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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38화 (38/318)

熲 38화 > 참으로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이,이렇게 하는건가요…?”

혼잣말까지 중얼거리 며, 뭔 가 요상한 자세를 취 하는 힐데 .

본인 딴에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중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거울에 비쳐지는 건 흉하게 비틀린 몸뚱이의 성녀뿐이었다.

“꺄앗!”

결국 더는 버티지 못 한 몸이 파업을 선언해버렸다.

덕분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게 된 힐데는 한숨을 내뱉었다.

너무 어렵다.분명히 제대로 기억하고와서 옮겨 적기까지 했는데.

정작 몸으로 이렇게 하려고 하니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었다.

I  |

‘아카데미로 가기 전에 어떻게든 해내서 카일 형제님에게 보여주려고 했 는데요.’

은혜를 갚고 싶다 말하니 그러면 이 운동을 하라고 했던가.

원하는 것을 말했으나그것도 결국 성녀인 자신을 걱정해주는 일이었다.

그게 무척 고마워서 어떻게든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자세를 잡는 것조차 무리다. 머리는 따라주는데 몸이 따라주지 를 않는다.

똑똑-.

“성녀님. 슬슬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아, 네! 금방나갈게요!”

자리에서 일어선 힐데는 옷 매무새를 점검했다.

수도복이 살짝구겨진 게 걱정이지만 다행히 크게 티가나지는 않았다.

그렇다. 지금 성녀는 이 펑퍼짐한 옷을 입고 운동을 하겠다고 나선 거였다.

아마 이 장면을 카일이 봤다면 ‘기본자세부터 글러먹었습니다!’ 라고외쳤 을 거다.

얼마나치렁치렁한지 옷에 제 발이 걸려 넘어지기 딱좋다.

소매 부분은 넓어도 너무 넓어서 덤벨도 숨길 수 있을 정도다.

활동하는 데에 편한 복장을 하고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성녀는 그것조 차 몰랐다.

“오늘도 당신의 자비로움으로, 당신의 눈에 든 모든 이들이 평안한 하루 를 보내길.”

경건한 어조로 짧은 기도를 마친 성녀가 마침내 아카데미로 출발했다.

이 유 모를 묘한 기 대 감을, 마음 깊은 곳에 품고서.

엘 가와 헤 어진 카일은 부지 런히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시간이 좀 넉넉했다면 이 근처를한번 달리며 가볍게 유산소라도했을 텐 데.

그러기엔 확실히 빠듯한 기운이 있어 포기하고 말았다. 참으로 아쉬운 일 이었다.

‘티샤가… 아. 저기 있네.’

벤치 너머로보랏빛의 머리를 지닌 여인이 보인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걸 보아하니 그새 또 주술 서적 이 라도 보고 있는 걸까.

장난기가 동한 카일은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뒤로 다가갔다.

슬쩍 살펴보니 역시나뭔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내용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티샤라면 볼 게 너무 뻔하지 않은가.

“뭐 에요. 또 주술 관련 책 이 라도 보고 있는 건가요?”

“히이이익!!”

화들짝 놀라서는 양 팔을 파닥파닥 거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티 샤.

예상보다 너무크게 놀라서 카일까지 같이 놀랐을 정도였다.

“카, 카일?! 노, 놀랐잖아요!! 기척이라도 내던가!”

“아… 미안해요. 열심히 독서중인 걸 보니 장난기가동해서… 정말미안해 요, 티샤.”

카일의 진정성 있는 사과에 티샤도 별다른 말을 더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앗, 하고 침음을 흘리더니 급히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안으로숨긴 다.

아무래도 주술 관련 내용이 아니라, 다른무언가인 모양이다.

‘여 기서 눈치 없는, 어그로 깎는 장인은 무슨 책 이 냐고 물었을 테 지.’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저리 진심으로 숨길 땐 모르는 척 해주는 게 좋다.

간혹 물어보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지금의 경우는 확실히 아니 다.

오히려 그 책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기도 했다.

