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화 > 서쪽나들이
왕국 연합 삼걸, 그 사이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자, 마티유 필리베르.
연합을지키는 세 자루의 검중가장온화한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는 남자.
그럼에도 그가 삼걸 중 중심인 이유는 제국 io강 중 둘과 겨룬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제국과왕국 연합의 사이가 여전히 좋지 않던 시절.
전쟁은 서로에게 부담이니 대신 다른 방법으로 서로의 기를 꺾고자 했다.
그것은 각자의 최고 실력자들을 내보내서 무를 겨루도록 하는 것.
겉으로 보기 에는 그냥 서로의 친목을 다지는 친선전 느낌 이 지 만.
그것이 서로에 대한 견제 이자 은밀한 관찰임을 다 알고 있었다.
절대 패해서는 안되면서 또 전력을 드러내서도 안되는 상황.
그 대련에서 마티유는 첫째 날에 한 명, 그리고 마지막 날에 또 한 명과 겨 루었다.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서늘하군.’
한창이 던 시절을 지 나, 이제는 마흔을 훌쩍 넘 겨 중년의 기사가 되 었다.
허나 아직 이 끓어오르는 혈기는 청년 시절의 것과같다. 아니, 더 넘친다.
그리고 제국 군단이, 그 사이에 슈렐리츠 대공과 검의 형제 기사단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티유는 제 인생 최 고의 전투가 곧 펼쳐 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만 없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터.’
마티유는씁쓸히 웃으며 제 품에 담긴 병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이미 연합수뇌부에게서 명령이 전달되었고 맹세까지 하도록 강요받았다
•
제국 놈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든다면, 자신보다 강하다면 바로 사용하라고.
그러는 순간 제국 놈들은 말 그대로 종잇장처럼 찢어질 거라고.
30분 정도는 제국 10강조차능가하는 힘을 지닐 거라고 했다.
엄청난 자금과 마법사들의 노고, 그리고 이름 모를 자들의 희생까지 더해 졌단다.
그들은 스스로 몸이 붕괴되는 비극을 맞이했으나 완성품은 아니니 걱정 하지 말란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기사로서, 이름을 알린 강자로서, 치욕이 아닌가.’
싸울 수 있도록, 이 길 수 있도록, 그리고 지 킬 수 있도록.
매일 피나는 노력을, 뼈를 깎는 단련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런 방법은 당장은 통한다고 해도나중에는 제 살 깎아먹기가될 것이다.
“지금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닙니다, 마티유 경.”
“제국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슈렐리츠 대공과 검의 형제 기사단, 그리고 그 북쪽의 야만족 놈들까지. 그 안에 10강놈들이라도 있다면 최악의 상황 입니다.”
삼걸 중 자신을 제외한 두 인물, 그루시 니콜라스와 베르나도트 브륀은 거 리낌이 없었다.
당장 연합이 패하고 조국이 제국에게 점령당하면 기사의 고결함이니 자 존심이니.
그딴 것들은 한낱 놀림 거리에 지 나지 않을 거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차라리 그럴 바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국을 격퇴하고 말겠다고.
연합의 이름 모를 용사들이 제 몸을 바쳐가며 일조해낸 이 물건을 사용하 겠다고.
두삼걸은그리 말하며 거침없이 이 병을 제 품 안에 챙겼었다.
저들의 말도 아예 틀린 건 아니다.오히려 저들이 옳을 수도 있다.
지금 자신이 염려하는 모든 것들도 결국 파도 앞 모래성에 불과하다.
연합을 향해 들어오는 제국이라는 파도 앞에서, 어찌 저항할 수 있을까.
“후우.
애써 고개를 내저으며 잡념을 털어낸다.
나이를 먹으니 자꾸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당장저 앞에 제국의 군단이, 검의 형제 기사단이,슈렐리츠 대공이 오고 있다.
