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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98화 (98/318)

<98화 >눈치 싸움 시작입니다

“엘 가님. 죄 송하지 만 오늘은 티타임 때 아카데 미 밖에 있는 카페 로 가도 될까요?”“다름이 아니라 성녀님이 오늘 카페에 같이 가줄 수 있느냐고 해서 요.”“이왕가는 김에 엘가님도 성녀님이랑 인사를하는게 어떨까싶은데요.”

바로 어제, 티샤가 자신에게 은근히 권했던 부분이었다.

.

성녀가 티샤더러 함께 카페에 가자고 한다. 함께, 일개 평민과함께 말이다

‘뭐 가있구나.’

성녀의 심성이 자신과는 다르게 착하고 또 곱다는 건 알고 있다.

상대가 귀족이든 평민이든, 다만 신의 아이로서 사랑을 받아 마땅한 존재 라고.

언젠가 광장에서 그런 내용의 연설을 했다고 이 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귀족 우월주의에 빠진 몇몇 놈들은 그런 성녀의 발언에 불쾌한 기색을 보 이기도 했다.

지금 귀 족과 평민이 똑같은 거냐고 말하고 싶은 거냐. 라고 말이 다.

물론 그런 기색을 보인 놈들은 바로 머리통에 철퇴 가 날아갔다.

교단과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다름 아닌 황실이다.

그 황실이 가만히 있는데 감히 귀족 따위가좋다, 싫다 입을 나불거린다니.

대공가들도 침묵하는데 무엇을 믿고 그리 말했을까 싶다.

그리고 교단 또한 그저 신을 찾는 바보들이 아니다.

제국과 함께 하면서 정치라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귀족과평민이 똑같은 사람이다, 가 아닌 신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한말이다.

그리 말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아주 부드럽게 흘려버렸다.

모두가 함께 신을 믿고 그의 이름을 부르라는 일종의 포교에 불과했다.

아무튼, 성녀의 심성이 착하다곤 하나 그런 이유로 평민과 다닐 리는 없다.

성녀의 호위를 맡고 있는 인원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만류했을 터.

그럼에도 성녀와 티샤의 외출이 성사되었다면, 분명 어떤 접점이 있다는 것이다.

“좋아요. 그러면 오늘은 카페에서 보죠.”

하여 오늘 티타임은 아카데미 안의 정원이 아닌, 밖에 자리한 카페에서 가 지기로 했다.

마침 강의가 일찍 끝나늦지 않게 카페에 들어선 엘가는 적당한자리를 찾 고 있었다.

그런데 그카페에,엘가로서는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이 있었다.

“리토리오공녀.”

처음에는 누가 자신을 함부로 부르는가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리니, 바로 수긍이 갔다.

자신을부른 이가다름아닌 ‘황녀’ 였던 것이다.

‘5황녀?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

황실의 인사, 그것도 황제의 적녀가 행차하는 건 엄청난 일이다.

당장 붙는 호위에 아카데미 인사들도 헐레벌떡 뛰어나갔을 터.

그런데 아카데미에 있었음에도 그 어떠한소식도 전해 듣지 못했다.

“잠깐 옆에 좀 앉아.”

의 자를 툭툭 두드리 며 손짓을 하는 敢황녀, 율리 카.

그에 엘가는 정확히 톞초를 고민한 후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리토리오 대공가라고 하지만, 제국에 단 셋뿐인 최고 귀족 가문이 라지만.

그것도 같은 귀 족 급에 서 나 가장 위 다. 황실과는 비 교 자체 가 불가하다.

심지어 방계도 아니고 직계라면 그 차이는 더더욱 커지게 된다.

또각—.

율리카의 옆으로 다가간 엘가는 자리에 앉기 전, 고개부터 숙였다.

“엘가 블레스 데 리토리오가 제국의 존귀하신 황녀님을, 동시 에 제국의 가장빛나는 검을 이리 뵙습니다.”

“그만하고 앉아. 대접 받자고 부른 거 아니니까.”

나도 안 하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은 안 할 수가 없는 인물이 잖아요?

