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30화
51장 제국의 창(3)
고위 마법 2발과 통상 마법 십여 발에 적중 당한 바람의 정령 군주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역소환되었고, 일리아는 충격에 비틀거렸다.
“일리아!”
비틀거리는 일리아를 테일러가 부축했다.
테일러가 있는 곳으로도 마법 공격이 쏟아졌지만, 가이우스가 방어 마법을 전개해서 마법 공격들을 막아냈다.
중심도시의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전개하며 공격을 막아내고 2차 마법 공격을 준비하는 사이, 투석기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그림자 대공의 군대에 소속된 투석기 부대 역시 전진하여 공격을 개시했다.
투석기 부대들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에 그림자 대공의 군대는 중심 도시에 더욱 근접했다.
어느새 그들은 중심 도시의 성벽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 궁병대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마법 화살 장전! 공성탑을 노린다!”
일반 화살을 시위에 건 궁병들은 적 보병대를 노렸고 마법 화살을 장전한 궁병들은 위협적인 공성탑을 제거하기 위해 시위를 당겼다.
폭발과 발화 등의 효과를 지닌 마법 화살들이 공성탑에 박혔다.
폭발이 일어나고 불꽃이 튀었다.
다수의 공성탑이 무너졌으나, 여전히 공성탑은 많이 남아 있었다.
“대마법이네! 대마법이 캐스팅되었네! 모두 엎드리게나!”
테일러 또한 궁병대에 사격 명령을 내렸고, 레드가 지휘하여 공성탑 하나를 파괴한 순간이었다.
가이우스가 미친개처럼 날뛰며 강력한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그러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이우스의 경고를 들은 자들은 모두 몸을 숙였다.
뭔가 엄청난 속도로 가이우스의 방어 마법을 자르고 지나쳤다.
가이우스의 방어 마법을 자르고 지나친 그것은 탑에 명중했다.
탑이 깨끗하게 잘렸다.
“으아아악!”
“살려줘!”
탑이 절단되었다.
상부가 천천히, 하지만 점점 빠른 속도로 무너졌고 탑에 있던 병사들은 절망의 비명을 내뱉었다.
“방금 그것은 무엇입니까?”
알버트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가이우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치며 입을 열었다.
“대마법이라네. 성벽을 자르려 한 것 같지만 빗나간 모양이네. 아무래도 대마법사가 숙련된 자는 아닌 것 같네.”
가이우스는 방금 전 시전된 대마법의 명중률을 보고, 대마법사가 해당 경지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숙련되지 않은 대마법사일 것으로 추측했다.
대마법의 위력은 탑 하나를 깔끔하게 절단할 만큼 강력했지만, 그 명중률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아 대마법의 거대한 마력을 조정할 정도로 마력 컨트롤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건 아니군요.”
알버트가 손가락 끝으로 성벽 너머를 가리켰다.
거대한 몸집의 공성탑이 어느새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쏴!”
레드가 지휘하는 궁병대가 뒤늦게 마법 화살을 쏘았지만 공성탑은 크게 흔들릴 뿐, 박살 나지 않았다.
방어 마법진이 유난히 강력한 공성탑이었다.
마법 화살이 큰 피해를 주지 못하자 레드는 욕설을 내뱉으며 요대에 걸려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백병전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다른 궁병들도 검을 뽑아들었고 공성탑의 문이 아래로 내려가 성문에 걸쳐져 하나의 도개교가 되었다.
문이 열리자 공성탑 안에서 검은 그림자가 성벽로로 쏟아져 나왔다.
그림자 기사단이었다.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뽑았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적의 전력을 살폈다.
기척 감지 관련 스킬은 발동되지 않았지만, 수를 파악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20명. 그림자 기사가 3명인가.”
그림자 기사단원의 수는 20명이었고, 그중에서도 유난히 강한 것으로 유명한 검은 전신 판금 갑옷을 입은 그림자 기사의 수가 3명이었다.
공성탑을 파괴하지 않으면 지상에서 보병대가 공성탑의 계단을 타고 올라와 성벽로를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적 전력을 무력화시키고 공성탑을 파괴할 필요가 있었다.
“알버트! 그림자 기사 하나를 맡아주시겠습니까? 나머지는 제가 맡겠습니다!”
테일러가 알버트에게 소리쳤다.
“맡겨만 주십시오!”
알버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일러는 마력을 운용했고 푸른 마력검이 전쟁의 나팔에 깃들었다.
“테일러 이것을 들고 가게! 마법 폭탄이네!”
가이우스가 전투 준비를 서두르는 테일러에게 뭔가를 던졌다.
테일러는 손을 들어 받았다.
마력의 빛을 띠는 작은 보석이었다.
보석 모습의 그것은 마법 폭탄으로 강력한 폭파 마법이 내장된 마병기였다.
공성탑을 파괴하기에 좋겠다고 테일러는 생각하며 주머니에 넣었다.
“크아악!”
“으아악!”
그림자 기사단이 성벽로에 난입하면서 피 튀기는 진짜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림자 기사단의 실력은 우수했고, 테일러가 지휘하는 병력은 압도적인 수에도 불구하고 성벽로라는 좁은 공간 때문에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다.
성벽로라는 좁은 공간은 그림자 기사단에게 큰 이점이 되었다.
“하앗!”
기합과 함께 전쟁의 나팔을 휘두르자 테일러의 앞을 가로막은 그림자 기사단원이 검과 함께 몸이 절단되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마력검을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의 그림자 기사단원이었다.
마력검에 대응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테일러에게 허무하게 목숨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기사단에 소속된 기사단원 대부분은 그림자의 가호를 받아 마력검이라고 할 수 있는 특수한 그림자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일부는 그 권능을 허락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림자 기사단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검은 마력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서 이동해!”
