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화 嗲 좋은 변화, 나쁜 변화
“작위는 받지 않겠습니다.”
이 조그마한 영지의 주인, 그러나 절대 작지 않은 인물, 다곤존 나센 남작.
그의 대답에 제국에서 올라온 이들이 난처한 기색을 보인다.
수십 년 만에 열린 수훈식, 그곳에서 존 나센이 황실의 훈장을 받았다.
정확히는존나센의 막내, 카일이 받았지만존나센을 대표한 것이기도하 다.
공을 세운 인물은 카일 외에도 두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다.
훈장은 카일이 받았다. 그리고 제국의 영웅 소리를 듣고 있다.
그리고 존 나센 또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게 맞다.
하여 황제는 특별히 더 높은 작위를 내 리고자 했다.
당장은 변경백이 있기에 바로 백작위를 주기는 모호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변경백을 불러들이고, 존 나센을 백작가로 임명하 려 했다.
변경백령을 거둔다는 것은 다시 말해 더는 그곳의 방비를 할 이유가 없다 느뜨
1— 才、•
존 나센을 전적으로 믿고, 그들을 중심에 세우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존 나센이, 작위를 받지 않겠다니 난처하고 또 당황스러울 수밖 에.
“존 나센 남작이시여. 작위는 황제 폐하께서 남작과존 나센의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입니다. 받지 않으신다면 폐하께서 무척 섭섭해 하실 겁니다.”
“이미 첫 번째 협정에서도 백작위를 거절했습니 다. 이제 와서 그걸 받을 이 유가 없지요.”
“하지만….”
“대신 다른 선물은 흔쾌히 받도록 하겠습니 다.”
존 나센 남작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세 남녀가 서있었다.
“한 달 주기로 10강을 포함한, 강자들을 존 나센으로 보내겠다. 난 이게 더 기쁩니다.”
제국은 강자들의 실력이 정체되지 않아서 좋은 일이고.
존 나센은 존 나센이 아닌 다른 곳의 실력자들과 겨룰 수 있어 좋다.
일일이 찾아가자니 그 시간이 아까워서 그러지를 못 했는데.
저들이 약속을 하고 한 달 주기로 계속 찾아와준다면 나쁠 게 없다.
이전부터 10강들이 찾아오곤 했지만그시기가 일정하지는 않았다.
헌데 이번 기회에 아예 한 달주기라는확실한 약조까지 받아냈다.
피땀 흘려 노력한 자들과 무를 겨루는 것은 단련만큼 즐거운 일이다.
비록 약하다고 해도 그 노력이 사랑스럽고, 흘린 땀방울이 귀할 것이다.
“이번에도 잘 부탁합니 다, 존 나센 남작님.”
가장먼저 입술을 뗀 인물은, 역시나 敢황녀 율리카.
강자와의 대련,특히나존나센과의 대련은 언제나즐거운 일이다.
특히 나 10강이 긴 하지 만 동시 에 황녀 이 기 도 해서, 제 눈치 를 보는 일이 잦 은데.
존 나센 사람들, 예로들어 리어나 카일은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냥 한 대씩 주고받으며 누가 더 강하냐, 누가 먼저 나가 떨어지냐, 그걸 가릴뿐이다.
“내가도대체 왜 또여기에….”
옆에서 한숨을 흘리는 인물은, 슬프게도 로건 스테판이 었다.
저번에 율리카와 동행하여 존 나센 사람들과 제대로 한 바탕 했던, 10강 의일원.
하여 이 번에 는 제 발 좀 빼 달라고 청 했으나 그대 로 묵살되 었다.
“아직 그대와 겨루지 못 한 존 나센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닌가?”
황제의 그한마디에 로건은꼼짝 없이 존 나센으로향해야만했다.
귀신 같게도, 실제로 일정 때문에 몇 사람과 겨루고 제국으로 귀환했던 것 이다.
그것만으로도 피곤해서 거의 며칠은 죽은 듯이 잠만 잤었는데 .
이번에는 아예 일정을 일주일이나 잡아두었으니, 죽었다고 복창해야 할 정도였다.
“형님.뭐 그리 죽을상입니까? 나는오히려 기대가되는데!”
로건 옆에 서서 그의 어깨를툭툭 두드리는, 굉장한 거구의 사내.
