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이것이 본퓐…?
“티샤! 엘가님 !”
아직 가라앉지 않은 먼지 사이로 카일이 걸음을 옮기며 이름을 부른다.
그 와중에 이 안이 나 레 토의 이 름만 쏙 뺀 것은 넘 어 가기 로 하자.
‘혹시 크게 다치지는 않았겠지.’
몇 년 사귄 친구도 아니고, 이제야고작두어 달이 되어가는 이들이다.
하지만존 나센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사귄 사람들이기에, 애착이 갈수밖 에 없다.
특히 카일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던 두 여인들에게는 더더욱.
제 외침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니 불안감이 조금씩 오르지만 애써 가라 앉혀본다.
그래도 이럴 때는 행운이 패시브인 주인공들이니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하다못해 몸은 쓸 만한 이안이 어떻게 방패 역할이라도 했을 수도 있고.
서서히 먼지가걷히고, 일대의 상황이 마침내 눈에 들어왔다.
사아아….
“•••어.”
카일의 입에서 한줄기 탄성이 흘러나왔다.
티샤, 이안, 엘가, 그리고 레토까지, 모두 무사하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준 것은 주인공 캐릭터들이 으레 지니고 있던 행운이 아닌.
“하아아… 다행이다….”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티샤의 ‘주술’, 정확히는 결계였다.
네 남녀를 감싸고 있던 반구 형태의 보랏빛 결계가 옅어진다.
만약 저 결계 가 아니 었다면 그대로 폭발에 휘 말려 크게 다쳤을 터.
방어 마법을 전혀 쓸 줄 모르는 이들에겐 천만다행이 었다.
“티샤, 당신…:
특히나 주술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엘가의 변화가 컸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선 자신을 지켜준 결계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 다.
그러면서 ‘이건… 예상 밖인데.’ 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확실히 주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었다.
“후우….”
천천히 결계를 거둔 티샤가 한숨을 내뱉는다.
그러더니 뒤에 서있던 이안의 멱살을그대로틀어쥔다.
“진짜, 당신! 미쳤어요?! 하마터면 다죽일 뻔 했잖아요!!”
기사들의 추격을 받다가 바로 앞까지 들이 닥친 침 입자.
그놈을보고 갑자기 이안이 채 말리기도 전에 달려들었다.
바로 그순간 시간이 다되어버린 폭탄이 점화되 었고, 그대로 폭발했다.
« ” …-
사실 이안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한 일이다.
적으로 보이는 자가 앞에 나타났고, 싸울 수 있는 이는 자신이 유일했다.
해서 앞으로 나선 것인데 하필 그 타이밍에 그 침 입 자가 폭발할 줄이 야.
“미안하다.”
그래도 본인 또한 너무 갑작스레 적에게 돌진했음을 인정하는 모양이다.
제 탓이 아님에도 순순히 사과를 하니 티샤도 더는 뭐라고 하지 못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일은 호오, 하고 팔짱을 꼈다.
도대 체 어 떤 식으로 티 샤가 본격 적으로 이 야기의 흐름에 올라타나 싶 었 는데.
주술이라는 극히 평이 좋지 않은 것으로 어떻게 자립하나 했는데.
이 런 사건으로 인해서 또 활약을 하게 되고, 거 기 서 새로이 뭔 가 시 작되는 모양이었다.
“티샤.”
“아, 카일!”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던 티샤가 다급한 걸음으로 카일 앞에 선다.
그리고는 갑자기 어디를 갔었냐며,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랐다고 힘없는 타박을 한다.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미,미안해요.제가곁에 있어야했는데.”
“지금 도망을 쳤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잖아요! 순간 제가 당신을 놓치고 결계 범위를 잘못 지정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다고요!”
티샤의 모습이 영락없는 연인을 걱정하는 여인의 모습이다.
그리고 엘가는 뭐라 입을 열려다가 그대로 입술을 닫고서는 고개를 돌렸 다.