지금은 잠시 후 벌어질 전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리하면 다행인 것이고, 패배한다면 모든 것을 내놓게 될 것이다.
사박-.
“•••음?”
하지만정작 마티유의 눈에 들어온것은,전혀 예상밖의 것이었다.
번쩍 이는 기세를 자랑하는 제국의 군단도 아니고 강력한 무용을 지닌 기사단도 아니다.
하물며 제국의 선봉도 아니다.그렇다고하기엔 터무니없이 적다.
사박사박-.
그러는 와중에도 저 앞에서 나타난 세 인영은 거침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들판을 가로질러 연합의 대군이 멈춰 서있는 곳 바로 지척까지 다가온다.
마침내 제국과 연합의 국경 바로 앞에 다다랐을 때, 그들이 멈춰 섰다.
“도대체 뭐랍니까? 저것들.”
근처에 서있던 또 다른 삼걸, 그루시가 다가와서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낸 다.
모두가 큰 전투를 예 상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와중이 다.
그런데 정작 나타난 건 군단도 아니고 기사단도 아닌, 세 남녀가 전부다.
이런 식이면 초장부터 김이 빠지며 기껏 세워둔 예기도 전부 잃을 판국이 다.
연합의 지휘부 또한 지금의 상황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이 정도 수준이면 도발을 넘어서서 그냥 연합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다.
그렇다면 자신들 또한최소한의 예의 따위 지킬 필요가 없을 터.
해서 그들이 막 기사단을 내보내 저들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찰나였다.
웅—.
“•••!”
범 인들은 알 수 없는, 그러 나 강자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기 세.
그것이 삼걸들과 연합측 기사들의 감지에 정확하게 들어왔다.
특히나 실력이 뛰 어나면 뛰 어날수록, 그 기세를 보다 확실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정지:
마티유는 급히 연합의 기사들을 멈춰 세웠다.
안타깝지만 저들로서는 감히 대적할수 없는 자들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저기 선 세 남녀, 아니 세 강자들이 일거에 쓸어버릴 것이 다.
말에서 내린 마티유는 제국 쪽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그는 강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기세, 틀림없다. 제국 10강이 분명하다.’
피부가 따끔거 릴 정도로, 자신을 이 리 압박할 수 있는 존재는 그 뿐이 다.
오래 전이 기는 하나 두 번이나 부딪쳐 본 적이 있기에 확신할 수 있다.
제국이 군단을 단 하나만 동원한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인 모양이 다.
백 명의 병사 몫을 할 수 있는 기사 하나, 그런 기사 백을 합쳐도 안 된다는 소수의 강자.
그 강자들조차도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 바로 제국 10강이다.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한 강자, 그런 자들이 저 앞에 셋이나서있다는 거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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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마티유는 당당히 앞으로 나아갔다.
제국 10강이 강하다고는 하나 자신도 그에 준하는 실력자, 연합의 삼걸이 다.
저들의 강함은 인정하지 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에게 자신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움츠러들 이유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어느 때보다 당당해야 한다.
마침내 상대방의 얼굴까지 전부 눈에 들어오는 거리에 들어섰을 때.
‘•••잠깐.’
마티유는 두 가지 사실에 진심으로 놀라야만 했다.
일단첫 번째로, 제 앞에 선 이들이 너무나 어린 자들이었으며.
두 번째로, 자신이 알고 있던 제국의 10강 어느 누구의 얼굴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게, 어찌된….’
얼마 가지 않아 마티유는 이 젊은 세 남녀의 정체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제국 군단, 검의 형제 기사단, 슈렐리츠 대공,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다.
“혹시, 존나센남작가분들입니까.”
가장오른쪽에 있던 청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제가 전합니까?’ 라고 다른 두 남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후 그 두 남녀 가 고개 를 끄덕 이 니 청 년 이 앞으로 나섰다.