10강에서도 가장 단단한몸을 지녔다는 ‘스로드 슈나이더’ 였다.
그는 얼른 존 나센의 사람들과 겨루고 싶다고, 그리고 그들과 같이 단련 하고 싶다고.
굉장히 흥분되는 어조로 계속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 하루만 지나봐라. 그 말이 쏙 들어갈 거다.’
자신이라고 뭐 처음부터 불평불만만 했을 것 같나? 절대 아니다.
제국 10강은 검 좀 휘둘렀다고, 주먹 좀 쓴다고, 몸 좀 튼튼하다고 얻는 게 아니다.
모든 시간을 오롯이 제 실력을 위한 것에 투자해야만 한다.
단련은 선택이 아니다. 강제도 아니다. 그냥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게 되어야 한다.
그 정도가 되 어 야만 10강이 라는 호칭 에 어울리 는 무위 를 지 니 는 것이 다.
하여 모든 10강들은 어지 간한 단련 따위 단련으로도 생 각하지 않는다.
누구는 검 몇만번을 어떻게 휘두르냐고 하지만, 10강은 그냥 다해낸다.
여태 그래왔기에 어느 누구도그것에 대해 힘들다거나, 피하고싶지 않아 한다.
‘그럼에도! 젠장! 존 나센은 진짜그 이상이야!’
단련이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10강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한다 싶었 다.
선이라는 게 있는데, 존 나센은그 선이 본인들보다 저 앞에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쉬어야하는데 쉬지 않고, 당연히 관둬야하는데 관두지 않는다.
좋다고 하]•하! 웃는 스로드를 바라보며 로건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나마 율리 카는 애 당초 사람 자체 가 좀 특이해서 버틸 수 있는 거다.
자신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스로드는 아마 하루, 길어봤자 이틀이 한계일 것 이다.
“존 나센 남작이시여.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립니다. 작위는….”
황실의 특사로 임명된 이가 간절한 어조로 재차 운을 떼어본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굳이 내밀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황제의 뜻이다.
받지 않는 것보다 받는 것이 모두에게 더 좋은 일이다.
황제에게도, 존 나센에게도, 그리고 특사로 임명된 자신에게도!
“몸이 많이 허해 보이는군요.”
그러나돌아온대답은, 전혀 예상 바깥의 것이었다.
“영지의 아이들과좀뛰 어다니세요. 그러면 좀 나아질 수도 있을 겁니다.”
더는진전도 없는 이야기 할바에 가서 네 몸이나챙겨라.
이왕챙기는 김에 운동 좀 가르쳐줄 테니 한 번 해봐라, 라는.
그래도 황제의 특사라고 나름 신경을 써주는 존 나센 남작이 었다.
‘저 인간 죽었다고 복창해야겠군.’
로건 이 보기 엔 그냥 괴 롭힘 을 당하는 불쌍한 일반인 이 었지 만 말이 다.
[ 어떻게 설득은 불가능하겠는가? ]
요즘 들어서 진지하게 드는 고민 하나.
본인이 아카데미 학생인지, 아니면 공무원인지 헛갈리고 있다.
왜 자꾸 장관들이 찾아오거나 연락을 하는 것인지.
제국 쪽 공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잊을 만하면 등장이 다.
심지어 오늘은무슨동네 아저씨 수준이 된 교육성 장관이 아니다.
저번에 딱한번 본 것이 전부인 내무성 장관이다.
“죄송합니다, 장관님. 아버지께서 이미 뜻을 정하셨다면 어머니를 제외하 곤 누구도 못 꺾 습니 다. 제 가 무슨 일을 해도 작위는 받지 않으실 겁니 다.”
저번에 슈렐리츠 대공이 지나가듯 언급했었던 작위 승작.
그에 카일은 그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귀 족들에 겐 승작이 야말로 최 고의 포상이 다.
정말어지간히 큰 공을 세우지 않고서는 승작 논의 자체가불가능하다.
승작이 쉽 다면 나중에 가서는 백작, 후작만 득실거릴 테 니까.
하지만 존 나센은 다른 귀족 가문과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작위를 받은 것도 귀족이 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받은 것이다.
듣기 로는 남작위 가 아니 라 백 작위 를 주려고 했 었다고 한다.
