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시작부터 꼬이는 게 국를
음,혹시 방을 잘못들어왔나? 아닌데. 여기 학장실 맞는데.
그런데 왜 아카데미 학장은똥마려운개 마냥옆에 서있는거지?
“어서 오게.존 나센 남작가의 카일.처음보는군.”
학장 자리에 앉아있는 이는 중년의 남성.
첫인상이 참 중요하다는데, 저 남자굉장히 초췌하다.
일주일 야근에 시달린 이처럼 다크 서클이 얼굴까지 내려온상태.
아니면 직장 상사한테 한 열흘은 신나게 털렸다던가.
“제국의 교육성을 맡고 있는사람이네.”
“•••에?”
교육성을 맡고 있는 사람이 라면 딱 하나다.
“장관님?”
카일의 물음에 교육성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를 제외하면 상사라고 할 수 있는 이가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수없이 많은 교육성 소속 공무원들의 상사다.
그런 이가 왜 저리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상사한테 시달릴 수도 없을 텐데, 참 이상한 일이다.
“학장은 잠시나가줄수 있나?”
학장실로 불러놓고 그 주인더러 나가란다.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자리 가 자리 인지 라 얌전히 제 방에 서 탈출하는 학장이 었다.
“•••담배 태우나?”
장관의 말에 카일은 고개를 내저었다.
담배 나 술은 존 나센 남작가에 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외 래종이 다.
들어왔다간 바로 퇴치당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외래종.
몸을 해치는 악마의 발명품이라는 게 공식 입장일 지경이었다.
“그러면 잠시 실례하지.”
아직 간접흡연 따위의 개념은 없는 건가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 앞에서 담배를 태울 일은 없을 테니.
연기가 좀 독하긴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애당초자신도빙의 전에는 함께 연초를 태우는 동료가 아니었던가.
지금이야 머리는 피우고 싶은데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켜서.
그래서 담배를 입에 대지 못하고 있는중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을원한다고 들었네. 카일.”
한참 담배를 태우던 장관이 운을 뗀다.
“거기에 북부의 변경백께 추천장까지 받았다고하던데.”
“그렇습니다.해서 이미 입학수순을 전부 밟았습니다.”
“알고 있네. 황제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권한이 바로그추천장이지. 하여 그분께서 제동을 걸지 않는 한 설령 장관급이라고 해도뭘 할수가 없어. 빌
어먹게도 말이야.”
치이 익-.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끈 장관이 카일을 똑바로 바라본다.
“오늘재무성 장관에게 미친 듯이 털렸네. 아는친구인 놈인데,공무원 시 험 1년 먼저 합격했다고 선배라고 부르라고 하더라고. 개자식.”
“그러셨군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 같은 장관인데 왜 털렸을까.왜 가만히 당하고만 있 었을까.”
카일의 머리가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굳이 자신을 불러서 저런 말을 한다면, 그 이유 또한 자신과 연관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카일 본인은 교육성의 어느 무엇과도 접점이 없다.
그렇다면 정확히는 자신이 아닌, 자신의 가문에 뭔가 있다는뜻일 터.
“•••그, 혹시 제 누님 때문에….”
“레 아 존 나센. 맞아. 아카데미를 반파시킨 전무후무한 학생. 이보게, 카일. 그 날 이후 아카데미를 재건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 아나?”
“그, 저는 잘 모르겠습니 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이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표현하자면 이러하네. 재무성 녀석들이 우리 교육성 애들만보면 이를 갈 았을 정도야.”
« ” …-
“재무성 장관은 나를 그대로 땅바닥에 메 다꽂고 싶어 했고.”
장관의 말에 꿀꺽,하고 마른침이 넘어간다.
같은 식구라 할 수 있는 재무성과 교육성 공무원들 사이가 그 정도였다니 .
‘누님. 도대체 얼마나 때려 부순 건데요.’
분명히 집에 돌아온 레아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여기저기 좀 부순 게 전부라고.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헌데 지금 장관의 말을 들어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또 존 나센 남작가의 자제가 아카데미 에 왔어. 덕분에 그걸 안막고뭐했냐고쫓아온 거지. 거기서 내가뭘 어쩔 수 있었겠나.”
개자식,추천장을 어떻게 막으라고. 라며 장관이 투덜거렸다.
본인도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몰랐다는 등.
한 부처의 총지휘 자인 장관 치고는 굉 장히 불쌍해보였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네. 카일.조용히 지내주게. 자네의 누나처럼 큰 사 건을 일으키지는 말게. 그리했다간 존 나센 남작가의 아카데미 입학 자격을 영영 박탈할수도 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쿠쿵! 하고 번개 가 치는 듯 했다.
아카데미 입학 자격을 영영 박탈당한다면 이제 남은 건 지옥의 트레이닝 뿐이다.
여 기 인간들은 신나게 연애 질을 할 때 자신은 쇠 질을 해 야 한다!
“걱정 안하셔도됩니다.저도가문에서 단단히 주의를받고왔습니다.”
“아닐 것 같은데.”
장관의 말이 맞다. 가족들은 되레 도발을 당하면 그냥 일을 저지르라고 했 다.
“정 말로 그런 주의 를 받았다고?”
“정말입니다.”
“정말로?”
“•••예. 정말입니다.”
대답이 늦는 것 같은데 ? 라고 장관이 중얼거린다.
뭔 가를 더 말하려 다가 관둔 그는 아무래 도 좋다는 듯 손을 내 저 었다.
“좋아. 자네를 믿어보도록하지.부디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이 되기를바 라겠네.”
여 전히 얼굴 가득 의 심을 덕 지 덕지 붙여둔 주제 에 무슨.
기 가 막혔지만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알겠습니 다.’ 가 전부였다.
