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44화 > 참으로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심란하다, 심란해.’
카일은 그리 생각하며 팔짱을 끼었다.
일단 대뜸 본인을 강하게 만들어 달라던 그 넬이라는 학생.
무슨 이유라도 만들어서 떨어트리지 않으면 계속귀찮게 할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대가를 치르라는 말을 하여 한 발물러서게 했다.
‘금액을좀세게 불렀으니 망설여지겠지.’
넬 이 귀 족이 아닌 평민 신분이 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제시한 금액을 넙죽 들이밀기는 힘들 터.
이 대 로 그냥 이 안한테 만 좀 들러 붙었으면 하는 게 솔직 한 마음이 다.
다행히도 넬은 침음을 흘리 다가 곧 사라졌다.
그래, 제발 좀 가라. 금전을 요구했다고 해서 마음이라도 좀 상해라.
이안 옆에 붙어서 검술이나 배워. 너까지 PT 는 못 해 준다.
“끄으으읏!!”
당장 이 성 녀님 만으로도 뇌 에 과부하가 오는 것 같으니 까.
‘후우.’
속으로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르겠다.
아예 얼굴까지 부여잡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간 마음씨 고운 성녀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 거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진짜 아니잖아.’
오후 강의 가 끝나고 짬을 내 어 예 배 당으로 왔다.
다행히 학생들이 몇 없어서 바로 성녀를 만날수 있었다.
정확히는 카일이 등장하자마자 전부 도망치듯 빠져나간 것이지만.
아무튼, 덕분에 성녀에게 보다제대로된 운동을 가르칠 틈이 났다.
문제는 그 운동을 성녀의 몸이 전혀 받아들이지 못 한다는 것.
“끼 잉!”
플랭크를 단 10초도 못 버티고 허물어지는 성녀.
이전에 스쿼트는 횟수도 다 못 채우고 주저앉고 말았다.
원 래는 버 피 테 스트까지 할 생 각이 었는데, 그것조차 불가능할 판이 다.
‘원래 소설 보면 성녀도 막 용사랑 같이 고생하면서 여행하지 않나? 거기 서는 잘만 걷던데?’
심지어 어떤 성녀들은 손수 주먹으로 신 옆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또 다른 소설에서는 갖가지 험악한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정도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의 신체적 능력은 있을 거라 여 겼는데.
“이, 이번엔 얼마나버텼나요?! 20초는 넘게 버틴 거 같은데!!”
“•••정확히 虩초버티셨습니다.”
“8초요?! 말도 안돼! 저는분명 20초 넘게 버틴 거 같은데요!?”
여기는시간과공간의 방이 아닙니다, 성녀님.
정말 정확하게 虩초 버티셨어요.20초는 대체 어디서 나왔답니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감이 안잡힌다.
티샤처럼 헬스장에 데리고 가서 여러 기구들을 이용한 운동? 상상도 못 한다.
요건이 전혀 안된다.몸을 안써도 너무 안써먹는 성녀님이다.
이래서 10kg 은 고사하고 5kg 짜리 바벨 들고서도 아무 것도 못 할 것이 다.
‘진정하자, 진정. 절대 짜증 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녀 앞인 데.’
카일이 괜히 오버를하는 게 아니다.
존나센에서 살면서 가장 운동 못 하는 놈은 항상 본인이었다.
주변에는 말 그대로 운동에 미친 괴물들만이 득시글거리는 상황.
거기에 아카데미에 가는 길에 또 만난 인물이 이안과 티샤다.
일단이안은 검사이니 당연히 신체적 능력이 있을수밖에 없다.
티샤는 주술사라고 하지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기본적인 신체 능력 을 키웠다.
하다못해 엘가와 레토도 최소한의 신체 능력은 지니고 있다.
둘 모두 대공가의 일원으로 기본적 인 수련은 하고 자랐을 테 니까.
즉, 이제까지 만난모든 이들이 기초 신체 능력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운동치를 갑자기 처음 마주하게 되니 속이 터지는 건 당연한 일.
“^, 조금만 쉬면 안될까요. 카일 형제님 ?”
그새 또 지쳐서는울상이 된 성녀.
카일은 다시 한 번 속으로 한숨을 흘리 며 고개를 끄덕 였다.
좋게 생 각하자. 그래, 세상 어느 누가 처음부터 잘 할 수 있겠어 ?
