것일 터. 아니, 확실하다. 카일이 말하는 사람은 황 녀다.

카페에서 만난황녀는 대놓고 카일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니, 마음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했던가? 애틋함 따위는 조금도 없었던 것같은데.

애당초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것부터 이상하긴 했다.

‘카일도황녀님께는 딱히 마음이 없는 것 같아.’

얼마 전 봤던 카일의 표정만 생각해도 그렇다.

황녀이니까 어울려준다는, 약속을 했으니까 일단 들어준다는, 그런 느낌 이 들었다.

그걸 자신만느낀 게 아니라 엘가도 느끼고 성녀도 느꼈다.

다만 황녀만이 계속해서 카일에게 달라붙어서는 제 뜻대로하려 했을뿐 이다.

그럼에도 상대는 황녀다. 황제의 적녀다. 그리고 제국 10강이다.

그녀가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열에 아홉은 결국 이어질 것이다.

카일의 성격이 모나지 않다는 걸 제외한다고 해도 황녀’ 이지 않은가.

황가의 일원이 된다는것은 엄청난특권이자 거대한 선물이다.

일개 평민에 불과한 티샤조차도 그 부분은 확실히 알고 있다.

다시는 없을 영광, 절대 오지 않을 행운, 그 외의 온갖 미사어구로도 부족하다.

귀족으로서 황가에 속한다는 것은 평민이 귀족이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 이다.

‘혹시 카일도… 황가의 일원이 되는 것에서 고민하고 있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가슴 한켠이 확 아려온다.

혹시, 정말로 혹시나 황녀 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노력 한다면 카일이 황녀 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봐주지는 않을까, 그리 생각했다.

힘들겠지만, 가능성이 낮겠지만, 아예 불가능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래서 요즘 들어 더더욱 주술에 매진했고 주변 시선도 신경 썼다.

‘마녀’ 소리가그렇게 거슬렸던 적이 없었는데 요즘에는그마저 부담스러 웠다.

그 작은 부분 하나, 하나가 카일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생각하니 어쩔수 없었다.

당장 이런 말도 안 되는 옷을 입고 파티에 슬쩍 모습을 내놓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도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역시 평민으로서는….’

아직 카일이 확답을 내놓은 건 아니지만 이미 밀린 느낌이 역력했다.

저렇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부터 이미 황녀의 계획이 일부 성공했다는 것 이니까.

속으로 쓰린 한숨을 흘리며 티샤가 막책 한권을 집어 드는 순간이었다.

“그누구 때문에, 여자친구가불안해할까.그게 마음에 걸려요.그래서 고 민중이에요.”

카일의 대 답에 티 샤는 에 嘗 하고 저도 모르게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니까그의 대답은, 상대가황녀여서,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는게 아니 라.

황녀가 자꾸 달라붙어서 자칫 여자 친구가 부담을 느낄까, 그게 걱정이 되 어서 함부로 그 여자 친구를 사귀 지 못 한다는 말이 었다.

‘황녀’ 가 아니라‘여자친구’ 쪽을 더위하고, 또 생각한다는 뜻이 었다.

황녀님 때문이 아니 라, 여자 친구가 걱 정되 어서 그랬다고….’

조금 전까지 마음속에 차오르던 서글픔이 갑자기 사라진다.

불안감과 초조함도 없어 지고, 그 사이로 혹시 嘗 하는 기대 감이 자리 한다.

“그러면… 여자 친구가불안해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준다면, 어쩔 건가요 ?”

“고민은 좀 하겠죠. 걱정도 좀 하겠죠. 하지만 결국에는 사귈 것 같네요.”

거기까지 들은 티샤의 얼굴에 발그레 홍조가 떠오른다.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대답을 정말듣게 되다니, 이건 상상하지도못했다.

자신이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카일도 다 알고 있을 텐데.

저 런 대 답을 하고 있다는 것은 꽤나 긍정 적 이 지 않은가!

“카일.”

벗겨졌던 구두를고쳐 신고, 흐트러졌던 옷을 가지런히 정리한후.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맞은편에 위치한 이의 이름을 불러본다.

“당신의 여자친구가될 누군가는, 그걸 이겨내려고 할 거예요.충분히 이 겨낼 거예요.”

“어찌 그리 확신하나요? 무척 힘들 텐데.”

“당신은 그럴 가치 가 있는 남자 친구니 까요?” 티샤의 대답에 카일이 한번 웃고서는 답한다.

“저는그렇게 대단한사람이 아닌데요.”

“대단해요. 당신만 모를 뿐이에요.”

정말로 ‘대단해서’ 대단한게 아니다.

때로는 사소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게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조그마한 곳에서 오는 마음, 사소한 부분에 서 느껴 지는 따스함.

본디 사람의 마음이란그 조그마한무언가에 휙, 넘어가는 게 아니었던가.

