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51화 >신께서 속삭이시길, 운동 좀 해라
프리실라가 오기 전, 카일은 바오로 추기 경과 간단한 이 야기를 나누었다.
주된 내용은 역시나 아카데미 생활에 관한것들.
운동 이야기를 하자니 바오로 추기경도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
반대로교리에 대한이야기를하자니 카일 쪽이 너무 얕다.
그러니 카일도, 성녀도, 그리고 추기경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아카데미가 주제가될 수밖에.
“카일 형제.그러고보니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네,추기경 예하. 무엇이신가요?”
“듣자하니 이번 신입생 중에 리토리오 대공가의 영애가 있다고 들었습니 다.”
“아 엘가님을말씀하시는 거라면, 예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말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가까운 사이 같습니 다만.”
바오로 추기경의 그 말에서, 카일은왜 갑자기 엘가 이야기가 나왔는지 눈 치를 챘다.
존 나센 남작가와 리토리오 대공가 사이에 일어난 불편한 사건.
한쪽은 모욕을 당하고 다른 한쪽은 부상을 입은, 여전히 회자되는 그 일.
당연히 서로가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각 가문의 자제와 영애 가 신입 생으로 만나게 되 었으니 괜찮냐 는 뜻인데.
“추기경 예하! 실은그 일 때문에 카일 형제님이 직접 사과문을 전했다고 해요!”
“사과문? 카일 형제. 저 말이 사실입니까?”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오로 추기경이 어어?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듣기로는 황실이 직 접 나서 존 나센 남작가가 그럴 만한 상황이 었다고 말 했다 들었는데.
그 이유로 존 나센의 영애는 아카데미 방출로 끝이 났고, 리토리오는 침묵 했다고 들었는데!
“어찌 되었든사람이 다치지 않았습니까.원래 감정의 골이란시간이 지나 면 더 더욱 깊 어 지 는 법 이 니 이 제 라도 끝맺음을 하는 게 낫다고 생 각했습니 다.”
“그렇습니까.”
“네 . 또 마침 엘 가 공녀님 도 굉 장히 좋은 분이 라 징 검 다리 역할을 해주셨 고요.”
사실은 엘가가 자신의 이름값을 올리기 위해 나선 일이지만, 상관은 없다.
어찌 되 었든 그녀가 나서서 보다 빠르게 사과문을 전달할 수 있었으니까.
‘저리 말할 정도면 그 엘가라는 리토리오 대공가의 공녀가 괜찮은 사람이 라는건가.’
듣자하니 리토리오 대공가는 후계 구도로 꽤나 혼잡하다고 했다.
이런 시기에 후계자가될 수 있는 인물과 연이 닿는다면 교단에도좋은 일 일 것이다.
아무래도 언제 한 번 엘가 공녀와 만남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고, 추기경은 그리 생각했다.
“예하.”
기사의 부름에 바오로 추기경이 고개를돌린다.
그곳에 는 이 제 막 도착한 프리 실라가 갑자기 무슨 일이 냐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잠깐 앉으시지요, 단장.”
이후 카일과추기경이 여태까지 나누었던 이야기를, 프리실라에게 전달했 다.
“…그러니까, 저더러 사제 분들의 건강증진 활동의 책임자를 맡아 달라 … 이겁니까?”
프리실라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갸 자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
성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자신에게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인데.
거기에 더해서 지금 하고 있는 부탁의 내용도 굉장히 이상한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단장님.”
“•••왜 하필 저인 겁니까, 카일 형제님?”
성 엘플레다기사단은 교단본부를 지키는 업무만하는게 아니다.
교단 측에서 무슨 행사가 있어 인원을 내보내면 마땅히 호위 인원을 편성 한다.
지부에서 활동하던 인원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게 로테이션도돌려주어야 한다.
더해서, 기사단 내부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그들을 관리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업무들이 참으로 많은 자리다.
