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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전투종족-11화 (11/318)

<11화 > 시작부터 꼬이는게 국를

“티샤?”

“카일?

서로가서로를 전혀 예상치 못 한듯, 멍하니 바라만본다.

이 이른 시간에, 그것도하필 이곳에 온 건지 알수가 없는상황.

“•••뭐에요? 지금해도 제대로 안뜬시간인데 …?”

“티샤야말로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저요? 전 항상 이 시간에 일어나던 습관이 있어서요.눈은 떠졌는데 할 게 없어서, 산책 좀 하고 있었는데 운동이나 좀 해볼까 하고 들어왔어요.”

어, 너두? 야. 나두.

“너무이른 시간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이 시간에 일어나서 산에 올라야 해가 뜨면 저버리는 꽃들 을 구할 수 있거든요. 나름 굉장히 중요한 주술 재료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요.

그러 니 까 아침 부터 등산이 라는 유산소를 한다는 거 네.

운동과는 안 친하다더니 그 정도면 엄청 친한 거 아닌가?

“카일은요? 이렇게 이른시간에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아,그게.우리 가문에서는항상 이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을하거든요.”

“이 시간에요? 해도 안떴는데?”

“티샤가 산에 오르는 거랑 비슷하다 보면 돼요. 우리 가문 사람들은 이게 필수거든요.”

“헤에? 그러면 아예 육체 단련을 전문적으로하셨던 건가요?”

“그렇죠. 원한 적은 없지만, 아무튼 체 계적으로 다 할 줄 압니 다.”

카일의 설명에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티샤였다.

그리고 두 남녀 사이에 감도는 애매한 침묵.

분명히 서먹하거나 먼 사이는 아닌데, 그렇다고또 아주 가까운 사이도 아 니다.

북쪽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카데 미까지 여정을 함께 한 친구이긴 한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곳에서,그것도단둘이 만나니 굉장히 어색했다.

“어,음. 그러면 운동해요, 티샤. 저도 하던 거 마저 할게요.”

“그, 그럴래요? 그러면 그렇게 하죠!”

후다닥 안쪽으로 들어 가서 기구 위 에 앉는 티 샤.

문제는 이런 기구를 다루는 운동은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다 뭐 야…?’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괴상한 기구들이 잔뜩이다.

뭘 거는 것 같기도 하고, 당기는 것 같기도 한데, 도통 알 수가 없다.

운동하겠다고 왔는데 그 운동을 어찌 해야 하는지 감을 못 잡겠다.

그렇다고 계속 이러고 있자니 저기 앉은 카일이 너무 신경 쓰인다.

“후우.

티샤는 이제 잊은 건지, 아니면 애써 잊은 척 하는 건지.

숄더 프레스에 온 정신을 집중한 채 카일이 호흡을 정돈한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숨겨져 있던 근육들이 아침 인사를 건넨다.

‘와….’

정복을 입고 있어도 탄탄한 윤곽선이 보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가벼운 티 한 장만 걸치고 있으니 몸 상태가확연히 드러난다.

‘어깨 진짜 넓다… 엄청 탄탄해보이고… 흐와아….’

말하는 투는 굉장히 매너 있고 부드러운 남자의 것이었는데.

몸은 또 어지간한 검사 따위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상남자다.

이런 반전 매력이 있을 수가 있다니, 이래서 아카데미에 꼭 가라는 거였구 나.

“티샤?”

“헤에… 에? 아, 네?”

“운동안 합니까?”

“아? 아, 아 해, 해야죠! 왜요?”

“아까부터 자꾸저만쳐다보고 계시기에, 혹시 물어보려는게 있나싶어서

거기서 티샤는,순간저도모르게 이렇게 내뱉고 말았다.

“아. 저, 사실은… 그, 카일처럼 체계적인 운동은 안해봐서요.”

“처음이라는 거네요. 그럴 만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운동을 하는 게 힘들 고 피곤하고, 귀찮고 짜증나고 얼른 때려치우고 싶은 일이거든요.”

뭔가 방금 말에 엄청난 진심이 담겨있었던 것 같은데嘗

카일의 말에 긍정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는 티샤였다.

“잘 모르겠다면 제 가 좀 도와줄까요?”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러면”

쿵—.

들고 있던 바벨을 가볍게 바닥에 내려두는 카일.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데, 땅에 닿는 소리가 배는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엄청 무거웠던 건가? 저런 건 아직 자신 없는데 ….’

