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36화
54장 추격(1)
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을 땐 그림자 기사 1명과 그림자 기사단원 5명의 목이 날아간 뒤였다.
“빠르다. 눈으로 좇을 수 없었어.”
홀로 남은 고위 기사가 테일러의 움직임에 경악했다.
테일러는 마지막 남은 그림자 기사단원의 심장에 전쟁의 나팔을 꽂았다.
그리고 그가 쓰러지자 바닥에 떨어진 검은 수정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남은 고위 기사도 버티다 검에 맞아 쓰러졌다.
테일러는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 극대화로 인해 강화된 두 다리로 빠른 속도로 달려 진형에 복귀했다.
“즉시 후퇴합니다!”
대량살상병기도 확보했으니, 더 이상 위험한 적진에서 놀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테일러는 신속하게 후퇴할 것을 모두에게 명령했다.
“큰 거 한 방 부탁한다! 가이우스!”
피투성이가 된 레드가 힘겹게 말했다.
가이우스는 고위 마법사들과 함께 강력한 고위 마법을 연사했다.
연이은 마법 폭발과 함께 길이 열렸고, 그 길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특수 부대는 후퇴했다.
야영지 밖으로 물러난 특수 부대는 라크 듀렌달 자작의 결사대를 기다렸지만 오래 기다리진 못했다.
야영지에서 추격대가 편성되어 따라붙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테일러는 몰랐지만, 추격대가 출발했을 때 이미 라크 듀렌달 자작의 결사대는 전멸한 뒤였다.
추격대는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근처의 숲에서 간신히 따돌리는 것에 성공했다.
“안 보인다.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어.”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간 레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추격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자, 레드는 기분이 좋은 듯 긍정적인 얼굴로 좋은 소식을 모두에게 전파했다.
“내려와도 좋습니다. 레드.”
“말 안 해도 내려가려고 했어.”
군사 지도를 살피며 테일러는 말했다.
레드는 짧은 불평과 함께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확실히 주변에 적은 없습니까?”
레드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군사 지도를 집어넣고 검은 수정을 꺼냈다.
“그것은 왜 꺼내는 겁니까?”
입을 닫고 있던 알폰스가 질문했다.
테일러의 두 눈이 빛났다.
“어차피 실비아가 신성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대량살상병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혹시 아군이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야영지에서의 전투에서 수많은 아군의 부상을 회복시킨 실비아 그레이.
그녀는 많은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무한하지는 않았다.
전투에서 많은 양의 신성력을 소모한 그녀는 신성력 회복을 위해 쉴 필요가 있었다.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이 없다면 전투가 발생하게 되었을 때, 아군의 피해를 줄이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테일러는 주변에 적이 없다면 잠시 쉬면서 실비아의 신성력을 회복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덤으로 검은 수정에 봉인된 대량살상병기를 확인하고, 사용이 가능한지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이우스. 봉인된 대량살상병기를 꺼낼 수 있겠습니까?”
“어디 한번 줘보게나, 살펴보겠네.”
가이우스도 검은 수정을 살펴보지 않고선 뭐라 확답을 할 수 없었다.
테일러는 검은 수정을 가이우스에게 건넸다.
검은 수정을 받아든 가이우스는 고위 마법사 2명과 함께 마법을 사용해 검은 수정을 분석했다.
분석이 끝나고 가이우스는 입을 열었다.
“봉인이라고 할 것도 없다네. 그냥 일정량의 마력을 주입하면 밖으로 소환되도록 설정되어 있네.”
“그렇다면 소환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
테일러의 질문에 가이우스는 확답했다.
“그렇다면 소환을 부탁드립니다. 직접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사용할 수 있다면, 황금 군단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테일러가 말했다.
대량살상병기의 소환이 가능하고 또 그것의 사용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이용해 황금 군단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라고 테일러는 생각했다.
“소환을 하면 마력 파장 때문에 들킬지도 모른다네.”
가이우스가 우려를 표했다.
추격대에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다면 마력 파장을 눈치챌 것이다.
특수 부대에 고위 마법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을 적도 확인했으니, 추격대에도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을 확률은 높았지만, 테일러는 걱정할 것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레드의 보고에 의하면 주변에 추격대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소환에 의해 발생하는 마력 파장은 희미해서 추적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이네.”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의 말이 맞았다.
가이우스는 주변의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고 검은 수정에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럼, 소환을 하겠네.”
테일러가 고개를 끄덕이고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대량살상병기가 소환되었다.
검은 수정에서 흘러나온 빛 무리가 뭉쳐 길쭉한 모양이 되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지대지 미사일?”
한국 육군에 복무했던 테일러는 익숙한 대량살상병기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그 정체를 토해냈다.
그것은 군 복무 시절 가끔 보았던 지대지 미사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치대나, 운반 차량은 없는 지대지 미사일 본체만 있는 상태였다.
“가이우스.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할 수 있겠습니까?”
테일러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가이우스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로 대량살상병기를 훑더니 입을 열었다.
“고위 마법사가 몇 명인데, 이거 하나 분석 못 할 것 같은가? 조금만 기다리게나.”
분석은 금방 끝났다.
지대지 미사일 모습을 한 대량살상병기는 마력 추진식 마법 폭탄으로 결론지어졌다.
특별한 준비 없이 마법으로 공중에 띄운 뒤, 마력을 주입하면 추진력을 얻어 적을 타격하는 병기라고, 대량살상병기 본체에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심지어 파괴력까지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을 사용해서 황금 군단을 공격합시다.”