존나센의 레아가바로근처에 있었음에도 결투 신청을 안한게 아니다.
인수인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해야 할 일이 태산이어서 그랬을 뿐이 다.
“일단 성 녀 님 은 아카데 미 예 배 당에 계 시 다가 주말에 만 교단 본부로 오시 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교황성하나추기경 예하께서 직접 나서기엔 그렇고요.”
“•••동의합니다.”
“결정 적으로 건강 증진을 위 한 체 력 단련은 기사 분들이 잘 알지 않습니 까
” •
“글쎄요. 기사들도 대부분이 전투에 치중된 것들만 가르치는 터라….”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제가단장님께 기초부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카일 본인이 직접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전문가가 직접 나서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한 단계 한 단계 직접 봐주어야
할 정도다.
정 말 거 짓말 하나 안 보태고 뭐 하나 잘못 하다가 크게 다칠 수도 있다.
하지 만 본인은 아카데 미 학생 이 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강의실에 가서 강의를들어야한다.
성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점수는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 지 만 성적 이 과하게 부족한 친구들은 바로 아웃이 니까.
“난처하군요. 저도 할일이 태산인데….”
프리실라는 추기경과 성녀의 눈치를 보면서도 할 말은 했다.
그만큼본인에게 치중된 업무가꽤나 많다는, 해서 시간이 없다는 뜻.
이쯤 되 면 슬슬 미끼를 던질 때가 왔다.
본인의 시간을 쪼개서라도 이쪽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미끼!
“프리실라 단장님. 아까 제 게 말한 그 부탁, 조만간 들어드리겠습니 다.”
“•••정말입니까?”
“예. 그리고 그 다음, 두 번째 부탁도 들어드리겠습니다.”
카일의 말에 프리실라의 눈이 순간 크게 뜨인다.
“진심으로, 그 두 부탁을 다 들어주시는 겁니까?”
“그렇다니까요.제 명예를 걸도록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카일 형제님!”
조금 전의 고민과 갈등은 어디로 다 던져버렸는지 .
환한 얼굴로 카일의 손을 붙잡는 프리실리 였다.
덕분에 추기경과성녀는 부탁? 무슨부탁?’ 하고궁금해 하는눈치였다.
‘부탁이라니? 기사단장과무슨 말을 주고받은… 설마! 기사들에 대한 훈 련이라던가?!’
이 것은 교단을 보다 성장시 키고 싶은 바오로 추기 경의 생 각이고.
‘어 갑자기 두분이 왜 이리 친하게 보이는걸까요…?’
이건, 가슴 한 구석이 콕콕 찔리는 성녀의 생각이 었다.
“하겠습니다.”
그러는 사이, 프리실라는 더 이상의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 다.
거절하기에는 카일이 제시한 보상이 너무나 달달했던 것이다.
“추기경 예하.”
카일은 다음으로 바오로 추기 경을 불렀다.
사실 이 번 계획 에 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추기 경 이 다.
시 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그 시작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추기 경 이니까.
“사제님들을 위한 일입니다. 신의 뜻을 더 성실히 받들기 위한 일입니다. 도와주시 겠습니 까?”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여기서 힘들겠다,하고 말하는추기경이 어디 있겠 는가.
심 지 어 카일을 교단에 귀의 시 킬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 각하는 중인데 말이다!
“신의 뜻에 거스르지 않는 일이라면, 그래 해주겠습니다. 카일 형제.”
상급자가 허락을 했으니, 이제 밑의 사람들에 대한 처분도 함께 결정되었 다.
현 시 간부로 교단 사제 들의 건 강 증진 프로젝 트가 시 작되 었다.
널
저녁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 다가왔다.
교단 본부에 머무르던 사제들이 하나둘씩 모여 오늘 하루도 평안했음을 감사하며.
또한 내일도 오늘처럼 모든 이들이 평안하기를 신께 기원하는 자리.
“형제자매 여러분.”
