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85화 >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카일이 아카데미를 비우고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매일 같이 와서 운동을 하고 있던 카일.
그가 없으니 실내 연무장도 조금은 한산한 분위 기를 띠게 되 었다.
그 실내 연무장에서, 한 남학생이 오늘도 엄청난 양의 운동을 하고 있었다 •
“후우, 후우….”
양손에 덤벨을 쥐고 한창 팔 운동에 집중하는 이는, 다름 아닌 이안.
실외 연무장에서 주로 검을 휘두르던 그가 얼마 전부터 실내 연무장에 틀 어박혔다.
그리고 카일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이들이 놀랄 정도의 엄청난 강도로 운 동을 시작했다.
‘신체 조건은 이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었다.’
검을 다루는 데에 있어 몸의 상태가 중요한 건 알고 있다.
해서 먼저 검을 잡기 전에 피나는노력을 기울여 몸을최상의 상태로 만들 었다.
노력 끝에 단검 한 자루 없이 오크들과 맨손으로 싸울 정도가 되 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검을 잡아도 문제가 없다, 그리 여겼었다.
그리고 여태 까지는 아무 문제 가 없었다.
힘이 모자라 검을 놓친 적도 없었고 체력이 부족하여 상대보다 먼저 쓰러 진 적도 없다.
어 떤 몬스터, 혹은 어떤 상대와 싸워도 검술이 아닌 단순한 육체 적 능력 이 부족하다 판단했던 적은 결단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카일, 그와부딪치기 전까지는.’
존 나센 남작가의 카일. 그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충격 그 자체였다.
인간으로서는 절대 그냥 이길 수 없는 오우거와 대놓고 정면 힘 싸움을 벌 이지를 않나.
검을 든 상대를 그냥 맨손으로 후려쳐서 제 압하지를 않나.
처음에는 무슨 특수한 기술이라도 쓰는 것이라고, 훌륭한 마나 연공법이 있을 거라고.
그리 생각하며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 만 얼마 지 나지 않아 이 안은 알게 되 었다.
카일은 그 어떤 특수한능력도 없이, 그냥 강한 것이라고.
자신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노력과 단련을 하여, 그만한 결실을 지닌 것이라 고.
그는 자신보다 강하다. 강해도 그냥 강한 수준이 아니다.
압도적으로, 감히 상대할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정도로 강했다.
그리고 이안은 그 와중에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부족했다. 부족해도, 아주 한참 부족했다. 나라는 놈은.’
다음으로, 이를 악물고 바벨을 들어올리며 이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여겼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그건 그냥본인의 기준에서, 자만심을 버리지 못 한 결과였을 뿐이다.
더 노력해야했다.더 나아가야했다.더 혹독했어야했다.
배움과 단련에는 결코 끝이 없다는 걸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본인은 오크와 맨손으로 겨루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이 정도로 지독하게 몸을 단련한 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카일은 맨손으로 오우거와 겨루어서 그대로 메다꽂기까지 했다.
상대 방과 나를 비교하는 건 어리 석은 짓이 라고 하지 만, 이 건 비교를 해 야 만했다.
‘나는 자신감이 과하게 넘쳤다. 아니,오만했다는 게 맞겠지. 나보다더 뛰 어난 이 가, 나보다 더 혹독한 노력을 하고, 나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잊고 있었어.’
우물 안 개구리 , 그래 . 자신은 딱 그 짝이 었다.
너무 오랫동안 방랑 생활을 했던 것일까. 현실 감각을 잊고 있었다.
세상에는 괴물이라 불릴 만한 강자들이 얼마든지 많다.
제국 10강이 그러하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자들이 그러하고, 카일이 그 러했다.
그럼에도 본인은 그냥 자기 자신의 수준만 돌아보며 안도하고 있었다.
“후우, 후우!
더 강해지고 싶다는, 반드시 그리 해야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더 큰 자극을 받기 위해, 카일과 겨루고 싶다는 결론이 나왔다
해서 대련을 청했는데 카일이 내건 조건이 이안을 당황케 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해온노력이 있는데,그게 무시를받는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존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꼭 강해지고 싶다는 절박함으로 채워 지기 시작했다.
반드시 자격을 인정받아 카일과 제대로 한 번 부딪쳐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카데미고 뭐고 때려치우고 존 나센으로 가보고 싶다.’
솔직히 이곳 제국 아카데미에 큰 미련은 없다.
더 훌륭한 검술을 공부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 기는 하지만, 견딜 수 있 다.
그보다는 당장 존 나센으로 달려가서 자신을 단련시켜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카일이 어떻게 그리 강해졌는지, 자신도직접 겪어보고싶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도 나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티는 내 지 않았지 만, 이곳에 서 사귄 이들과 헤 어 지는 것도 조금은 아쉬웠다.
가장 먼저 티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조금은 가까워진 레토, 그리고 다른 이들도.
자신도모르는 사이 외로웠고, 그래서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 미련이 생긴 걸까.
아카데미를 떠나자니 처음으로 친해진 사람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쿠웅—.
바벨을 내려놓은 이안은 숨을 고르며 다음 안내 책자를 살폈다.
참고로 이곳 실내 연무장, 카일 왈 헬스장에는 카일이 정리해둔 운동 가이 드가 있었다.
왜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다른 학생들이 하도 운동법을 물어봐서.
제 운동시간에 방해 받는 게 싫어서 ‘이거 따라하세요!’ 라고 만든 것이다.