그걸 당시 사람들이, 지금의 존 나센이, 작위는 됐다고 손사래를 쳐서 남 작위로 끝난 것.
“어차피 아버지는 10강과 다른 강자들이 한 달주기로 무조건 존 나센에 온다는 걸로 만족하셨을 겁니다. 그 정도면 황실에서 존 나센을 크게 대우해 주고 있다고 여기실 겁니다.”
[정말 그것으로 되겠는가?]
“예. 사정상 영지를 잘나서지 않는고향 분들에겐 그보다즐거운 일이 없 으니까요.”
어디를 가도 근손실 난다고 투덜거리는 게 습관이 되 어버린 존 나센이다.
어 차피 가는 곳마다 봉에 , 원판에 , 덤벨 이고 케 틀벨 이고 들고 다니는데 도 그런다.
그이외의 기구가 없어서 다른곳에 과부하를 주지 못한다나 뭐라나.
[ 정말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좀 그렇군. 황제 폐하께서 친히 내 리신 작위 인데 그걸 두 번이나 사절하다니. 심지어 이번에는 공도 확실하지 않은가.]
“이렇게 하시죠. 백작위를 받으면 그동안 친밀하게 지내던 변경백과 사이 가 모호해질까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겠다, 이렇게 말입니다.”
[ 제국과 마찰을 일으키 지 않는다는 더욱 확실한 이유 중 하나가 되겠군. ]
마법 통신 너머 내무성 장관은 더는 작위 승작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솔직히 카일에게 이리 연락을 한것도혹시,하는 마음에 한게 전부다.
그가 어떤 결정적인 수로 존 나센 남작의 마음을 돌릴 거라곤 기대도 안 했다.
[ 아무튼고맙네. 갑작스레 연락을취한 건데 이리 와주어서.]
당연히 올수밖에 없죠.복도 걷다가또시커먼 남자들이 모시러 왔는데.
이쯤 되 면 학장실이 정말 학장을 위한 공간인지 , 아니면 만남의 광장인지 헛갈릴지경이다.
학장도 차라리 장관들과 카일의 접선 장소를 따로 만들까 고민 중이 기까 지 했다.
‘다행 이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는데 핑계 거리가 생겨서.’
우리 교수님께서는도대체 왜 강의를 항상 10분은 더 하는 걸까.
덕분에 오늘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엘가와의 약속에 조금 늦게 되 었다.
헌데 그와중에 내무성 장관의 호출까지 받으니 아주 제대로 지각이다.
“늦었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엘가가 조금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앉아있었다.
꽤 기다린 것 같은데 앞에 잔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카일이 오기 전까지 기 다린 모양.
“죄송합니다, 엘가님. 강의가늦게 끝났는데 거기에 또 일이 생겨서요.”
“무슨 일인데요.”
“내무성 장관님이 갑자기 연락을하셨습니다.”
“•••카일 당신, 제국 공무원이에요?”
“아닙니다. 아닌데,저도 요즘 맞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솔직히 공무원 월급 받아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공무원이 아님에도 어떤 공무원보다 더 공무원 같지 않은가.
어느 학생이 시도 때도 없이 장관을 만나러 가는지.
“카일.”
주문한 차를 홀짝거리며 무슨 이 야기를 할까 고민하는 찰나.
그의 눈치를 보고 있던 엘가가 슬그머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혹시 이번 주말에,무슨 약속이라도 있나요?”
“이 번 주말이 라면 큰 건 없습니 다. 다만 오후에 는 성녀님 운동, 저녁 에는 넬의 운동을 봐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저도 운동을 해야 하고 요.”
“그 말인 즉 오전부터 오후 전까지는 시간이 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다행이네요.”
카일이 운동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진작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다행이 었다. 만약 오후에 약속을 잡았다면 카일은 안 된다 고했을 테니까.
“오전부터 해서 점심까지,시간좀내줄수 있을까요?”
“실례가되지 않는다면 무슨 용건으로그러시는건지 알고 싶은데요.”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요?”
저번? 저번에 말했다고? 뭘 말했다는 건데요?
카일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에 엘가는 작은 한숨을 흘리고는 그의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리토리오대공.”
“•••아.”
“아버지께서, 당신을 보고 싶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