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시작부터 꼬이는 게 국를
잠깐만. 이러면 일이 사정 없이 꼬이는 건데.
라고 생 각하며 카일은 쥐고 있던 티샤의 손을 재빠르게 풀어 냈다.
그순간 티샤의 얼굴에 미미한 실망감이 어렸으나그건 알지 못했다.
‘아침 해도 안 떴는데 이 여자고 이 새끼고왜 죄다 일어났어. 이럼 완전히 꼬이는데.’
이미 완전히 꼬였다는 건 죽어도모른 채, 그저 지금 상황이 걱정될 뿐이다.
자신과 티샤를 빤히 쳐다보는 이안 곁으로 다가간 카일이 입을 열었다.
“이안당신도 이 시간에 일어난겁니까?”
“•••원래 잠이 많이 없다.그리고 아침마다항상검도휘둘러야하고.”
아침 마다 등산가는 티 샤, 아침 마다 검 휘 두른다는 이 안.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아침마다 쇠질하는 카일 본인까지.
뭐 이런 희한한 것들이 하나나 둘도 아니고 셋이 모였는지 모르겠다.
“둘은 왜 거기서 같이 나오지? 안에서 뭘 했나?”
눈동자에 보이는 짙은 의문이 굉장히 사람 긴장되게 만든다.
못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쫄리는지 의문.
“그건….”
“같이 운동했는데요?”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티샤가 슬쩍 앞으로 나선다.
말하는 어조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같이 나오는 게 뭐가 어때서.’ 였 다.
‘…그렇지? 생각해보니 그러네.같이 나온게 뭐가어때서?’
모텔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안에서 뭐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사심 하나 없이 운동만 가르쳐줬을 뿐이다.
여 기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더 큰 의 심을 받을 것이 다.
“티샤 말대로 운동 좀 알려줬어요. 운동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해서.”
I |
“•••운동하는 법 이 라면 나도 좀 아는데.”
그런 말은 속으로 해, 이 눈치 없는 남자 1호 새끼야.
저런 놈이 주인공 버프 때려 박아서 나중에 연애를 하고 자빠진다니.
작가 취향이 진심으로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그쪽한테 배우다간또 싸울 것 같아서요.”
« ” …-
“가요, 카일.”
너희 화해한 거 아니었어? 갑자기 분위기 왜 이러는데.
지금 이 상황은본 적이 없었다.혹시 생략된 부분인가?
혹시 어떤 계기를통해서 조금더 가까워지려나?
“이안. 같이 아침식사나하죠.”
“•••아침?”
“네.저랑 티샤는 지금 가려고 하거든요. 같이 가죠.”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그냥 티샤와 함께 가고 싶긴 하다.
또 서로 불편한 기운 팍팍 내서 밥이 코로 넘어 가는지 입으로 넘어 가는지 모를 테니까.
하지만 원작의 본 흐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여겼다.
제대로 읽지도 않은 터라 빙의의 이점이 거의 없는 판국인데.
그나마 알고 있는 부분마저 어그러지면 상당히 골치가 아플 듯 싶었다.
‘형님께 감사해야, 새끼야.큰 맘먹고 기회 한번 주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이안이 알겠다고 답하기를 기다리는 찰나.
“난 아침 안먹는데.” « ”
…-
밥상 다 차려주고 처먹으라고 떠 먹여줘도 내뱉고 지랄이네.
“안 먹는다고요.”
“굳이 아침을 먹을 필요성을못 느껴서.”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검까지 휘두르는데 아침을 안먹는다고요?”
“삼시 세끼를 꼭 챙 겨 야 하나? 두 끼 만 먹 어도 충분하다.”
너 이 새끼, 우리 존 나센 사람이 었으면 존나 쳐맞았어.
남작가에서는 삼시세끼 꼭 다 먹고 운동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
별 다른 이유 없이 끼니를 거르면 주걱으로 미친 듯이 맞는 거다.
