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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76화 (76/318)

熲 76화〉을 것이 오고야 말았… 너무 빠른데요?

마차는 별다른 제지 없이 황성의 문을 넘어섰다.

원래라면 삼엄한 검문검색이 있어야 정상이다. 대공가라 해도 예외는 없 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치 무언가 명령을 전달 받은 것처럼.

“들어가시면 됩니다.”

병사들 중 어느 누구도 마차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막힘없는 이동은 황궁 바로 앞의 문까지 이어졌다.

‘이랬던 적이 없는데.’

교육성 장관은 슬그머니 맞은편에 앉은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마차를 앞질러서 달리고 있던 리어와 레아.

황성 코앞까지 가게 되자 장관은 겨우 둘을 설득해서 마차 안으로 태웠다.

명색이 황제의 초대를받은귀빈인데,끝까지 두발로뛰게 한다?

이건 당장 궁내성 쪽에서 쌍욕을 퍼부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스스스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더는 마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이제는 내려서 걸어야 할 것 같다고 교육성 장관이 말을 건다.

그러자 리어와레아는 ‘이제야.’ 라는감정이 가득한표정을지었다.

‘하다하다 마차 타기 싫어하는 귀족은 처음이군.’

마법 이 없을 시 절의 , 그 미친 듯이 흔들리 던 마차가 아니 다.

이 제 는 굉 장한 안락함을 자랑해 서 마차 없이 는 이 동도 못 하는 귀 족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은 그 편안함을 정면에서 거부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차에서 먼저 교육성 장관이 내리고, 그 뒤를 따라 리어와 레아가 내린다.

그들의 등장에 주변에 서있던 황실 기사들이 흠칫 몸을 떤다.

일반인들은모르는, 오직 실력자들만이 알수 있는 ‘강자’ 의 기운.

그것도 보통 강자가 아니라 대륙을 진동시 키고 천지를 개벽시킬 강자다.

이러니 황실의 검이라는 자들조차움찔거리는 건 당연한수순.

“가시지요,손님 여러분.장관님도같이 가시면 됩니다.”

마중을 나온 시종장의 안내를 받아 그들은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

한 부서의 수장인 장관조차도 허 락을 받지 않는 이 상 함부로 올 수 없는 곳.

그래서 그런지,존나센의 남매보다오히려 장관이 더 긴장한 얼굴이다.

교육성 장관은 재무성이 나 내무성, 혹은 전쟁성과 같이 황제를 무조건 만 날 필요가 없는 부서이니만큼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서들 오라. 존나센의 손님들이여.”

저 앞에서, 한 남자가 수행하는 이들을 잔뜩 대동한 채.

두 팔을 활짝 벌리고서는 웃는 낯으로 이쪽을 기다리고 있다.

그 광경을 목도한 교육성 장관은 헉, 하고 숨을 들이 마셨다.

설마했는데, 자그마치 제국의 황제가친히 마중을 나온것이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재 빠르게 자리 에 무릎을 꿇고 고개까지 쳐박는 장관.

대 전도 아니고 이 리 바깥까지 황제 가 나왔을 거라곤 정말 꿈에도 생 각하 지 못했다.

그와는 반대 로 잠깐 주변을 살피 다가 허 리 만 숙이는 두 남매.

누가 봐도 존 나센의 이들을 무엄하다며 타박할 만 한데, 아무도 입을 열 지 않는다.

황실 기사들도, 시종장도, 그리고황제 본인조차도 말이다.

“나중에나 올 줄 알았는데,이리 빨리 올 줄 몰랐군.”

황제는 그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어서 들어가자 손짓을 할뿐이었다.

리어와레아를데리고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 황제가 다시 몸을 돌린다.

“아,그리고 장관.”

“네.폐하!”

“참으로빨리 데려왔군.고생했네, 아주고생이 많았어.”

담백하게 건네는 말, 그러나 분명한 황제의 치하다.

I  |

심지어 사람을보내 글로 전하는 것도 아닌, 지존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 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포상이다. 황제 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하하하….’

교육성 장관은 속으로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여태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하면서도황제에게 고생한다는 말 한 번 못 들었 다.

사실 그게 당연한 거라서, 위에 있는 자는 함부로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서.

그런 이유로 딱히 서운하다거나 그 비슷한 류의 감정조차 지니지 않았었 다.

헌데 오늘, 한 남작가의 남매를 당일 데리고 온 것으로 직접 치하를 받았 다.

그것도 개인적인 자리도 아니고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이 걸 좋다고 해 야 하나. 참어이가 없군.’

생각해보니, 그리 미친 듯 일하는 재무성 장관도 황제에게 직접 치하를 받 은 적이 없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이렇게 먼저, 황제에게서 직접 고생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놀려줄 거 리 가 생 겼다고 여 기 니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교육성 장관이 었다

황궁이 어떤 곳인가.제국의 지존이 기거하는, 제국의 심장과도 같은곳이 다.

가장 중요한 곳이 다, 가장 화려하며 가장 웅장해 야만 하는 곳이 다.

세상 어떤 이도, 설령 신조차도 안에 들어오면 감탄을 할 정도로 대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제 국의 지 배 자가 지 닌 권위 를 상징 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기에.

‘으’ 凹 -

앞장서서 걷고 있던 황제가 슬쩍 뒤를 살핀다.

일개 영주도 아니고 제국을 지배하는 자가뒤를 살핀다니, 참 이상한 일.

그럼에도 황제는 계속해서 자신을 따르고 있는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동요는커녕 조그마한 반응도 없구나.’

황궁에 여러번 온적이 있는대공들이나 보일 법한 모습들이다.

