熲 1 虩화 > 폭풍은 두 번친다 폭풍은 두 번친다
남자들과 여자들의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어딘가를 갈 때 복장으로 고민하는 시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카일이 상체 조지고, 하체 조지고, 유산소까지 다 하고 샤워까지 마 치는 동안.
“끄으으….”
티샤는 제 방에서 옷가지들을 늘어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괜히 많이 샀나…?’
자신은 평민이 다. 그리고 귀족들은 평민더러 가난하다고 깔본다고 했다.
해서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그런 말은 듣지 않기 위해서.
이전부터 악착같이 모아서 최대한 많은 돈을 들고서 입학했다.
거기에 변경백이 사례금이라고준돈까지 있으니 자금난에 시달릴 일은 없었다.
덕분에 아카데미 근처에서 필요한 것들을 아끼지 않고 샀는데.
그 중에는 오늘 있을 신입생 환영 파티에 입고 갈옷들도 있었다.
사실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지출이 있긴 했다.
하지만귀족들에게 무시 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카일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었기에.
티 샤는 고민 없이 지 갑을 열었고 다섯 벌의 드레스를 사게 되 었다.
그런데 문제는, 티샤가 애당초 이렇게 옷을 두고 고민한 적이 없었다는 거 다.
장이 들어서면 가장 싼옷 몇 벌을 사서 며칠 입고 빨래하고.
그 다음날은 다른옷 입고 있다가그거 빨래하면 이전에 했던 옷 입고.
이 패턴이 반복되다보니 당연히 그런 고민 따위 할 일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해?’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장식도 다르다.
드레스 샵 점원이 추천하는 대로 사다보니 벌어진 불상사.
거기에 또 드레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위에 걸칠 케이프에, 장신구에, 구두 에….
‘이럴 줄 알았으면 무슨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 아니 ! 하다못해 좋아하는 색이라도 좀 물어볼걸! 이 바보야! 맨날 주술 이 야기만 하지 말고 그런 것 좀 물어봐!’
콩! 콩!-
손으로 제 머리를 콩콩 두드리며 으으으! 후회하는 티샤였다.
카일 앞에 만 서 면 왜 자꾸 자동으로 주술 이 야기 가 나가는지.
그나마 카일이 마음씨가좋아서 그걸 들어주고 있는 거지, 이안 같은 남자 였다면….
‘이 드레스는 밑이 너무짧고… 이, 이건 어떻게 입으라는 거야?’
가슴골이 푹 파인, 아주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드레스다.
이 걸 입 었다간 아마 다른 이들의 시 선을 받든, 아니 면 그 반대 이든 할 것이 다.
거의 한 시간을 끙끙거리며 고민한 티샤는 마침내 결정했다.
자신의 머리색과 어울리는 보라색에, 무난하게 은실 자수가 들어간 드레 스.
그 위 에 케 이프를 덮고 평소에는 귀 찮다고 사용하지 않던 브로치도 했다.
장신구는 너무 과하면 혹 평민 주제에 사치스러운 느낌을 줄까, 팔찌 하나 만했다.
“으 ” E그 •
마지막으로 구두를 신고서 전신 거울 앞에 선 티샤는 자신을 한 번 살펴보 았다.
자의식에 찌든 건 절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좋아. 자, 긴장하지 말고.’
가볍게 제 두 뺨을 두드린 티샤가 방을 나선다.
아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는 아카데미다. 당연히 잘 보여야 할 상대 따위는 없다.
지금 티샤는 오로지 카일에게만 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옷들을 사고, 한시간고민을 하고, 거울 앞에서 또 30분을 정돈하고또 정 돈했다.
“티샤.”
기숙사를 나서 길가로 나오자 벤치에 앉아있던 카일이 일어서며 손을 흔 든다.
다른 귀족들처럼 예복을 걸친 모습이 었는데, 옷걸이가 뛰 어나니 옷도 더 멋져 보인다.
당장 옆에 지나가는 몇몇 귀족들은 입은 옷만 번지르르할뿐, 자기 관리가 소홀하여 과하게 마르거나 과하게 살이 찐 모습이 역력했다.
