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虩뺵화 >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그래가지고 연합 놈들이 들어먹 겠습니까? 가자마자 ‘책임자 내놓고 무 릎 꿇고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고 만에 하나 또 이럴 시 죽음도 각오하라.’ 라고 말하는 건데요.”
“그렇겠지.”
“그런데요? 정말그렇게 말을 전하라고요?”
“서로 원하는 게 있잖아, 카일. 황제, 그리고 우리 존 나센.”
황제는 연합의 괴멸적인 피해, 철저한 굴복, 그리고 제국의 전무한 피해를 원한다.
존 나센은 감히 피나는 단련을 부정하고, 몸을 갉아먹는 짓을 지우고 싶어 한다.
무엇이 되었든 연합이 미쳤다고 ‘아이고, 그리 되도록 하겠습니다.’ 할 건 아니다.
명색이 제국과 오랜 기간 싸우고 또 저항한 최대 세력이다.
제국 10강과 비견된다는 강자들도 여럿 보유한곳이다.
요즘들어 많이 쇠락했다고 하지만그래도 연합은 연합이다.
집 단에서 자존심 이 가르는 부분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카일은 잘 안 다.
안타깝게도 자신들의 조급함에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고.
그리 해놓고 또 정작 아무 것도 이루지 못 한, 말 그대로 완전히 말아먹고 말았지만.
자존심 까지 없어 진 건 아니 니 싸우지 도 않고 고개를 처 박지 는 않을 것이 다.
“•••어차피 대화론 안 된다는 걸 다 알고 있군요.”
하서기야, 설마 말로 설득이 될 상황이라면 제 형이나 누나가 오지도 않았을 거다.
존 나센의 사람들이 자발적 으로 움직 이는 상황은 딱 두 가지 다.
하나는 뭔가 더 굉 장한 과부하를 느낄 수 있는 때, 다른 하나는 날뛰 어도 되는때.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리어와 레아가 온 이유는 후자 쪽에 가까웠다.
솔직히 말해서 , 카일 본인도 대화가 통할 거라곤 기 대하지도 않았다.
덤으로 애써 아닌 척 하지만은근히 큰일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도했다.
애써 억눌러도 자꾸만 들고 일어서는 이 존 나센 의지.
왜 이걸 자신의 아버지 가 저주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갈 지경이 었다.
‘나쁜짓아니잖아. 어차피 연합은벌받아야해. 그리고전쟁이 찾아가서 말 좀 나누고 끝나면 그게 전쟁 이 야? 무조건 치고 박고 싸워 야지. 그러니까 몸이 근질거리는 건 당연한 거야.’
라는 말이 자꾸만 귓가에,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악마의 속삭임인지, 아니면 천사의 응원인지, 이제는 헛갈릴 지경.
“이미 제국군, 그리고 대공과도 이야기는 끝났다.”
“이미 이야기까지 했다고요? 언제요?!”
“황제가 우리를 이곳으로 보낸 순간부터 알고 있었을 거야. 앞으로 일어 나는 모든 일은 우리가 맡고, 그 결과와 수습은 대공더러 맡으라는 거지. 연 합의 대대적인 굴복을 받아내는 것보다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어.”
각각리어와 레아의 말에 카일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끄덕였다.
어차피 존 나센은제국의 승리이니, 연합의 굴복이니 관심조차 없다.
존 나센의 관심은 오직 하나, 절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것의 완벽한 폐기 처분.
그리고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확신과 약속, 그것 뿐이 다.
“강요하지는 않으마. 막내야.”
“응. 카일. 강요하지는 않을게.굳이 안싸워도돼.”
리어와 레아가 미소를 지은 채 조곤조곤한목소리로 말한다.
거 기까지만, 딱 거기까지만 보면 동생을 걱정하는 형과 누나의 모습이다.
혹시나 싫은 일에 강제로 끼어들어 마음고생을 할까 염려하는 것 같다.
“형님, 그리고 누님.”