그 외의 이들은 황궁에 들어서면 진심이든, 아니면 보여주기 식이든.

크게 놀라며 계속해서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었다.

하지 만 존 나센에 서 온 두 남매 , 리 어와 레 아는 달랐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기둥을 지 날 때도, 각종 보석 이 세공되 어 만들어진 장 식을 봐도.

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새겨진 모든 것을 눈에 담았음에도.

저 남매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눈길조차주지 않았다.

단순히 아무렇지 않은 ‘척’을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흘끗 보는 것만으로도 황제는 저 둘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존 나센의 남매는, 정말로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이다.

권위를보이는것 따위,권력을드러내는 것 따위, 마치 벌레 보듯한다.

그 모습을 보며 황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 었다.

모든 것들이 변하듯 혹시나 존 나센도 변했다면 참으로 난처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저들의 자식들이 그들의 부모와는 다른 생각을 지닌 존재들이 라면.

혹시나저들이 그저 강함의 과정에 만족하지 않고, 강함의 결론을 원한다 면.

‘끔찍하구나. 얼마나죽어나갈지, 감조차잡히지 않아.’

다행히도 이렇게 보니 자식들도 그들의 부모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교단에 서 그리 도 찾는 신 이 라는 작자가 정 말 존재 하기 는 하는 모양이 다.

저런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들이지만, 정작 휘두르기는 또 싫어하는 자들 이라니.

참으로 신기하고 또 모순적이면서도 안도감이 절로 들기도 한다.

황제는 이례 적으로 두 남매를 응접실로 데리고 갔다.

원래 라면 황제는 그의 자리 에 앉고, 두 남녀는 그 밑에서 무릎을 꿇고 있 는 게 맞다.

제국에 수도 없이 많은 남작가, 그것도 남작도 아닌 그냥 자제와 영애들이 니.

아무리 못 해도 변경백 이 나 후작 쯤은 되 어 야 받을 수 있는 대 접 이 다.

하지만 상대는 존 나센이다. 제국을 상대로 버틴, 그 북쪽의 전투종족이 다

저들이 남작위 에 머무르고 있는 건 그냥 본인들이 원해서 그런 것이다.

굳이 따지 자면 , 슈렐 리 츠 대 공가와 비 슷한 대 접 을 받아야 할 거 다.

“앉게.”

먼저 앉은 황제가 자리를 권하니 리어와 레아가 엉덩이를 붙인다.

혹 무례한 언행을 하지는 않을까,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의 시종장.

다른 곳도 아닌 황궁에서, 황제의 앞에서 그런 짓을 벌였다간 무슨 일이 벌 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존 나센이라고 해도 예의 자체를 모르는 자들은 결코 아니 다.

“이리 초대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리 어 가 진중한 목소리로 운을 뗀다.

그리고 레아 또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황제의 은혜에 감사한다 말했다.

레 아의 그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황제는 순간 ‘저 여 자가 아카데 미 를 부순 게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하기야. 딸아이도 그런데 다른 집이라고 안그럴까만.’

율리카를 떠올린 황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분명히 같은 아비, 같은 어미를 두고 태어났는데 다른 아이들과는 왜 그리 다른지.

혹시 조상 중에 존 나센의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카데미에 갔다고들었는데.혹동생을보러 갔던 것인가?”

“그렇습니 다. 막내 가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향 소식도 전해주고 자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다면 더 있어도 좋았을 텐데. 어느 때든 와도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나.”

“폐하의 자비로움에 고개를숙여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다만, 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 부득이 만남을끝내고 이리 황제 폐하를뵙게 되 었습니다.”

리 어의 말에 황제는 살짝 눈매를 가늘게 한 후 그를 쳐다보았다.

사실 그가 존 나센에서 온 이들을 초대한 것은 그들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

북쪽을 떠난적이 거의 없었던 자들이 왜 갑자기 제국 영토내부로왔는지.

그것도 몇 번 왕래하던 북부도 아니고 중앙 지역까지 왔는지 알고자 했다.

적의 가 없음은 확실하나 그래도 못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자들이 왜 제국 가장 깊숙한곳에 왔는가.

정말로, 그저 단순히 동생만보려고 왔는가? 아니면 다른무언가 있는가.

혹 저들이 진의를 숨기고자 한다면 어떻게 알아내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 데.

이렇게 스스로 그 이유를 말해준다 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폐하. 아카데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들었습니다.”

“•••그랬지.”

제국 입장에서는 서쪽의 왕국연합에게 뒤통수를 맞은게 가장 화가 나는 일.

하지만존나센에게는 다른 부분이 굉장히 거슬리는 모양이다.

“막내에게 듣기로 그 침입한 자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될 것을 했다고 했습 니다.”

“기습 말인가?”

“아뇨, 폐하.몸에 이상한 짓을 한 거요.”

레아의 말에 황제는 아아,하고고개를끄덕였다.

스스로 몸을 버리 면서 순간적으로 더 강력한 힘을 쥐 었다고 했던가.

길지도 않는 시간을 얻겠다고 사람을 그리 소모하다니, 참으로 멍청한 짓 이다.

“이미 전쟁성에서 결론을 내렸고 내 뜻도정해졌다.조만간제국의 군단들 이 서쪽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책임을 묻겠지.”

명분은 갖추어졌다. 반대로 저들은 명분을 잃었다.

남은 것은 피와 철로서, 누가 남느냐를 가리는 문답.

“바로그게 말씀드린 ‘일’ 입니다.”

“응?

황제의 반문에, 여태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리어가 작은 미소를 짓는 다.

“우리 존 나센이, 서쪽으로 향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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