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이것이 본퓐…?
조별 과제를 준비하는 기간은 카일에게 있어 ‘고난의 행군’ 그 자체였다.
일단 그 시작은 조장 자리를 대뜸 자신이 맡게 된 것부터 였다.
“조장이 라는 걸 정 하라는군. 해서 내가 할까 한다.”
“절대안돼요!”
티 샤의 강력한 반발에 이 안이 고개를 갸웃거 렸다.
왜 시작부터 반대냐는무언의 뜻이 담긴 그행동에 티샤가말했다.
“조장이라는 게 어떤 자리인데요! 그 조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요!”
“•••난대표자자격이 없다는소리인가?”
“그러면 반대로, 이안 당신은 대표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이안이 티샤의 그 질문에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는, 뻔한 것이었다.
지 극히 당당한 모습으로 힘 차게 고개 를 끄덕 이 는 이 안.
덕분에 기가 막히다는 한숨을 내뱉는 티샤와, 어이가 없다는 눈빛의 엘가 였다.
“이 안님. 그 자격 이 라는 게 이 안님 께는 없는 것 같습니 다.”
이번만큼은 잘 모르겠다는 대 답이 아닌, 분명한 의 견을 전달하는 레토까 지.
“•••다들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
꽤나 상처를 받았다는 듯 이안이 힘 이 빠진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그러자 그걸 몰라서 묻느냐는 듯 티샤가 팔짱을 끼곤 입을 연다.
“이 안. 여태 우리 가 나눈 의견들. 한번 말해보세요.”
“우리가나눈의견들?”
“네. 여기 쓰여 있는바에 따르면 조장이 발표자를 겸한다고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그 조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하고 또 정리해서 강의 시간에 말할 수 있어야 해요.”
“•••티샤, 너는 주술. 나는 검술. 엘가는 외교, 테로는… 잘 모르겠다고 했 고.”
“이 안님. 테로가 아니 라 레토입 니 다.”
레토의 주의에 이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한번 흔든다.
미 안하다는 뜻 같은데, 티샤에 게는 그마저도 상당히 불편한 모양이 었다.
“이 것 봐요. 조원 이름도 헛갈리는데 무슨 조장이 에요? 그리고 의 견들을 그렇게 줄이면 어떻게 해요? 발표를해야 하는데, 그리 해서 제대로 된 과제 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결론은 이게 맞지 않나? 틀린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해서, 이런 이유로, 이런 결론을 내놓는다. 라는! 그런 설명은해야할 거 아니에요!”
티샤의 외침에 엘가가 동의한다는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레토마저 가볍게 박수를 치며 티샤의 타박에 응원하는모양새다.
그리고 카일 또한, 이 안을 거 침 없이 다루는 티 샤에 게 박수를 보내 ….
“카일! 당신이 조장을 좀 맡아줘요.”
“•••네?”
“제가 보기에 여기서 조장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건 카일 같아요.”
순간 ‘이안이 하고 싶어 하는눈치인데 이안더러 하라고하죠!’ 라고 말할 뻔했다.
조별 과제로도 충분히 스트레스인데, 그 상황에서 조장까지 맡으라고?
아무리 조원 들이 말을 잘 따라준다고 하지 만 그래 도 어 디 를 가든 대 표는 항상 힘든 법이다.
심지어 이 각양각색의 조원들을 이끌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지 않은가.
“꼭 제 가 할 필요가 있을까요, 티 샤?”
“난 찬성인데요.”
“•••저도 찬성입니다.”
갑자기 카일의 조장직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는 엘가와 레토.
이렇게 되어 결국 과반수를 넘긴 카일은 순식간에 조장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젠장.조별 과제에 이어 조장까지? 이게 무슨 지옥이야.’
하기 싫다고, 절대 안하겠다고말하고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티샤가 나름 생각을 해서 이런 제안을 한 것임을 알아차 렸다.
일단 이 안이 하면 모두에게 재 앙이다. 그건 무조건 피해 야 한다.
그렇다고 티샤가 하자니 괜히 평민이 나댄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반대로 엘가가 하면, 대공가의 공녀가 그 위세로 조장을 먹었다고 말할 것 이다.
