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47화
58장 지원은 없다(1)
“방어 마법을 전개해라! 흩어져라!”
장교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긴급하게 명령을 전달했지만, 소용없었다.
방어 마법이 전개되고 뒤늦게 마법 폭격을 알아차린 기병들이 살육을 멈추고 흩어지기 시작했지만 마법 폭격이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게 조금 더 빨랐다.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대규모 마법 폭격에 방어 마법은 무참히 박살 나고 끔찍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군의 40%가 전사했습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마법 폭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테일러는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 극대화를 알리는 알림음을 들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많은 마법사를 동원한 것인지, 일격에 피해가 거의 없었던 기병대의 40%를 전사시켰다.
전사자가 이 정도이니, 전투 불능 상태인 부상자들의 수도 무시 못할 것이다.
물론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이라면 살아 있는 대부분의 부상자들을 다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 수 있었다.
“큭.”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테일러는 신음을 내뱉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전쟁의 나팔을 들어 올렸다.
마력을 주입하자 푸른 마력이 빛나며 춤을 추었다.
“모두 살아 있습니까!”
테일러는 가장 먼저 파티원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여기저기서 대답이 들려왔다.
다행히 목숨을 잃은 파티원은 한 명도 없었지만 레드가 조금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이 그를 다시 회복시켜주었고, 레드는 피곤한 얼굴로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테일러의 기병대가 치명적인 피해를 당한 틈을 타, 해상 군단의 해병대가 투입되었다.
테일러가 기병대를 재집결시켜 진형을 재구축한 뒤 그들과 맞서려고 하는 순간, 측면에서 무수히 많은 화살이 날아와 해병대를 덮쳤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해병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고 해병 중 누군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가리켰다.
“엘프다!”
엘프.
위그드라실의 엘프 레인저들이 지원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쏟아지는 화살비에 해상 군단의 해병대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방패를 든 해병들이 앞으로 나와 화살을 방어하곤 있었지만 움직이는 순간 다수의 해병이 벌집이 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돌격 준비!”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방패병 대부분이 이동했기 때문에 측면이 비어 있었다.
테일러는 명령을 내렸고, 기병대는 준비했다.
“돌격!”
“돌격하라!”
알버트가 테일러의 명령을 다시 전파하며 검을 앞으로 겨눈 채 달려나갔다.
말을 탄 기병들이 테일러의 곁을 지나쳐 해상 군단 해병대를 향해 돌진했다.
아군 사격의 위험 때문에 엘프 레인저 부대는 화살 공격을 중단하고 검을 뽑아든 채 해상 군단 해병대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두 방향에서의 공격에 해병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전멸했다.
소수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백기를 들어 올렸다.
“귀관에게 임시로 지휘를 맡기겠다. 소수의 병력을 제외한 전군을 이끌고 마법사 전력을 타격하도록.”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차가운 인상의 상급 장교에게 잠시 지휘를 맡겼다.
그리고 엘프 지휘관을 찾아갔다.
“사우스 왕국 본대는 계획대로 야영지 남쪽을 공격하고 있습니까?”
엘프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경. 이제 우리 임무는 적의 후방을 공격하여 퇴로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사우스 왕국군 본대는 계획대로 다수의 기병대와 엘프군이 야영지 외곽 지역을 동서남북에서 공격하여 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이에, 날카로운 창으로 야영지 남쪽을 찔렀다.
산맥을 물들인 청색 물결에 라이필트 린데일 후작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대공은 즉각 수도가 있는 북쪽으로 후퇴할 것을 명령했지만, 북쪽 퇴로는 외곽 지역을 공격했던 기병대와 엘프군이 완벽하게 차단한 뒤였다.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인가.”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그림자 대공은 어둠 무희를 뽑았다.
그림자 대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림자 대공이 움직이자 상황이 급변했다.
그는 북쪽 퇴로를 차단한 주요 지휘관들을 골라 죽였다.
지휘관 휘하의 기사와 병사들이 그를 막으려 했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림자 대공은 폭주 기관차처럼 모든 장애물을 박살 내며 지휘관들의 멱을 따고 다녔고, 마침내 그는 테일러가 지휘하는 기병대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미 전장의 지휘관들이 정체불명의 적에 의해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있다는 정보가 왕국 정보부 특수요원을 통해 전달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테일러를 보호하기 위해 기병대의 정예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 있다고 광고를 하는 꼴이다. 어리석은 녀석들.”
그 모습을 본 그림자 대공은 입꼬리를 끌어 올려 그들을 비웃으며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그림자 대공의 몸이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테일러의 머리 위였다.
“위다!”
“늦어.”
레드가 활을 조준했으나, 이미 늦고 말았다.
그림자 대공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함께 하늘을 뒤덮은 그림자 검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공격이 끝나고, 그림자 대공이 피로 얼룩진 땅에 사뿐히 발을 디뎠을 때,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적었다.
테일러를 호위하기 위해 집결한 기병대의 기사와 기병들이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내 기술에서 살아남다니, 적어도 고위 기사인가 보군. 예상보다 많은 놈의 숨이 붙어 있는 것 같지만, 잔챙이들은 정리되었다.”
그림자 대공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어둠 무희를 들어 올렸다.
테일러는 살기가 가득한 그림자 대공의 붉은 눈동자를 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빠져들었다.
