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눈치 싸움 시작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여인, 황녀와 성녀.
모든 부분이 다르다. 도저히 어울릴 수가 없는 조합이다.
한쪽은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러 나 하필 이 면 최 악의 운동치.
다른 한쪽은 제멋대로에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속을 지닌, 엄청난 강자.
원래라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며 반목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 다.
하지만….
“뭐 야. 성녀님, 아이 스크림 도 먹어? 갑자기 ?”
“이거요?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는데 자꾸생각이 나서요!”
“그래? 흠. 그러면나도한입만줘.”
“에엣? 자, 잠깐만요?! 제 거 말고 황녀님도 하나주문하시면 되잖아요!”
“많이 안 먹을 거 야. 그러 니까 한 입 만.”
“그, 그냥주문해서 더 드시면 되는 거 아닐까요?!”
“진짜한입만, 성녀님.”
자꾸 한 입 만 달라고 보채는 율리 카, 그런 황녀와 아이 스크림 사이 에 서 갈 등하는 성녀.
그러다가 결국 졌다는 듯 성녀가 황녀의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려준다.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던 율리카가 ‘한 입 더?’하니 망설이 면서도 또 한 스푼 떠준다.
그 광경을 보며 서로가 이해를 못 한다느니, 반목한다느니 말을 할 수 있 을까.
어느 누가 봐도 굉 장히 친한 친구, 내지는 자매 관계 라고 볼 법한 광경이 었 다.
오히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티샤와 엘가가 서로 말 한 마디 못 하고 있는 상황.
‘눈치 보여서 뭐 말을못하겠어!!’
성 녀, 공녀까지는 감당할 수 있어도 황녀까지 는 정 말 무리 란 말이 야! 으앙 !
하고 속으로 제 머 리 를 콩콩 두들기 고 있는 티 샤와.
‘도대체 카일이 랑 다들 무슨 관계지 ?! 왜 자꾸 힘든 상대 가 나타나는 거 야 !?’
라고 마음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엘가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율리카는 숟가락을 쪽쪽거린다.
입맛을 다시는 게 아이스크림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뺏어 먹어서 최고로 맛있다던 가.
“이 거 맛있네. 궁에 돌아가면 한 번 만들어달라고 해 야지.”
“그렇죠? 맛있죠? 당연히 그럴 거예요. 카일 형제님이 강력히 추천하신 거 니까!”
성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 하나. 카일 형제님.
그 말에 율리 카도, 엘 가도, 그리고 티 샤도, 모두가 어 떤 식으로든 반응을 한다.
엘가나 티샤는 되도록 티가 나지 않게 작게 움찔거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율리카는 그런 두 여자와는 다르게 ‘흐음?’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
얼마 전 자신이 카일을 찾아 예배 당으로까지 쳐들어갔을 때가 기 억난다.
그 때 성녀가 자신을 가로막으며 지 었던 표정 이 나 목소리 가 아직도 선하 다.
알고 지낸지 꽤 되었지만, 그리고 자신이 성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던 적이 여러번이지만.
성녀는단한번도 그런 차가운 표정, 그런 엄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언제 나 따뜻한 얼굴, 온화한 목소리로 그러시 면 안 된다고 조곤조곤 말했 었다.
그런데 그 때만큼은, 카일 형제님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고 외치던 순간 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성녀와는 너무나 달랐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화를 내는 순간, 잠깐이 었으나 긴장을 하기도 했다.
“성녀님.”
당시에는 그냥 예배당에서 소란을 피워서 그런가보다 했다.
착한 마음씨를 지닌 성직자도 신의 앞에서 벌이는 무례에는 분노하는 게 당연하기에.
신실한 성녀이니 응당화를 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떠올려보니, 그리고 지금 보니까,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 다.
당시의 분노는 다만 신 앞에서 벌이는 무례에만 대한 게 아니라 카일에 대 한무례도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제 마음은 잘 모르면서 또 남의 마음은 귀신처럼 빨리 파악한율리카였다.
“말하는 게 꼭 카일이랑엄청 가까운 것 같아.”
“에,예?”
“뭐 야? 솔직히 말해봐. 둘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은데.”
율리카가 갑자기 얼굴을 쑥 들이미니 성녀가 흠칫, 하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 자 황녀 가 씨 익 , 하고 굉 장히 위 험 한 미 소를 짓는다.
“왜 피해? 역시 뭐가 있구나. 그렇지?”
“•••크흠, 흠!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황녀님.”
성녀도 눈치 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니다.
여기서 본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그에 따라서 카일이 감당할귀찮음도 달라질 것이다.
‘황녀 님 은 사람 자체 가 나쁘지 는 않은데, 항상 상대 방에 대 한 배 려 가 부 족했죠.’
여지를 주면 반드시 카일을 귀찮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가심은 아무리 마음씨 좋은 이들도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 하다.
그 착한 카일이 화를 내는 모습을 성녀는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자신의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황하거나, 틈을 주면 이 황녀는 반드시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카일이 그걸 감당해야한다, 자신의 미숙함때문에!
‘카일 형제님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세차게 고개를 내저은 성녀는, 단호한 어조로 입술을 떼었다.
