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화 嗲 좋은 변화, 나쁜 변화
리토리오 대공과의 만남은 아주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끝났다.
‘•••아닌가. 그냥 나만 만족스러운 것이었을 지도?’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오버를 한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헬스장, 그러니까 실내 연무장의 넓이만 문제가 아니라 안의 기구도 중요 하다.
샤워실도 설치해야 한다. 더 좋은 냉방 및 난방 마법도 설치해야 한다, 그 외기타등등.
敢분도채 지나지 않아서 요구 같은의견제시를 말그대로쏟아냈다.
기부를 한다는 사람 앞에서 돈 좀 팍팍 써 달라는 말을 한 셈 .
그럼에도 리토리오 대공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다 들어주었다.
정말 고마워서, 그래서 전부 들어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 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수긍하고 경청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보다더 넓어진 헬스장. 기구도 더 많은헬스장.바로 옆에 샤워실까 지 있는헬스장.’
실내 연무장으로 돌아와서 기구 앞에 앉은 카일의 머릿속엔, 그 생각만 가 득했다.
지금도 충분히 넓지만 이보다 더 넓은 헬스장이라니. 새 기구가 들어온다 니!
성녀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 아직 한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해서 가볍게 상체나좀하다가 갈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된다.
‘기구는 북쪽에 주문하라고 하고. 바닥은 땅 데드가 가능하도록 하고. 샤 워 실도 최 대 한 넓 게 해서 불편한 요소를 줄여 야지. 그래 야 운동하는 사람들 도편해.’
그런 생 각들만 하다 보니 하고 있는 거라곤 바벨 컬이 전부다.
다른 동작을 하려고 했지 만 멍하니 생 각에 잠기 면 또 바벨 컬만 하고 있다
도저히 운동을 할 상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끄응, 침음을 내뱉은 카일은 고민에 빠졌다.
시간은남고.그런데 운동을하자니 집중이 안되고.
잠깐 생각하던 카일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바로 옷을 챙겨서는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주술 동아리 가 생겼다고 했었지. 한 번 구경이나 가볼까.’
현실 세계의 대학교를모티브로 삼아서 그런 것일까.
아카데미에는 동아리라는 모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듣기로는, 저번 아카데미 습격 사건 이후 주술이 재조명되 었고 그 로 인해 주술 동아리가 신설되 었다고 했다. 동아리장은 당연히 티샤였고 말 이다.
“실례합니다.”
주술 동아리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몇몇 학생들이 카일을 맞이한다.
신입생 두 명, 燚학년 두 명. 그리고 톞학년과 4학년이 각각 한 명.
공통점 이 있다면 그들 모두 평민 학생 이 라는 점 이 었다.
“어, 어어! 카일! 카일 존 나센!”
“진짜 카일존 나센이다!!”
네 , 카일 존 나센 맞아요. 그러니 까 무슨 특전물 주인공 보는 것 같은 시선 은 치워줄래요?
“안녕하세요. 여기 주술동아리 맞죠?”
“네. 아, 혹시 티샤 양 만나러 오신 건가요?”
티 샤 이 야기 는 꺼 내 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티 샤 이 야기 가 나온다.
그에 카일은 저도모르게 ‘아, 네.’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티샤 양은 조금 전에 도서관에 갔어요. 주술 동아리 활동은 조금 전에 끝 났거든요. 여기 남은 사람들은 책 정리 중이었고요.도서관으로 한번 가보세 요.”
“아… 네. 알겠습니다.고생하세요.”
원래는 주술 동아리를 구경하려고 온 건데. 또 생각해보니 티샤가 없으면 조금 그렇다.
죄 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이 야기하기는 좀 부담스럽 다.
그렇다고 이름 있는조연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얼떨결에 티샤를 보러 이번에는 도서관으로 향하게 되 었다.
그녀가 있을곳이야당연히 주술서적들이 있는 敢층이다.
계단을 올라 敢층에 다다른 카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학생들도 좀 많이 올 거라고 여겼는데-. ’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사서 외에는 아무도 없는 층이다. 아주 조용하다.
심지어 사서도 꾸벅꾸벅 조는 걸 보니 아예 사람들 왕래가 없는 것 같다.
아주 잠깐이 나마 인기몰이 에 반짝했으나 다시 가라앉은 모양이 다.
이 미 마법 이 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는데 주술에 또 시 간을 투자하긴 아까 운 것일까.
사실 그럴 거라곤 예상했다. 불확실한 주술보다는 확실한 마법이 있지 않 은가.
가능성을 보였다곤 하나 아직까지는 마법이 훨씬 위에 있다.
아마도 티샤 또한 그 부분을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티샤가 더더욱 주술에 매진하고 있는 걸지도.’
본인이 찾아준 그 책으로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을까.
물어보고 싶은데, 확인하고 싶은데, 본인은 주술에는 문외 한이 다.
설령 듣는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 물어보나 마나일 터.
“티 샤?”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서 이름을 불러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이곳저곳을 돌며 오늘도 주술에 흠뻑 심취해있을 그녀를 찾아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일은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읏….”
책장의 가장윗부분에 있는 책을 꺼내려고하는것일까.
사다리에 오른 채 손을 뻗고 있는 티샤. 헌데 그모습이 좀 많이 위태로워 보인다.
‘어째 저러다가 넘어갈 것 같은… 내 저럴 줄!!’
말이 씨가된다고 했던가. 입이 방정이라고 했던가.
티샤가 조금 더 손을 뻗는 순간 사다리 가 크게 흔들렸다.