다 저렇게 노력하면서 코어 힘도 기르고 근육도 늘리고 하는 거지.
스스로를 다독이며 카일은 바닥에 주저앉은 성녀를 바라보았다.
“스스로가 한심스럽네요.”
갑자기 자기 비하?!
“성녀님?”
“스스로 나름 고된 생활을 보낸다고 여겼어요. 절제하고, 또 절제하고. 그 런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겼는데 실상은 제 몸 하나 제대로 간수 못 하는 자에
불과했어요:
“절대 아닙니다. 성녀님. 본인의 몸을 단련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 습니다. 성녀님도 아시다시피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든 일입니다. 운 동은 바로 자신과 싸우는 일 이죠.”
“하지만 저는 너무 쉽게 패배하고 있는 걸요.”
“다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다 그렇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거기서 이제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패배하여 그 자리에 주저 앉느냐. 그게 중요할 뿐입니다.”
원래는 티샤에게 해줄 말로 한 번 생각해둔 거였는데.
그 말을 갑작스레 성녀에게 하고 있는 카일이었다.
“끊임없이 나아가는 겁니다. 더 힘들게, 더 무겁게 할필요는 없습니다. 가 볍게 하더라도 하루를 거르지 않고 단련하는 것. 그렇게 매일 꾸준히 나아가 다보면 어느순간 나아진 자기 자신을 보게 되고, 거기서 더 큰 자신감을 얻어 마침내 스스로 나아가게 되는 겁니다.”
다이 어트고, 체중 증량이고, 근육 키우는 거고 다 그러합니 다.
그러니까 운동 때려치우겠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더 열심히 하셔야합니다.특히나성녀님 같은분은 더더욱!
카일의 말에 성녀, 힐데는한동안말이 없었다.
그저 그 신비로운 은빛 눈동자로 빤히 카일을 바라보는데.
마치 눈동자 속으로 휙휙 빨려 드는 느낌이 드는 듯 했다.
“성녀님?”
“카일 형제님은, 참으로 신기한 분이시네요.”
“무슨 말씀이신지?”
“어찌 보면 정말 평범하신 분 같은데, 또 어찌 보면 누구보다도 특별하신 분 같네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카일의 머리가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저런 종류의 말을 들으면 더 멋진 말을 하는 게 참 좋던데 .
여 기 서는 무슨 대 답을 해 야 할까? 어 떤 답을 내 놓아야 성 녀를 더 기쁘게 할수있을까?
“사람은 모두가 다 특별하답니다. 그래서 신께서 우리들을 사랑하시는 거고요.”
거의 막 내뱉은 말 치곤 굉장히 좋은 말이라고, 카일은 생각했다.
자신이 특별한 거 맞다는 자랑도 되고, 신을 스리슬쩍 언급해서 여지도 남 겨두고.
100점 만점에 못해도 86점 이상은되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카일의 예상대로, 성녀는 아아! 하고 탄성을 흘리더니 갑자기 두 손을 맞잡았다.
이후 청아한목소리로 기도문을 한줄기 외우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다.
“성녀님? 왜 또….”
“이런 좋은 말씀까지 들었는데, 성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네요!”
“예 ?”
“더 노력하겠습니다! 카일 형제님의 말대로, 한 걸음 밖에 내딛지 못 한다 고 해도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면 결국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다다를 터 !”
“좋은 자세네요. 그런데 대체 왜 일어서셔서… 성녀님? 어디 가세요?!”
미처 붙잡기도 전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는 성녀.
덕분에 카일은 순간 ‘저리 말해놓고 도망치는 건가?!’ 라고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에이, 설마. 그래도성녀님인데.’
조금만 기다려보자. 곧무슨 상황인지 알게 되겠지. 라고 중얼거리며.
카일은 가만히 자리에 서있다가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배당뒤쪽에 마련된,오직 성녀만을위한공간.
벽에는 새하얀 구름과 은은한 빛을 표현한 하늘이 그려져 있다.
그 가운데에 있자니 마치 하늘 위에 서있는 것과 같은 느낌 이 들 정도.
아마 신께 드리는 기도를 위해서 만들어진 곳 같았다.
이 렇게 따스하면서도 밝은 공간을 그려낼 수 있다니 .
다른 이들도 이곳에 오면 저도 모르게 신께 기도를 드릴 것이다.