“미안해요, 카일. 빨리 준비한다고했는데 … 오래 기다렸어요?”
“아뇨. 저도 방금 전에 왔어요.”
사실은 아까오긴 했지만, 그 부분을 굳이 강조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오늘치 운동이야 다했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니업 시티드를하고 있었다.
하고자 하는의지만 있다면 어디서든몸을 단련하는게 가능한… 아니다.
“옷 예쁘네요.”
“네? 아 이번에 새로 산건데. 자, 잘어울리나요?”
“네. 엄청 잘 어울려요. 티샤머리색이랑비슷한게 보기 좋네요.”
아카데미로 올 때 티샤의 짐 상태를 생각해보면, 저런 옷가지는 없었다.
즉 이곳에 오고 나서 새로 산 옷이 백 퍼센트일 터.
그러면 그 새 옷이 잘 어울린다고 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이 을 건 뻔했다.
사람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게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한 마디로도 충분히 웃게 해줄 수 있다.
이 쉬운 걸 남자 1호, 이안은 못 해서 문제였다.
“그럼 갈까요? 파티 시작 전에 연회장에 들어가야죠.”
“아, 네 ! 가요, 카일.”
티샤는 그렇게 대답하고서 카일의 옆에 바짝붙었다.
손을 잡든 아니면 팔짱을 끼든, 무엇이든 할수 있는 거리.
하지 만 아직 은 그럴 때 가 아니 라고 판단한 티 샤이 기 에.
그냥 이리저리 눈치만 보면서 카일과 함께 발을 맞출 뿐이었다.
“무슨일 있나요, 티샤?”
“네?”
“뭔가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여서요.”
사실 당신 손을 잡을까, 팔짱을 낄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 기 에 티 샤는 어 어 !’ 하고 허둥거렸다.
무슨 이야기를해야할까잠시 갈등하던 그녀는, 저도모르게 이리 말했다
“이, 이안은! 이번에는 안보이네요?”
그러자 카일이 에휴, 하고 한숨을 흘린다.
“왜요? 왜그래요, 카일?” “말도 마요. 파티에 가자고했더니 그런 곳을 왜 가냐고하더라고요.”
“에? 아니, 무조건 가야죠! 재학생은몰라도 신입생은 필히 참석 요망인데 !”
“저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시끄럽고 정신 사납다고 싫대요.”
진짜로 이안은신입생 환영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꼭 오라고 했는데도 오지 않은 신입생. 귀족도 아니고 일개 평민.
다음 날 몇몇 동기들이 어제 왜 파티에 안 왔냐고 물어보는 건 당연한 수순 이다.
헌데 하필이면 입만 열었다 하면 광역 도발을 하는 미친 주인공이 말상대 인지라.
상대 속 긁는 대 답에 바로 귀 족 동기 와 결투를 벌 이 게 된 다.
‘진짜 티샤가 왜 그 미친놈과 눈이 맞는지는 희대의 미스테리지.’
카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티샤도 똑같이 고개를 젓는다.
“그 남자는 하여튼 이해를 못 하겠어요. 왜 아카데미 온 거래요?”
“본인 딴에는 더 강해지고 싶대요. 아카데미에서 배출된 뛰어난 검사도 많잖아요? 아마 그 이야기를 듣고 여기 오면 뭔가 깨달음을 얻고, 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이리 생각했대요.”
“어이가 없어. 검술수련 전에 대화법부터 배우는 게 먼저에요,그 인간은.”
티샤의 말에 카일이 푸핫, 하고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웃음을 터트리니 티샤도 저도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으로 인해 카일이 웃었다는 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티샤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안은 대화법부터 배우는 게 먼저네요.”
“역시 그렇죠? 히힛.”
발걸음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 내심 긴장하고 있었는데, 카일의 반응이 좋 다.
그동안 주술에 집중하느라 마을 사람들과의 왕래도 줄였던 그녀다.
덕분에 또래의 남성을 대하는 일이 거의 없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카일의 반응이 긍정적이니 자꾸만 기대를 하게 된다.
‘진정해.진정해, 티샤.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야! 카일이랑 나는 아무 사이 도 아닌 게 맞 나? 굳이 따지면 그래도 친구라고는 할 수 있지 않을 까?’
