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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32화 (32/318)

<32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요? 없는데요?

온갖 일이 난무하는 하루다. 황녀와 한 판 하고, 성녀를 후문까지 안내해 주고.

정신이 없다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그냥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광장으로 돌아간 카일은 벤치에 앉아있는 티샤를 발견했다.

학장실로 끌려갔던 일이 마무리 되 었음에도 바로 돌아온 게 아니라서.

성녀를 후문까지 데려다주고오느라좀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미 안한 감정 이 들어 일부러 엄 청 반가운 표정으로 막 그녀의 이름을 부르 려는데.

“카일.”

갑자기 누군가 다가와서는 자신을 제지한다.

마치 방해하지 말라는 듯, 끼어들지 말라는 듯.

“레토? 당신이 왜여기….”

그제야 카일은 티샤 옆에 또 다른 여인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타는듯한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여인이다.

덤으로 레토가 근처 에 있다는 건 저 여 자가 엘 가라는 뜻이 된 다.

“지금 티샤 양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렇군요.그런데,왜 레토 당신은 멀찍이 서있는 겁니까?”

“공녀님 … 그러니까 엘가님께서 잠시 비켜달라고 하시더군요. 여인들의 대화에 사내는 끼 어서는 안 된다고 말입 니 다.”

« ” …

그거 그냥 한 번 던져본 말 같은데. 네 반응 보려고 말이야.

이안은 너무 본인 위주라 문제고 레토는 너무 수동적이라서 탈이다.

이 런 식 이 니 남캐 가 오지 게 욕을 처 먹은 사태 가 발생 하지.

뭐 이딴 것들이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걸까? 말세다, 말세.

속으로 쯔쯧, 하고 혀를 차며 카일은 레토를 가볍게 밀쳐냈다.

“카, 카일!”

“난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습니 다.”

“•••에?”

무슨 에 ? 야. 너는 이런 말 들어도 싸다, 싸. 이 자식 아.

“티 샤.”

“•••아, 카일!”

후다닥 자리 에서 일어선 티샤가 옆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미처 엘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손을 붙잡는다.

마치 ‘우리 이렇고 이런 사이거든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 ” …-

엘가는 그런 티샤를 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티샤도, 엘가의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뭔일 있었구만.’

속으로 한숨을 흘린 카일은 일단 우선순위부터 정하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서 티샤를 챙길 것이냐, 아니면 엘가를 챙길 것이냐.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길게 고민을 할 것도 없었다.

오늘 자신과 시 간을 보내 기 로 한 인물은 엘 가가 아닌 티 샤다.

그러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행동에 나서면 된다.

“엘가님이랑 같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티샤.”

엘가에겐 그저 간단한 인사만 한후, 바로 티샤에게 말을 건다.

최 소한 간단한 대화라도 시도할 줄 알았던 것인지 . 엘 가는 살짝 당황한 눈 치.

그에 반해 티샤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티샤의 그 미소가 자신이 아닌 엘가에게 향하는 것임을 알았지만, 모르는 척 넘어간다.

“네. 카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셔서 말벗이 되어주셨어요.”

“아하. 감사합니다, 엘가님.제가오기 전까지 같이 있어주신 모양이네요.”

“•••별일 아니에요.그러면 축제마저 잘즐겨요.두 사람모두.”

이후 엘가는 레토와 함께 광장을 빠져나갔다.

몸을 돌리는 순간 뭔 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 다보는 게 느껴 졌 다.

굳이 이 런 상황에 서 대놓고 티샤만 챙 기는 것 아니 냐고 타박하는 모양새.

하지만 카일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었다.

자신이 누구를 챙기든 말든, 엘가가 상관할 일은 아니니까.

오히려 당장의 관계만생각하면 엘가보다 티샤가 더 위에 있다.

엘 가와 레토가 시 야에 서 사라지 자 카일은 티 샤를 바라보았다.

“자,그러면 다시 축제나 즐길까요?”

“그 전에. 어떻게 되었어요? 학장님께서 뭐라고하셨어요?”

