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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32화 (132/150)

리턴 플레이어 132화

52장 대량살상병기(2)

안도하는 일리아를 보며 테일러는 미소를 지었다.

일리아를 다독인 그는 실비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실비아. 오늘도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녀 실비아 그레이의 신성 기도문이 없었다면, 테일러 부대는 더욱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테일러도 지금처럼 멀쩡하게 서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결사의 의지 스킬이 있기 때문에 전사하는 것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큰 상처를 입고 귀환했을 확률이 높았다.

테일러가 고마움을 표현하자 실비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붉게 물든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딱히 당신을 위한 게 아니니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런 실비아의 반응에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테일러 경!”

잠시, 파티원들과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테일러의 이름을 누군가 부르며 다가왔다.

테일러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피가 잔뜩 묻어 있는 갑옷을 입은 전령이 피곤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지휘부의 호출입니다. 즉시 지휘부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알겠다.”

내성에 위치한 지휘부를 말하는 것이었다.

필요한 내용을 전달한 전령은 지체 없이 물러나 다른 지휘관에게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테일러는 파티원들과 부대원들에게 휴식을 취할 것을 지시하고는 내성으로 향했다.

내성으로 향하는 길, 그는 임시로 수성 지휘를 맡은 루시드 필리스터와 우연히 만나 합류하게 되었다.

“테일러! 살아 있었군!”

루시드는 반가운 얼굴로 테일러를 반겼다.

테일러는 루시드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입을 열었다.

“루시드도 살아 있었군요.”

“나야 뭐,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로펜 남작의 예비대와 함께 대기하고 있었으니 말이네. 내 레이피어로 적을 찌를 기회조차 없었지.”

본래 루시드 필리스터는 필리스터 자작을 대신하여 필리스터 영지군을 이끌고 참전한 지휘관이었기 때문에 전진 지휘부에서 지휘를 했어야 했지만, 그가 자주 테일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탓에 나일 쉬바스 백작의 눈밖에 나버렸고, 그로 인해 전진 지휘부에서 쫓겨나 예비대와 함께 전투에 투입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일 쉬바스 백작이 그를 미워한 것으로 인해, 루시드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어쨌든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

테일러의 말에 루시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지휘관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니, 금세 내성의 성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휘관들께서 오셨다! 문을 열어!”

닫힌 성문 앞에서 기사 2명과 함께 성문을 지키고 있던 고위 기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윽고 닫혀 있던 성문이 천천히 열렸다.

아직 외성이 돌파당하지도 않았는데, 귀찮게 왜 성문을 닫고 있냐고 한다면 보안 때문이었다.

내성에는 고위 지휘관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암살자를 주의해야만 했다.

그래서 성문을 걸어 잠그고 문지기를 배치한 것이다.

내성 안으로 들어가 지휘부가 위치한 곳으로 향할수록 점점 경비가 삼엄해지는 것을 테일러는 느낄 수 있었다.

지휘부와 가까워질수록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고위 기사 브로치를 착용한 고위 기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윽고, 지휘부로 사용하는 5층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의 입구엔 고위 기사가 기사 2명과 함께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고위 기사는 지휘부를 찾아온 무리의 맨 앞에 위치한 루시드의 얼굴을 확인한 뒤, 옆으로 비켜섰다.

고위 기사가 옆으로 비켜서자 기사 2명이 문을 열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고 지휘관들은 회의가 열리는 5층으로 향했다.

5층에는 가장 넓은 방이 있었고 그 방을 회의실로 쓰고 있었다.

“아무도 없군요.”

테일러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회의실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조금 일찍 와서 그런 것 같네. 모두 자리에 앉지.”

“알겠습니다.”

“예.”

루시드의 말에 지휘관들이 하나둘씩 대답과 함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테일러 또한 루시드의 옆 자리에 앉았다.

모두 자리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잠시 후, 아이반 왕자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고위 지휘관들과 함께 도착했다.

그들이 자리를 찾아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적의 대마법에 전진 지휘부에 있던 지휘관 대부분이 목숨을 잃으면서 생긴 공백이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필리스터 경.”

자리에 앉은 아이반 왕자가 루시드를 향해 시선을 옮기며, 그의 이름을 호명했다.

호명된 루시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아이반 왕자 전하.”

“오늘 수성 지휘는 훌륭했네. 당분간 외성의 수성 지휘를 맡아주었으면 좋겠군.”

아이반 왕자는 루시드의 수성 지휘를 칭찬하며, 그에게 당분간 외성의 수성 지휘를 맡겼다.

루시드 필리스터.

그는 중앙 사관학교나 왕립 사관학교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왕국의 유력 가문인 필리스터 자작 가문의 후계자로서 필요한 많은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다.

특히 테일러에 의해 목숨을 구해지고 난 뒤에는 정신을 차리고 기사 작위를 권력이 아닌 실력으로 얻어내고 전술 교육도 성실하게 받아왔다.