티 샤가 쓸데 없는 걱 정으로 잠깐 방심 한 사이 .

바로 옆까지 다가온 카일이 그녀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힉:

덕분에 티샤는 더 자세하게 카일이라는 사람을 살필 수가 있었다.

‘세상에….’

가까이서 보니 카일의 몸은 더더욱 진국이었다.

어디 하나 허투루 찐 살 한 점이 없을 정도다.

주술사로 살면서 여기저기를 전전한 덕분에 많은 이들을 보아온 티샤다.

하지만 아무리 떠올려봐도, 지금처럼 탄탄한몸을 지닌 남자는본 적이 없 다.

간혹 저와 비슷한 몸을 지닌 남자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카일과는 다르게, 그 근육들을 뽐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매일 훌러덩 벗고 다니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덜떨어진 남자들보다 카일 몸이 훨씬 좋은데, 이걸 완전히 숨기고 있었 던 거잖아.’

거기서 티샤는 생각했다. 이 사람,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이런 사람과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확 좋아졌다.

가볍게 두근거리는 이 심장 고동이 혹 들릴까 걱정도 되 었다.

“티 샤?”

“•••아, 네 ! 카일.”

“집중하고요. 시작해볼까요?”

“네! 뭐,뭐부터 하면 될까요?! 저도 저런 거 들어야 하나요?”

“예嘗 아뇨, 아뇨. 아니죠. 가장중요한 것부터 결정하고 가야합니다.”

“가장중요한거요?”

티 샤의 질문에 카일은 고개 를 끄덕 였다.

“지금 티샤가 운동을 하려는 이유가, 체중 감량인가요? 아니면 체중 증량 인가요. 단순히 건강을 위한운동이 목적인지, 아니면 근육을 기르고 싶은 건 지도 중요하고요.”

존 나센 남작가의 누구보다운동을 싫어하는 카일이지만.

자신도모르게 스며든, 지난세월 동안축적된 습관하며.

몸에 흐르고 있는 존 나센의 의 지까지 더해지 니, 저도 모르게 열성적인 모 습을 보이고 만다.

“어에, 예?”

“일단 대충 몸 상태를 보니까 체중은 딱 적당하실 듯 싶으니 감량은 아니 겠고.확실히 등산을꾸준히 하셔서 그런지 하체 균형이 굉장히 예브브게 잡혔 네요.”

“예,예뻐요?”

“네네.해서 하체는따로 기본부터 안하셔도될 것 같습니다.”

정 말 순수하게 운동 이 야기 만 하고 있는 카일과.

반대로 운동이야기는 완전히 제외한 채 이상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티샤.

시작부터 꼬인 만남은, 둘모두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어그러지고 있었다.

“자, 다시한번 더요.”

“우으으으…! 더, 더요?”

“네.한번 더 합니다.”

“제제가 알려달라고한건 이런 게 아닌데요?!”

“운동 전에 스트레칭은 필수입니다. 그러다가 크게 다쳐요.”

존 나센 남작가에 서 항상 강조하는 부분.

괜한 짓으로 전력 이탈이 되면 그보다 병신이 없다.

단련은 좋으나 전투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즉, 자신의 몸을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 다.

그렇기에 운동 전에 근육을 풀어주는 행위는 더더욱 중요하다.

카일도 어릴 적에 그런 말을 아버지께, 어머니께, 형과누나에게 전부 듣고 자랐다.

덕분에 이제는 그 비슷한 말만 나와도 무조건 반사 작용이 나올 수준이 었 다.

“혹시 뭐 해보고 싶은 거 있나요? 티샤?”

“아… 혹시 아까 카일이 했던 그거… 저도 해보고 싶어요.”

조금 전에 하고 있던 거라면 덤벨 숄더 프레스를 말하는 듯 하다.

시작부터 이걸 해도되려나, 잠깐생각하던 카일.

여기서 못 하게 했다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까 해서 가장 가벼운 덤벨을 들고 왔다.

물론그 ‘가벼운’은 어디까지나 카일의 기준이었다.

“으으으!!”

“아,너무 무겁나요?”

“네,네. 이거두 손으로도 못들 것 같은데요… ?”

음, 확실히 상체는 아직 많이 약하구나.

