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순순히 당해줄 생각이요? 없는데요?
제국 io강, 이름 그대로 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라는 뜻이 다.
뛰 어난 기사와 마법사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바로 제국이 다.
압도적인 인적 자원이야말로 제국이 자랑하는, 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
그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추리고 추려내 어 나온 초절정의 실력자들. 그게 바로 제국 10강이다.
단신으로 몬스터 무리를 학살하고, 기사단과 대등하게 싸우고, 마법 병단 을 상대하고.
오직 단신의 힘만으로 다른 이들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자들.
그렇기에 대륙 10강이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오늘, 그 제국 10강의 일원인 로건은.
극도로 얌전하고 정중한 자세로, 두 손을 가지런히 앞에 모은 채로.
한창 덤벨 뺵개로 운동을 하고 있는 다곤 존 나센 남작의 말을 경청 중이었 다.
혹여나 잘못이라도 하면 저게 얼굴로 날아올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빨리,그것도 10강두분이 올줄은몰랐습니다.”
오우거 머리통도 저 손아귀에 붙잡히면 그대로 터져버릴 거다.
분명히 저들의 조상중에는 사람이 아닌 게 섞여있을 것이다.분명 그럴 거 다.
그렇지 않고서야지금 이게 말이 되겠는가.
“갑작스러운방문에 사과하고싶네요.다곤존나센 남작님.”
황제와 황태자, 그 외 대공들을 제외하면 말을 놓는 율리카다.
당장 자신보다 스무 살이 넘 게 많은 로건한테 도 반말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일개 남작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는 그녀였다.
물론 로건은그부분에 대해서 어떤 의문도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본인은 그냥무릎 꿇고 앉고 싶으니까.
“왜 왔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대충은.
덤벨을 내려놓은 다곤 남작은 이번엔 벤치 프레스 위에 누웠다.
그리고 숨을 한 번 고르더니 봉을 붙들고서 바벨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손님 이 왔지 만 근손실은 용납하지 못 한다.
그것이 바로 존 나센 의지 였다.
양옆에 달린 엄청난무게의 원판 때문에 봉이 다휠 정도다.
10강 중에서 가장 힘 이 좋다는 스로드도 저 정도를 드는 일은 못 봤다.
심지어 나이까지 생각하면 스로드쪽이 아무리 못 해도 20년은 더 젊을 텐 데 말이다.
존 나센이 10강호칭에 욕심을 냈다면, 10강 전부 다 여기 사람들이었을 거야.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로건은그리 생각했다.
“얼마 전 처음 보는 이들이 찾아왔었지요.”
엄청난 무게의 바벨을 들어 올리면서도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은 다 곤 남작이다.
힘든데 앞에 손님이 있어서 일부러 괜찮은척을하는 거였으면 싶다.
.
반대로 진짜힘들지 않아서 괜찮은 것이라면, 그게 더 끔찍하니까.
“서쪽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우리 존 나센은 한 번 들어온 손 님은 일단 맞이하여 대접하는 관습이 있는지라 일단 영지에 들어오는 걸 허락했었지요.”
“헌데 그 손님이라는 자들이 사실은 서쪽 왕국 연합에서 온 자들이었겠군 요.”
“그렇다고 했습니다. 제 안할 게 있다 하여 이 먼 곳까지 왔다고 했었나.”
그 후로도 다곤 남작의 운동은 멈출 줄을 몰랐다.
율리 카는 그래도 원래부터 대충 알고 있던 눈치라 괜찮아 보였지 만.
존 나센 남작령에 처음 와본 로건은 말 그대로 잔뜩 움츠러든 상태 였다.
“식사시간입니다, 가주님.”
“그렇다는 군요. 어째, 식사들은 했습니까?”
“아뇨. 식사는하지 않았습니다.”
“허면같이 좀 듭시다.”
“괜찮다고 거절한다면 예의가 아니겠지요?”
율리카의 말에 다곤 남작은 다 알면서 왜 물어보느냐는 눈빛이다.
