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이것이 본퓐…?
“우으”
“끄으으….”
오전 강의부터 늘어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카일은 생각했다.
확실히 월요일은 세상 어디를 가도 이리 치명적이구나.
주말에 신나게들 놀고 또 늘어지게 쉬 었는데도 저런 꼴이 라니.
그 노란스펀지의 노래를 들려주면 죽이려고 달려들 것 같은데 嘗 라고.
“월요일이 라서 그런가요? 다들 힘든 모양이 에요.”
옆자리에서 한창 필기를 하고 있던 티샤가 속삭인다.
원래부터 모범생 스타일인 그녀는 교수의 강의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질문이 날아오면 한 번 눈치를 보다가 바로 적절한 답을 내놓는다.
주술이 아니라 마법에 집중했다면 아마도 조교 제안이나 대학원 제안을 받았을 터.
물론 그런 악마의 속삭임 따위 넘어갈 티샤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신체 능력도 나름 괜찮은 편이니, 쉽게 퍼지지도 않는다.
공부는 머리 가지고만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몇 시간이고 앉아있을 체력 도 중요하다.
저기 앉은 약해빠진, 월요일 따위에 굴복하는 이들과는 다르다 이 말이다.
‘이게 다수련이 부족해서 그러는 거다.꼬꼬마들.’
존 나센 식의 주말을 한 번 보내봐야 월요일도 나쁜 놈이 아님을 깨달을 거다.
쯧, 하고 혀를 차며 카일은 다시 강의에 집중하려고 했다.
“아, 그리고 이번 과제는 특별히 조별 과제로 하겠습니다.”
“•••?”
“학기 시작한지 시간이 좀흘렀는데도 다들 너무 서먹해 보이는군요.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아니, 그런 중대 사안을 갑자기 이리 통보하시면 어쩝니까, 교수님?
최 소한 조별 과제 는 어 떠 냐는 뉘 앙스를 풍긴 말이 라도 해 서 마음의 준비 할 시간은 줘야죠.
지금 이 상황은 선을 넘어도 아주 존 나세게 넘었단 말입니 다.
“•••이건 좀아닌데…?”
이 것 보세 요. 티 샤조차도 에 바라고 하지 않습니 까!
“갑자기 월요일이 확 싫어지네요.”
“저도요, 카일.”
부디 이번 과제로 조금 더 친한 이들이 생기 기를 바란다는 교수를 바라 보며.
카일은 진심으로 저 교수의 머리통이 훌러덩 벗겨지기를 기원했다.
널
“이건 정말 너무 한 거 같아요.”
강의 가 끝나고 복도를 지 나가는 길.
티샤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굉장히 흥분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조별 과제를 이렇게 대뜸 알려주는 것도 문제이지 만, 조원도 정할 수가 없다니!”
“대충 예상은 했어요. 아까 교수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서먹한 관계 개선 을 위한 거라고.”
“•••그러니까 카일 말은, 친해지라고 교수님이 알아서 막조을 짰다는 거네 요?”
바로 그거에요, 라고 카일이 말하자 티샤가 바로 그게 문제에요! 라고 답 한다.
안그래도 서먹한사이인데 강제적으로 짜여 진 조가어찌 잘돌아가겠는 가.
정 말 각 학생들의 관계 개 선을 생 각하는 게 목적 이 라면, 몇 개의 조로 쪼 개는 게 아니라 아예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조로 만들어서 협동하도록 만드 는게 더 좋을것이다.
“혹시 항의 하면 들어주실까요?”
“제 가 보기 엔 어림도 없을 것 같아요.”
“왜요?!”
“아까 귀족 학생들이 항의하는 걸 봤는데, 바로 시무룩해져서는 돌아가는 걸 봤어요.”
아마도 교수의 권위에 대항하는 거라고 판단을 한 모양.
사실 교수들 입장에서는 일개 조 좀 짜는 걸로 항의를 하니 어이가 없을 수 도 있다.
아카데 미 가 무슨 친목질 하는 곳도 아니고, 좀 모르는 이들과도 어울리 라 는데.
이상한 학생들과 어울리기 싫다며 칭얼거리면 당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또이해가갈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는 이들과,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합심해서 과제를 수행하는 것과.