하지만 그 형과 누나는 존 나센의 사람이 다.
그리고 카일 또한, 그 존 나센의 사람이 다.
척 보면 다 안다. 딱 보면 왜 저러는지 견적이 다 나온다.
“한 명이라도 더 싸우고싶어서 저 밀어내려는 거 다보입니다.”
“크흠.”
“헤헷.들켰네?”
참나, 어 이 가 없어서. 얼굴에 다 드러내놓고 저런 말을 하다니.
듣는동생 참서운하게 왜들 이러십니까. 제 상대까지 빼앗아가려 하다뇨.
속으로 그리 투덜거리며 카일은 천천히 몸을 풀었다.
최대한 수상쩍은 냄새를 풍기며 이곳, 서쪽까지 왔다.
연합도 생각이 있으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최고 전력을 동원할 것이 다.
거기에 그 빌어먹을 마나폭주인지 뭔지 하는 것까지 사용해주면 더 좋을 것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앞에 나타난 인물은 예상대로, 연합의 최고 전력이라는 삼 걸.
특히 무척이나 청명한 기운을 내는 게 굉장히 마음에 드는 상대였다.
마티유, 라고 했던가. 보는 순간 알았다. 이 사람이 랑 무조건 싸워 야 한다 고.
이 상대마저 놓아버리면 운동 일주일 못 한 것만큼 두고두고 한이 될 거라 고!
‘아, 제 발. 형님, 누님. 이 남자는 막내 한테 양보 좀.’
일단 예의 상 어떻게, 먼저 할 거냐고 물어보면서도.
카일은 제 발 리 어 나 레 아가 먼저 나서 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딱 봐도 엄청난 단련에 단련을 거친, 진정한 의미의 강자다.
제 안에서 날뛰는 존 나센 의지를 가라앉히 기 위해서 라도 무조건 싸워 야 한다.
“으 凹 •
“헤에.”
그런 카일의 속내를눈치라도챈 것일까.
조금 아쉽 다는 모습을 보이 면서도 리 어와 레 아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다.
‘휴.’
안도의 한숨을 흘린 카일은 혹 두 사람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 얼른 나섰다
“말로는 통하지 않을 것 같으니 얼른 다음으로 가시죠. 한 판 붙고, 다시금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의 미래를 논해봅시다.”
이쯤되면 알아서 다눈치를채게 되어 있다.
군대와 군대 가 맞붙어 싸우는 것도 좋지 만, 이 번에는 강자들의 방식 으로 가려보자, 라고.
카일의 말에 연합 삼걸, 마티유 필리베르가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정면 대결로는 열에 아홉 연합의 패배가 자명하다.
제국에 큰 피해를 입힌다고 해도 결국 연합은 모두 쓸려 나갈 것이다.
그럴 바에 차라리 지금과 같은 결투로서 명분을 세워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
“•••만약 말입니다.”
서로가 싸우기 편한, 아주 넓은 장소로 향하는 와중에.
카일의 맞은편에서 걷고 있던 마티유가 천천히 운을 뗀다.
“그대와 내가 결투를 벌여서, 그대가 이긴다면 내가 연합에 당신들의 제안 을 전달한다고 치고. 반대로 내가 이긴다면, 제국은 조용히 물러나는 것입니 까?”
사실 마티 유의 발언은 제 국 입 장에 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조건 이 다.
먼저 기습을 가한 것도 연합이고, 전쟁을 억제하던 명분을 없앤 것도 연합 이다.
그래놓고서는 결투의 결과에 따라 군을 물려줄 수 있느냐는 말을 하고 있 다.
차라리 협상의 여지를 한 번 더 고려해주지 않겠냐는 말이면 또모를까.
마티유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는 제 안이었다.
“원하신다면 그리 하겠다, 라고 말은 해드리죠.”
하지만 카일은 웃으면서 고개를 몇 번 끄덕 여주었다.
그 대 답에 뜻밖이 라는 듯 두 눈을 껌 뻑 거 리 는 마티 유.
