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눈치 싸움 시작입니다
서쪽 나들이가 끝나고, 카일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달라진 것이 있었는데, 일단 첫 번째는 카일을 바라보는 시선들.
아카데 미 습격 사건을 막아낸 후로 꽤나 긍정 적 인 눈빛들이 기도 했지 만.
이제는 완전한 호감으로 바뀌 어서 전처럼 수군거리는 일들이 완전히 없어 졌다.
거기에 삼걸을 제압했다는 말까지 전해지니 귀찮게 굴던 이들.
예로 들면 운동을 가르쳐달라거나, 아니면 대련을 청하던 이들이 전부 사 라졌다.
삼걸을 제 압할 정도면 못 해도 10강 급 인물이 라는 뜻이 된다.
본인들 수준을 잘 알고 있다면 그런 인물을 귀 찮게 해서 좋을 게 없음을
더해서 괜히 들러붙었다가 어디 한 곳 박살날 가능성도 고려하는 모양이 었다.
그 외 에,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다름 아닌 카일의 마음.
정확히는 황제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오오오, 위 대하신 황제시 여 !’
돌아와 보니 글쎄, 중간고사가 딱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점수는 황제의 명에 따라 전부 ‘중상中上’ 급으로 정해지 기까지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율리카를 통해 알아보니, 황제가 특별히 신경을 썼 다고한다.
나랏일을 하러 나갔는데 마땅히 황제가 그에 대한 대가를 주어야 하지 않 겠냐고.
해서 출석을 보장하고 과제는 막아주고, 시험이 닥치니 그것도 치른 거로 해주었단다.
덕분에 시험은 딱 질색인데, 라고 하던 카일 입장에서는 ‘개이득!’ 상황이 되었다.
서쪽으로 가서 신나게 한 번 즐겼고, 괜찮은 강자도 하나 만났다.
거기에 로이더들 참교육도 하고 약물도 금지시키고 훈장까지 받아 챙겼 다.
덕분에 더는귀찮게 하는 이들이 없어진 가운데 결석도 없다.
거기에 가장스트레스였던 중간고사까지 패스하다니! 심지어 중상의 성 적이다!
비유하자면 뭲 나 C를 받은 게 아니고 그냥 B 의 성적으로 해주었다는 말 이다!!
‘왜 제국과 정전을 했는지 이해가 가네! 이런 황제라면 정전해줄 만하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갑자기 슈렐리츠의 기사들에게 끌려 갈때만해도.
확 그냥 엎어버려 ? 황제고 뭐고 그냥 조질까? 하던 카일이 었다.
그러나지금은 아주기분이 좋다. 갑자기 찾아온 율리카황녀를 웃으면서 맞이할 정도였다.
“•••뭐 야? 평소와는 좀 다른것 같아.”
율리카는 그런 카일의 변화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과 며 칠 전까지 만 해 도 대 놓고 껄 끄러워 하는 기 색 이 역 력 했는데 .
오늘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채 어서 오라고 하지를 않는가.
“황제 폐하의 은덕을 받았거든요. 그에 대한제 행복한 기운을 표현 중입 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뭐, 나야좋은 일이지만.”
어깨를 한 번 으쓱인 율리 카는 곧장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나랑 한번대련해줘.”
“제가 건 조건을 잊으신 건 아니죠?”
“기억하고 있어.그래서 이렇게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잖아?”
아하. ‘나랑 대련해줘.’ 가 정중한부탁이구나.처음 알았네요, 젠장.
“방금그말씀이라면, 전혀 정중하지 않은데요,황녀님.”
그러면?”
“여유가되신다면 대련 한 번 해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해보세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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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하는 김에 무릎도꿇으시면 효과가더 좋겠네요.
제국 10강, 거기에 황제의 적녀, 그게 바로 율리카가 위치한 자리다.
그런 여 인이 본인보다 몇 살이나 어린 청년에 게 그런 말을 해야 한다니. 심 지 어 무릎까지 꿇으라니 . 말도 안 되 는 소리 라고 외 쳐도 무방하다. 다른 이들이라면 차라리 대련을 청하지 않겠다며 고개를돌릴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해도 입술을 깨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테고.