“아침을 안먹어요? 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있어요?”
심 지 어 티 샤는 또 그 와중에 아침 식 사 신봉자였다.
“아침을 먹어야 머리도 팍팍 돌아가고! 더 활동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거예요.”
“•••난 안 먹어도 머리도 돌아가고 활동도 잘 한다만.”
본인은 그냥 그렇다고 생 각 없이 말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듣고 있자니 그냥본인 잘났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건 비단 카일만의 착각이 아니었던지, 티샤가 인상을 찡그린다.
‘진짜 저 인간이 랑은 뭐 하나 맞는 게 없어!’
도대체 왜 저런 남자가자신과함께 아카데미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이 건 생 판 모르는 남보다도 더 짜증나는 상대 였다.
“…으” E그 •
그 와중에 또 티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건 용케 캐치한 모양이다.
잠깐 고민하는 듯 한 표정을 짓던 이 안이,슬쩍 입술을 뗀다.
“원래 잘 안 먹는데, 오늘은 배 가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같이 가지.”
“아,왜요? 오지 말죠? 그냥 굶고 여기서 검이나 휘둘러요.”
날이 잔뜩 선 티 샤가 위 협 을 해 보지 만 통할 리 가 만무.
식당이 어디냐며 본인 딴에는 자연스레 합류하는 이안이었다.
정 말이 지, 사람 속 터지 게 만드는 데 에는 능력자가 확실했다.
‘이딴게 남주 1호라니. 세계관 시발.’
이 소설을 무료분 씩 이 나 본 내 가 레 전드다.
라고 중얼거 리 며 카일은 짜증이 잔뜩 난 티 샤와 무덤 덤한 이 안을 데 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왜 여기 앉아요?”
“자리가 여기 비었으니까.”
“맞은편에도 있잖아요!”
“여기가 먼저 보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일의 시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티샤가 먼저 자리에 앉고, 그 다음으로 카일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안이 속도를 높여 추월을 하더니 티샤 옆에 앉아버렸다.
하필이면 또 테이블마다 딱 네 명이 정원이다.
덕분에 카일이 선택권 따위 없이 맞은편으로가니,티샤가화를내고만것 •
‘아침도 안 먹을 거라면서 왜 쫓아와서는!’
카일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아서, 그리고 말해주고 싶은 것도 있 고.
헌데 그걸 이 이안이 또 망쳐놓으니 정말팔짝뛸 노릇이었다.
“그럼 아침 맛있게 먹어요.”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카일과는 다르게, 이안은 벌써 식사를 개시했다.
아침 안먹는다고하더니 먹는 건 또왜 이리 잘먹는지.
그 꼴을 보고 있자니 티 샤는 재 차 속이 뒤 집 히는 느낌 이 었다.
벌떡!—
더는 참지 못 하겠다는 듯, 티샤가 식판을 들고 일어선다.
그러더니 카일의 옆자리에 착석해서는식기를손에 쥔다.
‘이안이 그렇게 싫은가.’
당장눈에 보이는게 그거 하나니,그렇게 생각할뿐이었다.
티샤가 자리를 옮긴,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진짜, 주인공 새끼 아니 었으면 넌 고자 확정이 었다.’
아무리 방랑생활이 길었다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니.
기껏 여기까지 데리고왔는데 왜 저렇게 점수깎을 짓만할까.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둘이 커플이 되는 건지, 카일은 이해를 할수 가 없었다.
사실, 그에 대한 대답은 생각 외로 찾기 쉬웠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변한 이유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두남녀 사이에 있으니 까.
다만 본인만이 그 간단한 답을 미처 고려하지 못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밥이 너무 맛있어서 그딴 거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그래. 이래 야지.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와, 이제 야 좀 살겠다.’
설탕들어간음식을 도대체 얼마 만에 먹어보는지 모르겠다.
그냥 단순한 과일 잼 에 불과한데,무슨 천상의 음식 마냥 너무나 맛있다.