갑자기 그 친구, 라는 관계가 확 머리를 가득 메운다.
지금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이 남자는, 카일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연히 같은 추천장을 받아 아카데미에 같이 오게 된 한 명의 동기?
주술에 대한 관심도 비슷하고 대화도 잘 통하는 이성 친구?
혹 그도 아니면, 이성적 호감을 느끼고서 어찌 해야하나 갈등 중인 상태嘗
‘물어봐? 아니, 아니야! 그랬다가 무슨 대답을 들으려고! •••하, 하지만 궁 금한걸 ! 나 혼자 북치고 나팔 불고 할 수는 없잖아! 정 작 카일은 친구도 아니 고, 한 명의 동기라고 여기면 어떻게 해! 물어보자! 물어 … 아, 아니야! 못 물 어보겠어!’
데굴데굴-.
티샤의 눈동자가 사방팔방 굴러다니며 어찌 할까 맹렬히 고민한다.
물어봐? 말아? 내가 기대하던 대답이 아니면 어떻게 해? 하지만 물어보 고싶어!
천사와 악마가 각각 어깨에 내려앉아 티샤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었다.
마침내 물어보지 말라는 천사의 턱주가리를, 물어보라는 악마가 시원하 게 날렸다.
덕분에 결정을 내린 티샤가 심호흡을 하고 막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티샤.”
반사적으로 네! 카일! 이라고 대답하려 했는데, 목소리가 카일의 것이 아 니다.
이 목소리는, 절대 절대 듣고 싶지 않은 한 남자의 것이었다.
“…이안?”
카일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티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이 중요한 때에! 이 웬수 같은 남자가또 나온 건지!
티 샤는 그대 로 이 안에 게 달려들어 서 목을 조르고 싶은 심 정 이 었다.
왜 온 거야! 대체 왜! 나하고 전생에 철천지원수였어?! 그만좀 괴롭혀!! 라 고외치면서.
하지만그 티샤라고 해도, 카일보다 더 놀라지는 않았을 거다.
‘이 새끼가왜 여기 있어.원래 안와야하는놈인데?’
신입생 환영 파티에 오지 않았을 이가 갑자기 찾아왔다.
이리 되면 앞으로의 일들이 어찌 변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아니, 예측은 둘째 치고 이 어그로 깎는 장인이 또 무슨 도발을 할지 걱정 해야한다.
‘돌겠네. 이러면 뭘 어떻게 해야하냐.’
다시 한 번 머리 가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슬쩍 옆을 보니 이미 티샤는 얼굴이 벌개져서는 이안을 노려보는 중.
절대 이안이 좋아서, 혹은 부끄러워서 그러는 얼굴은 아니다.
저건 누가봐도, 전체 이용가속 고자 주인공이 와도 ‘화났구나.’ 라고 알 수 있을 정도다.
속으로 연신 쌍두문자를 날려주면서 연회 장으로 향하는데 .
저 앞에서 몇몇 신입생들이 누군가를 보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들어왔 다.
하필이면 또, 엘가와 마주친 것이 었다.
“엘가공녀님.”
카일을 필두로 티샤와 이안도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안은 빳빳하게 서있으려고 했으나 티샤가 바로 그의 머리통을 찍 어 눌러주었다.
나이스, 티샤. « ”
…-
그런 이안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채 카일만 바라보던 엘가.
옆에 있던 티샤를 한 번 흘끗 쳐다보더니, 세 남녀의 인사조차 받지 않고 그대 로 몸을 돌려 연회 장으로 들어 가 버 렸다.
덕분에 난감해진 건 그녀를 수행하던 레토였다.
“아, 여러분. 죄송합니다. 공녀님의 기분이 좋지 않으셔서… 나쁘게 생각 하지는 말아주세요. 인사는 속으로 다 받아주셨을 겁니다. 원래 저런 분이 아 닌데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네요.”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딱 봐도 네 가 원흉이구만.
카일은속으로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한번 자각했다.
남자 1호고 燚호고, 너희는 그냥 솔로가 가장 어울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