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이것이 본퓐…?
“•••해서,굉장히 난감한상황입니다.제 얼굴이 이런 것도그게 이유고요.”
“그랬군요. 어쩐지 카일 형제님이 평소와는 다르게 얼굴에 미소가사라져 있다 싶었어요.”
오늘도 카일의 지도에 따라튼튼한몸 만들기 프로젝트 중인 성녀.
겨우 스쿼트의 정석 자세를 익힌 후 잠깐 쉬는 시간을 틈타 카일의 이야기 를 듣고 있었다.
“그래도 조별 과제 라는 거, 생 각보다 재 미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아주 큰 오산입니다. 성녀님.”
“왜요? 여러 다양한 분들과 조를 이루어 의 견을 나누고, 분담을 하고, 그 렇게 해서 멋진 결과물을 내놓고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요 ?”
물론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행복 회로를 아주 제대로 돌린다면 말이다.
지금 성녀가 말하고 있는 건 조별 과제 희 망편 ! 이 라고 보는 게 옳다.
정 말로 그래 준다면 조별 과제 야말로 최 고의 선물이 라고 부를 터.
하지만원래 세상이란 게 희망편보다 절망편이 훨씬 더 많은 법이다.
의 견을 나눠 야 하는데 의 견 나눌 인간도 없고, 분담할 생 각도 없고.
그래서 나오는 결과물은 한 사람이 한 것이 전부에, 점수는 전부 똑같이 받 는.
이것이 바로조별 과제 절망편 겸 현실편이지 않을까싶다.
“성녀님.”
“네?”
“•••아닙니다.”
현실을 말해주자니 뭔가 미안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어차피 성녀가 아카데미에 학생으로 들어올 일은 없으니 그냥 희망편만 보게 해주자.
그게 카일이 말을 하다 말고 그냥 입을 다문 이유였다.
“자, 슬슬 그만 쉬고 또 운동하셔 야죠.”
“벌써요? 아, 아직 10분 안 지난 거 같은데요?!”
“정확하게 쉬고, 또 정확하게 운동하고, 이래서는늘지 않습니다. 1분이라 도 덜 쉬고! 1분이라도 더 움직이는 것! 그게 나중을 위한 가장 좋은 지름길 입니다.”
“으에에!!”
결국 강제로 일으켜진 성녀는 다시 한 번 스쿼트 자세를 잡았다.
“아까처럼 반복합니다. 횟수도 횟수지만, 정확하게 자세를 잡는 거에 유 념하세요.”
“네,네!”
“힘들다고 해서 몸을 그냥 일으키면 안 됩니다. 숙일 때도, 세울 때도, 충 분히 근육이 당겨지고 늘어나는 걸 느끼면서, 그런 식으로 과부하를 충분히 받아주면서 움직이세요.”
평소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운동 앞에서는 굉장히 엄하게 변한다.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다. 단 한 개의 에누리도 없다. 기어코 목표치를 달성하게 한다.
그리 생각하며, 성녀는 낑낑거리면서도 스쿼트 개수를 차곡차곡 늘려갔 다.
“끼이 잉!!”
“무너지지 마세요 할수 있습니다!”
“흐이이익!!”
괴상한 비명과 함께, 성녀가 겨우 몸을 세운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이 흐르고,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목표한 세 트에 도달했다.
“바로 앉지 마세요.호흡유지하고, 천천히.몸의 긴장풀지 마시고.”
“흐이, 흐아아….”
“네. 이제 천천히 앉으셔도됩니다.”
“다, 다리 에 힘 이 … 푸, 풀려 서 … 잘 못 앉을 것 같아요• • • 조, 조금만 도와 주실래요?”
“네? 성녀님? 어, 어어어어!!”
급히 몸을 날린 카일은 성녀가 엉덩방아를 찧기 전에 겨우 그녀를 붙잡았 다.
엉덩이에 가장 많은살이 있어 충격 완화에 좋다고는하지만.
그럼 에도 잘못 주저 앉으면 꼬리뼈 를 다쳐 굉 장히 불편해 질 수도 있다.
“어,어어….”
