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속 전투종족-53화 (53/318)

<53화〉이것이 본퓐…?

일요일. 주말의 끝이자 새로운 주의 시작을 알리는 날.

누군가에 게는 참 아쉬운 날이 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 게는 여전히 꿀맛 같 은 휴일이다.

“후우, 후우.

그리고 카일에게는, 주중에는 하지 못 하는 두 시간 달리기를 하는 날이었 다.

뛰다가걷지 않는다.계속뛴다.숨이 턱에 걸리기 직전의 상태로.

다른 이들은 얼마 가지 못 해서 쓰러지 거나, 속도를 낮추어 페이스 조절을 할것이다.

하지만 카일은 그러지 않았다. 전력 질주보다 살짝 못 미치는 속도를 유지 한다.

숨이 터질 듯이 차오르면 버틴다, 참는다. 인내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호흡이 안정되고 몸에 활력이 깃든다.

그것을 느끼며 달리고 또 달린다. 멈추지 않는다.

“하아, 하아….”

새벽부터 이어진 달리기는 아침이 지나고 나서야끝이 났다.

목표한 속도와 시 간을 달성한 카일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바로 멈추지는 않는다. 계속 뛰 면서, 조금씩 몸의 긴장을 낮춘다.

진짜, 유산소는 할 때는 정말 지옥인데. 막상 또 하고 나면 상쾌해서 끊을 수가 없네.’

이래서 아버지가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멈출수가없다고 말한걸까.

분명히 운동하기 싫어서 남작가를 탈출한 건데,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건 지 모르겠다.

이게 바로 존 나센 가문의 저주라는 것일까? 헌데 저주치고는 좀 이상한 데.

원래 저주라고 하면 굉장히 비극적이고 또 끔찍한 거 아닌가?

이건 저주라고하기 보다는그냥 ‘종특’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데 말이지 •

카일은그리 생각하며 방으로돌아가서 흘린 땀을 씻어내려고했다.

“•••어.”

저 앞에서 죽기 직전의 상태로 달리고 있는 넬을 마주하기 전까지 말이다.

‘뭐야. 저 인간은 또 언제부터 뛰고 있었지?’

카일은 멈추었던 달리 기를 다시 시 작했다.

그리고는 헥헥!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넬의 옆으로 붙었다.

“뭐에요.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

“흐엑 ! 허 억 ! 카, 카일 님 ! 흐억 !”

겨우 호흡을 유지하는 와중에 갑자기 말을 걸어버렸으니, 그 결과는 뻔하 다.

그대로 자리에 풀썩 쓰러진 넬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헥헥거 렸다.

넬을 바라보며 카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처럼 처음부터 뛰고 있었다면 이쪽이 발견하지 못 했을 리 없다.

그렇다는 건 자신보다훨씬 나중에 달렸다는뜻이 된다.

“하아, 하아….”

넬의 호흡이 진정되자 카일은 대답을 기다렸다.

“시,실은.

“실은?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서 나왔는데 … 저 멀리 뛰고 있는 카일님을 봤습니 다!”

“그래서요?”

“말이 라도 걸어볼까 했는데, 너무 달리기에 심취 하셔 서 …. 해서, 운동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한 번 해보고자 카일님의 속도에 맞춰 달려보았 습니다!”

순간 카일은 저도 모르게 넬에게 이리 말하고 싶었다.

‘미치셨어요?’

자신은 존 나센이다. 이미 단련이 될 대로 되 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 만 넬은 아니 다. 일반인보다 조금 더 상태 가 좋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 상황에 서, 아직 몸도 제대로 안 풀렸을 이 이른 아침 시간에.

남들 입장에서 보면 전력 질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달리는 자신을 따라 했단다.

“•••그래도 근육 경련 같은 건 안 온 모양이 네요.”

“제 가 나름 체력 훈련은 열심히! 하아, 하아… 했습니다!”

그래 보이 긴 한다. 노력한 흔적이 있으니 이 안도 꺼 지라고 막말은 안 했겠 지.

“하지만 카일님은… 진짜,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이를 악물고 달리 는데 도 따라가기 는커 녕 계 속 뒤 쳐 졌습니 다. 속도도 안 늦추시 고… .”

이제 겨우호흡이 돌아왔는지 자리에서 일어서는 넬.

그러더니 카일을보면서 ‘저기!’하고운을 뗀다.

“카일님! 조금만더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갑자기 뭘요?”

“말씀하신 그 비용, 어떻게든 준비하겠습니다! 대신 준비가 된다면, 정말 로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다! 카일님 만큼은 아니어도 반 정도는 될 수 있는 강인한 육체 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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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타임 어택을 걸어버리고싶은데, 어쩌지.

순간 악마의 속삭임 이 들려오는 듯 했으나, 결국 침묵하고 말았다.

존 나센 앞에서 ‘육체를 단련하고 싶습니다!’ 하고 외치는 건 결코 무시할 수없는 일.

카일 또한 어쩔 수 없이 넬을 귀찮다고 내치지 못 하는 게 그 증거였다.

“넬.,,

“예, 카일님!”

“그렇게 우렁차게 대답 안해도돼요.”

“하지만 이안님은 가르침을 얻고자하는 이 앞에서는 큰 목소리를 내라고 하셨는데요.”

그 새끼는 뭔 또 되도 않는 개소리를 하고 자빠진 거야.

아무튼 주인공이 맞기는 한건지 정말희대의 미스터리에요.

“저는 전혀 그럴 생각 없으니까그러지 말고요. 하나물어볼게요.”

조금 갑작스러울 수도 있지 만 나름 중요한 질문이 기도 하다.

무엇이든 ‘이유’ 가 어떤가, 에 따라서 결과도 달라지니까 말이다.

“기 사가 되려고 한다고 했죠?”

