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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46화 (146/150)

리턴 플레이어 146화

57장 윈터레일 산맥 전투(3)

보급선을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왕실 근위기사단의 기사단장 아이크 벤켈 자작이 합류함으로 인해 왕실 근위기사단의 임시 지휘관에서 물러난 루시드가 기병대를 이끌고 사전에 차단했다.

그렇게 3일의 시간이 더 흐르고, 사우스 왕국군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림자 대공의 군대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를 좁히는 것에 성공했다.

당장에라도 공격할 수 있지만 아이반 왕자는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

그는 넘치는 혈기에 휩싸여 당장 공격 명령을 내리는 대신 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테일러 또한 지휘관들과 함께 지휘관 회의가 진행되는 막사로 이동했다.

테일러가 자리에 앉고도 많은 수의 지휘관들이 몰려들었다.

최소 상급 장교나, 고위 기사였다.

하급 장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를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참관을 위해 유리 사우스 국왕이 자리에 앉자 상급 장교로 보이는 30대 후반의 여자가 회의가 시작되었음을 육성으로 알렸다.

회의의 주요 내용은 언제 어디서 그림자 대공의 군대를 공격할 것인가였다.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쓸 만한 의견은 없었다.

보다 못한 테일러가 발언권을 얻어내기 위해 손을 들었다.

“발언하셔도 좋습니다.”

상급 장교가 발언권을 부여하자 테일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윈터레일 산맥에서 적을 공격할 것을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바입니다!”

“윈터레일 산맥 말인가?”

남부 군단 소속 귀족 지휘관의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현재 이동 속도로 볼 때 내일 해가 질 때쯤이면 그림자 대공의 군대는 윈터레일 산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면 바로 공세를 취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당장 공격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남부 군단 소속의, 준남작 작위를 가지고 있는 고위 기사가 질문했다.

고위 기사의 말대로 당장 공격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책이었다.

그림자 대공이 아이반 왕자의 군대와의 전면전을 피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건 아이반 왕자의 군대가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길 자신은 있었으나, 피해가 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려고 전면전을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코 아이반 왕자의 군대와의 전면전에서 패배할 것으로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공격해도 좋지만, 그렇게 한다면 피해가 심각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패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윈터레일 산맥에서 전투를 벌이면 뭔가 달라진다는 것입니까? 테일러 경.”

고위 기사가 날카롭게 쏘아 붙였고, 테일러는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달라지는 것?

당연히 있었다.

“당연히 뭔가 달라집니다.”

테일러는 지휘관 회의에 엘프 대표로 참석한 친위대장 로이츠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위그드라실의 엘프 군대 1만이 사우스 왕국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윈터레일 산맥에서 싸워야 합니다.”

엘프들은 산맥과 같은 환경에서 아주 훌륭하게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런 엘프들이 1만이나 사우스 왕국군과 함께 하고 있었다.

사우스 왕국의 자랑 남부 레인저 여단까지 적지 않은 수가 현재 아이반 왕자의 군대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그림자 대공의 군대에선 그림자 기사단을 제외하면 산간 지형 전투에 익숙하지 않았다.

해상 군단 소속 해병대는 상륙 훈련과 평지전 훈련을 지독하게 받지만, 산간 지형 전투 훈련은 조금만 받았다.

고위 기사는 침묵했다.

“다른 의견이 없다면, 테일러 경의 의견대로 움직이겠네.”

아이반 왕자가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고 말했다.

다른 의견은 없었고, 회의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부대와 지휘관의 배치가 회의에서 신속하게 결정되었다.

테일러는 선봉대에 지원하였다.

그는 선봉을 맡은 기병대 1천의 지휘를 맡게 되었다.

적지 않은 수였기 때문에 테일러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윈터레일 산맥은 경사가 급하지 않고 나무도 많이 없었기 때문에 기병대가 움직이기 힘든 다른 산맥보다, 어느 정도 기병대가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산맥이기 때문에 움직임에 제한이 다소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회의가 끝나고, 모든 배치가 결정되었다.

다음 날 새벽 그림자 기사단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 윈터레일 산맥에 진입했다.

수도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 윈터레일 산맥이었다.

그들은 지름길의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

“적군이 윈터레일 산맥에 진입했습니다.”

왕국 정보부의 특수 요원이 보고했고 전진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늦은 밤.

그림자 대공의 군대는 평소처럼 윈터레일 산맥에서 휴식하기 위해 야영지를 건설했다.

만약을 위해 눈이 좋은 병사 수백 명을 외곽에 넓게 배치하여 주변을 경계하게 했다.

선봉의 기병대 지휘를 맡은 테일러는 아이반 왕자로부터 공격 명령을 하달받아 전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돌진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테일러의 목표는 적장, 그림자 대공이었다.

단숨에 적진을 가로질러 그림자 대공의 목을 날려 버릴 생각이었다.

그림자 대공만 죽으면 당장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테일러는 마른 침을 삼키며 전쟁의 나팔을 뽑았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마력 파장이 울려 퍼졌다.

마력 파장의 흐름을 눈치챈 것인지 야영지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앞으로 겨누었다.

“전군! 돌격!”

“와아아아아!”

테일러가 지휘하는 기병대는 거친 함성을 내뱉으며 빠른 속도로 야영지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들이 야영지와의 거리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적병들이 기병의 돌진을 저지하는 기병 장애물을 앞에 세우고 긴 창을 겨눴다.

