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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31화 (131/150)

리턴 플레이어 131화

52장 대량살상병기(1)

마법의 힘을 빌린 것인지, 목소리는 전장에 넓게 울려 퍼졌다.

그의 옆에는 마법사로 보이는 로브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루시드의 선언에 전령들이 집결했다.

내성의 지휘부 또한 루시드 필리스터를 임시 수성 지휘관으로 인정하는 통신을 각 부대로 전달함으로써 루시드가 지휘를 하는 데 있어서 장애가 없도록 조치했다.

“전령입니다!”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가벼운 무장을 갖춘 전령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테일러에게 다가왔다.

“테일러 경이십니까?”

“그렇다. 내가 테일러다.”

신분을 확인하는 물음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전령은 가볍게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수성 지휘관 필리스터 경의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성 지휘관께선 테일러 부대는 신속히 3번 탑으로 이동하여, 존슨 부대를 지원, 공성탑을 파괴하라고 하셨습니다!”

테일러는 3번 탑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적이 주변 성벽로를 점령하고 3번 탑을 공격하고 있었다.

3번 탑의 수비를 맡은 존슨 부대가 탑을 힘겹게 지켜가는 중이었다.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지만, 테일러 부대만으로는 존슨 부대를 지원하고 공성탑을 파괴하기 힘들 것 같았다.

“함께 행동하는 부대는 없나?”

“다른 부대에도 명령이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알겠다. 전원! 즉시 이동한다!”

다른 부대도 함께한다면 두려울 건 없었다.

전령이 물러가고 테일러는 성벽을 사수할 소수의 병력과 하급 장교 1명을 남긴 채 3번 탑으로 향했다.

“증원? 하지만 이미 늦었다!”

3번 탑에 도착하기 무섭게 그림자 기사 한 명과 그림자 기사단원 다수가 테일러와 부대원들을 반겼다.

“너도 늦었어! 이 자식아!”

레드가 거칠게 내뱉으며 시위를 놓았다.

날아간 화살은 그림자 기사의 목을 노렸으나, 그는 옆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는 것으로 레드의 화살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가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아주 조금 자세가 무너졌고 그 틈을 알버트가 노리고 달려들었다.

알버트는 다리를 크게 앞으로 내디디며 마력검이 깃든 검을 힘차게 내찔렀고, 그림자 기사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마력검은 갑옷을 뚫고 심장을 파괴했다.

“고위 기사는 합격으로 무너뜨려라!”

지휘관으로 보이는 그림자 기사가 일격에 제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기사단원들은 전의를 상실하지 않았다.

죽은 그림자 기사의 부관으로 보이는 기사단원이 침착하게 주변에 명령을 전달했고, 그림자 기사단원 3명이 한 번에 덤벼들었다.

알버트는 훌륭하게 막아냈지만 좁은 공간에서 3명이나 되는 그림자 기사단원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 조금은 버거워 보였다.

“여기도 고위 기사가 있다!”

테일러를 발견한 그림자 기사단원이 소리치며 동료 1명과 함께 테일러를 공격하려는 순간이었다.

후방에서 가이우스의 고위 마법이 시전되었다.

연쇄 전격이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덮쳤고 6명의 그림자 기사단원이 전기에 감전되어 몸을 떨며 쓰러졌다.

그 틈에 테일러는 알버트를 지원했다.

그림자 기사단원의 등을 습격해 뒤에서 심장을 찔렀다.

“컥!”

붉은 피를 토해내며 그림자 기사단원이 쓰러졌다.

공격이 약해진 틈을 타 알버트의 검이 춤을 췄다.

그림자 기사단원 2명이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하드슨!”

“예!”

중앙에서 병사들의 지휘를 하고 있던 하드슨이 달려와 대답했다.

“20명의 지휘를 맡기겠다. 그리고 레드가 지원할 것이니, 존슨 준남작을 도와서 반드시 3번 탑을 사수해라.”

“경께선?”

테일러는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토해내고 있는 공성탑을 가리켰다.

“나는 공성탑을 파괴한다.”

* * *

[아군의 40%가 전사했습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전투가 장기화되면서 테일러 부대의 병력 손실 또한 점점 늘어만 갔다.

그에 따라 테일러의 스킬, 결사의 의지 스킬 또한 그 효과를 빛냈다.

“막아라! 저 미친놈을 막아!”

그림자 기사가 엄청난 속도로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베며 접근하는 테일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린 면갑 안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군의 40%가 전사하면서 얻은 압도적은 무력.

피에 물든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 극대화로 인해 테일러는 그야말로 전신이 되어 있었다.

“크으윽! 젠장할!”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테일러를 보며 그림자 기사는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테일러의 전쟁의 나팔이 그림자 기사의 검과 충돌한 순간, 그림자 기사의 마력검이 허무하게 박살 나버렸다.

“이건 또 무슨…….”

그림자 기사는 당연히 당황했다.

그리고 그 사이, 테일러의 전쟁의 나팔은 빠른 속도로 그림자 기사의 검을 베고 목을 깊이 베었다.

“살고 싶으면,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테일러는 살기를 흘리며 말했으나 그림자 기사단원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은 퇴각, 후퇴, 도망이라는 단어를 배우지 않았다.

그들이 배운 것은 오로지 전진뿐.

그들은 물러설 줄 몰랐다.

“어쩔 수 없군.”

테일러는 살기를 흘리며 전쟁의 나팔을 휘둘렀다.