심지어 나름 정성을 들여서 그림까지 그려두었다. 그것도꽤나 잘.
덕분에 대강 비슷하게나마 카일이 추천하는 운동 방법을 따라할 수는 있 었다.
물론 대부분이 몇 번 하지 도 못 하고 포기하는 중이 었지 만.
‘방학이란 게 있으니, 그때를 이용해서 한번 존 나센에 가보자.’
.
안내 책자를보며 다시 한번 자세를 잡으면서 이안은 결심을했다.
더 강해지자.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충실해야하지만.
나중에는 카일의 고향이 라는 존 나센 이 라는 곳을 한 번 가보자.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으나 노력파에 게는 웃어주는 곳 같다.
당장 카일만 봐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에 굉 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가.
그러니까 그동안 카일에게 인정을 받을 정도로 노력하고, 단련하여서.
마침 내 카일의 고향에 갔을 때 그들에 게도 최소한 고생은 했다, 라는 평 을 듣도록 하자.
이안은그리 생각하며 기합을 내지르며 제 몸을 다시금 몰아붙였다.
널
이런 식으로, 원래 정해졌던 원작의 흐름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본작에서도 이안은 아카데미에서 시간을 보내다 자신의 한계에 부딪친다
•
또래에서 자신보다 뛰어난이 들은 없다는것에 대한자만심이 문제였다.
급기 야 이 전만큼의 검로조차 나오지 않자 이안은 처음으로 절망감에 빠 져들었다.
더 강해질 수 없고, 그 방법도모른 채 점점 초조함에 몸서리치던 어느 날.
우연히도 존 나센이라는 곳을 듣고서 방학 동안에 그곳을 찾는다.
그리고 오직 전투와 단련만이 전부인 그들에게 강해지고 싶다고 외친다.
원래 라면 외 지 인을 경계해 야 할, 자신들만의 세 상에 살던 사람들이 었다.
그러나 설정 상 潷년 전 병을 앓다 죽은 막내 아들을, 동생을 떠올리 며.
가주도, 그리고 가주의 아들과 딸도 이안을 받아들여 단련을 시켜주게 된 다.
해서 두 달 만에 , 이 안은 엄청나게 성장하여 아카데 미로 돌아가게 된 다.
그리고 주인공답게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든 이들을 평정하고 강자의 반열에 오른다.
이 세상과도저히 어울리지 않는존나센의 등장배경은 바로그 때문이다 .
주인공을 단기 간 내에 강자로 올리 기 위 해서는, 압도적으로 강해 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등장 횟수를 한 번으로 제한하기 위해 세상사에 관심이 없다 는게 추가되었다.
이 안을 돕는 이 유는, 그가 딱 죽어버 린 막내 아들의 나이와 같기 에 그런 것 이었다.
“흐랴아아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원작의 흐름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그 중 가장 큰 차이 점은 역시나, 죽었어야 했던 존 나센의 막내가 살아있 다는 것.
아카데 미 에 들어 가고, 새로운 이들과 만나고, 지금은 서쪽에서 괴 상한 기 합을 내지르면서.
“와다앗!!”
연합의 최강자라는 삼걸을 상대로 신이 나서 날뛰는 중으로 말이다!
끄윽!”
연합 삼걸, 마티유는 열 발자국이 훨씬 넘게 물러선 후에야 겨우 충격을 흡 수할수 있었다.
그에 비해 카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씨익, 미소를 짓고 있는 상태였다.
‘이게, 이게 말이 되는가. 무슨, 무슨 이런 일이!’
거친 숨을 몰아쉬 며 마티유는 제 앞에 선 카일을 바라보았다.
단 한 번도 공세를 뺏어오지 못 했다. 계속 수세에 전념해야만 했다.
공격 한 번, 한번이 극악무도할 정도로 강한데 또 미친 듯이 빠르다.
벗어 났다 싶으면 이 미 사정권 이 고, 막았다 싶으면 사각지 대 로 또 들어온 다.
심지어 저리 강하고 빠르니 체력 소모 속도도 극심하게 빨라야 할 터인데.
어찌 된 일이 지쳐가는건 공격하는상대가아니라방어를하는자신이었 다.
‘이대로 가다간 필패다. 그리 된다면….’
자신도 결국 왕국 연합의 사람이다. 제국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과거 전쟁으로 친구들과 선배들, 그리고 많은 이들을 잃어야만 했다.
30여 년 동안 조용했다고 하나 제국에 대한 불편한 속내는 사라지지 않았 다.
그런 상황에서 제국의 사람에게, 그것도 저 새파랗게 젊은 청년에서 패한 다니.
꾸욱—.
저도모르게 품에 들어있는 병을 쥐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적과 맞서게 되 었을 때, 무조건 사용하라는 병.
절대 뜸을 들이지 말라고 맹세까지 하게 한물건이다.
사용해야 하나?’
무인으로서의 자존심과, 패하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자존심 이 충돌한다.
어찌 해야하나. 도대체 자신은, 무슨 결정을 내려야하나.
단 몇 초의 고민이 몇 시간은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마티유님.”
바로 그때, 앞까지 다가온 카일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그건, 아무리 생각해도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마티유가 움찔거리더니 조금 더 갈등하는 빛을 보인다.
하지만 곧 그는 결정을 내 리고서 품에서 천천히 손을 빼냈다.
직후 카일은 환한 미소를 지 었다.
마티유의 손에는, 아무 것도들려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