그는 전쟁의 나팔을 들고 그림자 대공과의 거리를 아주 조금씩 좁히며 입을 열었다.
“모두 도망치세요.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죽음이 보였다.
마치 뱀파이어의 눈처럼 붉은 눈에서 테일러는 파티의 전멸을 보았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적은 뱀파이어 대공보다 위험하다.
“그럴 수 없습니다.”
테일러의 옆에 알버트가 다가갔다.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마력검을 강화했다.
뒤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적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 확인하진 못했으나, 아마도 가이우스일 것이라 테일러는 생각했다.
“나의 마법도 함께할 것이야.”
예상대로 가이우스였다.
“귀찮지만, 강해 보이니 도와주마.”
레드가 화살통에서 마법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었다.
“테일러, 몇 번을 말하지만 저는 끝까지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일리아는 바람의 정령 군주를 소환했다.
“저도 함께할게요.”
실비아 또한 참전 의사를 밝혔다.
실비아가 함께하기로 했으니, 알폰스는 당연히 참전할 것이다.
테일러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애써 감추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작별 인사는 끝났나?”
기다리고 있던 그림자 대공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리는 사이, 엘프 레인저 30명 정도가 테일러를 지원하기 위해 왔지만, 그림자 대공이 어둠 무희를 한 번 휘두르자 무수히 생겨난 그림자 검에 의해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네놈이야말로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할 거다!”
레드가 소리치며 화살을 쏘았으나, 그림자 대공은 가볍게 피했다.
“도발은.”
그림자 대공의 몸이 사라졌다.
엄청난 속도였다.
테일러도 그림자 대공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결사의 의지 스킬은 동체 시력까지 강화시켜주진 않았던 것이다.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던 테일러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알버트!”
“통하지 않는다.”
테일러는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알버트에게 경고했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그림자 대공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이미 알버트는 어둠 무희에 당해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었다.
“감히 알버트를!”
테일러는 마력검이 깃든 전쟁의 나팔을 휘둘렀으나 그림자 대공은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테일러의 옆으로 이동하여 어둠 무희를 휘둘렀다.
어둠 무희가 테일러의 목을 노렸다.
테일러는 신속하게 검을 회수하여 어둠 무희를 막아냈다.
“실비아! 알버트의 회복을!”
“이미 하고 있어요!”
테일러의 말에 실비아가 대답했다.
그녀는 이미 신성 기도문으로 알버트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내 검을 받아내다니, 제법이군. 이름을 밝혀라, 고위 기사여.”
그림자 대공은 감탄했다.
그의 공격은 고위 기사마저 일격에 침묵시킬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작위가 있는 고위 기사가 아니면 보통 일격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테일러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림자 대공의 전신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사우스 왕국의 고위 기사 테일러다.”
‘테일러’라는 이름을 들은 그림자 대공의 눈빛이 달라졌다.
테일러라는 이름.
아주 질리도록 들은 이름이었다.
자신의 계획을 그토록 성대하게 방해한 자의 이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붉은 눈동자에 짙은 살기가 깃들었다.
그 짙은 살기에 테일러는 순간 압도당했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것이었다.
그림자 대공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너는 절대로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림자 대공의 몸에 검은 마력의 갑옷이 생성되었다.
마력 갑옷이었다.
“소나기.”
검은 마력이 하늘에 뭉쳐 구름이 되었다.
그리고 마력을 깎는 비가 쏟아졌다.
테일러는 검은 구름의 범위에서 벗어났으나 그곳에선 그림자 대공이 기다리고 있었다.
“죽기 전에 내 이름을 가르쳐주마.”
어둠 무희가 허공을 베었다.
그림자 검 6개가 생겨났다.
“나는 알 하이자르. 그림자 대공이다.”
“테일러 엎드리게나!”
놀랄 틈도 없이, 들려오는 가이우스의 목소리에 테일러는 엎드리는 대신 옆으로 굴렀다.
가이우스가 소환한 전격의 창이 그림자 대공을 노리고 쇄도했다.
“장막!”
그림자 대공이 외쳤다.
검은 장막이 생겨나 전격의 창으로부터 그림자 대공을 보호했다.
검은 장막에 명중한 전격의 창은 전격이 되어 검은 장막을 거칠게 공격하다가 이내 사라졌다
“아주 어리군. 그런데 고위 마법이라. 너는 가이우스겠군.”
검은 장막이 걷히며 그림자 대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손가락을 살짝 휘젓자 미리 생성되어 있던 그림자 검 6개가 가이우스를 향해 날아갔다.
“가이우스!”
“걱정 말게!”
가이우스는 방어 마법을 전개하여 그림자 검을 막아냈다.
그림자 대공이 가이우스를 공격하는 사이, 레드는 그림자 대공을 노리고 빠른 속도로 마법 화살을 연사했다.
유도 화살 2발에 폭발 화살 3발이었다.
폭발 화살 2발이 그림자 대공 주변에 박혀 폭발하여 흙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유도 화살 2발과 폭발 화살 1발이 그림자 대공을 노렸으나, 검은 마력을 머금은 어둠 무희는 유도 화살과 폭발 화살을 막아냈다.
폭발 화살이 마력검과 충돌한 순간 폭발을 일으켰지만, 마력 갑옷으로 무장한 그림자 대공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