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 속 전투종족-34화 (34/318)

<34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요? 없는데요?

생 각해보자. 학생 하나가 울면서 학장을 찾아온다.

큰일이 났다고 외치면서. 기어코 사달이 났다고 지껄이면서.

“흐윽! 흑! 학장님 J 존 나센이, 존 나센이 또 날뛰고 있습니다!”

“몰골이 왜 그럽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혹시 카일이 그때마냥 또…?”

“안마를 당했습니다! 너무 아픕니다! 어깨가,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습 니다! 흑흑!”

라고 말하면 이제 바로 귀 싸대 기 한 대 맞는 거다.

어깨가 다 쑤시도록 업무 보느라 정신이 없는 학장일 텐데.

와서 한다는 말이 후배가 안마해줬어요! 날뛰고 있어요! 라는 개소리니까 •

그 소리 듣고 학장이 바로 수플렉스를 꽂아도 무죄 다.

다른 사람이 들어도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냐고 할 거다.

“아니, 정말입니다! 이 안마가그냥 안마가 아니에요!”

이 제 막 어 깨가 뜯겨 나가는 수준이 었다고, 고문과 똑같았다고.

자신의 억울함을 신나게 토로하며 믿어달라고 외칠 것이다.

허면 남는 건 결국 카일을 소환하여 알아보는 방법 밖에 없는데 .

거기서 이제 우리 학장님 고생하신다면서 안마좀 시원하게 해드리면?

게임 끝이지.’

내가 당한 건 이런 게 아니 었다고요! 아닙 니 다, 학장님! 라고 외 쳐봤자 소 용이 없다.

왜냐? 학장 입장에선 더는 사건 벌어지는 것 자체 가 부담이 니 까E

‘그 등신들은 사건을 일으켜서 나를 엮고 싶을 텐데 … 이제는 상황이 다르 단다.’

학장이나 교육성 장관 입장에서는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게 최고다.

저 머저리들은 자신들이 이런 식으로 카일을 쫓아낼 명분을 주면 학장도, 장관도 좋아할 거라 여기는 모양인데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일이 다.

오히려 더 무시무시한 미래를 감당해야 하니 조용히 묻으려고 하겠지.

“끄하아악!!”

“아이고. 어깨가 많이 뭉치셨네. 제 가 잘 풀어드리 겠습니 다, 선배님.”

루핀에 이어서 또 한 명이 카일의 손에 붙잡혔다.

그리고 안마를 빙 자한 끔찍하기 짝이 없는 고문에 시달리 게 되 었다.

“미,미친! 야만족!!!”

“야만족인 거 존 나센에서는 인정하는 부분이 라서요. 아쉽지만 면역이랍 니다.”

“으헉 ! 게헥 ! 크아아갸아각!”

카일이 가장 먼저 노린 건 바깥쪽의 학생들, 그러니까 가장 마음이 약할 것 같은이들이었다.

이렇게 조물조물 하고 어깨 좀 눌러줘도 알아서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지금 누가 누구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당신네들이 뭐 하나 하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찾아가는 안마 서비스가 있 을 거라고 말이다.

안마 가지고 뭐 이리 소란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참고로 이 거 진짜 조금만 힘 더 줘도 어깨 뼈가 뽀각! 하고 부러 질 거 다.

거기에 더해서, 아직 리토리오대공가의 후계자는정해지지 않았다.

후계 결정은 전적으로 아이아스 멘타인 데 리토리오 대공이 내리는 거다.

그 이외 의 모든 것은 부차적 인 요소일 뿐이 다.

헌데 아무 것도 아닌 놈들이 벌써부터 파벌을 형성하고.

과잉 충성심으로 아카데 미에서 이상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학장은 그 부분에 더 흥분을 할 것이다.

“미,미친 야만족… 이, 이게 무슨 안마야… 팔이 안 움직여….”

“선배님. 그러니까 운동을 좀 하셔야 하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팔 힘 이 이 리 없어요? 이래서 검 들고뭐 싸울수는 있습니까? 싸울때 검 쥐면 뭐 힘이 라도 내 려준다나요? 조상님 이 대신 싸워 주기 라도 한답니 까?”

“거기서 조상님 이야기는 무슨….”

“그리고 야만족, 야만족 하셔서 그런데. 진짜 야만스러운 거 한 번 보여드 릴까요?”