“티샤. 옷이…?”

얼마 전 있었던 신입생 환영 파티나 전승절 축제.

그 때 입 었던 티샤의 옷들은 굉 장히 아름다웠고 또 잘 어울렸다.

덕분에 티샤의 드레스코드가 평균 이상은 치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오늘 차려 입은 옷을 보니, 그 때 것들은 죄다 싸구려로 보일 정도 다.

거기에 화장은또 왜 그리 잘 먹힌 건지. 남자로서의 탄성이 절로흘러나왔 다.

“아, 저… 너, 너무 과하게 힘을 줬나요?”

티샤가 머리를 살짝귀 뒤로 넘기면서 얼굴을 붉힌다.

솔직히 본인도 준비하면서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수십 번도 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파티 가 있는 날도 아니 고, 축제 가 있는 날도 아니 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아무 것도 없는 평일일 뿐이다.

그런 날일 텐데, 바로 어제 카일이 내일 좀볼수 있냐고물었다.

이런데 어떻게 소홀히 준비를할수있을까.적당하게 할수있을까.

“그래서… 저는 왜 보자고 한 거예요?”

“아,저. 그게….”

속으로 환장하겠네,를 한 백 번은 넘게 외 쳤을 것이 다.

아마도 티샤는 오늘 굉장히 특별한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그리 생 각해서 저리 힘을 준 모양인데 , 정 작 카일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은 도서관’.

저렇게 예쁘게 꾸미고,또 입었는데 가자는곳이 도서관이라.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진작 도서관 갈 거다, 라고 말이라도 해야 했을 까.

본인의 센스에 스스로 고개를 내저으며 카일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잠깐 갈데가있어서요.”

“그래요? 그러면! 어, 얼른 가요!”

처음에는 굉장히 행복한 미소를 지은 티샤였다.

하지만 카일의 발걸음이 아카데미 바깥이 아닌, 도서관으로 향하자 어어? 하는 눈치였다.

종국에는 도서관 안으로 들어갈 때 ‘•••아.’ 하고 탄식을 흘리고 말았다.

“?”

“…嘗嘗”

한창 도서관 안에서 책을 찾고 또 읽던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 디 파티 나 축제 로 가야 할 것 같은 복장을 한 여 학생 이 들어와서 .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아서 무척이 나 신기했던 것이 다.

‘부끄러워!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아!! 흐아아아앙!!’

그대 로 자리 에 주저 앉고 비 명 이 라도 지 르고 싶은 티 샤였다.

도서관에 을 줄이 야. 나는 또 카페 나 음식점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순간 카일에 대한 원망이 치솟기도 했으나, 그건 금방 사라졌다.

‘내 가 오해한 거잖아. 나 혼자 괜히 좋아서 날뛴 거잖아… 누가 누구를 원망해 …. 하아. 어떻 게 해? 지금 오히 려 카일이 나보다 더 불편할 텐데. 그냥 잠깐 만나자고 한 건데 내 가 이러고 왔으니 … 다음부터는 아예 안 부르는 거 아닐까? 진짜 어떻게 해!!’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제는 거의 울고 싶어졌다.

왜 그렇게 흥분했을까. 왜 바보 같이 오해를 했을까.

조금만 생각을 깊이 했어도 이런 멍청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도 즐거웠던 도서 관의 계 단 오르는 길이 , 지금은 너무나 힘 겹 다.

이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바보야, 바보야, 바보야!! 하고 외치고 싶었다.

차라리 이대로 그냥 몸을 돌려서 도망칠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티 샤.”

울상이 된 얼굴을 숨기려고 고개를 숙인다.

하지 만 카일이 다시 한 번 부르니 , 티샤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들고 말았다 •

“네, 네. 카일.”

“이쪽이에요.”

그제야 티샤는 여기가 자신이 항상오던 敢층임을 자각했다.

헌데 이상하다. 자신이야그렇다 쳐도 카일은 왜 敢층으로온 거지?