경건한 마음이 절로 피어나는 곳. 은은한 신성력이 느껴 지는….
‘여기서 중량치면 더 잘될 것 같은데? 이런 배경도나쁘지는 않네.’
그 와중에 또 운동하는 상상 중인 카일이 었다.
나중에 존 나센에 돌아가면 이런 분위 기의 헬스장도 만들어보자고 건의 할생각도했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을까.
“카일 형제님.”
뒤 에서 들려오는 성녀의 목소리에, 카일은 고개를 돌렸다.
“오셨습… 니까…. 성녀… 님.”
“네! 카일 형제님이 말한 대로,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어요. 잘 했 죠?”
“아 예. 잘 하시긴 했는데, 그… 교단과 아무 상관도 없는 남자 앞에서, 성녀님이라는 분이 이래도 되는 건지, 그런 걱정이 ….”
“카일 형제님은 좋은 분이시니까요.괜찮아요!”
그게요. 성녀님은 괜찮을지 몰라도 저는 상당히 안 좋습니다.
특히나 심장 건강에 무리가와요. 와, 이 심박수는 한 5km 전력 질주 한 것 같은데.
이 러 다가 심 장 터져 서 죽으면 제국이 랑 존 나센이 랑 전쟁 나려 나?
카일이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많이 펑퍼짐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던 성녀였 는데.
지금은 반대로 맨살의 면적이 매우 많은 옷으로 갈아입고서 나타난 것이 다.
남심을 저격하는 가녀린 맨팔, 매끈한 맨다리, 그리고 새하얀 맨발까지.
순식 간에 위 험 수치 가 증가하다 못 해 승천할 지 경 이 었다.
“아… 혹시 제 복장이 조금 이상한 가요?”
“아닙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다행이네요 실은 날씨가 너무 덥거나할때 입는 옷이거든요!”
펑퍼짐한옷만 입을 것 같던 교단에서 이런 옷도 입으라고 한다니.
이런 걸 좋아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예 … 아니,오해입니 다.
진정하자, 카일.지금이 상황은트레이너와고객님 같은거다.
여성 손님 이 무엇을 입고 오든 내 가 봐야 할 건 자세 와 동작, 그리고 몸의 과부하 유무다.
그런 생 각을 몇 번 하니 자연스레 심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행 이 다! 정말로 다행 이 야! 라는 생 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그러면 다시 한 번 해볼게요! 옷도 갈아입고 왔으니 이제는 더 잘 할 지도 몰라요!”
“기대하겠습니다. 성녀님.”
“네엡!”
힘찬대답과함께 다시 한번 자세에 들어가는 성녀.
이렇게 보니 옷을 갈아입은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플랭 크 자세 가 虩초에 서 潷초로 늘어 났으니 까.
‘•••잠깐만. 이게 정말효과가정말있다고봐야하나?’
그런 의문이 들기도했지만, 카일은 그걸 바깥으로 내보이지는 않았다.
1초 늘었다고 좋아라 하고 있는 성녀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널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카일의 말에 성녀가끼잉! 하고풀썩 쓰러진다.
“오늘고생 참 많이 하셨습니다, 성녀님.”
“제가뭘요…. 카일 형제님이 더 고생하셨죠.”
“아마주무실 때 몸이 좀 많이 쑤시고 결리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쑤시고 결리는 것 같은데요…?”
“그게 좋은 겁 니 다. 그런 과정을 반복해 야 제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겁 니 다.”
그리 말한 카일이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데 .
“카일 형제님.”
성녀가 갑자기 그를 붙잡는다.
“예,성녀님.”
“혹시 주말에 시간이 되 시나요?”
“특별한 일정은 없습니다만, 왜 그러시는지요.”
“카일 형제님을 교단에 초대하려고요!”
“교단에… 말입니까?”
“네!”
처음에는 당연히 사양하려고 했다.
열렬히 신을 믿는 것도 아닌데 교단에 가서 무엇을 하랴.
그 시간에 차라리 루틴 한 번 더 돌리는 게 이득일 것이다.
이 런 생 각들이 머 릿속을 둥둥 떠 다녔다.
하지 만 곧, 카일은 생 각을 바꾸었다.
“•••초대해주신다면,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교단 사제들의 체력 실태를 확인해보고 싶은 게 그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