생판모르는 이들, 거기에 마음도 맞는지 모르는 이들과 합심해서 과제를 하는것.
이 둘 중에 어느 곳을 고를래? 라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 아니 열에 열 모 두 전자다.
‘심지어 귀족새끼들.무슨 야생동물도 아니고.’
멀 리 서 보면 무슨 공작새 마냥 도도한 모습을 뽐내 다가도.
다가가면 화들짝 놀라서는 미친 듯이 도망가 버린다.
만지지 마세요. 가까이 오지도 마세요. 바라만 보세요. 딱 이짝이다.
물론 이 부분은 어 디 까지 나 카일 에 게 만 해 당되 는 부분이 었다.
존 나센과 연관되 어서 좋은 꼴이 여태껏 한 번도 없으니까.
‘교수한테 가서 뭐 좀 찔러주면서 조원 좀 잘 정해달라고 청탁하는 게 빠 를지도.’
당연히 상상 속의 나래 에 불과하다. 정 말 그랬다간 교수도 모가지고 학생 도모가지 다.
황실 직할령에서 그런 일을 벌였다간그대로 황실의 진노를 살 테니까.
그리고 아카데미에는 각귀족 가문들이 정한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바깥에 서는 로비 가 심 심 찮게 벌 어진다고 해도 최 소한 아카데 미 에 서는 선 을지키자고.
아주 외진 곳 시골 가문도, 단 세 개 밖에 없는 대공 가문도, 모두가동의했 다.
‘아니면, 정말 미친 척 하고은근슬쩍 협박이라도 할까?’
과한 위해를 가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옆에 가서 혹시 존 나센 아십니까? 하고 주먹 한 번 쥐 어주면 될 것 같 다.
아, 생각해보니 그게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협박이 려나?
이 런 저런 생 각을 해봐도 결국 나오는 답은 하나다.
그냥 우리 교수님 이 , 제 발 좀 정상적 인 조를 짜주는 것.
그 경우의 수가 그래도 가장 완벽한 것이라도 볼 수 있다.
역시나 최고는 티샤가 포함된, 그 외에는 평민으로 채워지는 조.
귀족 학생들은 불편하기만 하고 또 눈치 보는 게 너무 뻔히 보인다.
평민 출신 학생들은 자신을 그래도 어느 정도 호의 적인 눈빛으로 보는 반 면에.
귀족 가문 출신 학생들은 무슨 오우거 보듯 하곤 했다.
아니면 귀족이 라도 좋으니 그냥 적당하게 눈치 좀 보고, 적당히 열심히 하 는.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반만 가주는 조여도 최고일 것 같다.
‘헌데 느껴지는 이 불안감은 도대체 무엇일까.’
슬픈 예감은 틀리는 적이 없다고 하던데.
어째 불길함이 슬슬 차오르는 걸 보니 싸늘함이 느껴진다.
거기에 이곳 세계관은보통 판타지고 아니고 ‘로맨스’ 판타지다.
이 게 무슨 소리 냐? 서로가 엮 이는 이 벤트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본작의 흐름과는 달리, 지금은 원래의 이들이 전혀 맺어질 상황이 아니라 고해도.
안타깝게도 그 이벤트들은 좋든 싫든 일어날 것이라는 게 카일의 예상이 었다.
그리고 정확히 하루 뒤.
“•••염병.”
게시판에 걸린 조원 목록을 본 카일은, 걸쭉한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얛 놘조:
-7조 : 티샤, 이안, 엘가, 레토, 카일.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눈을 비비고 봐도 목록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정확하게, 아주 정확하게 저 인간들사이에, 아니.뒤에 붙어있었다.
‘•••진짜교수 이 악마같은놈. 머리나다벗겨져라.’
안 그래 도 이 안이 니 엘 가, 레 토, 이 것들 데 리고 뭐 할 생 각만 해도 답답한 데.
거기에 무슨 ‘엑스트라 1’ 마냥 맨 뒤에 박아둔 것도 굉 장히 짜증난다.
