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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96화 (96/318)

<96화 >눈치 싸움 시작입니다

율리 카의 뒤 를 따라 이동하는 내 내 , 카일은 주변을 두리번거 렸다.

혹시 이 여자가 자신을 연무장으로데리고 가는 건 아닐까.

아무도 없는 곳까지 가서는 다짜고짜 ‘한 판 하서자!’ 라고 하는 건 아닐까.

이미 아카데미에서 그와 비슷한 짓을 한 전적이 있기에.

보자마자 대뜸 주먹부터 날렸었으니 더더욱의심이 갈수밖에 없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도대체.’

훈장도 받았겠다, 수훈식도 다 끝났겠다, 얼른 아카데미로 돌아가고 싶었 다.

가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일단 티샤에게 상세히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엘가와 만나서 차를 마시며 역시나 비슷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알릴 거다.

그리고 성녀를 만나서 또 대화를 나누고, 그동안 체력이 좀 늘었나 확인도 해야한다.

거기에 이안과레토가또들러붙을 것이고 넬의 PT도 잊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하지 못 했던 상체랑 하체도 빡세게 조져야 한다.

‘사방에 기사들이 대기 중이네. 이 여자 진짜 대련하자고 들덤비는 거 아니 겠지?’

그러는 사이 율리 카가 마침내 걸음을 멈추었다.

두 남녀가 멈춘 곳은 새하얀 대리석들이 인상적인 건물 안.

오는 길에 보니 이곳은 아무래도 황실 쪽 건물인 모양이 었다.

“음. 이쯤이면 방해하는 사람도 없겠지.”

방해하는 사람도 없다, 그 말에 카일은 ‘역시나!’ 하고 혀를 찼다.

지금저 여자는,또다시 한판붙자며 자신을귀찮게 할생각이다.

기껏 잘 좀 넘어 가나 했더니 또 이 런 짓을 하며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뭐야? 왜노려봐?”

“언제 덤비나보는중이에요.”

“덤벼? 내가? 왜? 왜 너한테 덤벼?”

그걸 당신이 묻고 있으면 안되는 거 아닙니까?

저번에 아카데미에서는 보자마자 바로 주먹부터 날렸으면서 !

그랬던 양반이 왜 이제 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을 하는 건데!

“아, 혹시? 싸우는 거 원해? 그러면 나야환영인데, 괜찮겠어? 여기서 그 래도?”

“•••저번에는 여기보다 더 위험한곳에서 주먹을 날리시던 분으로 기억하 는데요.”

“그랬나? 미안. 내가 저지른 일은 기억을 잘못 해서.”

거 참편하게도 사십니다, 황녀님.황실 사람이라서 좋겠어요.

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면 카일은 문득,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율리 카의 말하는 뉘 앙스를 보아하니 정 말로 싸울 생 각은 없는 느낌 이 었 다.

주변에 서 느껴 지는 기 사들의 기운도 대 련을 대비한다기 엔 너무 가깝다.

그냥 이 근방을 돌면서 다가오는 이 가 없나 지키고 있는 느낌이 강했다.

“•••황녀님. 저 보자고 하신 이유가 정말로….”

“말했잖아. 할 이야기 가 있다고. 그래서 따라오라고 한 거야.”

이 싸움닭 같은 황녀님 이 웬일이래 .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 나.

카일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율리카가 대뜸 카일 앞으로 다가온다.

“내가 생각을 좀해봤거든.”

“생각이요?”

“응.처음에는 네가 내 것이 되는 게 좋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그건 아무 래도좀힘들 것 같아.그래서 말하려고.그게 힘들다면 차라리 내가네 것이 될게, 카일.”

“•••예?”

“내가네 소유물이되겠다고.”

순간 내 가 뭘 잘못 들었나 싶은 카일이 었다.

지금 제 앞에 서있는 여자는 노예도 아니고, 평민도 아니다.

심지어 일개 귀족도 아니다. 자그마치 황녀다.황제의 적녀란말이다!

“율리카황녀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제가 이해를 못 한 것 같 은데요.”

“어려울 거 없어. 나를 가져.그러면 나도 너를 가질 수 있으니까.”