“뻔하죠. 제발조용히 지내달라고.”

“카일이 벌인 일도 아니고, 원인 제공도 한 사람이 아닌데도 그런다고요?”

“어쩌겠어요. 제 누님이 워낙큰일을 벌였으니. 제국이 경기를 일으킬 만 해요.”

큰일, 이라는 말에 티샤는 아까 전 엘가에게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카일. 잠깐 앉아 봐요.”

“네?”

“해줄 이야기가 있어요.”

설마 또 주술에 대한 심오한 토론은 아니 겠죠? 라고 웃으면서 말하려던 카일.

하지 만 티 샤의 표정 이 나 분위 기 가 심 각함을 깨닫고는 입 을 다물었다.

이 타이 밍에 이안 마냥 눈치 없이 굴면 바로 한 소리 듣는 거다.

얌전히 벤치에 앉은 카일은 티샤의 말을 기 다렸다.

해줄 말이 무엇일까.대체 무엇이기에 이리 분위기를 잡는 걸까.

“이전에 저한테 해준이야기 있잖아요. 카일의 누나되시는분이 벌였던 일 ” •

“네. 그 유명한 아카데미 반파 사건이죠.”

“당시에 리토리오대공가의 적자가부상을 입었다고했잖아요? 조금전 만났던 엘 가님의 오빠 되 는 분 말이 에요.”

“그랬죠?”

거기까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부분들이다.

전부 사실이라고는 하나 따지면 원인 제공을 그쪽에서 하긴 했다.

그런 연유로 리토리오 측에선 그 일에 대해 공식 적으로는 침묵하기로 했 다.

덕분에 자신도 일단 멀쩡히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는 것이고.

“지금그 적자라는 분의 수하들이 카일을 노리고 있대요.”

“•••예?”

누구를 노려 嘗 나를? 와, 이거 참… 하나도 안 무서운데.

티샤의 심각한 말에도 카일은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었다.

당장 대륙 10강이라는 율리카 황녀조차도 어렵지 않게 막아낸 자신이다.

이런 말을 스스로 하기 좀그렇지만, 자신은 노린다고 해서 노려지는 인물 이 아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존 나센이 존 나센으로 남아있었을 수나 있겠는가!

“참고로노린다는 이 말이, 힘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요?”

“어떻게든 카일, 당신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엮어서 아카데미에서 내쫓으 려고 하는거죠.”

어. 시발, 잠깐만. 그러면 이 야기 가 좀 달라지는데요.

해를 끼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건에 휘말리게 해서 아카데미에서 방출 시킨다?

이 건 조금, 아니 . 좀 많이 심각한 사안인데 嘗

“엘가님한테 들은건가요?”

“네. 이미 카일에게 시비를 걸어 일을 벌이게 하려는 이들이 있대요.그리 고 그들이 리토리오 대공가 적자 곁에 있는 수하들의 친척들이나 자제들이 라고하고요.”

“이거, 상당히 난감하게 되었네요.”

아무리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다고해도, 계속해서 사건에 연루되면 결국 징계가논의된다.

그리고 정말로 징계를 받게 된다면, 십중팔구 아카데미 방출 확정이다.

이미 ‘존 나센’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귀족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들 중에는 존 나센을 두려워하며 더는 가까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 도 있겠지만.

몇몇은 반대로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 돌려준다는 게 절대 힘으로서의 복수는 아니다.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그대로 뼈와 살이 분리될 텐데.

그보다는 사회적으로 적당하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망신을 주는 것.

아마 그런 행위로 복수라 부르는 것을 실행하려는 모양이 었다.

“혹시, 엘가님이 누구, 누구인지 알려주셨나요?”

“그거까지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대충 알고는 있는 눈치였어요.”

이러면 대충 견적이 나온다.

아마도 엘가는, 이 이야기를 티샤 입에서 카일의 귀로 전해지게 만들고.

그런 식으로 해서 카일이 자신을 직접 찾아오는 그림을 만들려고 했을 거 다.