그렇게 말한 카일이 얍, 하고 무언가를 접는 손짓을 해 보인다.

갑자기 무슨 짓이냐고 말하는 燚학년 학생 앞에서, 카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허리를 접어버린다고요.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카일이 그냥 카일이 었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냐고 생각했 을 거다.

하지만 그 뒤에 붙는 이름은 ‘존 나센’, 바로 그 ‘존 나센’ 이다.

아카데미 반파시키고, 책상을 한 손으로 박살내고, 날아오는 검을 맨손으 로 쳐내는.

제국이 진절머리를 내며 껄끄러워했던 그 전투종족이란 말이다!

“선배님.

또 한 번 어깨를 지그시 붙잡자놀라서 움찔 몸을 떤다.

당연한 반응이다. 사람의 몸은 고통에 약하도록 설계되 어 있다.

그래야만위기 상황에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안마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기세인 야만족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좀 도와주시죠.”

“뭐,뭘도와.”

“조용히 아카데미 좀 다니려고합니다.해서 이미 공녀님과도 이야기를했 고요.”

“공녀님… 에, 엘가아가씨랑?”

“사과도 드렸습니다. 죄송하다고. 허니 이미 리토리오 대공가에서는 공식 적으로 존나센에 항의를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다만 걱정인 게, 오라버니를 따르던 이들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가요.”

그러자 다시 한 번 燚학년 학생의 몸이 움찔, 하고 떨린다.

엘 가와 이 미 이 야기를 나누었다면 자신들의 꿍꿍이도 알고 있다는 뜻일 터.

허면 지금 이 상황은 우연히 접한 게 아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게 된다 •

“제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쪽 도련님께도. 리토리오 공자님께도 죄 송하다고. 존 나센을 대 신하여 사과하겠습니 다.”

“사,사과를 드리겠다고.”

“암요! 당연하죠. 아카데 미 에 오시 기 만 하면 무조건 해 야죠.”

빠져나갈구멍 하나 만들어주고. 자, 이러면 이런 연약한 이들이 보일 모습 은 딱하나.

살 길 만들어주었으니 얼른 그 길로 런하는 거다.

“아, 아하하. 아무래도우리가오해를 했던 모양이야.그런 줄도 모르고….

“그렇죠? 역시 그렇죠? 역시,선배님들이 괜히 선배님이 아니에요.그러니 까 안마 한번더?”

그러자 ‘어으어어어갠운아!’ 라는 외계어와 함께 바로 손사래를 친다.

지금도 어깨에 감각이 없을 지경인데 그걸 한 번 더 당한다고?

차라리 두들겨 맞는 게 나았다. 그러 면 최소한 맞았다고 자기 위 안이 라도 할수있으니.

지금 상황은 안마 좀 당했다고 질질 짜고 있는 한심스러운 놈이었다.

그렇게 비틀거리면서도 다급한 발걸음으로 사라지는 燚학년이었다.

혹 또 붙잡혀 안마라도 당할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 한 눈빛으로.

‘자. 일단 이걸로 만만한 것들 민심 관리는 끝났고.’

저들이 존 나센을 무서워하면서도 또 이렇게 귀찮게 하려고 했던 이유?

반응이 없어서다. 진짜 힘으로 부딪쳐주지 않으면 무시하기 때문이다.

카일의 누나인 레 아 같은 경우에도 야만족이 니 , 결혼도 못 할 거라느니 .

그런 발언들에 도 아무렇지 않게 아카데 미를 잘만 다녔다.

싸울 가치도 없는 약자들이 기 에. 흥미 가 돋는 강자가 아니 기 에, 싸우지 않았다.

그러다가 금기를 어기는 바람에 한 바탕 제대로 날뛴 것이고 말이다.

덕분에 저 친구들은 이상한오해를 한모양이다.

존 나센이 어릴 적부터 온갖 일에 단련되어서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그러면 그걸 노려서 살살 약만 올리 자고 말이 다.

‘뭐래, 등신들이.’

하지만 카일은, 굳이 참아야 할 일 자체를 마주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존 나센의 직계이면서도, 또 동시에 존 나센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놈의 운동 좀 적당히 했으면 하고, 먹는 것도 편하게 먹고 싶고.

이상한 말을 하고 다니는 놈들 무시하는 게 아니라 무력 제압을 할 생각이 다.

‘충성도 낮은 놈들은 떨궜는데, 나머지가 문제네. 조금 더 강렬한 뭔가 필 요한데.’