헌데 그 시선이, 율리카나로건에게는 다르게 전해진 모양.
우리랑 식사 같이 안 먹으면, 너희는 제삿밥 먹는 거야, 라고 말이다.
“가, 가시죠. 황녀님. 식사 대접이라니 참 기대가 되네요!”
로건의 말에 율리 카는 하]'아, 한숨을 흘렸다.
참고로 자신은 이곳의 장남인 리어 존 나센과 아카데미 동기다.
덕분에 존 나센 사람들의 입맛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많이들 드세요.”
어느 틈에 소식을 듣고 내려온 건지, 마리아 남작 부인이 미소를 짓는다.
그에 로건은 하하! 하고 웃으면서 소금 간조차 되 어있지 않은 닭 가슴살 을 씹어야만 했다.
와, 이걸 계속 먹는다고? 어금니도 안들어가는데?
목 막혀서 죽는 건 아니겠지 ? 설마 신종 암살법 인가?
그야말로 온갖 생 각이 다 드는 식 사자리 였다.
“아카데미에서 아드님을봤습니다.”
식 사를 마무리한 후, 율리 카가 먼저 운을 뗀다.
“카일 말입니까.”
아들 이 야기 가 나왔음에 도 잘 지 내느냐, 어 디 아프지는 않느냐, 그런 말은 없었다.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라는확신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예. 정말 강하더군요.해서, 제 남편으로 삼을까합니다.”
푸헙!-
눈치를 보다가 겨우 물 한 잔 얻어마시 던 로건이 그대로 컵에 물을 반환한 다.
이 건 또 무슨 소리 야. 우리 지금 여기 무슨 목적으로 온 건데요, 황녀님 .
“재미있군요. 과연 뜻대로되겠습니까?”
과연 너 따위 가 존 나센의 사내를 차지할 수 있겠느냐. 라는 뜻.
“본론으로 넘어가죠.”
다행히도 황녀는 이곳에 왜 왔는지 잊지는 않은 듯 했다.
“서쪽의 제안을. 연합의 뜻을 받아들일 겁니까?”
« ” …-
다곤 남작은 바로 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앞에 놓인 물 한 잔을 들이 키는 게 전부였다.
“존 나센 남작님.”
잔뜩긴장한로건과는 다르게, 율리카는 더 적극적으로 들어간다.
어서 대답을 하라고, 이곳 존 나센은 어떤 결정을 내렸냐고.
설마 정말로 제국을 적대하는, 또 다시 끝이 없는 전투로 들어가는 거냐고.
그녀 또한 조금은 긴장을 했으나 티는 내지 않은 채 답을 기다린다.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두분.
마침내 다곤 남작이,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가, 어떤대답을 했을것 같습니까?”
입 가에는, 보고만 있어도 절로 섬뜩해지는 미소를 띤 채로.
10강의 두 일원이 존 나센 남작령에 들어서기 얼마 전.
그들보다 먼저 손님으로서 들어선 이들이 존재했다.
손님은 그게 누구이든 한 번은 반드시 대접해야 한다는 존 나센의 관습, 그들의 율법.
하여 존 나센 남작의 성까지 오게 된 이들은 비로소 정체를 밝혔다.
“처음 뵙 겠습니다, 다곤 존 나센 남작이시 여.”
“저희는 연합에서 온사람들입니다.”
그러자 다곤 남작도, 옆에 서있던 리어와레아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합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서쪽 왕국들이 연합을 한 게 얼마되지도 않았고
•
존 나센 남작령은 그딴 소식 에는 일절 관심 이 없는 곳이 니 말이 다.
“서쪽에 아직 제국의 손이 닿지 못 한왕국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제국의 마지막정복 야욕에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되었고, 왕국 연합을 결성 하게 되었습니다.”
연합의 밀사들은 고개를 숙인 채로 그렇게 말했다.
덕분에 맞서 싸운다는’ 부분에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가, ‘힘을 합치게’ 되 었다는 부분에서 다시 표정이 일그러지는 변화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 했다.