공성탑쪽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공성탑 계단을 통해 꼭대기에 올라온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도개교를 통해 성벽로로 진입하려 하고 있었다.
더 시간을 끄는 것은 위험했다.
[아군의 20%가 전사했습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마침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테일러의 두 눈이 빛났다.
결사의 의지 스킬 효과가 극대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의 아군이 전사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테일러는 비장한 각오로 그림자 기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중간에 그림자 기사단원 두 명이 그의 앞을 막았지만, 바람에 쓸리는 낙엽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테일러가 그림자 기사의 앞을 막아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5초 남짓이었다.
알버트도 그림자 기사와 검격을 주고받고 있었고, 남은 그림자 기사 2명은 자신들의 앞을 막아선 테일러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고위 기사인가! 상대할 가치는 있겠군!”
그림자 기사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마력검이 깃든 검을 휘둘렀다.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들어 올려 막아냈다.
[파마의 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마력이 완전 해산됩니다.]
파마의 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그림자 기사의 마력검이 완전히 해산했다.
“도대체 무슨!”
그림자 기사는 크게 당황하여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테일러는 빠른 걸음으로 그의 걸음을 따라잡아 전쟁의 나팔을 2번 휘둘렀다.
1번의 검격이 마력검을 잃은 그림자 기사의 검을 절단했고, 2번째 검격이 그림자 기사의 목을 잘랐다.
동료 그림자 기사가 단검을 던졌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테일러는 단검을 완갑으로 쳐낸 뒤 그림자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젠장할!”
검격이 오고 가고, 두 사람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파마의 검 효과에 의해 그림자 기사의 마력검이 희미해져 갔다.
잠시 시간을 준다면 마력을 보충하여 다시 원상복귀 시킬 수 있지만, 전투 중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테일러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아, 안 돼.”
결국 마력검을 이루고 있는 마력이 완전히 해산되고 검이 잘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팔이 잘리고 심장이 전쟁의 나팔에 의해 꿰뚫렸다.
“후우!”
그림자 기사 둘을 쓰러뜨린 테일러는 조금 거칠어진 숨결을 내뱉으며 알버트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알버트는 그림자 기사를 쓰러뜨린 뒤, 도개교를 막고 공성탑에서 성벽로로 진입을 시도하는 그림자 기사단원들을 차단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가이우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가이우스는 아군을 향해 날아오는 적의 공격 마법을 방어 마법으로 막느라 공성탑에 마법을 퍼부을 여유가 없어 보였다.
마법 폭탄을 사용할 때였다.
“알버트! 뒤로 물러나세요!”
“알겠습니다!”
알버트는 두말 않고 성벽로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테일러는 마법 폭탄을 공성탑으로 던졌다.
공성탑 안으로 들어간 마법 폭탄은 빛을 내며 진동하더니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공성탑이 산산 조각났다.
방어 마법진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폭발이었다.
공성탑이 파괴되고 성벽로에 침입한 그림자 기사단원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었다.
고위 기사처럼 마력검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검술 실력까지 고위 기사 수준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협공에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성녀 실비아 그레이의 축복과 신성 기도문 덕분에 쓰러졌던 병사들이 하나둘씩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성녀 실비아의 존재를 모르는 이가 봤다면 좀비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를 정도로 엄청난 회복력이었다.
“공격에 대비하라!”
어디선가 장교로 추정되는 인물의 목소리가 성벽 위에 울려 퍼졌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불덩이 하나가 성벽을 때렸다.
쿵! 하는 묵직한 소음과 함께 성벽이 크게 흔들렸다.
“으아악!”
“안 돼에!”
병사들 몇 명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성벽 밖으로 떨어졌다.
“아군 마법사 전력이 마법전에서 밀리는 것 같습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이 피에 젖은 갈색 머리칼을 옆으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아무래도, 대마법사가 있어서 힘든 모양이네만, 완전히 밀리진 않은 것 같군.”
가이우스가 상황을 설명했다.
가이우스의 설명대로 사우스 왕국의 마법사 전력은 예상하지 못한 대마법사의 존재에 조금 밀리고 있었지만 압도당하지는 않았다.
여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마법전이 조금 밀리는 것으로 인해 통상 마법이나, 고위 마법 한두 개가 이탈하여 성벽을 공격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아군의 성벽을 수비하고 있는 병력이 무너지고 마법사단이 적의 견제 또는 압박을 받게 된다면 마법전에서도 완전히 밀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패배는 확실시된다.
“대마법이다!”
탑에서 망을 보고 있던 마법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림자가 생기는가 싶더니, 하늘에서 웬만한 건물 만한 크기의 운석이 떨어졌다.
“저긴 전진 지휘부가 있는 곳인데?”
테일러는 경악했다.
대마법이 적중한 곳은 아군의 전진 지휘부가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아이반 왕자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을 비롯한 주요 지휘관들은 내성의 지휘부에 모여 있었지만, 전진 지휘부에도 적지 않은 수의 지휘관들이 있었다.
마법의 파괴력으로 미루어 추측해볼 때 살아남은 지휘관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진 지휘부가 파괴되었어?”
“우리는 누구의 명령을 받아야 하나!”
수비를 맡은 병력의 지휘를 위해 성벽에 배치된 지휘관과 장교들이 혼란에 빠졌다.
지휘부에서 통신 마법으로 명령을 하달하는 것도 고위 마법사가 배치되지 않은 부대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는 순간, 성문 뒤 병력이 집결한 곳에서 지휘기가 흔드는 사내가 있었다.
“외성 수성 지휘는 나, 루시드 필리스터가 맡는다! 모두 침착하라! 전령들은 집결하라!”
루시드 필리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