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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4화 (14/318)

<14화 > 시작부터 꼬이는 게 국를

“…어머니?”

“왔니,우리 막내?”

“네. 방금 왔는데 •••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보면 모르니 嘗 네 형이랑 누나랑 싸우고 있잖니.”

누가 들으면 그냥 남매가 가볍게 투닥거리는 줄 알겠다.

실상은 거대한 연병장이 죄다 박살나고 있는 중인데 말이다.

‘저러다가 십중팔구 누구 하나 죽을 것 같은데요?’

어찌나섬뜩하게 싸워대는지 몸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다.

원래 남매라는 게 항상 싸우며 자란다고 하지만, 저 둘은 아니다.

카일이 봤을 때 저보다 더 사이가 좋은 남매도 없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겁니까?”

“차기 남작을 가려야할 시기가왔단다. 카일 년 아직 멀었으니 제외하고 서라도저 둘은 이미 충분한 경지에 올랐으니 마땅히 도전할 자격이 생겼거 든.”

그러니까, 차기 남작에 누가 걸맞은지 힘으로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었 다.

이게 무슨 새로운 골목대장을 가리는 일도 아니고, 이렇게 물리로 해결한 다니.

다른귀족가문들이 본다면 경기를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콰앙!!-

다시 한 번 엄청난폭음이 울려 퍼지며, 마침내 승부가 갈렸다.

아직 자리에 서있는 카일의 형, 리어와는 달리 누나쪽인 레아는 대大 자로 누워있었다.

“제가졌어요,오라버니.오라버니가 이 존나센의 다음주인이에요.”

레아가 언제 존 나센의 남작 자리를 탐냈는가? 아니다.

그러면 리어가 장자로서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는가? 그 것도 아니다.

저 둘은 그런 자리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오직 강해지는 것만중요하다.

그럼에도 저렇게 서로가 부딪친 이유는 제국의 귀족으로서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기 위해.

자칫 혼란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 었다.

‘존 나센마저도 후계 구도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었지 ….’

그곳보다 배는 더 후계 구도에 신경을 쓰는 다른 귀족들은 어떠 겠는가.

심 지 어 황실을 제외 하면 최 고 명문가로 꼽히 는 리토리오 대 공가라면 더 더 욱!

그곳의 후계 구도를 레 아가 뒤 흔들어 놓았단다.

하필이면 다친 이중 하나가 그리토리오의 도련님이었단다.

이 정도면 운명의 장난도 ‘아, 이건 좀 에반데.’ 라고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공녀님.”

카일의 고개가재차아래로 숙여졌다.

무엇이 되 었든 일단 사과를 하는 게 맞다.

사사롭게는 엘가 대공녀의 오라비고, 공적으론 대공가의 예비 후계자였 으니까.

눈앞의 여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이리 하는 게 맞았다.

“사과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말했잖아요? 당신에게, 정확히는 존 나센에 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싶다고. 이게 무엇을의미하겠어요.”

카일은 바보가 아니다. 뇌까지 근육으로 이루어진 이도 아니다.

지금 엘가가 무슨 뜻으로, 어떤 의도를 숨긴 채 저런 말을 하는지.

자신의 입에서 무슨 대답이 나오기를 바라는지, 얼추 예상이 가능했다.

“•••대공가의 도련님께서 그런 일을 당했기에, 공녀님께도 기회가 갔다는 겁니다.”

“정확해요.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아버지. 리토리오 대공께서는 철저 한 능력주의 자시죠. 대 공가의 자제 라는 이 가 괜히 입을 함부로 놀렸다가 험 한꼴을 당하고, 또 거기서 정신이 다 나가서는 잔뜩 움츠러들었으니 불만이 많이 생기셨을 거예요.”

“덕분에 아무 기회도 얻을 수 없었던 내게도 드디어 때가왔어요. 둘째 오 라버니가 회복하기 전까지 나에 대한평가를 올릴 수 있다면, 내가승자가 되 겠죠.”

황제 다음 가는 엄청난 권위를 지닌 대공가다.

그 가문의 주인이 된다는 건 천금과도바꾸지 않을 것일 터.

이러니 엘가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야 기회를 얻은 엘가에 비해 그녀의 오라비는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을 증명한 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나 금방 일어날 수도 있 다.

허면 엘가는 미처 그 기회를 다 써보기도 전에 또 다시 밀려날 것이다.

설령 본인을 증명하더라도 대공가의 주인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카일이 알기로 여자가 가문의 주인이 되는 건 아직 꺼려진다고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받아들이나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굳이 여자로?’ 하는 정도랄까.

‘엘가 대공녀에 대한 설명으로, 은근히 대공 자리를 욕심내고 있다고 했어 ’ •

그녀는 사람이 필요하다. 자신을 받쳐줄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다.

제국 아카데미에 온 것은 본인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함도 있지만.

더해서 이곳에서 그 사람’을 얻어가고자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음.얼떨결에 우리 가문의 이야기를다해버렸네요.”

“걱정 마시길. 잊는 건잘 합니다.”

“그래야죠.그리고하나더. 잊기 전에 뭐 하나만물어봐도 될까요?”

“네.그러시죠.”

“이미 충분히 가치를 증명한 내 오라비와 아직 그 전인 나. 틈을 보이고 만 오라비와 아직 그 틈이 없는 나. 이 둘 중에 누가 대공 자리에 오를 것 같나요 ?”