황제의 적녀, 라는 타이틀만 지닌 게 아니다. 동시에 제국 10강이기도 하 다.

강자들이 즐비한 이 제국에 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초일류다.

그 사실을 알고서도 편하게 대할 수 있다면, 미쳤거나 더 강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조심스레 황녀의 맞은편에 앉은 엘가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황녀님을 여기서 뵙게 될 줄은몰랐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왔으니까. 그리고 시끄럽게 오면 카일도 싫어할 테 고.”

흠칫-.

차 한 잔을 주문하려 던 엘 가의 몸이 일순간 크게 흔들렸다.

카일? 카일이라고? 왜 여기서 그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거지?

엘가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율리카의 모습을 살폈다.

소문에 따르면 감정이 쉬 이 드러나지 않는, 무척 차가운 인상의 미녀라는 데.

지금 보이는 敢황녀, 율리 카의 모습은 지루함을 견디며 누군가를 기 다리는 것이었다.

“카일존 나센… 말씀이신가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일단 슬쩍 한 번 운을 떼어본다.

그냥 흘러 가는 말이 었다면 황녀 가 알아서 화제 를 돌리 려고 할 터 .

“응. 카일 존 나센. 얌전히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고.”

« ” …-

“그래서 얌전히 있으려는데 너무 심심했거든.그런데 네가와서 다행이야. ”

아무리 강하다고 하지만 어찌 되 었든 존 나센은 남작가에 불과하다.

카일은그남작가의 주인도 아니고후계자도 아니다. 일개 자제일뿐이다.

그런데 그런 카일이 얌전히 있으라고하니, 황녀가 정말로 얌전히 있는다?

제멋대로의 성향이 강하다는, 그 敢황녀 율리카가 정말그런다고?

‘대체이게 무슨일이야.’

엘가의 머리가슝슝,하고 바쁘게 돌아간다.

성녀에 이어서 이제는 황녀다. 심지어 카일과 황녀와는 이렇다 할 접점도 없다.

해봤자 얼마 전 수훈식에서 카일의 가슴에 훈장을 걸어준 것. 그게 전부다.

그러나 지금 말하고 있는 황녀를 보니, 카일과 굉 장히 가깝다는 느낌이 든 다.

착각이 아니다. 이것은 확신이다. 여인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자신은 모르는 무언가 카일과 황녀 사이에 있다. 분명하다!

“아, 맞아. 그러고 보니 듣기로 카일이 리토리오와 화해도 하고, 그쪽이랑 도 가깝다던데.”

그런 엘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율리카는 제 말만 계속 늘어놓았다.

“어때? 네 가 보기 에도 카일이 라는 사내 , 꽤나 매력적 이 지 않아?”

율리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순간, 엘가는확신했다.

눈앞의 이 여자가 단순히 강자로서 또 다른 강자에 대한 호기 심을 품은 게 아니라고.

본인은 잘 모르는 눈치지만, 이건 이성을 이성으로서 보기 시작한 마음이 라고.

그런 생각이 든 직후 엘가는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카일,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예요?!’

공녀인 자신을 시작으로 성녀까지 흔드는 것 같더니, 이제는 황녀까지 흔 들었다.

아니, 저건 흔들린 수준이 아니다. 엘가가보기에 황녀는 이미 완전히 넘어 갔다.

당장쉴 새 없이 카일 이야기를늘어놓고있는게 확실한증거였다.

“저번에도 한 번 붙어봐서 알고 있었지만, 정말 강한 사내야. 너무 멋져. 막 흥분돼 . 그런데 또 정작 본인은 그 강함을 내 세운다거나, 그에 대한 확신을 얻으려고하지 않는단 말이야. 조용하고, 나긋하고, 어떻게 그런 힘을 지녔으 면서 그럴 수가 있을까?”

“저,황녀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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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부터 계속 카일 이 야기 만 하고 계 시는데요.”

이성에 관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지만.