*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번, 두 번, 쉬지도 않고 계속 나온다.
레아가 일을 크게 벌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요주의 인물이 될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다.
허나 이렇게 장관에게 직접 주의를들으니 걱정이 앞선다.
이 거, 아무래도 굉장히 험난한 아카데미 생활이 되 겠구나.
‘•••그런데, 이 인간들은또다 어디 갔어.’
어디 근처에서 기 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안도, 티사도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 짧은 틈에 서로 눈이 맞아서 버려두고 간 건가?
정말그렇다면 너무 서운한데.그래도 같이 온 정이 있지 않나?
딴 생 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중력 이 흐려진 다.
그리고 그 부주의함은, 燚차 사고를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퍽!얛
“윽.
앗.”
콰당!-
살짝몸이 흔들린 카일과는 다르게 상대는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하는 눈빛이 고스란히 카일에게로 향한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천천히 다녀야죠. 지금처럼 사람이 오고가는곳에서는 더더욱.” 천천히 다녔다.뛴 적도 없다. 다만워낙몸이 단단했을 뿐이다.
넘어져있던 여학생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데, 다급한목소리가 들려온다.
“공녀님! 공녀님, 괜찮으십니까!?”
공녀? 공녀님 ?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嘗
“괜찮아요. 레토.괜찮으니까괜히 큰소리 내지 마요.”
레토, 분명 뒤에서 다가오는 남학생을 레토라고 불렀다.
그러고보니 이 여학생, 타는듯한붉은머리를 지녔다.
거기에 카일을 바라보는 눈동자마저 선명한 불꽃을 연상시킨다.
‘미친. 설마, 엘가대공녀랑레토? 이것들이 왜 여기서 나와?’
이안와 티샤가 각각 남자 1호와 여자 1호였다면.
이 두 남녀는그뒤를 잇는 남자 燚호와 여자 燚호다.
먼저 서부 대공녀, 엘가블레스 데 리토리오.
부와 명성을 모두 쥐 었다는 리토리오 공작가의 귀한 막내 딸.
대공녀, 하면 떠오르는 악당 영애 이미지와는 다르게.
주인공 중 하나라고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기 억한다.
그리고 그 대공녀 옆에 있는 남자는 레토 서밋.
리토리오 대공가의 밑에 있는 가신의 아들로서 대공녀의 호위 겸 비서를 맡고 있다.
능력도 외모도 평범하지만공녀에 대한충성심은 ‘진짜’ 인 남자다.
이 둘이 바로 본문 소개 글에 올라가있는 두 번째 (진) 커플이 었다.
‘무료분의 거의 끝부분에 등장해서 조금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엘 가 대공녀 랑 레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단어 가 하나 있지.’
로맨스에서는 무조건 한 번 이상은 나온다는 그 마법의 단어.
이 관계에 있으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보는 이들 피 토하게 만든다는 법칙.
소꿉친구. 그렇다. 엘가 대공녀와 레토는, 소꿉친구였던 것이다!
‘설마 이 둘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사교계의 꽃, 리토리오의 장미,그외에 온갖수식어를지닌 엘가대공녀.
하지만 카일은 그 대공녀의 아름다움을 미처 감상할 틈도 없이.
진심을 다해서, 성심성의껏 사죄의 뜻을 전해야만 했다.
“정말죄송합니다. 엘가공녀님.”
존 나센 남작가도 귀족 가문이 긴 하지 만, 리토리오 대공가는 차원 이 다르 다.
북쪽 변경백마저 한수 접고들어간다는 곳이 아닌가.
이 여자에게 찍히면 아카데미 생활은급격히 괴로워질 것이다.
하여 카일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했다.
« ” …-
덕분에 대공녀의 눈동자에 흥미의 기운이 감도는 걸, 미처 보지 못했다.
“당신. 어디의 누구죠?”
시발! 그건 왜 물어.혹시 해코지 하려고? 왜 궁금해 하는 건데!
“…존나센남작가의 차남, 카일입니다.공녀님.”
“존 나센 남작가라고요?”
“그렇습니다.”
흐음, 하고 탄식을 흘리는 소리가 얼핏 카일의 귓가에 들렸다.
그 소리가 ‘어떻게 해야 이 건방진 남작가의 조심성 없는 애새끼를 조질 수 있을까.’ 라고 들리는 것 같아, 카일은 두 눈을 질끈 감아야만 했다.
“고개 들어요. 카일.”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엘가의 목소리는 꽤나 잔잔했다.
오히려 그 안에 미미한 웃음기까지 흐릿하게나마 느껴질 정도다.
“레아존 나센의 동생이군요. 그렇죠?”
“예.그렇습니다. 헌데 제 누님 이름은 어찌….”
“당연히 알죠. 아카데미의 유명 인사잖아요? 당신의 누이 되는 사람이 아 카데 미 에 서 난동을 피 울 때, 그 여 파로 제 오라버 니 가 부상을 입 었기도 하고 요.”
•••이건 악몽이 다. 그래, 이건 정말 악몽이어야만 한다.
왜 하필이 면 리토리 오 대공가의 자제 였단 말인가.
왜 꼭 엘가 대공녀와 부딪치고 말았단 말인가.
당장 무릎 꿇고 석고대죄 라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이 되 었다.
“죄송합니 다. 정말 죄송합니 다. 엘가 공녀님. 누님의 일은 제 가 다시 한 번 사과를….”
“아뇨? 왜 사과를 하나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예?”
“오히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을 지경이에요. 카일 존 나센.”
달달한 여 인의 향기 가 앞으로 확 들이 닥친다.
타오르는 불꽃 같기도, 붉은 장미 같기도 한 여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카일의 귓가에 무척이나 보드라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덕분에, 내가기회를 잡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