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플레이어-127화 (127/150)

리턴 플레이어 127화

50장 황금 군단(2)

테일러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일리아와는 달리, 테일러는 회귀 전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테일러는, 지금 사우스 왕국을 떠날 수 없었다.

“일리아, 그리고 실비아, 두 분이라도 윈우드 왕국으로 몸을 피하고 싶으시면, 피하셔도 좋습니다. 이번 전쟁은 정말 위험하니까 말입니다.”

“싫어요! 함께 할 거예요!”

테일러의 팔을 일리아가 감싸 안았다.

그 모습을 본 실비아가 이를 살짝 악물었다.

“마지막까지 함께할 거예요.”

일리아는 테일러와 끝까지 함께하고 싶었다.

그와 떨어진다면 안전한 윈우드 왕국에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은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불안하고 떨릴 것이다.

“저도 함께할게요.”

실비아도 평소의 짜증스러운 모습이 아닌,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대답했다.

테일러도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좋습니다.”

실비아와 알폰스, 그리고 일리아의 마음을 확인한 테일러는 알버트와 가이우스, 그리고 레드를 찾아가 그들의 의사를 물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쟁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그들 모두 지켜야 할 게 있었다.

레드 같은 경우엔 여동생과 윈우드 왕국으로 몸을 피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한참을 고민하긴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테일러가 내민 손을 잡았다.

파티원 전원이 참전 의사를 밝히고 하루의 시간이 지났다.

몬스터 군단과의 전투에서 살아남고, 근처의 병력을 보충받아 15만의 군세를 이룬 아이반 왕자의 군대가 실버레인 중심도시에서 황금 군단과 그림자 기사단으로 구성된 그림자 대공의 군대에 맞서기 위해 열린 성문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실버레인 평원을 물들인 청색의 물결이 그림자 대공의 군대가 있는 곳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림자 대공의 군대 또한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들 역시 아이반 왕자의 군대를 박살 내기 위해 움직였고, 두 군세는 도보로 하루 정도 걸리는 거리를 두고 멈춰서 야영지를 구축했다.

아이반 왕자의 군대는 물론이고, 그림자 대공의 군대 또한 적은 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매우 거대한 야영지가 구축되었다.

다만, 두 세력 모두 인간의 세력인 탓에 마법 함정은 설치되지 않았다.

마법 함정은 대상을 설정할 수 있지만, 종족단위로 구별했기 때문에, 인간으로 구성된 두 세력이 싸울 경우, 마법 함정은 피아 식별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법 함정은 방어보단 공격에 사용되었다.

아군의 야영지 주변에 마법 함정을 설치할 경우, 아군이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적의 야영지 근처에 마법 함정을 설치할 경우 매우 훌륭한 무기가 된다.

적 야영지에 마법 함정을 몰래 설치하는 것은 병법의 기본이었기 때문에 아이반 왕자와 그림자 대공은 서로의 야영지를 향해 특수 부대를 대규모로 투입했다.

그 특수 부대에는 테일러와 테일러 부대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테일러 부대는 원래 징집병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여러 번의 전투로 다수가 사망하였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부대의 빈자리를 최정예병으로 채워 주었고, 지금에 와서는 특수 부대 정도의 전투력을 갖게 되었다.

말발굽 소리는 제법 멀리까지 들리고 흙먼지 또한 멀리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도보로 움직였다.

약 하루 동안 발걸음을 재촉하자 마법 함정을 설치해야 하는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변을 경계하라. 고위 마법사들은 마법 함정 설치를 서두르도록.”

가이우스와 또 다른 고위 마법사가 마법 함정 설치를 시작했다.

테일러는 신속한 마법 함정 설치를 위해 고위 마법사 한 명을 지원받았다.

가이우스보다 노련한 실력을 가진, 나이가 지긋한 백발의 고위 마법사였다.

“하나 설치가 끝났다네.”

“7개 정도는 설치해야 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알겠네.”

가이우스는 근육을 살짝 푼 뒤 스태프로 마법진을 그려갔다.

가이우스가 설치한 마법 함정과 백발의 고위 마법사가 설치한 마법 함정의 수가 합쳐서 6개가 되고, 가이우스가 마지막 하나를 설치하고 있을 때였다.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기사가 무엇인가 발견했다.