•••무슨 질문이 이래. 그걸 대답하라고? 나보고??

자신이 무슨 리토리오 대공가의 가신도 아니고, 일개 귀족 학생에 불과하 다.

카일은 기 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가문의 후계 문제는농담으로도 입에 담는 게 아니다.

예의에도 어긋날 뿐더러 말 실수 한 번에 사이가 크게 틀어질 수 있다.

혹 당사자들에 게 그런 질문을 받아도 적 당하게 넘 어 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잘 모르겠다거나, 대답하기 어렵다고 둘러대거나.

대충 그렇게만 답을 해도 당사자 또한 이해해줄 것이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어쩔 수 없고요.”

엘가 또한 그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이 보였다.

설마 미쳤다고 여기서 그런 민감한주제에 대한대답을….

“공녀님이 대공위에 오를 겁니다.” “•••?”

순간 엘가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가문의 어느 누구도, 자신을 어릴 적부터 키워준 유모나 시녀들도.

하다못해 죽을 때까지 자신의 편일 레토조차도, 답을 하지 않았었다.

엘 가 아가씨,당신이 . 엘가 네 가 대공의 자리 에 오를 것이 라고.

그리 될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말한 적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게 맞는 거다. 미쳤다고 누가 함부로 대답을 하는가.

그 말 한 마디 가 제 목을 조르고 제 가족들을 해칠 수도 있는데.

하여 엘가는 그들이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할 때도 웃으면서 넘어갔다.

속으로는, 내심 섭섭하다는 마음을 다 지우지 못 한 채로.

‘그런데 왜….’

왜 이 남자는 너무나 당당하게, 대공의 자리는 그녀 것이라고 말하는 걸까

“방금 뭐라고… 했죠?”

“리토리오대공가의 차기 대공은공녀님이 될 것 같다고했습니다.”

엘가 스스로도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게 된다.

그럴 리 없겠지만 이 근처에 둘째 오라비의 사람이 있을까, 걱정하면서.

“•••뭐하자는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대답, 무슨의도로한 거냐고요.”

“의도는 없습니다. 그냥 질문에 답한 게 전부입니다.”

“미쳤어요?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대답을….”

유모가, 시녀들이, 그리고 레토가꼭 해주었으면 했던 말.

그걸 어제 처음본남자가 하고 있는게 너무나자존심이 상했다.

평생 내 곁에 있어준 이들조차 함부로 답하지 못 하던 건데.

어떻게 당신은, 그리도 결연한 어조로 말할수 있는 거야.

“혹시 뭐 그런 거 생각해요? 내게서 원하는뭔가를….”

“공녀님은제 생각을물으셨고, 저는제 생각을 말했습니다.그게 전부입 니다.”

뭐 라고 말을 해 야 한다. 꼭 그래 야만 한다.

하지 만 엘 가는 끝내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앞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카일을 보는 게 전부였다.

“•••이유.”

겨우 입을 떼어 말한 건, 고작그 한 단어.

엘가의 붉은눈동자에서 한줄기 불길이 치솟는다.

이유, 내가 대공의 자리에 오를 거라는 그 이유.

듣고 싶다. 당신은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그리 말한 것인지.

내 편인 사람들조차 결국 내 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았는데.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너는 왜 그리도 굳건한 것이 냐고.

“공녀님이 그 자리에 더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카일의 답에, 엘가는 ‘아.’ 하고긴 탄식을흘리고말았다.

그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던 엘가는뭔가에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작별 인사도 없이, 급히 몸을 돌려서 도서관 톞층을 벗어났다.

카일은 자리 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았다.

저 아래 급히 도서관을 벗어나는 엘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효과는 확실하네.’

가족들조차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는 차기 후계 구도에 관한 문제.

거 기서 대놓고 당신이 라 말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 다.

그 정신 나간 짓을, 카일은 일부러 하는 기행을 벌였다.

아마 조금 전 뛰 쳐나간 엘 가도 그런 생 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 런 미 친놈과는 상종 안 하는 게 좋다고 결론을 내리 지는 않았을까.

카일은 이 게 가장 나은 방법 이 라고 여 겼다.

오직 둘만이 있는 폐쇄된 곳도 아니고, 개방된 장소에서.

리토리오의 차기 공작을 논하는 미친 짓을 하고야 말했다.

이러면 엘가 입장에서는 무조건 카일을 멀리 해야만 한다.

혹 누군가 지금의 대화를 들었다면 엘가 입장이 무척 난처해진다.

아카데 미는 시 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후계 구도 작업에 들어간 거니까.

아직 많이 남아있을 둘째 오라비 수하들의 경계를 살 게 뻔하다.

‘너무 깊게 엮이지 않았으면 하거든요.공녀님.’

후계 구도 다툼으로 정신이 없는 곳에 관여했다간 정말 좆 되는 수가 있다 •

해서 방금 전처럼 생각 없이 그냥 내뱉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한테 관심 가져서 당신에게 좋을 게 없다는뜻으로서 말이다.

그런데 이 여자,최소한책은 정리하고 가야할 거 아냐.

책 읽고 자리에 돌려두지 않으면 가만 안둘 거라는 사서 경고는 국 끓여먹 었나.

한숨을 내뱉은 카일은 책상에 놓인 책 전부를 들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참고로, 책들의 무게는 기사 후보생조차 겨우 들까 말까한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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