카일도 율리카를 놀려 먹고자 이런 무리한 요청을 하는 중이었는데-.
“어려울거 없네.”
풀썩-.
•••잠깐만. 잠깐만요, 황녀님?
“여유가 되 신다면 대 련 한 번 해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 드립 니 다.” 정말 무릎을 꿇은 채 카일이 하라는 대로 그대로 말하는 율리카였다. 심지어 그도모자라서는 ‘머리도 숙여?’ 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뭐하는 겁니까, 지금!!!”
덕분에 대경한 카일은 펄쩍 뛰며 급히 율리카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율리 카는 ‘왜 ?’ 하고 반문하며 기껏 일으켰더니 다시 무릎을 꿇었 다.
“왜 그래. 하라는 대 로 했는데 ?”
“하라고 진짜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아니, 그리고황녀님이 ‘황녀’ 라는 건 몰라요?”
“알아. 황녀라는 자각도 있고, 그 지위도 나름 잘 써먹고 있어.”
“안다는 분이 그럽니까?! 꿇으라고 진짜꿇으면서요?!”
“왜 큰 소리를 내 ? 네 가 하라고 했잖아.”
그거야그냥 한 번 놀려먹고 싶어서 그런 거죠!
도대체 어떤 황족이, 그것도 직계가 일개 귀족 자제 앞에 무릎을 꿇냐고요 !
이 걸 황실 기 사들이 안 봐서 다행 이 다. 정 말로 다행 이 다.
만약 봤다면 황실에 대한 모독이라며 죽을 각오로 덤벼들었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의 불충을 탓하며 자결을 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줄 거야?”
“예 ?”
“대련. 네 가 하라는 대로 했잖아. 그러 니까 해줘. 대련.”
어이가 없는데, 그렇다고 이제 더 거부할 수도 없다.
꿇으라고 해서 진짜꿇기까지 했는데 다른 조건 붙이면 사람이 아니다.
카일도 그런 식으로 비 양심 적 인 이 가 아니 었고 말이 다.
“•••오늘은 강의가좀많아요.그러니까오후 강의 다끝나고,저녁 전에.”
“흐음.,,
“혹시나그때까지 못 기다리신다면 나중에 하셔도되고요.”
“아냐. 오늘 할 거 야. 오늘 대 련은 오늘 하고, 다음 대 련은 또 다음에 해 야 지. 나중으로 미루면 나만손해잖아?”
이래서 눈치 빠른황녀님은 싫다니까.
“그러 면 기 다려 야 한다는 거 네.”
“그래주실 거면 제발부탁인데 얌전히 좀 있어주세요.황녀님이 아카데미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 학생들이고 교수들이고 불편해서 죽으려고 할 테니 까.”
“난 괜찮은데?”
“황녀님은 괜찮아도 다른 사람은 아니 라고요.”
슬슬 강의 시간이다. 카일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율리카도 따라 일어선다.
“혹시 강의 참관은 안될까? 교수한테 건의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꿈도 꾸지 마세요. 그리고 참관하면 교수고 학생 이고 부담되 어서 뭐 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 어디서 기다려?”
“아카데미 밖에 뭐 좋은곳 많잖아요. 거기서 있던가요.호위 분들도좀 널 널하게 있게.”
사실 기사들이 호위를 서는 것도웃긴 일이다.
오히려 율리카가황실 기사들을 지켜주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이다.
제국 10강을 해하려면 다른 10강, 혹은그에 준하는 강자.
내지는 갑자기 존 나센이 ‘우효!’ 하고 덤벼드는 수준은 되 어야 한다.
어찌 되었든 황녀니까궁내성에서 호위 인원을 편성하긴 한 모양인데, 황 실 기사들이고 특무성 요원들이고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본인들이 황녀를 지키는 게 아니라 되레 황녀가 자신 들을 지킬것임을.
정확히는 지키려고 지키는 게 아니라 먼저 달려들어서 지키는 식일 테지만
•
“추천좀해줘.어디 가야할지 잘모르겠어.”
“•••그, 후문에서 나가고 한 敢분 걷다보면 나오는 카페 있죠. 거기 가서 있 으세요.”
카페 주인한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 두어 야 조금이 라도 안심할 수가 있기 에 .
