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 서쪽나들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되어버린 것일까.
바로 얼마 전까지 두근두근한 아카데미 라이프를 보내고 있었는데.
왜 지금 내가 서쪽으로, 그것도 형과 누나와 함께 가고 있는 거지嘗
곰곰이 생각해보던 카일은 얼마 가지 않아 대답을 내놓았다.
‘다 서쪽 로이더들… 아니,서쪽 왕국 연합 놈들 때문이네.’
왕국 연합 놈들이 감히 신성한 몸에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그로 인해 분노한 존 나센이 내려왔고 그 과정에서 본인도 따르게 되 었다.
즉 지 금부터 무슨 일을 하던 그것은 정 당방위 가 된 다는 것이 다.
물론 정확히는 그 사실을 존 나센에 알린 카일 본인의 탓도 있다.
조용히 있었다면 형이나누나가 이렇게 득달같이 오지는 않았을거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원래 본인 영향은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덤으로 고향에 알린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서 제 탓이라는 생각도 없다.
어떻게 몸에 그런 짓을, 제 몸을 해하면서까지 그리 할수 있단 말인가.
약하다면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지, 감히 그런 악독한 짓을 하다니.
카일 입장에서는 강도를 보고 경찰에 신고를 안 하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 었다.
심지어 그냥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몸이 완전히 붕괴가된 다?
이 건 정말이지 사탄보다 더 한 놈들이 었다. 천벌을 받을 새끼들!
“일단 관련된 자들을 모두 찾아내 라고 해 야겠네요.”
“처벌도 처벌이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리 어나 레 아도 카일 못지 않게 크게 분노하는 중이 다.
일단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아직은 연합 자체에 증오를드러내는 건 아닌 듯 한데.
이것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중요한부분이었다.
“카일. 네 생각은 어떠냐.”
“글쎄요. 일단 연합이 어떻게 나오는지부터 봐야할것 같습니다, 형님.”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로 말이다.”
삼남매가 나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차의 속도가 점차 줄어든다.
그러더니 문이 슬쩍 열리고는 검의 형제 기사단소속 인원이 조심스레 고 개를들였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앞에 교단분들이 나오셔서 그런데, 잠깐만 마차 밖 으로 나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출전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려 한답니다.”
제국군이 전장으로 이동하면, 그 와중에 교단이 그들을 배웅하곤 했다.
무운을 빌고, 신께서 지켜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인해 용기도 얻게 된다.
황실 또한 군의 사기를 고려하여 교단의 그 행동들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 다.
아마 이번에도 교단 본부에서 지부 쪽으로 서신을 보낸 모양이다.
그 서신을 받아든 지부에서 바로 사람들을 모아 기다리고 있었고 말이다.
“마차에서 내리는 거야 상관없죠.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그냥 걸어가면 안 되는걸까요?”
“아니면 뛰는 것도 괜찮다.”
“형님, 누님. 제발 좀….”
다른 귀족들은 마차에서 내리라는 걸 은근히 모욕으로 받아들이는데 .
정작존 나센은 그 마차를 굉장히 불편하게 여기고 있었다.
덕분에 살짝 당황한 기사가 어어, 하고 침음을 흘리다 물어보겠다고 대답 한다.
“저 사람들이 교단 사람들인 모양이다.”
리어가 가리킨 곳에는 한무리의 사제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는 교단 지부에 서 미 리 사람들을 보낸 모양.
그들은 군단의 행렬이 멈추자 굉장히 엄숙한 분위기로 기도를 올리기 시 작했다.
슈렐리츠 대공과 검의 형제 기사단들도 그 근처에 있었다.
제국에서 교단을 믿지 않는 이들은 이제 찾기 힘들 것이다.
단 한 곳, 북쪽 끄트머 리 에 자리를 잡은 존 나센을 제외 하고 말이 다.
“저런다고해서 없던 근육이 생겨나지는 않던데.”
“저런다고근손실이 적어지는 건 아니던데요.”
참으로 존 나센스러운 말을 하고 있는 리 어와 레 아였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으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그러고 있으니 다행이 다.
사제들이 기도를 하는 면전에서 이러면 좋다고 하겠는가.
“카일 형제님.”
사제들의 기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서 소곤거리는 목소리 가 들려온다.
어 ? 하고 탄성을 내뱉은 카일이 급히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성녀님!?”
분명 어제까지 아카데미에 있던 성녀가,왜 여기 있단말인가?
혹시 성녀가둘? 그게 아니라면 베일에 가려진 쌍둥이라도 있단 말인가!
“쉿! 조용히 해주세요. 제가 여기 온 건 비밀이에요!”
“예?!”
“슈렐리츠 대공가의 검의 형제 기사단 분들과 사라지셨단 이야기를 들었 어요. 지금 대공가가 향하는 곳이 전장외에는 없잖아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지 만 카일 형제님이 전장으로 가신다 하니 축복이라 도제대로해드리고 싶어서….”
“아니, 잠깐만요. 그러면 성녀님 혼자 여기까지 오셨다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이어진 대답은 성녀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인이 대신했다.
“•••아니, 그쪽은왜 또 여기 있어요?!”
여인의 정체는 생뚱맞게도 프리실라 단장이었다.
교단 본부를 지켜야 하는 책임을 지닌 이 가 왜 여기 있단 말인가.
1 휴가를 받았습니다:
“예 ?”
“정확히는 제가 요청했습니다. 카일 형제님 말고, 또 다른 존 나센 분들이 오셨다고 해서.”