그가 주술에 대해 긍정적이긴 하나 서적들을 볼 이유는 없는데 말이다.

카일은 점점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이 워낙 커서 책장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있다던데, 과장이 아 니었다.

‘어디까지 가는거야? •••어, 잠깐만. 여기 구역은나도처음와보는데? 敢층 에 이런곳이 있었어? … 아니,그보다 카일은도대체 어떻게 이리 잘알고다 니는 거야?’

혹시 카일도 敢층에 몇 번 왔던 적이 있는 걸까? 싶다가도고개를 내저어야 만했다.

‘시간이 날때마다항상 敢층에 있었는데 카일은본 적이 없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하고 고민하던 찰나.

카일이 또 다시 어딘가로쏙, 하고 사라진다.

“카일?

혹 그를 놓칠까 티샤 또한 발걸음을 재 촉한다.

미로를 방불케 하는 책장들 사이를 지나, 마침내 도달한 그곳에서는.

“받아요.”

카일이 오래된 책 몇 권을 내밀고 있는 중이었다.

“그게 뭐에요…?”

“뭐하고 있어요. 얼른 받아요.”

다시 한 번 재촉하니 티샤는 반사적으로 카일이 내민 책들을 받았다.

한눈에 봐도 굉장히 오래된,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들이다.

굉 장히 비싸게 주고 산 옷인데. 굉 장히 공을 들인 화장인데.

그 위 에 먼지 가 앉는 게 살짝 껄끄러워 지 려 던 찰나였다.

“어,어? 어어?”

반사적으로 책을 펼치고 내용을 훑어보던 티샤가 탄식을 흘린다.

그리고 티샤의 탄식은 이내 탄성이 되어 연신 터져 나온다.

“흐아?! 으에에에에!?! 차, 찾아도 안보인 것들이 전부 여기에!! 흐앗?!”

아까 전의 그 우울한 분위 기는 전부 사라졌다.

남은 건 엄청난 발견에 학구열을 활활 불태우는 눈동자 뿐.

“카일!

“네,티샤.”

“이, 이건 어떻게 발견했어요?! 이런 걸 어떻게!!”

“제 형이랑누나가 전부 아카데미에 다녔던 건 알죠?”

물론 졸업에 성공한 건 형인 리 어 혼자 뿐이지만.

“형이랑누나가원체 할 게 없어서 도서관세 곳을 다돌아봤대요. 그러다 가 여기 敢층주술층에서 모르는 이들이 많은 비밀 공간도 찾았다고 했었죠. 해서 알려준 대로 한 번 왔는데 신기한책들이 많더라고요? 거기에 저는또 주술을 아주 약간이 나마 알고 있기도 하고.”

“그렇죠?”

“그래서 티샤, 당신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몇 권 찾아놓은 거예 요.부디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네요.나름 열심히 찾은건데.”

약간? 약간의 도움? 아니다. 이건 엄청난도움이다. 기적이라불러도 좋다

본인이 막혀서 끙끙거리고 있던 부분을 딱 뚫어줄 조언들이 가득하다.

거대한벽 앞에서 어찌 해야하나고민하고 있던 자신을, 단번에 끌어올려 줄책이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카일!”

훌쩍 날아올라서는 그대로 카일의 목에 매달리는 티샤.

다른 이들 같았다면 뭐 본인 가슴에 말캉하고 풍만한 것이 와 닿았다느니.

아니면 휘청거리거나 끙끙거리며 무겁다고 했을 테지만.

카일은 이까짓 것 코어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생각만하며 지극히 평온 한 모습이었다.

들어가는 힘으로 대충 예상해보니 아마 티샤의 몸무게는… 음, 이건 됐고.

“정말로 고마워요. 카일. 정말로…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앞으로 더 열심히, 더 힘내서. 당신 꿈을 이루면 돼요.그거면 충분해요.”

들려오는 대답에 티샤는 더욱 강하게 카일을 끌어안았다.

참 다행이다.오늘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와서.

그리고 참 다행이 다. 이 사람이,내 친구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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