솔직히 지금의 자신을 생 각하면 가장 앞에 박혀 있거나, 티샤 다음으로 두 번째.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가운데 박아두는 게 맞는데 가장 끝에 있다.
티 샤랑 같은 조가 된 걸 다행 으로 여 겨 야 하나, 하고 긍정 적 으로 생 각하다 가도.
그 옆에 쓰인 저 ‘이안’ 이라는 이름만보면 벌써부터 속이 갑갑하다.
조별 과제는 무엇보다 협동이 중요한데, 저놈은 협동 저하로는 최고다.
거 기 에 또 엘가와 레토 콤비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 스다.
엘가는 자꾸 요상한 눈길을 보내면서 카일의 불길함을 거들고 있고.
레토 저 자식은 본인 답답함은 생각도 안 하는지 헛소리 나 하고 있고.
이쯤 되면 홧병 걸려 뒈지나 안 뒈지나 실험 삼아 이런 조를 짰다고 봐도 무방하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그래. 이안과 티샤, 그리고 나는 북부 변경백의 추천장을 받아서. 그리고 엘가와 레토는 최근 들어 리토리오와 존 나센의 사 이 가 개선된 걸 고려해서. 그래 서 이 런 조를 짰다고 생 각하자. 원래 알고 있 는 사이 지만! 더 친해지 라는! 우리 교수님의 깊으신 뜻을 받들어 좋게 생 각 을하기는개뿔. 시발.’
다시 한 번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데,뒤 에서 티 샤의 목소리 가 들려 온다.
인사를 건넨 그녀는 게시판을 확인하더니 ‘조 편성 나왔네요?!’ 라고 중얼 거렸다.
이후자신의 조원 상태를본 티샤의 표정은, 말그대로 상당히 괴상했다.
딱 봐도 ‘이게 도대체 뭔 조?’ 라는 느낌이 강하다.
일단 가장 싫어하는 이안과 같은 조. 그리고 가장 껄끄러운 엘가와도 또 한조다.
그나마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 지 않는 건 순전히 카일이 같은 조이기 때 문.
만약 카일이 없었다면 바로 교수실로 달려 가서 이 건 아니 라고 항의 했을 지도 모른다.
“조가참… 대단하네요.”
여러 가지 의 미를 내포하고 있는 티샤의 중얼거림 .
덕분에 카일은 저도 모르게 그냥 웃고 말았다.
‘그래. 이럴 가능성 이 있다고. 그것도 꽤 높다고 예상했잖아.’
로맨스 판타지 다. 그리고 그 이 야기 의 주인공들은 꼭 이 벤트로 얽 힌다.
본편은 조금도 읽지 않았으니 정말로 저들이 각각 성공적으로 이어지는지 , 정확히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런 식으로 또 다수의 이벤트가 여 기저 기 놓여 있다는 거 다.
이런 귀찮은 일에 휘말릴까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거리를 두기는 개뿔, 너무 가까워져서 이 다음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자, 그러면 여기서.왜 교수는 이런 식으로 인원을 구성했을까.
카일의 예상대로, 북부 변경백의 추천장을 받은 인물과, 이제 막 화해한 두가문이라서?
아니면 세계의 흐름이 이끄는 대로, 거기에 자신도모르게 한 일일까?
참웃기게도,두가지 이유모두해당되지 않았다.
교수가 왜 이 다섯을 한 조로 묶어서 과제를 진행 하라고 했는가.
‘요주의 인물들은 묶어야지.그래야편해.’
한 명은 성실하긴 한데 주술에 완전히 미쳐있는 여학생.
다른 한 명 은 검술은 뛰 어 난데 나머 지 부분이 죄 다 낙제 점 인 도발 장인 .
거기에 황실이 아니면 감히 건드릴 수도 없는 대공가의 영애와그녀의 비 서.
마지 막으로 웃으면서 아카데 미 를 뒤 엎을 수 있는 무시 무시 한 괴 물까지.
‘조 다섯에서 사고가 날 바에 조 하나에서 사고가 나는 게 나을 거다.’
나름 교수가 머리를 싸매고 내놓은 최선의 결과였다.
이 조를 정말 이대로 짜도 될까, 극심한 스트레스로 하루 만에 탈모가 왔 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