물론 다음 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었지 만 말이 다.
“그쪽이 정말로 이길 수 있다면 말이죠.”
« ” …-
명백한 도발, 그러나 마티 유는 크게 화를 내 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리 말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기세를 끌어올린다.
‘확실히 연합 삼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는 않아.’
혹 자신이 너무 어려 상대 가 방심 이라도 하면 어쩌 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다짜고짜 결투 신청을 했음에도 그는 방심하는 기색이 전혀 아니 었다.
되레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이미 카일의 수준을 얼추 알아차린 것 같았다.
역시 진짜배기는달라, 라고속으로중얼거리며.
카일은 처음으로 마음을 놓고 본인이 먼저 짓이겨 들어갔다.
콰아아앙!!-
“끄헉?!”
검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마티유의 몸이 그대로 허공으로 치솟 는다.
기습도 아니고 그냥 앞에서부터 정직하게 날아온, 지극히 평범한 주먹질.
그러나 그 결과는 보고 또 봐도 절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콰지직!-
겨우 균형을 찾은 마티유가 몸을 가누고서 일어선다.
이미 제 몸은 한참이나 밀려서 국경 뒤쪽, 연합의 안으로 들어간 상태.
« ” …
« ” …-
.
무슨 상황인가, 하고 궁금해 하던 연합의 사람들이 전부 할 말을 잃는다.
도대체 어떤 공격을 받았기에, 삼걸 중 으뜸이라는 마티유가 저리 밀려난 것일까.
오늘 이 싸움에 서 승리는커 녕 과연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하는 생 각들이 밀려든다.
“크읏.”
그 생각을 읽지 못 한 마티유가 아니다. 시작부터 완전히 말렸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추스른 그는 곧장 카일에게로 날아들었다.
이미 그가 검을 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지적할 생각은 사라졌다.
저 나이에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지 만,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자신과동급의 강자,제국 10강과견주어도손색이 없는자다.
그런 자에게 무기를들었네, 안들었네, 걱정하는 건 말그대로 미친 짓이 다.
카아앙!!-
마티유의 예상대로, 검과 맨손이 부딪쳤음에도 피가 흐르고 살이 갈라지 는 게 아닌.
그냥 쇠 와 쇠 가 부딪친 것 마냥 둔중한 소리 가 한 번 들리 고 말 뿐이 다.
‘이미 마나를 제 몸에 두를 줄 아는 거다. 저 어린 나이에, 벌써!’
간을 보거나 실력을 파악하는 행위는 오만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할수 있는 모든 것을, 전력을 다해서 몰아붙여야 한다.
그리 해도 승리하는 것이 아닌, 겨우 패배를 면할 정도가될 것이다.
샤아아아!!-
모든 마나를 집중하여 외부로 분출시킨다.
이내 검신에 반투명한 기운이 머물며 ‘검기’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하앗!”
육중한 방패 도, 두꺼 운 갑옷도, 모두 공평 하게 갈라버 리는 최고의 무위 , 검기.
숙련된 기사들조차 아지랑이 수준에도 못 미치는 걸 끌어올리는 게 전부 다.
실력자라는 말을 들으려면 아무리 못 해도 검기를 발현하는 초입 단계는 가야 한다.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는, 이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만큼 검기는 강함의 척도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수 있다.
그 말은, 세상 무엇도 그 시퍼런 예 기 앞에 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 다! !
까앙!-
“•••?”
순간 마티유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 들었나 했다.
분명히 제 검에는 검기가 둘러져 있는데, 왜 검을 쳐내는 소리가들린단 말 인가?
그것도 검 한 자루 들고 있지 않은 상대를 앞에 두고서?
“쯧.”
혀를 차는 소리에 마티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줄기 붉은 피가 흐르는 제 주먹을 바라보는 카일이 있었다.
“아프네요.”
검기를 정면에서 맞이해놓고 무슨 종이에 베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니.
마티유의 가슴 속에서 희미한 무언가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