그 말에 카일은 절대 그러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서요, 단장님 . 형님 이 나 누님은 나랑은 차원이 다르다고요.’
못 해도 10강 급의 강자가 둘, 혹은 그 이상으로 붙어야 한다.
그래 야 겨우 싸움다운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프리실라가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는 절대 못 버틴다.
“그런데 성녀님이 호위 요청을 보내셔서 여기까지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휴가 중에 제국군 진군을 추월하느라 고생 좀 많이 하긴 했죠.”
그리 말하는 프리실라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겨우 얻어낸 휴가인데 갑자기 성녀가호위에 같이 가자는청까지 하니 그 럴 법도 하다.
“헌데 뜻밖에 여기서 존 나센 분들을 다뵙게 되는군요.”
프리실라의 두 눈동자에 번뜩이는 빛이 가득 깃든다.
그 빛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카일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율리카만큼은 아니어도 강자로서 지니고 있는투쟁심이 없을 수가없다.
마침 리어와 레아도 프리실라의 기운을 느끼곤 살살 곁눈질을 하고 있었 다.
기회가 된다면 한 판 붙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기색이 역력하다.
그나마 카일이 옆에 있어서 일단 한 번은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말씀 나누시죠, 성녀님. 저는 잠깐 저분들과 인사좀 나누고 오겠습니다.”
“그러세요.”
“단장님. 여기서는 안됩니다. 나중에 하세요. 제발요.”
카일의 경고이자 부탁에 프리실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본인도 지금은 성녀의 호위가 먼저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존재임도 곧 알게 될 것이고.
“설마 전장으로 가실 줄은 몰랐어요.”
프리 실라가 사라지 자 성 녀 가 걱 정스러운 목소리 로 운을 뗀다.
그에 카일은 뭐 가 걱 정 이 냐는 듯 과장된 모습을 보였다.
“기우입니 다, 성녀님 . 그때 보셨잖아요? 제 가 프리실라 단장님과도….”
“카일 형제님의 강함을 의심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제가 걱정하는 건.” 성녀가 톡톡, 하고 제 가슴께를 건드린다.
저게 무슨 뜻이지 하고 카일이 고개를 갸웃거릴 무렵 성녀가 말을 잇는다.
“전장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그 행위는, 단순히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를 떠나는, 굉장히 위험하고 또 비극적인 일이죠.”
“•••아.”
카일은 비로소 성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녀는 카일이 육체적으로 다치는 것이 아닌, 정신적으로 다치는 것을 걱 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해도,피를보고사람목숨을빼앗는 일은 아예 다른것이다.
당장 카일 자신이 겪은 싸움이라고 해봤자 그냥 결투 몇 번이 전부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은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 같은 사람을 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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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살생 을 한다고 하지 만 받게 되 는 스트레 스는 비 교조차 되 지 않을 거다.
“저기 계시는 형제님들도 물론 좋은 분들이죠. 하지만 카일 형제님은 특 히 나 더 좋으신 분이 에요. 그래 서, 그래 서 여 기 가 다칠까 저는 그게 걱정 이 랍 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전부 이해했습니다, 성녀님.”
이런 부분마저 신경을 쓰고 있었다니, 절로 탄성과 감사함이 흘러나온다.
성녀라는존재는 이런 걸까. 이래서 모든 캐릭터들이 알게 모르게 의지했 던 것일까.
내 심 이 런 사람과 굉 장히 가까워 졌다는 게 정 말 다행 이 라는 생 각도 들었 다.
“부디 잘 다녀오세요, 카일 형제님.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기를 빌게요.”
그리 말한 성녀가 카일의 두 손을 꼭 붙잡는다.
직후 희미한 황금빛이 잠깐 머무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성녀님.그리고 죄송합니다. 귀한분을 여기까지 오시게 해 서….”
“아뇨. 제가오고 싶어서 온 걸요. 카일 형제님이 그리 말하시면 서운해요.”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성녀님?”
“네,형제님. 말씀하세요.”
“여쭤볼 게 하나 있어서 그런데.”
솔직히 이걸 물어봐도 되 나, 고민을 좀 했다.
정확히는 저번에 넬을 데리고 갔을 때부터 하려고 했던 질문.
하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하지 못 했는데 이번에 또 이러니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저번에 저한테 그축복이란 걸 한번 해주셨죠?”
“네.그랬어요.”
“그때 기억하기로는제 이마에 그… 입술을 맞추셨는데.”
“•••에? 어, 어어 … 그, 그랬던 것 같네요! 그랬죠? 아마?”
“그러셨습니다. 헌데 그 다음으로 넬의 경우나, 오늘 축복을 거실 때는 그 렇지 않으셔서요.”
카일의 말에 성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다.
두 눈을 쉴 새 없이 깜빡거리고 또 자꾸만 시선을 피하는 것이.
누가봐도 대답을 회피하고 싶어 안달이 난소녀의 모습이다.
그런 성녀의 모습에 카일은 작은 미소를 짓고 말았다.
만약 이 자리에 로판속 전형적인 남주가 있었다면, 눈치를 전혀 채지 못 했 을 것이다.
눈앞의 이 여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지나갈 거다.
하지 만 자신은 아니 다. 오히 려 눈치를 못 채 면 그게 이 상한 법 이 다.
최애캐와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 가.
조금만 더 마음 한 구석을 간질거려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말하려는 찰나.
그 순간에 존 나센 의 지 가 강제로 발현되고 말았다.
“혹시 축복의 종류가 달라진 걸까요? 달라졌다면 몸에는 어떤 영향을 주 게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