중심이 되는 몇몇 이들은충성심이 꽤 있어서 쉽지 않을 거라고 했던가.

카일은 어제 엘가와 나누었던 대화를 천천히 떠올렸다.

“ 앉아요.

99

엘가를 찾아다니려고 하니, 이미 자신이 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던 것일까.

또 어디선가 나타난 레토가 따라오라며 안내를 자처했다.

그곳에는 엘 가가 정원 한 구석 에 앉아 티 타임 을 즐기고 있는 중이 었다.

“순순히 따라온걸 보니 어제 티샤에게 들은모양이네요.”

“단도입 적으로 묻겠습니 다. 엘 가님은 알고 계시죠? 오빠 되 시는 분의 수 하들.그들의 친척과자제들이 결성한 아카데미 내부의 비밀 모임 말입니다.

“대충 파악하고는 있죠. 다만 알려져서 딱히 좋을 게 없으니 침묵할뿐.”

“알려주시죠. 그 인원들이 누구인지.”

돌려 말하거나뜸을 들이거나,그런 건 일절 없이 바로 직진이다.

엘가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는게 좋다고,그리 생각했기에 나온 말.

카일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엘가는 입꼬리를슬쩍 올렸다.

“맨입으로요?

99

“그건 아니죠. 원하시는게 뭡니까.”

“일단,그 인원들을 알려주면 뭘 어떻게 할건지 알고싶네요.”

“그러지 말아달라고 설득해야죠.”

“어떻게요?”

“저만의 방식으로.”

그러자 엘가가 다시 한 번 미소를 짓는다.

존 나센의 방식 이 야 뻔한 거 아니냐는 뜻인지.

아니면 카일의 방식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짓는웃음인지.

“설마주먹을 쓰려는 건 아니죠?”

“설마요. 그러면 사람 깨집니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다.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예요? 그래서 얻는 게 뭐라고.”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이죠.”

“그게 그렇게 원하는 건가요?”

“인생이란 그런 겁니다. 어찌 될 지도 모르는 거 즐겨야죠.”

“존 나센답지 않은 말을 하네요.”

그리 말하면서도 엘가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종이를 내밀었다.

“여태까지 파악한 이들 명단이 에요. 몇몇은 알아내 지 못 했지만 일단 그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 어차피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게 몇몇만 설득해도 알 아서 분열하니까 말이죠.”

“감사합니다, 엘가님.”

“별 거 아니에요.오히려 내가다 미안하죠. 대공가는공식적으로 아무문 제 삼지 않기로 했는데, 웬 떨거지들이 나서는 꼴이라니 . 원래라면 내가 나서 야 했을 일이 었어요.”

“하지 만 그러시 기 는 또 쉽 지 않죠. 비록 자칭 이 기는 하나 어 찌 되 었든 엘 가님의 오빠 분. 리토리오 대공가 적자를 따르는 자들인데, 쳐내는 순간 바 로전쟁이니까요.”

카일의 말에 엘가의 눈매가 살짝휘어진다.

그리고는 아주 굉 장한 눈빛으로 앞에 앉은 남자를 쳐 다보기 시 작한다.

“날카롭네요.존 나센 사람들이 이랬던가? 아닌 거 같은데.”

“소문은 항상 이 상한 방향으로만 휘 어 지는 법 입 니 다.”

“아닐 수도 있죠. 예로 들어서 당신이 특별하다던가.”

특별하기야 특별하다.몸에 담긴 내용물은 여기 것이 아니니까.

“물건은 만족스러웠나요?”

엘 가의 물음에 카일은 고개 를 끄덕 였다.

이 정도 리스트면 충분하다. 남은 건 직접 찾아가서 설득하는 일일뿐이다.

“그러면, 이쪽의 요구 사항을 말해도 되겠죠?”

호록—.

앞에 높인 찻잔을 한 번 입술에 머금는 엘가.

무척이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자태로 차를 마신 그녀는.

“당신이 필요해요. 카일 존 나센. 당신을 좀 이용하고 싶은데.”

“이용이라고요.”

“간단해요. 당신은 당신대로 아카데미를 잘 다닐 수 있고, 나는 둘째 오라 버니가하지 못 한 일을 할수 있고. 그런 식이죠.”

스윽—.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 며, 거 절할 수 없는 제 안을 하는 엘 가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