그로 인해 가장 위 에 있던 티샤도 흔들리고, 무게 가 쏠리니 넘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대로 넘어지면 자칫 크게 다칠 수 있다.
혹 바닥을 잘못 짚으면 근육이나 뼈를 다칠 수도 있다.
바닥이 대리석이니 머리부터 떨어지면 정말큰일이다.
다행히도 카일은 생각보다몸이 더 빠른 축에 속했다.
“ 아!”
쿠당탕!-
투투툭!!-
사다리가 넘어지는 소리와 책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같이 들린다.
두눈을 깜빡이며 지금 자신에게 무슨 상황이 벌어졌나, 하던 티샤는.
“뭐합니까, 대체.”
“카, 카일?”
카일의 품에 자신이 쏙 들어가 있음을 자각했다.
멍하니 안겨있자니 조금은 엄한 눈빛, 그리고 목소리 가 날아든다.
“편한 옷도 아니고, 굽이 높은 구두까지 신고. 그러고서 사다리를 타다니, 제정신이에요?”
그제야 티샤는 사다리가 넘어가면서 자신이 떨어졌다는 것.
그 순간 카일이 재빠르게 자신을 받아준 것까지 알 수 있었다.
“진짜큰일날뻔했네.”
혀를 한 번 찬 카일은 옆으로 손을 뻗 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티샤가 신고 있던 검은 구두를 흔들어 보였다.
굽이 꽤나높은 게, 그녀가평소 신던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거 신고 다시는 사다리 타지 마요.”
“네,네. 미안해요. 카일.”
“옷도 그래요. 그렇게 치렁치렁한 옷 입고서… 하아. 진짜, 크게 다칠 뻔 했 잖아요.”
티샤가 입고 있는옷은 평소 입던 게 아닌, 검은색의 드레스.
심지어 보통 드레스도 아니다. 굉 장한 고급 원단에,여인의 매력을 흠뻑 내보이는 종류다.
살색이 너무 많이 보여서 뭇 남학생들이 므흣한 시선으로 볼 정도였다.
“어디다친 곳은 없죠?”
“네.덕분에요. 카일은요?”
“멀쩡하죠. 좀 놀랐다는 것만 빼면.”
카일이 이제 슬슬 비켜달라는 듯 옆구리를 콕콕 찌른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티샤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급히 비켜났다.
“그,고마워요. 카일.”
“별 거 아니에요.”
답하는 카일의 목소리 가 조금은 쌀쌀맞다.
몸을 소중히 여기는존 나센으로서 지극히 어쩔 수 없는 반응.
다만 티샤 입장에서는 그걸 모르니 어찌 할 줄 모를 수밖에.
소심 한 몸짓으로 떨 어 진 책 들을 주워 든다.
사다리를 옆에 바로 세우고 내심 속으로 ‘흐잉!’ 하고 훌쩍거리는데.
“옷 예쁘네요.”
본인도 쌀쌀맞은 목소리를 냈다는 걸 눈치 챘던 걸까.
뒤에서 카일이 지나가는 말투로 그리 말하니 티샤가고개를 돌린다.
“네…?”
“옷 예쁘다고요.”
“아,아”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카일의 물음에 티샤는 고개를 젓고서는 말했다.
“주술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저를 보는 사람들도 많아져서요.
그런데 평소 하던 것처럼 하고, 또 입고 다니면 괜히 평민이라고 비웃음을 당 할까….”
그러니까 쏟아지는 시선과 관심들에 비례하여 조롱도 많아질까.
하여 그동안 무관심하게 흘려보내던 복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리였 다.
티 샤의 말을 들으니 왜 그녀 가 이 런 화려한 드레스와 구두까지 신었는지 이해가 갔다.
“•••그래도 이건 좀 과해요. 일단드레스부터, 노출도 너무 많고 너무 치렁 치렁해요. 그냥 평소처럼 입던 대로 입도록 해요. 티샤는 그래도 충분히 예쁘 니까.”
“아,네. 네. 그러도록 할게요.”
카일의 말에 티샤는 정신없이 고개를끄덕였다.
사실, 하나가 더 있다. 이런 차림을 한 이유.
자신이 이런 부끄러운 차림을 한, 차마 카일에겐 말하지 못 한, 두 번째 이 유.
얼마 전 있었던 여인들의 회담 이후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 거 기까지는 좋아. 그런데 끝까지 친구로만 남겨지면 ….
그건 조금, 아니 좀 많이 슬플 것 같다. 그리고 많이 힘들 것 같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변화가 필요함을 실감했다.
해서 그동안 파티에 참석하는귀족 학생들의 복장도 보고, 여러 책들도 보 았다.
남성들의 마음을, 아니 카일의 마음을 확 잡아 끌 수 있는 모습은 무엇일 까! 하고.
‘평소처럼 해도 충분히 예쁘다고 했어.’
카일 입 장에선 그런 복장으로 사다리를 타지 말라는 뜻에서 한 말.
하지만 상황이나, 말에 또 생략된 부분이 많다 보니 충분한 오해의 소지 가 있었다.
무엇보다 카일 본인도 티샤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저도 모르게 조금은 진심을 담은 말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 카일.”
그리고 그런 흐름에 맞춰, 티샤도 조금은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혹시 말이에요. 그러니까, 정말로. 만에 하나. 정말혹시 해서 묻는 건데.”
“네, 티샤. 그 혹시, 만약, 뭐요.”
“•••그러니까. 그….”
꾸욱—.
들고 있던 책을 움켜쥐 던 티샤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 무조건 본인이 가장 먼저 할 거라 마음먹었던 말을 꺼 냈다.
“여자친구 생각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