“네? 아… 네. 그렇죠.”

“그게 꿈인 건가요? 아니면, 무조건 되어야하는의무 같은 건가요.”

처음 넬을 만났을 때,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기사가되고 싶다고.

하지 만 그 말에서 풍기는 분위 기는, 그냥 단순하게 꿈을 이 야기 하는 느낌 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에 게 약속이 라도 한 것처럼. 혹은 반드시 그래 야만 한다는 것처럼.

말할 때의 눈빛에서 반짝임이 아니라 간절함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졌 다.

“당연히기사가되고싶어서….”

“솔직히 말할 생각이 없으면, 설령 값을 치른다고 해도 도와주지 않을 겁 니다.”

“에? 어, 어째서 그렇습니까?!”

“진실하지 못 한 이에게는 무엇을 가르치든 의미가 없다고 했으니까요.”

기 사가 되 고 싶다. 그리 고 기 사가 되 어 야만 한다.

이 둘 사이 에는 아주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마음가짐도 다르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카일이 선택할 운동의 강도 또한 달라진다.

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넬, 당신의 진심은 무엇이냐고.

“•••약속했습니다.”

한동안 침묵하던 넬이, 마침내 입을 연다.

“기 사가 되 겠다고. 훌륭한 기사가 되 겠다고. 약속했습니 다.”

누군가와 약속을 했는지, 보다 자세한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 더는 듣지 않아도 가슴에 와 닿는다.

꼭 기사가 되 겠다는, 그래 야만 한다는, 강렬한 의 지 가 느껴 졌다.

“그러면 넬, 당신은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깊 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뭔 가를 생 각하던 넬.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들더니 전보다 더 강렬한 눈빛을 내뿜는다.

“이 게제진심입니다! 그러니까…!”

“알았으니까 치를 값이나 제대로 구해와요.”

감동적인 사연은 사연이고, 일단 셈은 확실하게 한다.

너무 돈을 밝히 는 거 아니 냐. 삭막한 거 아니 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래 야만 하는 쪽도, 받는 쪽도 의 무감이 생 겨 최 선을 다 하게 된 다.

“왜 이러는지 이유는 확실히 알았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준비가 된다면, 와 서 정식으로 요청해요. 대신, 생각 잘 해요. 난 받은 만큼은 해줄 건데, 상상 이상으로 힘들 테니까.”

“당연히….”

“농담 아니에요. 아까 제가 뛰는 거 봤죠? 그건 저한테는 그냥 아침 운동 수준 밖에 안되는 정도에요. 그 이상, 그 몇 배.그 정도로 세질 거예요.그래 도 자신 있어요? 그만 두겠다, 관두겠다, 더는 못 하겠다. 이런 말 안 하고 견 딜 수 있냐는 말이 에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적어도 카일 입장에서는 그렇다.

기껏 큰 맘 먹고본격적으로 가르치려니 도망간다면, 김이 팍빠진다.

덤으로 다시는 다른 사람들 가르치 려는 생 각도 안 들 테고.

그런 카일의 말에 넬이 순간 고민하는 빛을 내보인다.

당연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카일보다 훨씬 뒤에 뛰 었음에도 계속 뒤로 쳐졌으니까.

헌데 그보다 더 높은 강도의 훈련을 할 거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카일 님이 하라는 대로 따르면, 제 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약속에, 가 까워 집니까?”

“모르죠. 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검술을 알려주지 않 고요.”

“그러면”

“대신, 어떤 적이랑 싸워도 먼저 퍼지 지 않을, 그런 몸 상태는 보장하죠.”

그러자 넬의 얼굴에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미소가 번진다.

적보다 더 오래 싸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 아닌가.

아무리 검술이 뛰 어 나도 그 검을 휘 두르는 몸이 버티 지 못 한다면 의 미 가 없으니까!

“웃지마요, 넬.”

“에 ?”

“이거웃을 일아니에요. 절대.”

앞으로 어떤 일이 본인에게 들이닥칠지 상상도 못하고 있다.

왜 사람들이 존 나센 하면 기겁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아주 살짝 알려줄 생 각이니까.

아마 장담하건데 첫날부터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고 빌 수도 있다.

‘한 달만 버텨도 내가 인정한다.’

그리 생각하며 카일은 여전히 웃고 있는 넬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어디 가사대로,스스로불러온 재앙에 짓눌릴 텐데 뭐가저리 좋을까.

아예 나중에 방학이라도하면 존나센에 데리고 갈까,그리 생각도했다.

넬을 돌려보낸 후, 카일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안그 자식은 좀 괜찮으려나.’

이 안이 먼저 도발을 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아주 조금 미 안하기는 하다.

검사의 생명이라 할수 있는 양쪽 어깨를 죄다박살내지 않았던가.

물론 사과까지 할 생각은 당연히, 일말도 없다.

아예 팔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적절히 치료를 받아 며칠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으로 어떤 상태인지는 보는 게 나을 듯 싶다.

“카일 존 나센.”

일단 돌아가서 좀 씻고, 치료 병동으로 가려고 하는 찰나.

갑자기 뒤에서 풀 네 임을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아니,오늘은 아침부터 왜 이리 손님이 많아.’

한숨을 쉬 며 카일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 목소리 하며, 굳이 성까지 붙여 풀 네임으로부르는 것 하며, 불꽃같은 머리 칼까지.

그 조건들에 부합하는 이는 아카데미에 딱 한 명만 있다.

“좋은아침입니다, 엘가님.”

“•••네. 좋은 아침이네요.”

그러면서 천천히 앞으로 다가오는 리토리오 대공가의 공녀.

헌데 그런 엘가의 얼굴에, 미미한붉은 빛이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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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도운동하고오는 건가?’

지극히 존 나센스러운 오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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