기초의 기초부터 정말천천히 해야겠다.생각하면서.

카일은 정말 정말로 가벼운 덤벨을 재차 골라왔다.

“일단시작하기 전에,자세 한번 볼게요.허리 곧게 펴보겠어요?”

“이,이렇게요?”

“조금 더, 조금 더요. 네. 지금 상태 유지하고. 저 좀 보시겠어요? 덤벨을 이 렇게 양손에 들고 머리 위로올립니다.그리고 내려주면 되는데, 팔의 각도가 중요해요. 벌리거나접혀있으면 절대 안됩니다. 직각! 90도! 이 각그대로 유지해서 움직여주는 거예요. 일단 지금은 모양만 한 번 잡아볼까요?”

“어 … 지금처럼 하면 되 나요?”

“너무 내려올 필요는 없어요. 자, 이렇게….”

카일의 손이 몸에 와 닿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이 떨린다.

빠르게 두 눈을 깜빡거리던 티샤가 급히 카일의 눈치를 살핀다.

정 작 그는 운동을 가르쳐주는 것에 몰두하여 , 아무 것도 모르는 모양.

“명심하세요. 허리와 가슴은 반듯하게. 수축과 이완 시 팔꿈치 각도는 항 상 90도.”

“네,네!”

“그러면 해볼까요? 자, 일단 바벨을 잡고….”

이번 것도무거운 건 마찬가지. 할수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 만 옆에서 카일이 직접 하나 하나 봐주고 있다고 생 각하니 할 수 있을 지도.

“자, 위로 천천히. 아래로 내리시고. 직각 유지 하세 요, 티 샤. 네. 좋아요.”

본능적으로 알수 있다. 이 남자가 아주 세심히 자신을 봐주고 있음을.

얼마나 배려심이 넘치는지, 얼마나 사려 깊은 마음씨를 지녔는지.

살갗에 와 닿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 운동이란 거. 꽤 괜찮은 걸지도…?’

아마 이 말을 들었다면 카일이 경기를 일으켰을 지도 모르겠다.

“이게 이렇게 해서 한 세트입니다. 이걸 놘세트 정도하는 거예요.”

“여, 여섯 번이나요?! 한세트에 열 다섯번 이라면서요!”

“원래는 스무 번으로 하려고 했다가 그 정도로 줄인 거예요.”

“그래 도 놘세 트면 … 아흔 번이나 해 야 하잖아요!”

“연속으로 하는 게 아니 잖아요. 세트로 끊어서. 천천히. 그러면 다 할 수 있 어요.”

카일의 말에 티샤는 ‘흐아앙!’하고속으로비명을 내질렀다.

운동 괜찮다는 말 취소! 취소!! 시 작부터 지옥이 잖아!!

“물론 당장 세트를 다 하는 건 아니에요. 몸에 맞게 조절을 하는 게 중요하 죠. 일단 지금은 두 세트 했으니까 한 세트만 더 하는 건 어떤가요?”

“아하하!! 그, 그! 아, 아침 시간이잖아요?! 식사는 해야죠!”

“음. 그러네요. 그러면 더더욱 밥 먹기 전에 한 세트 더 ….”

라고 말하다가, 문득 지 난날들이 새록새 록 떠 오른다.

지쳐 쓰러져 죽어도 무조건 한 세트는 더 하라고 죽으라던 가족들.

말할 힘 이 있는 걸 보니 한 세트가 아니 라 다섯 세트는 더 할 수 있겠다나.

“•••아니다.그러죠. 아침이나먹으러 갑시다.”

내 가 미쳤지. 여 기까지 와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 야.

그렇게도듣기 싫어하던 말을 남에게 하고 있다니.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

다.

카일은 그리 생각하며 재빠르게 기구들을 정리한 후 티샤의 손을 잡았다.

“으에?

“얼른 아침 먹으러 가죠. 아카데미 식단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혹시 여기도 막 샐러드에 닭가슴살에 이딴 것만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 가 없지 만, 그래도 혹시 모를 미 미 한 불안감을 안은 채.

막 실내 연무장을 나서서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어.”

한창 검을 휘두르고 있던 이안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 ” …-

갑작스러운 카일과 티샤의 등장에 살짝 놀란 눈치의 이 안.

그러다가 서로 붙잡고 있는 카일과 티샤의 손 쪽으로, 시선이 천천히 옮겨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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