율리 카가 갑자기 카일의 손을 붙잡아서 제 가슴께로 가져 간다.

그에 화들짝 놀란 카일은 ‘무슨 짓입니까!’ 라고 외치며 그녀를 강하게 밀 어냈다.

“ 앗.,,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제국 10강, 율리 카 제 바스티 안 로비사 드 로 트링겐.

다른 10강들도 껄끄러워 할 정도로 강한 여인이, 일개 평범한 여인처럼 뒤 로 넘어간다.

그리고 콰당! 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대로 주저앉고 만다.

‘뭔데.’

덕분에 당황한 건 오히 려 카일 쪽이 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율리카가, 고작 한 번 밀쳤다고 넘어질 위 인인가? 절 대 아니다.

제국 10강이라는 타이틀은 검 좀 잘휘두른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경지에 오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이름이 다.

불의의 순간에 가해진 기습에서 능히 대처할수 있는존재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제국 10강이, 율리카황녀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 아파라.”

“아,그… 죄, 죄송합니다. 황녀님.”

내 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하면서도 또 이미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런 카일의 반응에 율리카는 한 번 미소를 짓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대답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 대답이 란 걸 할 수 있는 거 아닙 니까.”

“왜 嘗 왜말이 안되는 소리인 건데 ?”

“세상 어떤 놈이 그런 소리 듣고 수긍을 합니까. 다른 분도 아니고 제국의 황녀가, ‘나 네 거 할래.’ 라고 하는데, 거기서 좋다고하는놈이 대체 어디 있나요.”

“안될 건 뭔데? 카일, 네가내 것이 되는게 싫다면 반대로내가네 것이 되 면 되잖아.”

지금 내가 바위랑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왜 이야기가 돌고 돌아 원점이 지?

그리고 네가내 것이 되는 거랑, 내가 네 것이 되는 거랑도대체 무슨 차이 인데.

결국 황제의 적녀가 북쪽의 야만족이라는 놈이랑 이어지는 건 다를 바가 없잖아!

카일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참아내며 이 여자를 어찌 할까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왜 이럴까.차라리 그냥싸우자고덤비는게 나을지경이다.

결혼을 하자니, 아기를 만들자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나 싶었 는데.

이제 보니 율리카는백 퍼센트. 아니, 만퍼센트 진지한모습이었다.

“후우.

한숨을 내뱉은 카일은 율리 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황녀님.대체 왜 이러시는겁니까? 저번부터 결혼이니 아이이니 하시는 거냐고요.”

“네 거하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이유요! 왜요! 혹시 저랑 싸우려고 이러시는 겁니까?!”

카일의 물음에 율리카가 으음, 하고 침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에 는 그랬어. 네가 내 남자가 되고, 내가 네 여 자가 되면 계속 붙어있 으니까. 그렇게 해서 싸우면 좋다고 여겼어.”

“그런….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어. 과연 너랑 나,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얼마나 강할까. 한쪽은 제국 10강, 다른 한쪽은 그 10강조차도 넘어설 수 있 는 강자. 그 둘 사이 에서 아기 가 태 어 난다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 가 태 어 날 수 있지 않을까 말이야.”

기 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 유였다. 고작 그딴 이 유로 들이 댄 거 였다니 !

차라리 네 가 멋져서, 남자다워서, 뭐 그런 이유였다면 잠깐이나마 기분이 라도 좋았을거다.

헌데 나온 이유가 싸우고 싶어서, 둘 사이 에서 태 어날 아기 가 궁금해서 그 렇다니!

‘내 가 무슨 종마입 니 까? ! 보다 더 우수한 유전자 넣 어주는 정 자 은행 이 야 嘗!’

부아가 치밀어서 사나운 어조로 한 마디 쏘아붙이려는 순간.

다음 나온 율리카의 말에 카일은 다시 한 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시간이 지나고,계속네 이야기를전해 듣고.그러다보니 까 다른 것들보다 그냥 너 자체 가 엄청 궁금해졌어.”

카일의 곁을 한 바퀴 빙글 돌며, 율리 카가 미소를 짓고는 말을 잇는다.