“제 가 대 단한가요? 해봤자 남들보다 조금 잘 생기고, 조금 몸만 좋은 게 다인데.”

짐짓 카일이 농담을 던지니 티샤도 이번에는 여유롭게 받아낸다.

“카일이 잘 생기긴 했죠? 그리고 몸이 조금 좋다고 하면, 다른 남자들은 어떻게 해요.”

“더 노력해야죠.원래 노력하면 다됩니다.몸은 거짓말을하지 않아요.”

운동 이 야기로 빠지 려고 하니 또 슬슬 끼를 보이는 카일.

그 전에 재빠르게 그를 제지한 티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민해 봐요, 카일. 여자 친구 사귀는 거. 어떤 ‘누군가’ 는 당신의 대답을 아주 오랫동안, 계속. 계속 기다릴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티샤가 이만 가보겠다며 책 몇 권을 끼고선 몸을 돌린다.

평소라면 같이 가자는 말을 할 그녀인데, 오늘은 먼저 가겠다고 한다.

아마도 어떤 ‘누군가’를 위해서, 여자 친구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라는 뜻 일터.

“티 샤.”

그 누군가를 향해, 카일은 짐짓 아무 것도 모르는 체 질문을 던진다.

“궁금해서 그런데요. 왜 그 누군가제 여자 친구가되고 싶어 할까요? 그 누군가도 충분히 멋진데. 충분히 대단한데. 그래서 누구의 여자친구든 될 수 있을텐데요.”

카일의 그 질문에 티샤가 싱긋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1초의 망설임이나 고민도 없이 답한다.

“카일이니까요?”

티샤의 얼굴에 떠오른 홍조가무척 예쁘다는 생각이, 문득 카일의 머릿속 에든다.

이렇게 보니 저 검은 드레스하며,굽이 높은구두도굉장히 잘 어울린다.

보라색의 머 리 칼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게 보기 참 좋다.

“그러니까, 고민해 봐요. 카일. 당신의 여자 친구.”

카일과 헤 어 지 는 순간만 해도, 티 샤의 걸음걸 이 는 여유로웠 다. 또한 우아 했다.

하지만 敢층을벗어나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니 걸음이 점점 빨린다.

종국에는드레스자락이 휘날릴 정도로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간다.

타타탓-.

순식 간에 1층까지 다다른 티 샤는 속도를 줄이 지 않았다.

아직 많이 익숙하지 않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보다훨씬 중요한, 훨씬 더 신경이 쓰이는 일이 바로 직전 있었기에!

“고민해 봐요, 카일. 여자 친구 사귀는 거. 어떤 ‘누군가’ 는 당신의 대답을 아주 오랫동안, 계속. 계속 기다릴 테니까요.”

미쳤어! 결국 저지른 거야, 티샤?! 진짜그런 말을 해버리다니 !!

카일은 절대 바보가 아니 다. 눈치 가 없는 남자도 아니 다.

자신이 말한 ‘누군가’ 가누구인지. 기다리겠다는 이가누구인지, 이미 알 고 있을거다!

그럼에도 무슨 용기가 나온 것인지, 부끄러움은 다 잊어버린 건지.

기어코 마음에 품고 있던 말을, 걱정과함께 전부쏟아낸 자신이었다.

“하아, 하아….”

순식간에 제 방까지 들어온 티샤는그대로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원래 라면 당장 책상 앞에 앉아 주술 책을 펴고, 새로운 주술을 연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흥미로운 주술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전했어. 확실하게, 전했어. 그리고….’

그리고 답을 받았다. 걱정하던 부정적인 답변이 아닌.

자신 또한 여자 친구를 사귀 고 싶다는, 지극히 정상적 이고 긍정적 인 대 답 을.

‘황녀님 이 자꾸 들이대서 갈등하는 게 아니라. 여자 친구가 황녀님 때문에 불편할까.그게 걱정이어서 그렇다고.’

카일의 고민을 알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하나.

여자 친구는 그런 불편함 따위 생각에도 없다고. 자신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그 확신을 남자 친구에게, 카일에게 주는 것이었다.

“ 아.”

문득 뭔 가 생 각난 것인지 , 자리 에서 후다닥 일어난 티샤.

이후 그녀는 메모지에다가 무언가를 바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 카일도 여자 친구 생각이 있어. -- 확신 주기. 중요 (별표시) -- 굽이 높 은 구두, 노출이 심하고 치렁치렁한드레스 금지. -

“으음….

잠깐 고민하던 티 샤는 맨 마지 막 부분에 줄을 쭉 그었다.

잘 어울린다고, 예쁘다고 하던 카일을 생각하곤 다시 적어나간다.

- 평소복장, 그러다가 가끔은 예쁘게 꾸며도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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