“처음뵙겠습니다.존나센 남작가의 카일,이라고합니다.여기 계시는두 분은 각각 제 형님 이신 리어 존 나센, 누님 이신 레아 존 나센입니 다.”
“•••마티유필리베르 입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제국과 연합이라고 해도, 서로가 지켜야 할 예의 는 있다.
더군다나 상대가 먼저 인사를 한다면 당장 창칼이 휘둘러지는 게 아닌 이 상답을 해야한다.
하여 간단히 제 소개를 하자 본인을 카일이라 소개한 청년이 미소를 짓는 다.
“강하시네요.”
단 한 마디. 그러나 그 한 마디에 마티유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 했다.
자신처럼 기세를 읽고 그 실력을 얼추 예상하여 말한 게 아닌 것 같다.
아주 정확하게 ,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히 파악을 당한, 그런 느낌이 든다.
카일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혹시 그쪽이 연합측의 자랑이라는 삼걸 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부끄럽게나마그리 불리고 있지요.”
“다행이 네요. 이러면 이 야기 가 빨라질 것 같습니다.”
이 야기 가 빨라진다. 이 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
마티 유는 저도 모르게 꿀꺽,하고 침을 삼키 며 다음 말을 기 다렸다.
“삼걸이라면 연합에서 가장 강한 세 분 중 하나라는 뜻이겠죠. 그리고 내 부에서 목소리도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분 중 하나고요.”
“강한 건 맞습니다만그, 목소리를 낸다는 건….”
정계에는 딱히 발을 들이지 않았던 자신이다.
그루시 나 베 르나도트와는 다르게 , 마티 유는 그냥 기 사로서 살다가 죽고 싶었다.
해서 카일의 말에 그건 아니라는 말을하려는 찰나.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다 하시 면 이해합니 다. 오히 려 그런 자세, 굉 장히 대 단하다고 봅니 다. 모든 강자들이 본받을 만한 일이 에요. 모름지 기 힘이 있 는 자라면 그래 야죠.”
“어그리 말씀해주시니….”
“하지 만 안타깝게도 때로는 힘 이 가장 중요할 때도 있는 법 이죠. 지금 이 순간처 럼 . 그러 니 까 마티유 님 이 라면 가능하실 겁 니 다. 지 금부터 제 가 드릴 제안을 행하시는 것이 말이죠.”
전쟁을 앞두고 갑자기 제안이라니.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
심지어 슈렐리츠 대공까지 참전한 마당에 일개 남작가의 사람이 제국을 대표한다고?
“마나 폭주를 이용하고자 한 책임자들 전부 제국으로 보내고, 다시는 그 런 악랄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연합의 수뇌부가 나서서 맹세하세요.”
“•••예?”
“만약 맹세를 어길 경우, 제국의 전 방위적인 공격을 감당해야 한다는 조 항을 명시하고요.”
순간 마티유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말하는모양새가 마치 연합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것 같지 않은 가.
다른 건 몰라도 연합을, 자신을 무시하는 모양새는 견딜 수가 없다.
설령 패하더라도, 목숨을 잃더라도 강자로서의 자긍심은 지키고 싶었다.
“• • •만약 그 제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어찌 할 겁니까?”
마티유의 물음에 카일이 ‘음.’ 하고 침음을 흘린다.
이후슬쩍 뒤로물러나서는 ‘형님.그렇다는데요.’ 하고운을 뗀다.
“•••네, 형님. 그러면 형님이…? 아, 저 먼저요. 양보하신다고요. 네. 알겠 습니다.”
대화를 마친 카일이 다시 마티유 앞에 선다.
“대화로는 더 풀리 지 않을 것 같으니 얼른 다음으로 가시죠.”
카일의 말에 마티 유가 그게 무슨 말이 냐고 반문하려 는 찰나.
존 나센의 막내는 어깨를 한 번 풀더니 씨익, 미소를 짓는다.
“한 판 붙고, 다시금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의 미래를 논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