“신 기 하더 라. 강하지 만 다른 강자들과는 다른 네 가, 뭐 라고 해 야 할까. 음, 그래. 부럽더라. 그럴 수 있는 네가. 난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못 하는데, 너는 당연하다는 듯 하고 있어. 그래서 궁금해졌어. 너라는 강자를 떠나서, 카일이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 더 자세히 알고 싶더라고.”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기는했다.본인이 뭐 얼마나신기하다고.

해봤자운동좀 열심히 하고, 그렇다고해서 괜히 으스대지 않고.

강하다는 걸 뽐내 지도 않고 티를 내지도 않으며, 다만 잘 대해줄 뿐인데 .

“그러니까 말이 야, 카일. 나 네 거 하면 안될까? 알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 어. 너처럼 강하면서 또 너처럼 멋지고 싶어. 옆에 있으면 보고 또 배울 수 있 을 것 같아.”

환장하겠네 ,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사였다.

여전히 쉽게 이해가되지 않는 이유인데, 하필 그 이유를 말하는 이가율리 카다.

티 샤나 엘가, 혹은 성녀처 럼 이 성적 인 상대 라고 볼 수가 없다.

지극히 본능적인 존재, 본인만 좋으면 무엇이든 다하고자하는 인물이다.

강해서 끌리고, 끌려서 소유하고 싶고, 소유할 수 없으면 차라리 소유 당하겠단다.

그녀 가 자신에 게 집 착 비슷한 모습을 보이 는 이 유가 그러 하다.

너무확고해서 이건 뭐 말리려고 해도 그럴 수도 없다.

“황녀님.”

“응.”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지금으로서는 딱히 황녀님께 어떤 생각도 없어요.

“알고 있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알고 있다고하니 내가 더 슬퍼지네요, 젠 장.

약해지 지 말자. 마음 굳히고 하려던 말이 나 하자, 라고 생 각하며.

카일은 속으로 할 말을 잠깐 정리한 후 마저 말을 이 었다.

“정리하자면 이거잖아요. 저처럼 되고 싶다.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

“아마그럴거야. 비슷해.”

“혹시 말이죠. 그냥 저처럼 강해지는 법이 궁금한 거라면 이럴 필요 없어요

.그냥….”

“아니야,그런 건.단순히 강해지고싶어서,그게 궁금한게 아니야.”

“•••좋습니다. 그러면 일단황녀님을 피하지는 않을게요. 황녀님은 아니라 고해도 저는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대신, 조건이 좀 있습니다.”

“조건?,,

이게 무슨 조건 만남도 아니고, 대체 뭐하는 짓인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카일은 잠시 생각하다가 몇 가지 사항을 늘어놓기 시 작했다.

*

30여년 만에 열린 수훈식을 마치고 敢황녀가 돌아왔다.

제 딸을 기다리던 황제는 자리에 앉아그녀를 맞이했다.

“고생 많았다.”

황제의 말에 율리카는 고개를 숙였다.

“카일, 그아이와는 만났느냐.”

이게 본론이었다.황제도, 황녀도, 똑같이 원하는부분이었다.

“네,폐하.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뭐 라고 하더냐. 네 가 너무 다짜고짜 들이대서 부담스럽다고 하더냐.”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황녀의 아비인 황제 본인조차도 이해한다.

제 딸이지 만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생 각과 행동을 하곤 했다.

그러니 저런 미녀임에도 남자 한 번 꼬이지 않았을 테지.

물론 율리 카가 먼저 좋다고 하는 남자 따위 한 명도 없었지 만 말이 다.

“저를 피하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호오.”

“대신 조건이 라는 것을 걸었습니 다.”

“조건이라. 그게 무엇이었더냐.”

“다짜고짜싸우려고하지 않기, 결혼과아기 이야기 금지, 일단이 정도였 습니다.”

율리카의 말에 황제는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카일 존 나센이라는 청년은, 심성이 참 착한 듯 했다

“잘 해보거라.”

어쩌면 절대 보지 못 할 거라 여겼던 막내 사위를볼수 있지 않을까.

황제는 그런 조그마한 기 대 감을, 조심 스레 한 번 품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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