조금 분하기는 하지 만, 목숨을 빚졌으니 최소한의 도의는 지 켜 야 할 듯 싶 었다.
“미안해요, 티샤.하지만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그 어쩔 수 없는 일이 도대체 뭐였는데요!”
“이 상황을 만든 놈들 잡는 거요.”
“•••네?”
티샤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운의 반문이 흘러나온다.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 였는지 , 엘가와 레토도 고개를 갸웃거 렸다.
지금의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미친 짓을 벌인 인간들을 벌써 다 잡아냈다고? 이게 말이 되는가?
“얼추 다 잡았어요. 아무 것도 못 하게 제압도 완벽하게 해두었고. 이제 제 국군에게 신병을 넘기는 일만 하면 될 거예요.”
« ” …-
그 말도 안 되 는 일을 말이 되 게 만드는 존 나센이 었다.
널
아카데미를 덮친 끔찍한 파도는 다행히도 금방 자취를 감추었다.
단 몇 분 만에 발생한, 제국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 있는 습격 사건.
많은 재산 피해와 약간의 인명 피해도 있었으나, 기적적으로 사망자는 없었다.
침입자 전원이 아카데미 외곽이 아닌 중심부의 아카데미 건물을 노렸기에
•
그들이 목표 지점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전부 제압 당했기에 그렇기도 했 지만.
아카데미 반파사건 이후군기가 바짝든 경계 병력들이 한몫 단단히 했다 •
더해서 건물들까지 대대적으로 보강되어서 완벽한대 피소로서의 역할을 해주었고 말이다.
“어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 다, 敢황녀 전하.”
일단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건 역시나 敢황녀 율리카.
침 입 자 다수를 곤죽으로 만들며 제 압한 것도 있고, 또 황제의 적녀 이 기도 하다.
즉 황실이 직접 나서 끔찍한 재난에서 제국민들을 구했다는 것이 된다.
이 런 기회를 황실의 권위 에 죽고 사는 궁내성 이 놓칠 리 가 만무하다.
때문에 가장 먼저 율리 카의 행동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게 만든 건 당연 한일.
“•••별거아니었어.”
정작 그 감사를 받는 율리카는 기쁘다거나 으스대는 표정이 전혀 아니었 다.
오히 려 뭔 가 굉 장히 아쉽 다는 듯, 분해 죽겠다는 듯 입술만 잘근거 리고 있었다.
해서 제국민들은 그녀가 감히 아카데 미를 공격한 침입 자들에 대한 분노 를 표하는 줄 알았다.
감히 황실 직할령에, 대낮에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해하려고했으니 말이 다.
물론 율리카가그리 분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젠장. 한놈만 더 잡았으면 동수였는데.’
침입 초기에 몇놈이 전투마법사의 공격에 직격 당한게 컸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기어코 부족한수를 채워서 동수, 더 나아가 역전도 가 능했었을 거다.
율리카는그것이 못내 분했는지 괜히 마법사들에게 심술을부렸다.
“정신들 똑바로 차려.”
율리 카의 말에 전투 마법 사들은 기 합이 잔뜩 들어 간 상태로 고개를 숙였 다.
그녀는 단순히 카일을 이기지 못 했기에 짜증을 내고 있는 것이지만.
반대로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율리카의 말이 ‘여기가 아무리 꿀 빠는 근무 지라지만 최소한의 긴장 상태는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라는 책 망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쟤 지? 쟤 맞네. 리토리 오 대공가의 공녀님을 구했다는 그 신입생.”
“맞아.보라색 머리. 티샤라고했던가? 주술괴짜라는 말이 있던데.”
율리 카만큼은 아니어도 많은 관심을 받은 이, 바로 티샤가 그 주인공이었 다.
황실 다음 가는 거대 세력, 대공가. 그 중 하나인 리토리오 가문.
그곳의 공녀를 위험천만했던 상황에서 상처 하나 없이 구해낸 게 바로 그 녀 였으니까.