언덕 너머로 보이는 황금색 깃발.

그리고 언덕을 넘어 매섭게 달리는 말에 올라탄 황금 갑옷을 입은 자들.

황금 군단이었다.

“황금 군단이다!”

기사의 외침이 들리기 무섭게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뽑아들었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마력 파장이 일어났으나,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위치가 노출된 상황이었다.

신속하게 적을 전멸시키고 물러나지 않으면 적의 지원 병력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마법 함정 뒤로 물러난다. 적의 이동 경로에 마법 함정이 들어가도록 유인한다!”

테일러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하급 장교 하드슨과 또 다른 하급 장교가 테일러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부대를 통솔했다.

정예병으로 보충된 부대답게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다.

아주 짧은 시간에 테일러의 부대가 마법 함정이 설치된 곳의 뒤로 이동했다.

“좋아, 이대로 와라.”

레드가 초조하게 다리를 떨며 중얼거렸다.

테일러 또한 두 눈을 빛내며 황금 군단 기병대의 움직임을 살폈다.

황금 군단 기병대는 마법 함정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당연히 마법 함정을 밟을 것으로 생각하고 테일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황금 군단 기병대 지휘관은 멍청하지 않았다.

기병대 진형 안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언덕 아래 평원을 쭉 훑었다.

마법 함정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탐색 마법이었다.

“탐색 마법이군. 고위 마법사가 있다!”

백발의 고위 마법사가 적에게도 고위 마법사가 있음을 확인하고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방금 전의 탐색 마법으로 마법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확실하게 파악했는지 황금 군단 기병대는 마법 함정이 설치된 곳을 우회하여 거리를 좁혔다.

“창병! 앞으로!”

테일러는 지시를 내렸다.

황금 군단 기병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창병을 앞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었다.

테일러의 명령에 창병들이 신속하게 앞으로 나섰다.

날카로운 창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숙련된 하급 장교 한 명이 창병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마법 공격!”

테일러가 지시를 내리는 것과 함께 전쟁의 나팔로 황금 군단 기병대를 가리켰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병대는 매서운 기세로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1분 이내에 아군과 충돌할 것 같았다.

즉시 바람의 정령 군주가 소환되었다.

바람의 칼날이 기병대를 덮쳤고, 진형이 무너졌다.

거기에 가이우스와 백발의 고위 마법사가 강력한 고위 마법을 연이어 쏟아 부었다.

기병대 진형 중앙에서 빛이 번쩍이고 방어 마법이 전개되었다.

금빛 마법의 방패가 나타나 바람의 칼날의 2차 공격을 막아냈으나, 이어진 백발의 고위 마법사의 마법 공격을 받아내자 박살 나고 말았다.

가이우스의 마법은 보기 좋게 기병대에 명중했고, 진형은 와해되었다.

80명 정도 되는 황금 군단 기병대 중 30명 정도가 바람의 칼날과 가이우스의 마법 공격에 목숨을 잃거나 전투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진형이 무너졌다! 궁병! 화살을 쏴라!”

황금 군단 기병대의 진형이 무너진 것을 확인한 테일러는 즉시 20명이 되지 않는 소수의 궁병대에 명령을 내렸다.

진형이 유지되고 있다면 큰 피해를 주기 힘들지만, 진형이 무너져 와해된 기병대에게 화살 세례는 아주 훌륭한 공격이 된다.

“갑옷의 틈새를 노린다! 쏴라!”

레드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시위를 놓았다.

뒤이어 궁병대가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발사된 20여 발의 화살이 황금 군단 기병대를 향하는 순간, 그 짧은 시간 동안 황금 군단 기병대는 무너진 진형을 수복하고 방패를 들어 올렸다.

대부분의 화살이 방패에 막히고 말았다.

“과연, 프랑츠 제국 최정예로 유명한 황금 군단답습니다. 진형 회복 속도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알버트가 감탄했다.

테일러는 황금 군단 기병대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직 저희의 공격은 끝난 게 아닙니다.”

일리아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 군주가 재차 공격을 퍼부었다.

바람의 칼날은 방패마저 우습게 잘라버리고 몸을 분단시켰다.