그 말하는 이 가 굉 장히 지체 높은 사람이 라면 살짝 달라진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가 굉 장한 화제 가 되 어 자칫 여 러 사람을 난처하게 만 들수도 있다.

해서 서로가 미래를 약속한 사이가 아니라면,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은 말 을 아낀다.

“나그 남자 거할 건데?”

그러나 다음 나온 황녀의 말은,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에? 어, 어… 황녀님. 지금뭐라고 하셨죠?”

“나 카일 거 하려고. 그의 소유물….”

“잠깐, 잠깐만요. 잠깐만.”

무례하게도 황녀의 말까지 잘라먹으며 손을 내젓는다.

원래의 엘가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이나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흘려듣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사실이 안에 들어있었으니까.

“황녀님. 그, 정말 죄송한데. 제 가잘못들은 거… 죠? 그렇죠?”

“뭐라고 들었는데?”

“황녀님께서 카일의 소유가되겠다는….”

“잘 들었는데?”

그러니까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아 래까지 치솟는다.

카일의 소유가 되 겠다고? 왜? 어째서? 황녀가, 도대체 왜 ?

아니, 그전에. 카일은 이 사실을 알까? 당연히 모르겠지?

설마 알면서도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을까. 그래, 모를 거야.

•••하지만 만에 하나, 카일도 알고 있다면? 황녀의 저 마음을, 이미 알고 있 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자그마치 황실이 야. 황제의 적녀라고. 내가 뭘 할 수 있 는 상대가 아니야.

성녀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이제는 황녀라고? 이게 말이 돼?!

온갖 생각들이 치솟으며 머릿속을 마구 헝클어트린다.

놀란 거야 그렇다 치는데, 왜 갑자기 분한 마음이 치솟는 건지.

순간이었지만 엘가는 눈가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고이는 걸 느꼈다.

딸랑-.

“와아! 역시 그러실 줄 알았어요. 1등이라니 ! 자매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감사해요, 성녀님. 오늘은 뭐로 드시고 싶으세요?”

“항상 먹던 거요. 카일 형제님이 강력히 권하셨던 거요.”

“현명하신 선택이네요.보자. 엘가님이 … 아! 저기 계시는… 어?”

막 카페 안으로 들어선 티샤가 엘가의 뒷모습을 보고 다가가려는데 .

맞은편에 앉은 또 다른 여인을 보고서는 자리에 멈춰 선다.

지금 본인이 잘못 본 건가, 하고 넘어가려고 하다가도.

엘가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저 여인의 생김새가 익히 알려진 누구와 너무 똑같았다.

붉은 피를 연상시 키는 눈동자하며, 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저 머리칼하며.

무엇보다 신문에 실려 있던, ‘영광스러운 수훈식 장면’ 그림에 표현된 ‘5황 녀’와 똑 닮았다!

“어? 황녀님?”

그런 티샤의 ‘설마’를 멋지게 폭발시켜준 장본인은.

방실방실 웃으며 오늘도 아이스크림의 축복을 기다리던 성녀였다.

“뭐야.성녀님이 왜 여기 있어?”

“황녀님은 왜 여기 있고요?”

“그게, 음. 일단 앉아. 말해줄게.”

“아, 네. 티 샤 자매 님? 저기로 가요.”

“네? 서, 성녀님? 어어어어?”

티 샤의 손을 붙잡고 율리 카와 엘 가가 앉은 테 이 블로 향하는 성 녀.

그리고는 율리카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니 티샤는 자연스레 엘가 옆에 앉 게되었다.

“그동안 잘지 내셨나요?”

“별 일 없었지.성녀님은?”

“신의 축복에 따라 저도 잘 지냈답니다.”

건너편에 앉아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성녀와 황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티샤는 속으로 비명을 수도 없이 질러야만 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제 옆에는 공녀, 건너편에는 성녀, 그 옆에는 황녀다.

하나만으로도 극도로 언행에 조심하고 또 해야하는 상대인데.

그게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셋이라니 !

공녀, 성녀, 황녀, 그리고 마녀까지.

그 넷이 한 자리 에 모이게 된 역 사적 인 순간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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