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嗲눈치 싸움 시작입니다
황녀와성녀, 그들의 대화에 갑작스레 끼어든 평민 하나.
심지어 불러서 끼어든 것도 아니다. 말을 곱게 한 것도 아니 다.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황녀 앞에서, 제국 10강 앞에서 말이다! 당연히 엘가 입장에서는 얘가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카데미에서는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 가 일단원칙이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평민으로서 해도 될 짓과 해서는 안 될 짓이 있다. 귀족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해도 황족은 그와는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 심지어 눈앞의 여인, 제 敢황녀인 율리카는 아카데미 학생도 아니다.
성녀처럼 아카데미에 볼일이 있는관련 인사도 아니다.
그냥 잠깐 찾아온 손님이다. 그 말인 즉, 아카데미 법칙도 통하지 않는다 는거다.
‘설마황녀가 불쾌하다며 황족 모독죄를 내미는 건… 아니겠지 ?’
정말로 그리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막아야 하나?
막을 수는 있나? 그리 했다가 자신도 낭패를 볼 수 있는데 嘗
하지만 카일과 친한 사람이잖아. 그리고 나랑도 어느 정도 아는 사이잖아.
두고만 보기 에는 좀 그런데. 진짜, 어떻게 해 야 해?!
엘 가가 온갖 생 각을 하며 끙끙거 리는 사이.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건데, 저 보라색 머리는누구야?”
비 로소 상대 가 궁금해 진 듯 율리 카가 고갯 짓으로 티 샤를 가리 킨 다.
“넌 누구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10강, 제국 최고의 강자가 똑바로 쳐다보는 눈빛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 다.
거기에 또 하필이면 율리카의 눈동자는 핏물이 찰랑거리는 것 같은 붉은 빛이다.
제 실수를 자각하고 있던 티샤에겐 너무나큰시련이라할수있었다.
“그,그게, 저는….”
“티샤 자매님이에요. 황녀님. 아주 좋은 분이시고요.”
성녀가 슬쩍 나서서 티샤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 만 율리 카는 고개를 내 젓더니 다시금 티 샤를 바라보았다.
“나는 직접 소개를 듣고 싶어, 성녀님. 자, 보라색 머리? 본인소개좀 다시 해줄래?”
긴장을 안 하려 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다.
변경백도 만났고 공녀도 만났고 성녀도 만났지만, 황녀는 정말 부담스럽 다.
이 제국 전체를 지배하는 황제의 적녀가 아닌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게 다가 강함으로 제국에 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 기 까지 하다.
어찌 해야 할까. 어떻게 행동해야 아무 일도 없을까.
‘…침착하자.나쁜분은아닐 거야.그냥나를궁금해 하시는거야.’
그리 생각하니 세차게 뛰던 심장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긴장감이 잦아드니 혼란스럽던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후 티샤는 자세를 바로하고는 자신을 빤히 쳐 다보는 율리 카를 향해 말 했다.
“이리 만나 뵙게 되어 다시 없을 영광입 니다, 황녀 저하]'. 티샤라고 합니다.”
“평민이 구나.”
순간 움찔하여 슬그머니 황녀의 눈치를 보는 티샤.
다행히도황녀가 말한 ‘평민이구나.’ 라는 말은, 나쁜 뜻을 지닌 건 아닌 듯 했다.
평민 따위가왜 내 대화에 끼어드는것이냐, 라는게 아닌.
단순히 성이 없어서 평민임을 깨달았다는 느낌으로 한 말 같았다.
그리고 예 상대로, 율리 카는 딱히 티 샤를 책 망하거 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단히 흥미가 돋는다는 얼굴로 질문을 던질 뿐이 었다.
!
.
“좋아, 알겠어. 티샤. 그러면 다르게 물어볼게. 카일이랑, 무슨 관계니?”
흠칫!-
율리카의 질문이 나온 순간, 티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분명히 웃고 있는데 왜 자신의 눈엔 흉포한 몬스터 가 눈을 부라리 는 느낌 인지.