적들에게 자비는 필요 없었다.

“으아아악!”

“크아아악!”

전쟁의 나팔에 맞은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피와 내장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테일러는 발에 밟히는 시체를 거칠게 옆으로 걷어차 성벽 밖으로 떨어뜨리며 전진했다.

테일러의 뒤를 따라, 부대원들이 날카로운 창을 겨눈 채 전진했다.

전투 시작과 함께 가이우스의 마법에게 공성탑 하나가 파괴되었고, 이제 하나만을 남겨둔 상황.

그림자 기사단 소속 고위 마법사로 보이는 여자가 방어 마법을 전개하여 가이우스의 공격 마법을 방어하고 있었다.

“알버트.”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알버트는 테일러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알버트가 길을 열었고 테일러가 침투했다.

고위 마법사를 호위하고 있는 그림자 기사가 있었지만, 테일러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몇 번 검을 주고 받더니, 파마의 검 스킬에 놀라며 검과 함께 몸이 절단되었다.

“꺄아악!”

고위 마법사 역시 비슷한 최후를 맞이했다.

“고위 마법사를 제거했습니다!”

테일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이우스가 공격 마법을 캐스팅하여 공성탑을 파괴하였다.

공성탑이 힘없이 무너졌다.

공성탑 안에서 계단을 오르고 있던 적들은 덤으로 목숨을 잃었다.

테일러 부대의 병사들이 성벽로에 남아 있던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정리했다.

“후우!”

테일러는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내며, 성벽 너머 적진을 바라보았다.

아군은 잘 버티고 있었지만, 아직 적은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일리아는 어딨습니까?”

주변을 살펴보던 테일러는 일리아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 군주가 보이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알버트에게 일리아의 행방을 물었다.

“정령 군주가 연이어 역소환되는 바람에, 꽤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성벽 아래 실비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알버트가 대답했다.

테일러는 안도했다.

그녀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 군주가 보이지 않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 일도 없다고 했으니, 다행이었다.

뿌우우우-.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군 진영이 아니라, 적진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하아! 살았다!”

테일러 근처에 있던 젊은 기사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성벽로는 피로 흥건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젊은 기사는 이 뿔나팔 소리가 퇴각을 알리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물론 테일러 또한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윽고, 예상대로 전진하던 공성탑과 공성추가 뒤로 물러나고, 적들도 함께 물러나기 시작했다.

“공격을 멈추지 마라! 도주하는 적의 등에 화살을 꽂아라!”

루시드는 공격을 멈추지 말 것을 명령했다.

원거리 공격은 루시드의 의도대로 중단되지 않았고, 도주하는 적에게 화살과 마법을 퍼부었다.

적들이 사정권에 벗어난 뒤에서야 공격은 멈췄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알림음이 울리는 것으로 보아, 전투가 확실하게 끝난 것 같았다.

한 번의 전투가 끝났다.

그림자 대공의 군대를 구성하고 있는 황금 군단과 그림자 기사단이 프랑츠 제국의 정예인 만큼, 아군의 수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적지 않았다.

성벽로는 시체로 가득했고, 피가 흥건했다.

성벽로 주변에도 전투 중 추락한 자들의 시체가 끔찍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지휘부는 뒤처리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테일러 부대의 피해 또한 적지 않았다.

성녀 실비아 그레이의 신성 기도문이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병력의 40%가 전사했고, 부상자도 적지 않았다.

상대가 그림자 기사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림자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은 적을 확실하게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터득한 살인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급소를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급소를 공격당하면 즉사하거나 즉사에 버금가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죽은 자를 살려낼 순 없었다.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은 신성 기도문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성스러운 부활’ 뿐이었다.

그것조차,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본인의 생명을 바치는 무서운 신성 기도문이었다.

“피해 집계가 끝났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성벽 너머로 보이는 적들을 노려보고 있던 테일러에게 하급 장교 하드슨이 다가와 피해를 집계한 것을 기록한 보고서를 건넸다.

보고서를 받아든 테일러는 빠른 속도로 눈동자를 움직여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 극대화 알림음 때문에 대충 40% 이상이 죽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비교적 덜 했다.

“지휘부의 필리스터 경에게 전달하도록.”

“알겠습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하급 장교 하드슨이 물러나자, 중년의 고위 기사가 테일러에게 다가왔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인지 갑옷이 깨끗했다.

그와 함께 올라온 기사와 병사들 역시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전투에 투입되지 않은 예비대로 추정되었다.

아마도 전투에 투입된 부대와 성벽 수비를 교대하기 위해 올라온 것 같았다.

전투에 투입된 부대들은 피로가 누적되었으니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예비대 소속 고위 기사 벨로폰 아카드입니다. 경의 부대와 교대를 명받았습니다.”

예상대로 교대를 위한 예비대 지휘관이었다.

“감사합니다.”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한 뒤 교대를 위한 절차를 밟았다.

절차가 끝나고, 생존한 테일러 부대의 병사들은 성벽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다.

성벽 아래로 내려가기 무섭게, 실비아 근처에서 쉬고 있던 일리아가 달려왔다.

“테일러! 괜찮아요?”

그녀는 적의 피로 목욕을 한 테일러의 모습에 깜짝 놀라 그의 몸에 상처가 없는지 살폈다.

전투 중 작은 상처는 몇 번 입었지만,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 덕분에 모두 회복되어 있었다.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일리아는 그제야 안도했다.

“다행이에요.”

“저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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