역시, 티샤나 성녀처럼 착하고순수한 여인은 절대 아니다.

두 여자와는 다르게, 엘가는 대공 자리를 탐내는 공녀이다.

다만, 그 사이 에 많은 외로움을, 고된 싸움을 겪어야 할 뿐.

“어쩔 거예요, 카일?”

“뭐를요?”

“뭐긴요! 우리와 같은 신입생들은 물론이고 선배들 중에도 그런 무리가 있을 거예요! 카일의 가문을 아니꼽게 보는 자들이! 정작 힘으로 맞서기에는 겁이 나니까 비겁하게 다른 방법으로 도발하고 괴롭히겠죠. 카일을, 존 나센 남작가를 아카데미에서 내쫓기 위해서요!”

확실히 걱정이긴 하다. 분명 엮일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꾸밀 테니.

그렇지만 카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괜찮아요, 티샤. 걱정할 거 없어요.”

꿍꿍이 ? 꾸미라고 해라. 그 짓 벌이기 전에 먼저 찾아가서 개 인 면담 하면 그만이다.

형이나누나는 약자한테 관심 없다며 무시로 일관했다지만, 자신은 다르 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격언이 존재한다.

저들은 지금 주먹이 안되니 편법을 써서 자신을 괴롭히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은 그냥 가장 자신이 있는 것으로 맞서면 된다.

이상한 짓을 벌이기 전에 먼저 가서 힘으로 찍어 누른다.

한 명씩, 한 명씩 조용히 처리하면 잡음도 없이 아주 깔끔할 것이다.

나중에 따로 문제 제기도 못 하도록, 사실조차 불지 못 하게끔 하면 된다.

‘아마 엘가도 그걸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나를부르는 거겠지.’

본인이 되도록 힘을 숨기고 있으려는 상황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을 숨긴 찐따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 말 그럴 생 각이 었다면 결투에 나서지도 않았을 거다.

소극적으로 각각의 사건에 개입하려던 마음도 진작접어둔 지 오래다.

그럴 마인드였다면 온갖 여자들과 벌써부터 이러고 있겠는가?

모르겠다. 이제는 될 대로 되 어라 식 이다.

어차피 무료 분 읽은 게 전부여서 본편 내용은 알지도 못 한다.

그 말인 즉, 이제 정해진 것은 없다는뜻이다.

그곳의 주인공은 저들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자신이 주인공이다.

이 러면 이젠 흐름을 타는 게 아니라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더는물살을 이용하지 못 한다면 그 물살을 만들어서 타면 그만이다.

‘간만에 전투 의지 팍팍 오르네.’

아마 이 광경을 가족들이 봤다면 기립 박수를 쳤을 것이다.

항상 행동보다 생각을 먼저 한다며 아쉬워 하던 부모님,그리고 형, 누나.

언제쯤이나 우리 막내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갈까 기다리던 가족들이 다.

물론 지금도 말보다주먹을 먼저 쓸 생각은 없다.

그냥 적당하게, 말과주먹을 동시에 쓰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식사나 하러 가죠, 티샤. 어때요?”

카일의 말에 티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점심 식사를 위해서 자신이 알아봐둔 음식점도 있지 않은가.

시간이 살짝 늦은 게 좀 아쉽 지만 문제될 건 없다.

오히려 시간대 가 좀 지 나서 사람이 적으면 더 좋은 일이 었다.

“좋아요.저번에 봐둔음식점이 있는데,한번 가볼래요?”

“좋죠. 아, 그전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볼거요? 뭔데요?”

“혹시 메 인 메뉴가 그, 기름에 왕창 튀 긴 거라던가. 아니면 굉 장히 자극적 인 음식이라던가.뭐 그렇지는 않겠죠?”

굽고 튀기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생각에 싱글벙글 아카데미로 온 카일 인데.

분명 그러했을 텐데, 정작 진짜로 아카데미에 오니 그러지를 못 하고 있는 그였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존 나센 의 지 가 입 맛마저 봉쇄한 꼴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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