여기서 대답을 잘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친구 사이입니다.”
“친구?”
“네.그렇습니다.”
“정말로그게 다야?”
정 말로 그게 다냐, 그 말에 그냥 ‘네.’ 라고 대 답하면 되 었다.
하지만 티샤는 그러지 않고 굳이 거기에 다른 답을 덧붙였다.
“•••다른 이들보다조금은 더 친한 친구, 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대답에 율리카의 붉은 눈동자에 다시금 광채가 감돈다.
하지만 이번에는 티샤도 움찔거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이잖아? 나랑 카일은그냥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 … 맞겠지?’ 그냥 단순히 아는 사이라면 이렇게 자신을 챙겨주지 않을 것이다. 정성스레 운동을 가르쳐주고, 시간이 될 때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그리고 주술에 대한 진지한 이 야기도 나누며 응원도 해주고. 결정적으로 귀한 서적까지 찾아서는 알려주지 않았던가.
착각이 아니야. 그래, 이건 주관적인 감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거야.
라고 생 각하며 티 샤는 율리 카의 다음 말을 얌전히 기 다렸다.
“다른 이들보다 더 친한 사이라.”
팔짱을 낀 채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율리카.
성 녀와 공녀는 바짝 긴 장했는데 , 정 작 그 고민의 대 상인 티 샤는 덤 덤하다.
“혹시 말이 야. 그 말, 너도 카일 거 하고 싶다는 뜻이 야?”
물론, 다음 떨어진 율리카의 말에 그 티샤조차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네?”
“너도 카일 소유가 되려는 거냐고.”
그 말에 티샤는 물론이고 엘가, 그리고 성녀까지.
일제히 뇌 정지가와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율리카만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들이 무슨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 내용이 너무 말도 안되는 거 여서.
심지어 그런 말을 한 인물이 제국의 황녀, 제국의 10강이니 더더욱 믿을 수 가 없었다.
“저,황녀님. 다른 이들도 많이 오고가는곳이에요.그런 말씀은….”
겨우 정신을 차린 엘가가 급히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더 들었다간, 더 말했다간 정말 큰일 날 것 같다는 직감이 든 것이다.
하지 만 문제는, 상대 가 다름 아닌 율리 카라는 점.
황녀 이 면서도 또 전혀 황실과 어울리 지 않는 인물이 라는 점 이 었다.
“공녀는 가만히 있어봐. 이렇게 보니 맞는 거 같은데?”
“황녀님. 제발….
“아니 야? 그러면 보라색 머리… 아, 티샤. 너는 그냥 카일이랑 친구 사이로 만 끝?
잔잔하던 호수에 돌멩이를, 아니 바위를 있는 힘껏 내던진 꼴이었다.
저런 말을 다른 평범한 이가 했다면 웃으면서 그냥 흘려보내 거나.
아니면 친구죠! 친구 맞죠!’ 라고 일단은 상황을 모면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 만 직 전 율리 카는 대놓고 그리 말했다.
너도 카일 소유가되려는 거냐고.중요한건 ‘소유’ 가아니다.
황녀의 말에 ‘너도’ 라는 말이 들어갔다는부분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 서, 설마 황녀님이 ?!’
‘설마했는데… 역시나!’
‘카일 형제님 ? 화, 황녀님이 또 형제님을 노려요!!’
그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그래도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는 엘가.
황녀의 자리에 있는 율리카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그래도 대공가의 영애 가아닌가.
“황녀님. 혹시, 카일도 알고 있는 일인가요?”
“알고 있는데?”
“그, 그러니까… 황녀님 이 카일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걸 ….”
“알고 있어.
“아….”
“그런데,그남자는 나한테 아직 아무 마음도 없다네.”
티샤와 엘가의 마음속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황녀라는 강적에게 그대로 넘어간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아니었던 모양.