감수성이 조금만 더 풍부했다면 잼 먹으면서 눈물을 질질 짰을 것이다.
메인 요리도, 사이드도, 디저트도, 심지어 풀떼기조차 맛있다.
특히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숟가락까지도 핥아 먹을 기세.
이 유혹들을 참아냈다는 형과 누나에 게는 무한한 존경심 이 들었다.
‘진짜 아이스크림 만든 놈은 노벨 평화상줘 야 한다.’
아니면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설정을 넣은 작가를 찬양하던가.
과장 조금 보태서 당장 울고 싶을 정도였다.
“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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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변화마저 눈치 챈 것인지, 티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침 맛있게 먹고 나서 디저트까지 흡입하던 사람이 갑자기 넋이 나가니.
그녀 가 아닌 다른 누구라고 해도 동일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 다.
“왜 그래요? 무슨일 있어요?”
“너무맛있어서요.”
“네?,,
“그러니까, 존 나센 남작가에는 아이스크림 이 없었거든요.”
그 말에 티샤는 ‘엥?’ 하고 탄식을 흘렸다.
아이 스크림 이 나온 초창기 에 나 귀 한 간식 으로 취 급을 받았을 뿐이 다.
지금은 평민들도 돈만 좀 있으면 언제든 사먹을 수 있는 디저트다.
헌데 그 아이스크림 이 나름 귀족 가문인 존 나센 남작가에는 없었다니 ?
“아,그러면… 제 것도좀먹을래요?”
아이스크림을 막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싫어하는 것도 아니 다.
그럼에도 이리 내어주는 이유는, 카일이 너무 감동적으로 먹어서.
덤으로 그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도 좀 보고 싶어서 그랬다.
“네 ? 아뇨, 아뇨. 괜찮아요.”
“전 많이 먹어서 그래요. 손도 안 댔으니까괜찮을 거예요.”
그리 말하며 티샤가 막 제 몫의 아이스크림을 카일 앞에 두는데.
갑자기 그 옆으로 또 다른 아이스크림 이 쑥, 하고 들이 밀어진다.
“에 ?” O •
“내 것도 먹어라.”
뜬금없이 이안이 제 몫의 아이스크림을 카일에게 내민다.
덕분에 카일에 게 좋은 모습 좀 보이 려 던 티 샤의 계획 을 망쳐둔 건 덤 이고 말이다.
‘저 인간은 왜 또 이래 !’
속이 터질 것 같은 티샤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일은 오, 하고 제 앞에 내밀어진 아이스크림을 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 다.
“정말 괜찮아요, 티샤?”
“네? 아, 네. 괜찮아요.”
“나도 괜찮다. 너무 달아. 단 건 애들이 나 먹는 거지. 너나 먹어라.”
…잠깐만. 이 새끼, 양보해주는게 아니라 짬 처리 였어? 선 넘네?
거 기 에 또 왜 신종 도발로 사람 속을 긁어 대 는 건지 .
갑자기 먹을 맛이 뚝 떨어지게 하는 데에 일조를 해주는 주인공이 었다.
‘이 새끼가 감히 아이스크림의 소중함을 모욕하네. 넌 이제부터 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작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서.
이안콰티샤 사이의 진전을 내보고자 노력하던 카일이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아이스크림에 대한 모욕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까짓 아이스크림 때문에 무슨 지랄이냐고 묻는 자가 있다면.
카일은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潷년 동안 디저트 따위는 꿈도 못 꾸고 살다가 비로소 영접했는데 .
면전에서 애새끼가 먹는 거 뭐 그리 좋다고 먹느냐고 듣는다면.
과연 당신은 거기서 ‘아하! 그렇군요!’ 라고 웃으며 넘어갈 수 있냐고 말이 다.
쭈우욱-.
물론, 아이스크림은 죄가 없다.
해서 티 샤가 준 건 물론 이 안이 준 아이스크림 까지 전부 흡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