심지어 바로 옆에서 큰 폭발이 일었음에도 말이다.
덤 으로 티 샤가 쓴 주술 또한 사람들의 엄 청 난 관심 을 받게 되 었다.
마법을 쓰지 못 함에도 방어 마법에 버금가는 결계를 생성해낸 것.
이 런 식 이 면 여태 껏 마법사에 게 만 치중되 는 역할을 나눌 수 있는 가능성 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잘만 이용하면 마법을 쓰지 못 하는 이들에게 해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 들을 들으면서.
“조금 당황스럽 네요. 바로 어제 까지는 괴 짜 취 급하더 니.”
사람들의 입에 주술이 오르내리자 티샤는 영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원하던 대로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졌으니 무척 기쁘다가도.
결국 어디까지나 마법의 대체제로만 언급되는 게 못내 아쉬운 것 같았다.
“괜찮아요, 티샤.그래도 여태껏 쏟아지던 부정적인 인식은 한번에 지워 졌잖아요?”
“그건 ••• 네. 카일의 말이 맞네요. 한동안 사술이 라는 말은 듣지 않을 것 같 아요.”
어깨를 으쓱인 티샤가 책을 내려놓곤 슬그머니 카일을 바라본다.
“무슨 할 말 있나요?”
“있죠.사실상 이번 사건에서 가장크게 활약한게 카일, 당신이잖아요.황 녀 전하도 있고 저도 있고, 그 외 활약한 기사 분들이 나 마법사 분들도 찬사 를 받고 있지만…. 사실 가장 많이 언급되 어야 할 사람은 카일 같던데요? 조 금늦게 알려져서 그렇지.”
카일의 활약이 비교적 늦게 알려진 이유는 간단하다.
워낙 빠르게 움직 여서, 그리고 너무 한 번에 마무리를 해버려서.
소수의 기사들 외에는 그가 침입자들을 제압했다는것조차 몰랐기 때문 이다.
이후 기사들의 언급과 여기저기 목만 가누고 있는 침입자들이 수거된 이 후.
아카데미를 반파시켰던 가문이, 이번에는 반대로 아카데미를 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처 사람들이 알아채기도 전에 활약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입을 다 문신입생.
!
.
그 정체는 바로 존 나센 남작가의 차남, 카일이라는 것이 말이다.
“특종이다! 특종거리 떴다!”
“아카데미 파괴자존 나센이 아카데미 수호자로! 이번 기사는 이거다!”
냄새를 맡은 신문 기자들이 몰려드는 건 채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특종거리라면 지옥이라도 걸어갈 이들에게 이런 최고의 화제는 놓칠 수 없는 기사였다.
‘내가 이래서 최대한 관심 안 받으려고 한 건데.’
덕분에 운동할 시간조차 없어진 카일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힘을 숨기는 뭐 어쩌고 코스프레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 미친 것들이 혼란스러운틈을 타서 헬스장 안에까지 쫓아오니 뭘 할수 가없다.
남들 다보는 앞에서 운동하면 그게 운동인가.그냥원숭이 재롱이지.
여태 까지 조용한 곳에 서 혼자 자신만의 루틴을 즐기 던 카일로서는 지옥 그자체였다.
해서 헬스장을 벗어나, 이곳 도서관까지 피난을 온 것이었다.
계속 쫓아오는 신문 기자들은 사서들이 알아서 막아주니까.
여기서도 어디 구석에 짱박혀서 간단하게 운동은할수있으니까!
‘도서관온 김에 하려고 했던 일이나 처리할까.’
도서관 책상 앞에 앉은 카일은 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바로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부모님,그리고형님,누님.그동안잘지내셨습니까.급한일이 생겨 이리 편지를 보내게 되 었습니 다. 제 가 얼마 전 참으로 참담하고 또 비극적인 일을 겪었습니다.그 어떤 노력도, 단련도 없이 그저 결과만을 탐하는 극악무도한 만행이 벌어지는….—
도핑 고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