그러 나 잠깐의 안도감은 곧 커 다란 불안감으로 변해 서 다가왔다.
카일은 마음이 없다고 하나 율리카, 敢황녀이자 10강인 그녀는 마음이 확실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 야 이런 자리에서 그런 충격적인 말을 할 수가 없다.
티샤와엘가는, 거의 동시에 이리 생각했다.
지금의 내가눈앞의 저 황녀보다나은게 무엇일까.
카일이 저 여자가 아닌, 나를 봐줄 이유가 있기는 할까.
‘•••없어.’
‘없잖아….’
대공가의 영애 자리? 황제의 적녀 자리가훨씬 더 위다.
주술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 상대는 이 미 제국의 10강이 다.
아무리 생각해봐도본인들이 저 강적을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여 태 단 한 번도 생 각하지 않았던, 누군가 카일을 통째로 뺏 어 간다는 생 각 •
그 생각이 가득해지니 여태 여유를부렸던 자신들이 갑자기 한심스러워진 다!
‘•••아냐.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야.’
‘딱 한 가지 … 황녀님을 이 길 수 있는 딱 한 가지 방법이 ….’
그 방법은, 무척이 나 간단했다.
본인들이 원래부터 열망하던 것을 이루면 되 었다.
‘내가 대공이 된다면, 리토리오의 새 주인이 된다면! 황녀와 견줄 수 있어.’
황녀의 자리 가 물론 대 단하기는 하나, 대공 자리도 또한 엄청 나다.
오히 려 이 렇다 할 실권 이 없는 황녀와는 달리 , 대공은 강력한 권한을 지 니 고 있다.
그 대공이 된다면, 카일도 고민 끝에 제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
‘주술로 최고가 된다면… 어쩌면, 제국 10강이라는 호칭과 겨룰 수 있을 지도 몰라.’
마법사들이 가장 껄끄러워한다는 마나 폭발을 주술로 막아냈다.
여기서 더 성장한다면 마법과 견줄 수 있는 실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노력을 사랑하는 카일이라면, 단시간 내에 성장한 자신을 봐줄 지도 모른 다!
할수있어. 아니….’
‘아니! 해내야만 해!’
굳은의지와, 약간의 간절함이 뒤섞인, 맞은편에 앉은두여자를바라보며
•
율리 카는 제 예상이 얼추 맞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카일 옆을 노리고 있는 자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래서 내 제안에 생각이 없다고 했구나?’
이해한다. 모름지기 강한 사내의 곁에는 미녀들이 꼬인다고 했다.
그로 인해 갈등하는 건 남자의 유약함이 아니 다. 그저 특권 일 뿐이 다.
그걸 욕하는 자들은, 선택조차 받지 못 하는 ‘실패 자들’ 의 불평일 뿐이다.
‘재미있겠네. 경쟁은 항상 재미있는 법이니까. 다만 지금은 경쟁이라 부르 기도모호한데. 얼른 더 커지렴, 애들아.그래서 서로싸우는맛이 있게 해줘.’
순식간에 서로가서로를 견제하는, 치열한눈치 싸움이 되었다.
덕분에 그 사이에서 난처하게 된 것은 성녀였다.
“자매님들….”
티샤와 엘가의 두 눈에서 형용할 수 없는 굳건한 의지가 불타오른다.
그녀들을 바라보는율리카의 눈에서는 재미있어 미치겠다는 ‘흥미’ 가 가 득하다.
그 사이에 껴버린 성녀는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작은 한숨을 내뱉는다.
‘제발 적당히 좀 하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요, 황녀님’
옆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율리 카를 바라보며 성녀는 결심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카일 형제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행위는 꼭 막아야겠다 고.
혹 그 분이 곤란한 일을 겪지 않게 자신이 돕고, 또 지켜야겠다고 말이다.
마녀, 공녀, 성녀, 그리고황녀. 이 넷의 눈치 싸움이 시작되는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