“일리아! 정령 군주의 소환을 부탁합니다!”

일리아는 대답 대신 정령 군주를 소환했다.

바람의 정령 군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센 바람이 주변을 덮치고 정령 군주가 바람의 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날아가 기병 장애물들을 파괴했다.

“마법 공격으로 저지하라.”

그림자 기사단과 해상 군단 소속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 마법을 쏟아 부었다.

어둠이 내린 산맥.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나무 사이를 피해 테일러가 지휘하는 기병대를 덮쳤다.

“크아아악!”

“으아아아악!”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군의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전개했지만 모든 공격을 방어하진 못한 것이다.

마법의 충격파로 몇몇 기병이 낙마했다.

테일러에게도 작은 불덩이 여러 개가 날아왔지만, 전쟁의 나팔을 몇 번 휘두르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 * *

“반격하겠네!”

가이우스가 스태프를 흔들었다.

하늘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그곳에서 지옥의 화염이 쏟아져 나와 적들을 덮쳤다.

강력한 고위 마법이었다.

테일러의 기습 공격에 다급하게 모인 마법사 전력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방어 마법을 전개하였지만, 가이우스의 강력한 고위 마법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고위 마법은 방어 마법을 허무하게 깨뜨렸고 지옥의 불길이 적의 마법사들을 덮쳤다.

“크아아악!”

“뜨, 뜨거워!”

고통에 찬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야간 기습에 대응하기 위해 급하게 집결한 마법사 21명 중, 4명이 공격 마법을 주고받는 도중에 목숨을 잃고 15명이 가이우스가 캐스팅한 한 번의 고위 마법에 당해 목숨을 잃거나 전투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크으윽.”

재빨리 몸을 날린 덕분에 고위 마법의 불길을 피해낼 수 있었던 그림자 기사단 소속의 마법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날아온 화살이 그녀의 이마를 꿰뚫고 들어가 뇌에 박혔다.

이마에 화살이 박힌 마법사는 힘없이 쓰러졌다.

“이럴 수가, 이 거리에서 활을 쐈다고?”

마침 마법사의 옆에 있던 그림자 기사단원이 경악했다.

테일러가 지휘하는 기병대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아직 화살을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진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레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레드가 쏜 화살이었다.

거리가 멀어서 그림자 기사단원의 표정을 살필 순 없었지만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행동에서 그 감정을 대충 읽어낼 수 있었다.

레드는 다시 한번 화살을 쏘았고, 그의 화살은 보병들을 지휘하던 지휘관의 목을 꿰뚫었다.

백발백중이었다.

이윽고, 테일러가 지휘하는 기병대는 야영지를 덮쳤다.

뒤늦게 적의 고위 마법사들이 달려왔지만 이미 두 세력이 충돌하여 뒤섞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한 고위 마법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마법 폭격은 힘들었다.

같은 세력이 휘말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비교적 후방에 있는 테일러 휘하 기병대를 향해 비교적 좁은 범위를 타격하는 공격 마법을 이어서 퍼부었다.

후방에는 실비아도 있었다.

“빛이여!”

알폰스 그레이가 큰 소리로 외치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방패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자 허공에 거대한 빛의 방패가 생겨나 적의 고위 마법을 막아냈다.

야영지 외곽을 큰 혼란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중앙과 가까워질수록 튼튼해지는 방어 탓에 그림자 대공을 직접 타격하는 것을 불가능했다.

테일러가 지휘하는 기병대가 하늘을 찢는 함성과 함께 돌격하여 야영지 외곽을 휩쓸고 있을 때 엘프 레인저 부대가 야영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높은 나무 위에서 활을 쏜다.

갑자기 사방에서 쏟아지는 명중률 높은 화살비에 프랑츠 제국의 병사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테일러를 포함한 기병 지휘관들이 휩쓸고 다니는 외곽 지역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림자 기사단과 해상 군단의 지휘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중앙으로 집결하라는 의미가 담긴 뿔나팔을 힘껏 불어댈 뿐이었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 뿔나팔 소리를 새겨듣는 자들은 극히 드물었다.

진형은 무너졌고 흩어져 도망치는 병사들은 기병의 제물이 되었다.

“테일러! 고위 마법사들이 이곳을 노리고 있네! 마법 폭격의 징후가 보인다네!”

그림자 기사의 공격으로 인해 말을 잃고 보병이 된 테일러는 도망치는 해병의 등에 단검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가이우스가 말을 타고 달려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마법 폭격이요? 여긴 아직 모두가 뒤섞여 있는데…….”

가이우스의 말에 테일러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적진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지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엔 테일러가 지휘하는 사우스 왕국군 기병대 외에도 그림자 기사단과 해상 군단의 병력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었다.

이곳에 마법 폭격을 퍼붓게 된다면 같은 편마저 휩쓸리게 된다.

그래서 사우스 왕국의 마법사들은 마법 폭격을 퍼붓는 대신, 적의 후방을 타격하는 것으로 지원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나도 그림자 대공에 대해서는 잘 모르네만, 책에 적혀 있는 게 사실이라면 같은 편이 휘말려도 마법 폭격을 지시할 남자라네. 어서 대피해야 하네!”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가이우스는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그들의 머리 위에 수십 개의 마법진이 생성되고 그곳에서 얼음과 불, 바람의 폭포가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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