그리고 솔직히, 거기 카페 주인이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유명한 분이 오셔서 사인 한 장 걸어주고 가시면 최고지!”
제국 10강, 거기에 황녀니까, 어찌 되었든 유명인 맞잖아?
율리카가 가서 시간좀 때우면서 사인도 해주고, 그러면 좋은 게 좋은 거지 •
문제가하나 있다면, 아무리 못해도세 시간은 기다려야한다는것.
하필이면 오늘 교양 강의가좀 많이 있는 날이었다.
기다리다 지친 황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아카데미로 들어오면 곤란하 다.
해서 잠깐 생 각하던 카일은 바로 오늘의 대련 조건을 하나 더 붙였다.
“저 올 때까지 거기서 얌전히 있으세요.그렇지 않을 시 오늘 대련 취소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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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올 때까지 거기서 얌전히 있으세요.그렇지 않을 시 오늘 대련 취소입 니다.”
너무해. 그런 조건을 걸면 꼼짝없이 여기 갇혀있어야 하잖아.
속으로 투덜거리며 율리카는 제 앞에 놓인 찻잔을 비워냈다.
“저,황녀님. 잔치워드릴까요?”
“응.그리고메뉴판에 있는 다음 걸로 부탁해.”
“아,알겠습니다!”
카일을 기다리 며 보낸 시간만 벌써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그동안 율리 카는 메 뉴판 순방이 라도 하듯 커 피 , 차, 디 저트를 돌아가며 맛 보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오랫동안 앉아있는데 그냥 앉아있기는 좀 그래 서.
본인도 아카데미 학생이던 시절이 있던 터라 카페의 기본 예의는 기억하 고 있다.
‘옛날 생각나네.’
처음에는 황녀라고, 온갖 학생들이 곁에 꼬였었다.
황실과 조금의 연이라도 맺어두고 싶은 자들, 이번 기회에 눈도장을 받 으려는 자들.
그리고 어떻게든 황녀를 낚아채서 인생 좀 피 어보려고 하는 놈들까지 .
물론 율리 카는 그런 놈들에 게 단 한 번도 관심을 기울인 적 이 없었지 만.
약해빠진 놈들에겐 관심 없다.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는 자는, 자신이 인 정한 강자뿐이다.
그런 의 미에서 리 어 존 나센은 율리 카가 꿈꾸던 사내 에 거의 근접한 인물 이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율리카와 비슷한 부류였다는 점.
덕분에 그의 강함에는 큰 흥미를 느꼈어도, 사람 자체에는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이후로 제국 10강 타이틀을 얻고, 수많은 강자와 결투를 벌였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드는 이는 좀처럼 만날 수가 없었다.
강하면 흥미 가 떨 어지고, 흥미 가 좀 생 기려 하면 너무 약하니, 그저 답답했 다.
‘대체 언제쯤오려나.’
그런 의 미 에 서 , 카일은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내 였다.
강하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또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무언가를 지녔 다.
1주문하신 차나왔습니다:
종업원이 내민 잔을 받아든 율리카는 멍하니 창문 바깥을 쳐다보았다.
얼른 시간이 흘러가 주었으면 하는데, 야속하게도 오늘 따라 왜 이 리 늦게 가는것인지.
딸랑-.
“어서 오세요! 어, 아! 공녀님?”
공녀? 율리카가 슬그머니 고개를 빼들고 입구를 살핀다.
그곳에는 이번에 입학했다는 리토리오의 공녀, 엘가가 서있었다.
‘리토리오의 공녀. 마침 잘 되었네. 시간이라도 대충 때울 심산으로 좀 붙 잡고 있어야겠다.’
제발 사람들 좀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율리카에게 카일이 신신당부를 했 었다.
하지만 율리카는 지금 행동이 상대를 불편하게 여긴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너무나 당당하게 손을 들고 입을 열 수 있었다.
“리토리오공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엘가가 고개를 돌린다.
어 떤 녀석 이 본인을 함부로 부르는가, 하는 눈치 였는데.
“어?”
탄식을 흘린 엘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거린다.
“잠깐 옆에 좀 앉아.”
나심심해.시간좀같이 보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