덕분에 그는 왕립 사관학교 출신 상급 장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통솔력을 가지게 되었다.

“목숨을 걸고 외성을 지켜내겠습니다.”

“믿겠네.”

힘차게 대답하는 루시드를 아이반 왕자는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피곤한 얼굴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아이반 왕자가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그의 옆에 서 있는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대마법에 의해 전사한 나일 쉬바스 백작을 포함한 전진 지휘부의 지휘관들의 피해 및 병사들의 피해 같은, 전투로 인해 발생한 종합적인 아군의 손실을 회의실에 모인 모두에게 전파했다.

지휘부의 피해는 심각했지만, 아군의 전체적인 손실 역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전파된 정보를 들으며 지휘관들은 각자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왕국 정보부에서 새로운 첩보를 입수하였다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발표에 지휘관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상급 장교 펜드로건이 굳은 얼굴로 질문했다.

든든한 배경인 나일 쉬바스 백작이 전사한 탓에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보고서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프랑츠 제국에서 지방 군단 1만이 그랑키아 숲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이라네.”

“1만이면 생각보다 많은 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테일러의 말대로 지방 군단 1만이면 그렇게 많은 수도 아니었다.

지방 군단은 해상 군단과 황금 군단, 그리고 그림자 기사단보다 훈련도도 떨어지고 그 수도 많았다.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자 대공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제국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왕국 정보부는 추정하고 있다네.”

그림자 대공의 부재로 인한 프랑츠 제국의 내부 분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프랑츠 제국에선 죽은 조던 베르헨 경의 애인이었던 세라 슈레이안 후작과 듀엘 프랑츠 황제가 그림자 대공의 부재를 틈타 세력을 넓히는 공작을 펼치고 있었다.

권력을 잡았지만, 제국 내부를 안정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를 비운 것은 명백한 그림자 대공의 판단 착오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방 군단이 아니라네.”

“지방 군단이 아니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말에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질문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보고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림자 대공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대량살상무기가, 지방 군단에 의해 운반되고 있다는 첩보네.”

대량살상병기.

그 무거운 단어의 등장에 회의실엔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래서 대량살상병기의 파괴 혹은 탈취를 위한 특수 부대의 지원자를 받고 있네. 각 지휘관은 추천 인원을 기록한 명단을 오늘 저녁까지 제출하도록 하게나.”

아이반 왕자가 말했다.

대량살상병기의 파괴 혹은 탈취를 위한 특수 부대.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파괴 혹은 탈취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황금 군단과 그림자 기사단보다는 약체라고는 하나, 1만의 병력이 운반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파괴나 탈취 행동을 전개하지 못할 것이다.

회의는 금방 종료되었고, 내성을 벗어난 테일러는 파티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모두 침묵했고, 테일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남고 싶으시면 남아도 좋습니다. 물론 저는 참여할 것입니다.”

“주군께서 간다면, 저도 가겠습니다.”

“친우가 위험한 길로 뛰어든다면야, 나 또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겠군!”

테일러의 선언에 알버트와 가이우스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저 또한 함께하겠어요!”

테일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하이 엘프 일리아 역시 참여 의사를 밝혔다.

테일러가 참여를 선언한 시점에서, 이 세 사람의 참여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드는 복잡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고, 실비아는 일리아가 작전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이를 악물고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갈 거예요!”

실비아가 소리쳤다.

알폰스도 말없기 고개를 끄덕이며 방패를 땅에 찍었다.

실비아가 가는 곳엔, 알폰스도 간다.

변하지 않은 법칙과도 같았다.

“이런 제기랄! 이러면 나도 가야 하잖아! 나도 간다!”

레드가 욕설을 내뱉으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전원이 참여 의사를 밝히자 테일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 * *

“대량살상병기가 그랑키아 숲을 통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죽은 조던 베르헨 경을 대신하여, 황금 군단의 군단장 자리에 앉은 산 크루소 백작이 어딘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얼굴로 앉아 있는 그림자 대공에게 보고했다.

“도착은 언제쯤 할 것 같다고 하나?”

“빠르면 일주일 안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합니다.”

“최대한 속도를 높이라고 해. 당장에라도 중심도시를 끝장내고 싶군.”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산 크루소 백작은 부관을 시켜 대량살상병기를 운반 중인 지방 군단에게 속도를 높일 것을 지시했다.

부관이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막사 밖으로 나가고 난 뒤, 그림자 대공은 산 크루소 백작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또 전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림자 대공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는 지금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것은 산 크루소 백작 때문이었다.

중심도시 공성전이 벌어지기 며칠 전만 해도 산 크루소 백작은 자신만만하게 그림자 대공에게 하루면 중심도시의 성벽을 넘을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림자 대공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림자 대공을 대하는 산 크루소 백작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실은, 생각보다 수도의 방어가 튼튼한 것 같습니다. 해상 군단이 고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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