그런 사제들 앞으로 갑작스레 바오로 추기경이 나타났다.
“추기경 예하.
사제들이 가볍게 예를 취하자 추기경 또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곤 사제들 앞에 나서서는 천천히 입술을 뗀다.
“오늘 기도를 드리는 와중에 ,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 다. 하여, 여기 있는 형제자매 여러분께 그 작은 깨달음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바오로 추기경의 말에 사제들이 살며시 두 손을 모은다.
어지간해서는 잘 있지 않은 추기경의 말씀이다.
가슴에 새 겨 놓는다면 분명 또 다른 빛줄기 가 될 터 이 다.
“지금의 세상은, 아주 평화롭고고요합니다.허나, 마땅히 태풍이 불고눈 보라가 치는 것이 세상. 언제까지고 햇빛 아래서 신께 대한 기도를 올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그런데 우리들은, 어리석게도햇빛 아래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예하.”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저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항상 날이 좋으니, 어찌 할 수 없었던 일이 지요. 하지 만 그 햇빛 아래서, 때로는 모진 풍파를 견 디는 연습도 해보는 게 어떠할까. 그런 작은 깨달음을 지니고서 오늘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그 뒤로 추기경은 미리 준비해둔 말들을 전했다.
어떤 힘겨운 상황속에서도, 우리들은 우리들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세상 사람들을 대신하여, 그 모진 풍파 앞에서도 기도를 올려야 한다고.
교단의 교리에 마땅히 어울리는 말들이다.
스스로 오만해지지 말고, 과신하지 말고, 그저 겸손하게 지내며.
마땅히 너희들을 희생하여 죄인들을 위해 속죄하라.
때문에 거의 모든 사제들은 추기경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이 었다.
“우리는 정신으로서의 유혹, 그리고 육체로서의 고통을 인내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여러분 스스로가 굳건히 하세요. 다만, 육체는 그래도 조금 도움을 주실 분이 있습니 다.”
그 말을 끝으로 바오로 추기 경 이 살짝 뒤 로 물러 난다.
다음으로 자리에 선 인물은 성 엘플레다 기사단장, 프리실라였다.
“형제자매 여러분.”
“단장님을 뵙습니다:
간단한 인사가 오고 간 후, 프리실라는 말했다.
“예하께서 말씀하셨듯, 제가 여러분들을 도울겁니다. 아침, 오전, 오후, 그 리고 저 녁 . 기도를 올리 며 조금씩 이 나마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려 합니 다. 너 무 햇빛에만 익숙해지지 않았는가. 그늘은, 바람은, 그리고 다른 것들은 어 떠 했는지.”
성 엘플레다 기사단은교단을 지키는 세 개의 검 중하나다.
당연히 소속된 기사들과 사제들의 사이는 매우 돈독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제들은 아무의심 없이 프리실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 리 말씀드리 겠습니 다. 힘드실 수 있습니 다.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 다. 강제하는 것이 아닙니다.그냥 여태 하시던 대로 햇빛 아래서 기도를 올리셔 도 됩 니다. 아무도 뭐 라 하지 않습니 다. 허나, 한 번 시 작하면 떠 나실 수 없습 니 다. 저는 이 것을 신께 바치는 우리들의 고행 길이 라 볼 것이 니 . 부디 형제 자 매 여러분들께서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신께 바치는 고행길, 그 말에 사제들이 성호를 긋는다.
다른 이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그들을 위해 속죄하는, 교인들의 숙명.
그것을 조금이나마해낼 수 있다면 괜찮은 인내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프리실라 앞에 선 사제들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흐른 후, 교단 본부 내 건물 한 동이 비워졌다.
그 안은 사제들이 처음 보는 기구들로 채워지 기 시 작했다.
“신이시여….”
그리고 사제들의 기도 자세는, 무릎을 꿇고 앉는 경건한 자세에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플랭크 자세로 변경되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