“카일 형제님이랑 가깝냐고 물으셨죠? 가까워요. 당연히 그래야죠. 마음 이 아주 선하신 분이고, 항상 겸손하시고, 누구에게나 친절하시며, 거기에 교 단에 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세요. 사제 분들이 더욱 신실한 마음으로 신 을 찾게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은 신실한 마음이 아니라 실신할 것 같은 상태로 신을 찾는 중이다.
다만 그걸 모르는 성녀로서는 카일의 말대로 사제들이 튼튼해지는 것 같 아서.
그렇게 해서 더욱 굳건한 마음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여 겨서.
카일이 교단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 각하고 있지 만 말이 다.
“응응, 그렇구나.”
하지만 율리 카의 눈빛은 여전히 위 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도그럴 게, 성녀 본인도모르게 카일에 대한칭찬이 너무들어갔다.
율리카는 바로그 부분에서 여전히 수상쩍음을 감지하고 있었고 말이다.
“저,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제 운동도도와주고 계세요.”
“성녀님의 운동을 도와주고 있다고?”
“네. 제 건강이 우려된다고 막걱정을 하시는데, 너무죄송해서 운동을 하 겠다고 하니까 정말 밝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직접 봐주시 겠다고 하셨어요.”
움찔!-
순간 엘가의 몸이 전보다 조금 더 크게 흔들렸다.
옆에 앉아있던 티샤가 알아차리고 ‘무슨 일 있나?’ 라는 생각을 할정도.
‘밝은 미소…? 그건 엄청 즐거워한다는 거잖아.’
생각해보니 옆에 앉은 티샤도 카일과 함께 운동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자신이 카일과 가지는 티타임과 비슷한 거라 여 겼다.
그래서 티샤를 앞에 두고서도 딱히 신경을 쓴다거나 하지 않았다.
카일이 운동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 만 지금 들어 보니 자신이 생 각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냥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카일이 간단하게 요령을 가르쳐줄 거 라여겼는데.
티샤에 이어서 성녀까지 그러고 있다니 갑자기 이상한장면이 상상된다.
“그렇게 하는게 아니에요. 자, 자세를 잡아줄 테니… 여기서 이렇게.”“읏. 너, 너무 가까워요. 카일.”
처음에는 손만 잡았다가 다음으로 어깨, 그리고 허리로.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던 두 남녀는 어느 순간 떨어질 수 없는 사이 ….
“힉!”
아이, 깜짝이 야. 오늘 따라 왜 이 러시는 거지?
막 받은 차를 한 모금 마시려던 티샤가 화들짝 놀라서는 엘가를 쳐다본다.
아까부터 계속몸을 떨고, 급기야이상한소리까지 내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무슨 일 있으세요?’ 라고 물어보고 싶은데.
하필이면 모인 인원들이 하나같이 대단해서 또 입을 열기가굉장히 부담 스럽다.
그러는 사이 엘가의 상상은 점점 더 확장되어 가고 있었다.
‘서,설마! 운동은 그냥 핑계 였던 것 아닐까?! 그, 그래 ! 가능성 이 있어 ! 나 한테는운동을 봐준다고 해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나는 떨어트려놓고, 티샤 와성녀에게만 잘해주려는 목적으로 그런 거라면…!’
만약 카일이 엘가의 생각을 들었다면 ‘뭔 헛소리입니까!’ 라고 일갈했을 것이다.
상대가 티샤든, 성녀든, PT 앞에서는 한 명의 평범한회원일 뿐이다.
그녀가 아무리 자극적인 옷을 입고 있어도, 대놓고 유혹을 한다고 해도.
“정자세! 근육에 집중해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라고,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외칠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전혀 알 리 가 없는 엘 가로서는 참 안타깝게 도.
상상의 나래, 아니 망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지고 있는중이었다.
급기야는 ‘나도 카일한테 운동 좀 가르쳐달다고 해야 할까?’ 라는.
아주 진지하기 짝이 없는 고민까지 하고 있을 정도였다.
“운동을 봐주고 있다고. 그것도 직접.” 엘가가 속에서 온갖 망상들을 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율리카는 엘가처럼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나도 운동 핑계로 계속 오면 되지 않을까?’ 성녀는 해주면서 왜 자신은 안 해주냐고. 나도 운동 배우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면 카일이라고해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성녀보다자신의 신체 능력이 더 좋으니 카일이 좋아할수도 있다! 이 미 존 나센 사람들에 대해서는 굉 장히 잘 알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리어 존 나센과 같이 아카데미를 다녔던 자신이다. 당연히 존 나센 사람이 좋아하는 것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좋아하는 것 중에, 진심으로 임하는 단련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때문에 카일과 함께 하는 운동은, 단순히 운동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다.
분명히 어떠한 일의 매개체 역할을충분히 할수 있을 것이다!
“혹시 말이야. 성녀님. 카일이 운동 가르쳐줄 때 다른 것도해줘?膨 “또 무슨 말씀이세요.”
“남녀가 같이 있다보면 으레 할 법한 거?”
“황녀님! 그런…!”
“카일은그런 적 없어요!!”
성녀가 막 화를 내려는 찰나, 그보다 더 큰 목소리 가 맞은편에서 터져 나왔 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티 샤였다.
여태껏 세 여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차만 마시고 있던 그녀였는데.
율리 카의 오해를 부를 법한 말에 , 카일의 선한 의도를 매도하는 듯 한 내 용에.
저도모르게 조금은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열고만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