“제국의 야욕은끝이 없습니다.그 야욕이 언젠가는 이곳,존 나센 남작령 까지 물들일 겁니다. 분명히 여러분에게 응징의 칼날을 갈고 있을 것입니다.”
“부디 연합을도와제국에 맞서 싸워주시길 간청 드립니다. 강자로서 약자 를 도와 다시 한 번 대륙에 정의를 바로 세워주시길 바랍니다.”
밀사들은 일단 제국에게 등을 돌릴 명분부터 만들어주었다.
정복 야욕이니, 약자에 대한 보호라느니, 대륙의 정의라느니.
명분에 죽고 사는 귀족들 입장에서는 듣고만 있어도 가슴이 다 웅장해지 는 말들이다.
« ” …
« ” …-
하지만 다곤 존 나센 남작도, 리 어 존 나센도, 레 아 존 나센도.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새끼들이 지금뭐라고 떠드는 거야.’ 라는눈빛이 전부였다.
한편, 왕국 연합의 밀사들은 이럴 줄 알았다는듯 속으로 혀를 찼다.
싸움에 미친 자들, 거의 들개마냥 사람을 물어뜯는 야만족.
그런 생각들이 현재 존 나센을 바라보는 연합의 시선이었다.
여러 왕국들을 순식간에 밀어버리던 제국이 고작 이 사람들에게 몇 년을 붙잡혔다고 했던 가.
확실히 싸움 하나는 참 좋아하는 자들다웠다.
명분을 세워줘도, 대의를 내세워도 저리 조용한 걸 보니 말이다.
‘이러면 다음 설득 방식으로 넘어가야겠군.’
사실 명분 따위로 넘어갈 거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싸움에만 미친 것들이 이런 걸 준다고 해서 좋다고 하겠는가.
역시 괴 물한테는 피 가 뚝뚝 묻어 나는 고깃덩 이를 던져주어 야 한다.
“연합은 제국과 싸울 겁니다. 다시 한 번, 전쟁을 벌이는 것이지요.”
“전쟁이라.”
“그 전쟁에서 이곳존 나센 역시 나서주었으면 합니다.제국과의 일전인 겁 니다. 모든 것을 거는 전면전인 겁니다. 필시 엄청난 규모의 대전투가 벌어지 겠지요.”
밀사의 말에 다곤남작이 흐음,하고 턱을 만지작거린다.
확실히 전쟁이니, 전투이니, 싸움 관련해서 말이 나오니 흥미가동한모양.
그건 리 어와 레 아도 마찬가지 였는지 뭔 가를 골똘히 생 각하는 눈치 다.
존 나센의 그런 모습에 밀사들은 되 었다! 라고 속으로 외 쳤다.
엄청난 신체적 능력에 비해서 머리가 나쁘다는 자들이다.
저렇게 고민을 하는 척 해봤자 조금만 더 자극하면 넘어올 것이다.
오로지 싸움만이 전부인 것들이 저리 생각한다고뭐가더 달라질까!
밀사들은 어서 쐐기를 박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전투종족들이 대對제국 전선에 참여토록해야 한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존 나센의 여러분들은 우리 연합의 명령을 받을 필 요가 없습니다. 그저 이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면 됩니다. 연합이 먼저 전쟁 선포로 제국의 눈과 귀를 돌리면 그 틈을 타서 기습적으로 제국을 공 격하여….”
콰직-.
갑자기 뭔가 사정없이 구겨지는 밀사들의 소리가귓전을때린다.
이게 뭔 소리인가싶어 슬쩍 고개를들어보니.오, 이런 세상에.
“지금 뭐라고.”
다곤존나센 남작에 들려있던 철제 잔이 종잇장마냥구겨졌다.
형체를 잃은 쇳덩이가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조, 존 나센 남작님 ?”
“우리 존 나센더러 뭘 하라? 기습? 싸울 준비도 안 된 자들, 그 애들을 상 대로 뒤를 치라?!”
끝이었다. 협상 결렬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