어쩌다 보니 카일 품에 쏙 안기게 된 성녀였다.
그부분이 굉장히 부끄러운지, 성녀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다.
“휴…. 성녀님. 제가 긴장 풀면 안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아! 네, 네 ! 죄송해요. 카일 형제님!!”
그와중에 혹다친 곳은 없나 확인하고 가볍게 타박을 하는 카일이었다.
이제야 겨우 기본을 해내가고 있는데 여기서 다치면 말짱도루묵 신세다.
신성력으로 몸은 치유한다고 해도, 다쳤던 기억으로 인해 운동에 거부감 이생길 수도 있다.
“괜찮으시죠? 혹 어디 다른 곳이 불편하시다거나.”
“어, 없습니다! 없어요, 카일 형제님!!”
“좋습니 다. 그러면 지금 시간은 일단 여기까지 하죠. 제 가 또 강의 가 있어 서.”
“네! 고생하셨습니다. 카일 형제님!”
“고생은 항상 성녀님이 하고 계시는 걸요. 항상 잘 따라와 주셔서 오히려 제 가 너무 감사합니 다. 잔꾀도 안 부리시고, 항상 최 선을 다하시는 모습, 아 주 보기 좋습니다.”
“진짜요!?”
카일의 칭찬에 성녀가 좋아라 하고 두 팔을 번쩍 든다.
자신의 노력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과, 카일의 칭찬까지 받으니 기분이 한 껏 오른 모양.
그런 성녀의 모습에 미소를 한 번 지은 후, 카일은 조금 전부터 묻고 싶었 던 걸 물었다.
“교단 분들은 어떻게 , 잘 하고 있다고 합니까?”
“어제 들어온서신에 의하면 일단시작은했다는데… 다들굉장히 힘들어 하고 계신대요.”
당연히 그럴 것이다. 지금의 교단 사제들은 운동 한 번 제대로 안하던 이 들이지 않은가.
제국이 한창 전쟁을 벌이던, 세상 곳곳이 극도로 혼란스럽던 시기.
당시의 사제들은 그런 혼란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기 위해 사방으로 뛰 어 다녔다.
그 어떤 험하고 외진 곳도 튼튼한 두 다리로 기어코 도달하여, 사람들을 위로했다.
당시의 사제들이 지금의 어지간한 병사들보다도 강인했다는 게 과장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평화의 시기가오면서 그런 부분들은 거의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그저 무릎을 꿇고 앉아, 신께 감사와 평안의 기도를 올리는 것.
세상이 조용하니 교단 또한 그 잔잔한 물결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렸다.
“물론 힘들 겁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검사들이 검을 휘두르는 게 어디 쉬 운 일일까요. 마법사들이 밤낮을 새며 연구를 하는 게 쉬운 일일까요. 고된 단련에는, 항상 그만한 결과가수반되 기 마련입니다. 사제 분들도 부디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카일 형제님의 말대로 될 거예요. 교단의 모든 분들은독실한 분들이니 까요. 지금은 비록 힘들고 괴로워도, 신께 대한 고행길로서, 모든 이들을 대 신하는 고난으로서 받아들이고 더욱 신실한 마음으로 이 겨내실 거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아아! 이 얼마나 바람직한 회원님의 자세란 말인가!
운동과 신앙, 그무엇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렬한의지라니 !
아마존나센 사람들이 이 모습을봤다면 이렇게 말했을것이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강렬하다느니, 교단에도 사람이 있다느니.
이것이 바로옳게 된 제국의 여인상이라느니,뭐 그렇게 말이다.
‘이 런 분이 성녀 니까 조만간 교단 분들도 아주 튼실해지 겠어. 그래 , 이래 야 옳게 된 종교 집 단이 지 . 매 번 말만 번지 르르하게 하면 사이 비 랑 다를 게 뭐야.’
그리 생각하며 카일이 다시 한번 성녀의 말에 찬사를보내려는데.
« ” …-
고개를돌린 카일이 문 너머를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카일 형제님?”
“•••성녀님.혹시 오늘… 손님이라도 오기로되어 있습니까?”