마지막으로 레토는 조장으로서의 리더쉽이 상당히 부족하니 제외.
“•••비록 부족하지만 열심히 한 번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조장 자리를 맡게 된 카일은, 그 후로 당연히 온갖 고난을 맛보았 다.
일단, 어 떻게든 티 샤의 관심을 끌고 싶은 이 안과, 그런 이 안을 떨 어트리 려 고하는 티샤.
한명은 옆에 있게 해달라, 한명은 옆에 좀 없게 해달라, 아주 머리가 다 아 팠다.
당연히 이안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 따위 없지만, 그래도 고민하는 척은 해 야했다.
해서 한두 번 티샤 옆에 앉게 한후 일부러 그 사이에 자신이 앉았다.
그러면서 의견 조율을 하는 티를 팍팍 내니 이안도 대놓고 말은 못 하는 상황.
이외에도 온갖부분들이 카일을 아주 난처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술은 좀 아닌 것 같아요. 티샤.”
“어째서 그럴까요, 엘가님?”
“이 땅은 이미 마법으로도충분해요. 거기에 신께서 내린 신성력도 있죠. 그 와중에 주술이라는, 또 다른 믿음을 원천으로 하는 무언가? 자칫 교단에 서 대놓고 반박하면 어쩌 려고요?”
“주술은교단의 신성력처럼 신을 찾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인간의 소망을… ” •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 지는데요. 무엇보다 마법에 비해서 그 주술 이라는 것, 어느 부분으로 봐도 그 격차가 심하게 차이가 나고 말이죠.”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마법과주술을 비교하면 마법이 월등히 위에 있 다.
거기에 신성력과비슷하게 ‘믿음’을원천으로하니, 대륙에 퍼지면 교단과 부딪칠 수도 있다.
때문에 티샤도 마땅한 반박을 하지 못 하고 침음을 흘릴 뿐이었다.
“당신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어요, 티샤. 다만 이번 주제, 제국의 향후 역량 증가에 대한 부분에서 주술이라는 것이 가져올 부정적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거죠.”
“•••그리 따지면 단순히 정치와 외교만으로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무슨 말이죠?”
“평화의 시 기 가 30년이 나 흘렀어요. 제 국이 과연 그 이 후로도 침 묵할 곳 은 아니 라고 생 각해요. 그리고 설령 제 국은 침 묵한다고 해도, 외 부에 서 그럴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더더욱 외교로서….”
“이미 싸울 생각이 전부인 자들에게 외교라는 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번에는 반대로 티샤의 역공이 제대로 들어갔다.
그 덕에 엘 가도 한 방 먹 었는지 입 술을 살짝 깨물었고 말이 다.
“주술보다는 그래도 외 교와 정치 가 나을 거 라고 봅니 다.”
이때, 엘가가 밀리는 게 상당히 거슬렸는지 갑자기 레토가 지원 사격에 나선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안이 티샤의 의견을 두둔하면서 외교보다야 주술이 낫겠다고 한다.
‘당신들 지금 도대체 뭐하는 건데 ?’
갑작스레 2:2 팀전이 되 어버린 조 상황을 보며, 카일은 머리를 싸맸다.
“카일 ! 당신 생 각은 어떤 가요? !”
“카일. 그쪽의 견도 좀내놓죠.”
그런 카일 속내도 모르고, 본인의 의 견 피력에만 열중하는 두 여인들이 었 다.
널
인내와고통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다.
티 샤는 아직 도 주술에 대해서 미 련을 버리 지 못 한 모양새 였지 만, 결국 포기했다.
단순히 다섯 명 이 나누는 토의 가 아니 라 다수의 학생 들 앞에 서 발표해 야 할 내용이다.
그렇다면 아직 크게 반김을 받지 못 하는 주술을 논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 이다.
‘심지어 또조에 티샤가 끼어 있잖아. 안그래도 주술에 매진한다고 이상 한취급을받는데 이런 자리에서까지 주술이 제국의 역량증가에 영향을줄 거다! 라고 말하면 귀족 학생 놈들이 더더욱 티샤를 이상하게 볼 수도 있어.’