테일러가 결정을 내렸고, 준비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숲을 벗어나 황금 군단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이동한 특수 부대.
가이우스가 대량살상병기를 재소환하고 마력을 주입하여 황금 군단 야영지를 향해 날려 보냈다.
바람을 찢는 요란한 소음과 함께 날아간 대량살상병기는 위험을 감지한 황금 군단 고위 마법사가 전개한 방어 마법과 충돌했다.
충돌한 순간, 대량살상병기는 엄청난 소음과 함께 폭발했고 검붉은 불길이 야영지 대부분을 덮쳤다.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후폭풍이 평원을 뒤덮었다.
모든 것이 끝난 뒤, 황금 군단 야영지는 대부분 시꺼먼 흔적만이 남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전투로 인정되지 않는 것인지 경험치를 획득하진 못했다.
* * *
대량살상병기의 공격에서 산 크루소 백작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대량살상병기가 터진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마침 근처에 고위 마법사가 2명이나 있어서 그들이 전개한 방어 마법으로 인해 간신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테일러가 대량살상병기로 황금 군단 야영지를 타격하는 것으로 인해, 산 크루소 백작이 지휘하는 황금 군단은 치명적인 피해를 봤다.
3만을 훨씬 넘었던 숫자가 상당히 줄어 이제는 5천도 안 되는 수에 불과했다.
산 크루소 백작은 고민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 다면, 중심도시 성문을 열고 돌진해 올 적의 군대에 의해 전멸하게 될 것이다.
산 크루소 백작이 지휘하는 황금 군단이 전멸하면, 지방 군단 또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아이반 왕자가 지휘하는 군대는 남쪽으로 이동하여 그림자 대공의 앞을 막아설 것이다.
“그런 일이 생겨선 절대 안 된다. 놈들이 주군의 앞을 막아선 안 돼.”
산 크루소 백작은 이를 악물었다.
그림자 대공이 수도를 점령하고 유리 사우스 국왕을 죽일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5천도 안 되는 수의 병력으로 10만이 넘는 병력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황금 군단이 프랑츠 제국의 최정예라고는 하지만 무리였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산 크루소 백작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우선 황금 군단을 퇴각시킨 다음에, 병력을 나누어 북부 전역에 보냈다.
각개격파 당할 확률이 매우 높았지만, 흩어진 황금 군단의 병력이 북부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흩어진 병력을 모두 정리할 때까지 아이반 왕자가 지휘하는 병력은 쉽게 남하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전군이 남하하진 않을 것이다.
전군이 남하하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히 이득 보는 장사였다.
산 크루소 백작은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산 크루소 백작의 황금 군단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지휘관 회의.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는 아이반 왕자를 보며 루시드 필리스터가 황금 군단의 움직임을 보고했다.
“추적은 불가능한 것인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상당히 곤란해졌습니다. 황금 군단에도 에이스 레인저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흔적을 지우면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속도가 상당히 빨라 추적이 힘듭니다.”
황금 군단은 프랑츠 제국의 최정예 군단.
당연히 에이스 레인저도 다수 소속해 있었다.
에이스 레인저와 함께 훈련을 한 그들은, 에이스 레인저의 특별한 도움 없이도 흔적을 어느 정도 지우며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흩어진 적 분견대의 규모는?”
아이반 왕자의 질문에 루시드의 시선이 보고서로 내려갔다.
보고서를 확인한 루시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병 분견대 하나에 100기. 보병 분견대 하나에 200명 정도입니다. 기병 분견대 30개와 보병 분견대 10개가 북부 전역으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약 5천의 병력.
흩어졌지만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북부를 수비하는 북부 군단과 영지군의 병력은 대부분 실버레인 후작령에 집중되어 있었다.
타 영지의 남은 영지군들은 중심도시나 겨우 지킬 수 있을 정도 수준의 숫자를 남겨 두고 있었기 때문에 마을이 공격당하면 대응하기 힘들 것이다.
규모가 조금 큰 마을은 자경대를 보유하고 있겠지만, 황금 군단의 최정예 병력과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마을 자경대가 싸움이 될까?
그 답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왕자 전하, 아군도 분견대를 조직하여 적을 추적, 섬멸해야 합니다.”
테일러가 의견을 내놓았다.
“좋은 생각이군.”
아이반 왕자도 테일러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했고, 곁에 서 있던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입을 열었다.
“왕자 전하, 왕실 근위기사단의 지휘는 누가 맡습니까?”
아이반 왕자의 호위와 적의 섬멸을 위해 왕실 근위기사단 또한 함께하고 있었다.
지휘는 부단장이었던 라크 듀렌달 자작이 맡았었지만, 지금 그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렸다.
분견대 조직과 파견도 중요했지만, 왕실 근위기사단의 임시 지휘를 맡을 인물을 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필리스터 경이 지휘한다. 고위 기사는 아니지만, 그는 지휘할 자격이 충분하다.”
아이반 왕자는 망설임 없이 루시드를 지목했다.
루시드는 국왕 기사단 기사단장의 아들로, 왕국을 향한 충성심이 높고 고등 전술 교육 역시 받은 인재였다.
임시 지휘니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필리스터 경이 지휘하고 있던 영지군과 왕국군 직속 기병대는 누가 지휘합니까?”
상급 장교 한 명이 질문했다.
루시드는 필리스터 영지군 외에도 왕국군 직속 기병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영지군은 필리스터 경이 계속 맡는다. 그리고 왕국군 직속 기병대 300은 테일러 경이 지휘한다.”
아이반 왕자가 선언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