“손님이요? 아뇨? 들은 건 없는데요? 교단에서 오실 분도 없고요.”
“예배당 주변에 성녀님을 지키는 분들이 있는 건 확실하죠.”
“네 . 교단의 성 기사 분들과 제국 특무성 에서 보내주신 분들도 계세 요. 갑 자기 왜그러시는….”
카일은 말없이 성녀를 제 옆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 기 면 바로 그녀를 보호할 수 있게 뒤로 숨긴다.
문 너머에서, 굉장히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요 며칠 전 겨루었던 프리실라와비슷하거나, 근소하게나마 더 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이 될 일인데 상대가 예배당 안까지 들어오는 데도 기척이 없었다.
분명 주변에 호위 병력이 있었다는데 부딪치는소리 한번 듣지 못했다.
순간 오만가지 생 각이 카일의 머 릿속을 지 나친다.
이대로 곧장 선공을 해서 아예 성녀에게 다가갈 수도 없게 만들까?
아니면 아예 몸을 돌려서 성녀를 데리고 이곳을 이탈할까.
혹 성 녀 가 다치 거 나 하면 정 말 큰일이 니 전자보다는 차라리 후자가 나을 거다.
하지만.
‘자리를 뜬다. 이탈한다. •••도망을 •••친다? 내가? 왜?’
거기까지 생각이 번지니, 그 모든 계획들은 전부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건, 이 문 너머에 있는 강자를 반드시 짓이기고 말겠다는.
시뻘겋게 타오르는 존 나센 의 지만이 유일하게 남은 것이 었다.
“•••아!”
문 너머에서, 갑자기 여인의 새된 비명이 들려왔다.
덕분에 피부를 쿡쿡 찌르던 짙은 살심마저 사라지고, 대신 익숙한 뭔가 느 껴진다.
‘이 기운… 잠깐만. 설마?’
카일만 갑자기 변한 이 기운을 느낀 게 아닌 모양이다.
뒤에 숨어있던 성녀도 ‘어?’ 하고 탄식을 흘리더니 입술을 뗀다.
“율리카 황녀님?”
동시에 카일은 바로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敢황녀 율리카가 굉장히 기묘한 자세로 엉거주춤 서 있는 중이 었다.
!
“•••여기서 뭐하십니까, 敢황녀님?”
카일의 질문에 敢황녀, 율리카는 헤흠! 헛기침을 내뱉고 말았다.
카일과 성녀가 같이 있다고 해서, 한 번 곯려줄 심산으로 살심을 내보였다.
평소 흩뿌리고 다니던 기운과 전혀 상반되는, 진정한 자신의 힘을 말이다.
제국 10강들조차도 순간적으로 회피를 선택하게 만드는 압박감이다.
어중간한 기 사들은 그대로 자리 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만 있는 경우도 있다.
헌데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건 그런 율리카의 기운에 정면으로 맞서는.
아니,역으로 그 기운을 미 약하게 나마 밀어 내고 있는 또 다른 거친 기 세 였 다.
‘대단하다.’ 라는 말 따위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그래. 자신이 그리도 원하던 진정한 남자의 모습이다.
‘하아…. 진짜… 이 남자, 너무 탐나는데.’
가랑이 사이로 무언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살짝 지려버린 것 같았다.
너무 흥분해서, 너무 황홀해서, 몸이 절로 반응을 해버렸다.
“…카일존 나센.”
해서 율리카는, 성녀의 존재는 이미 완전히 잊어버린 채로.
“나랑 결혼하자.”
“에 ?”
그대로 카일을 강하게 끌어 안으며 말했다.
“나는 네여자 할 테니까, 넌 내 남자해.”
“갑자기 무슨 말씀을…?!”
아기 낳자. 우리』
상상도 못 한 전개에, 카일은 ‘뭔 소리입니까!!’ 라고 고함을 내질러야만
했다.
그리고….
“어어…?”
그런 율리카를 보며, 왜 갑자기 제 기분이 조금 불쾌해지는 것인지.
아직 그 이유를 알지 못 하는 성녀는 그냥 두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