아직은 때가 아니다. 최소한 주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생길 뭔가 필요하 다.
티샤또한그 부분을 알고 있었기에 결국 제 뜻을 접은 것이었다.
“그러면 초반에는 무武 부분에 대해서 논하다가 후반부터는 외교 분야와 정치 분야로 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다들 불만 없죠?”
아카데미 바깥의 어느 카페. 강의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점검 시간.
카일의 물음에 티 샤와 이 안, 엘 가와 레 토가 모두 고개 를 끄덕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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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는 제가 할 겁니다만 여러분들도 내용은 다 숙지하고 있는 게 좋아 요. 교수님 들이 가끔 그런 식으로 함정을 팔 수도 있으니 까. 조별 과제 에 잘 참여했느냐,를 알아보려고요.”
그러 자 티 샤와 엘 가가 동시 에 이 안을 흘끗 쳐 다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인간이 그 함정에 걸릴, 가장 걱정되는 사람이라고 여 기는 모양.
레토 또한 이 안이 걱정되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걱정마라.꼼꼼히 읽어봤다.”
정작그 걱정을 받는 인간은 천하태평이 었지만 말이다.
저 자신감은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혹시 그주인공들이 가지는 일종의 패시브인가?
하지만 저 패시브 들고서도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는데 정말 저럴 수가 있나?
온갖 생각을 하며 카일은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을 홀짝였다.
“슬슬 일어나죠. 미리 강의실에 가서 자리에 앉은후한번씩 더 보는 게 좋 을 테니까요.”
티샤의 의견에 엘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주술 문제로 관해서 조금 부딪치기는 했어도, 또 나름 가까워진 모양새다.
평민에 주술에 매진하는 것이 조금아쉽기는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머리가좋은 티샤이기에 엘가가또은근히 탐을 내는 중이 었다.
해서 잘 대해주니 티샤도 엘가에 대한 평가를 조금은 좋게 바꾸었고 말이 다.
“다들먼저 나가세요.이거 좀다마시고,계산하고나갈게요.”
카일의 말에 이안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계산하기 싫어 저러는 게 아니다.그냥 먼저 나가세요.’ 라는 말에 바로행 동한 거다.
“미안해요, 카일.”
계산을 하는 카일의 뒤에서, 티샤의 조그마한목소리가 들려온다.
갑작스러 운 사과에 카일 이 고개 를 돌리 자 티 샤가 한숨을 내 뱉 었다.
“카일에게만 너무 이것저것 몰아준 느낌이 어서요. 좀 더 돕고 싶었는데.”
“아뇨. 발표하는 것만 제 가 하는 거 잖아요. 의 견 조율은 솔직히 티 샤랑 엘 가님이 다했고. 이 정도면 완벽한분배였다고생각하는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하다못해 이안도 결국 할 거 다 했어요. 다들 열심히 따라와 줘서 오히려 고마운 걸요.”
시키는 건 또 잘한다고, 도서관에 가서 제국의 외교 및 정치 관련 자료를 찾아오라고 하니 , 이 안은 정말로 아주 열심히 자료들을 수집해서 가지고 왔 었다.
정확히는 레토가 옆에서 도와주었다지만, 어찌 되 었든 무임승차는 아니지 않은가.
“•••왠지 모르게 일대가 좀 소란스러운 것 같다.”
카페 바깥으로 나서는데,먼저 나가있던 이안이 한마디를툭던진다.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 인지, 다른 일행들은 그냥 지 나가는 말인가 하고 흘려들었다.
이 안과 마찬가지 로 이 상한 기 운을 감지 한 카일만 빼 고 말이 다.
“•?”
갑자기 왜 이러지, 싶은 생각도 들었지 만 그 생각보다 행동이 훨씬 더 빨랐 다.
“으앗?!”
옆에 서있던 티샤의 손을 붙잡고서 옆으로 잡아 끄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아앙!!!-
마차 ‘였던’ 것이 허공을 가르며 그 자리에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