뒤이어 가이우스의 마법이 날아갔지만, 방어 마법은 전개되지 않았다.

좀 전의 마법 공격에 의해 황금 군단 기병대 소속 고위 마법사가 죽어버린 것이었다.

“프랑츠 제국을 위해!”

“황제 폐하를 위하여!”

마법 공격으로 인해 일어난 흙먼지를 뚫고 정말 소수만 남은 황금 군단 기병대가 테일러 부대를 덮쳤다.

“크아악!”

“으아악!”

비명이 터졌고 테일러는 경악했다.

한 번의 돌격으로, 방진이 분단되어 버린 것이었다.

방진이 뚫렸다.

만약 적이 지휘부를 노렸다면 실비아를 잃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돌파로 인해 얼마 남지 않았던 기병대의 병력 대부분이 전사했고 진형은 신속하게 수복되었지만, 테일러가 받은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되찾고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가이우스! 통상 마법으로 지휘관을……!”

“그 정도는 내게 맡겨!”

실비아가 신성 기도문을 외워 부상병들을 회복시키는 사이, 레드가 호기롭게 외치며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이윽고 발사된 화살은 기병대 지휘관의 목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목을 꿰뚫은 화살은 기묘한 소음과 함께 폭발했고 지휘관의 머리는 소멸했다.

“고위 기사가 아니라, 평범한 장교였나 보군.”

그 모습을 보며 테일러가 중얼거렸다.

고위 기사였다면 화살을 쳐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으로 보아 평범한 장교가 기병대 지휘를 맡은 것으로 보였다.

“적들이 항복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이 갈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달려와 보고했다.

하드슨의 말대로 4명 정도 남은 황금 군단의 기사들이 어디서 준비했는지 의문이 드는 백기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합니까?”

하드슨이 질문했다.

테일러는 잠시 고민했다.

포로는 귀찮다.

마음 같아선 다 죽여버리고 싶지만, 문제는 알버트였다.

정의로운 성격의 알버트가 지켜보고 있었다.

테일러는 잠깐의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구속하도록.”

포로 4명을 구속했다.

한 명은 고위 기사였고 나머지 3명은 평기사였다.

비록 밧줄로 구속했다고는 하지만, 고위 기사의 신체는 인간의 한계를 넘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알버트와 기사 2명을 감시역으로 배치했다.

포로들을 구속하자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알림음이 테일러의 귓가를 때렸다.

2일째 되는 날, 마법 함정 설치 작업을 계속했지만, 적과 조우하는 일은 없었다.

오전에 설치를 끝내고 오후가 되자 테일러는 부대에 야영지로 귀환할 것을 명령했다.

야영지로 향하며, 테일러는 알폰스를 찾았다.

“아, 걷는 거 정말 싫다.”

묵묵히 걷는 일리아와는 다르게 실비아는 불평하며 걷고 있었다.

걷는 게 그녀는 싫었다.

그녀의 불평을 들으며, 실비아 곁을 지키는 알폰스에게 다가간 테일러.

알폰스는 전신 판금 갑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 없이 조용히 걷고 있었다.

그는 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알폰스의 시선이 테일러에게 향한다.

“무슨 일이십니까?”

“알폰스. 우리 부대의 방진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흠.”

테일러의 질문에 알폰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방진 전문가였다.

신성교의 성기사단은 신전 수호와 유사시 국가 수호를 위해 군사 훈련을 받는데, 방진 구축이 훈련의 주를 이뤘다.

단단한 철제 방패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방진은 상당히 강력했다.

어린 시절부터 방진에 대해 배우고 훈련받아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진에 관련된 지식을 많이 습득할 수밖에 없었다.

“알폰스?”

“각지의 보충병들로 구성된 탓에 합동 훈련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보충병들이 정예병들인 덕분에 사우스 왕국군 징집병 또는 정규군이 구축한 방진보다 조금 더 튼튼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알폰스의 대답에 테일러의 얼굴이 굳었다.

“왜 그러십니까?”

알폰스가 질문했다.

테일러는 두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런 방진이 오늘 황금 군단 기병대에 의해 순식간에 돌파당했습니다. 그것도 수가 상당히 줄어 공격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기병대를 상대로 말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