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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25화 (125/150)

리턴 플레이어 125화

49장 휘날려라, 왕국의 깃발이여(2)

“방진, 전진!”

루시드가 레이피어로 전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뒤로 물러나 방진을 구축한 보병대가 앞으로 천천히 전진하며 3인 삼각 방진을 유지한 채 버티고 있던 병사들을 흡수해 나갔다.

마법사들의 공격까지 더해지면서 속도를 잃은 늑대 기수들은 물러나기 시작했다.

“승리가 보인다!”

지붕 위에서 레드가 소리쳤지만, 테일러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마법 공격이다!”

누군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늘을 보니, 오색찬란한 마법의 불꽃들이 아군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적의 주술사, 또는 마법사들이 합류한 모양이었다.

“마법사들은 대응하라!”

루시드가 지시를 내렸다.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캐스팅했다.

가이우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군 마법사들이 캐스팅한 마법들이 아군을 노리는 마법들과 충돌하여 하늘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

마법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이제 마법사들의 지원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뱀파이어 중보병대다!”

“산 넘어 산이로군.”

병사의 보고에 전방을 주시하자 중갑으로 무장한 뱀파이어 중보병대가 도끼 창을 든 채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늑대 기수들은 뱀파이어 중보병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는 생각인지, 후방으로 재빨리 물러났다.

“화살 공격이다!”

뱀파이어 중보병대 후방에서 시작된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가, 강철 화살이다.”

두꺼운 갑옷을 입어 화살 공격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기사들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지자 누군가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뱀파이어들의 방식대로 특별히 제작된 날카로운 강철 화살은 철제 갑옷마저 종이처럼 꿰뚫었다.

아군 궁병대와 레인저들 또한 시위를 바쁘게 당겼지만, 뱀파이어 중보병대는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전진을 계속했다.

엘프 레인저들과 레드가 쏜 화살만이 뱀파이어 중보병의 갑옷의 틈을 파고들어 치명상을 입혔다.

갑옷의 틈을 노린 화살이 살을 파고들자 뱀파이어 중보병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화살 공격을 주고받는 것으로 인해 쓰러지는 적군보다 쓰러지는 아군의 수가 더 많았다.

“방패를 들어라!”

하급 장교 하드슨이 다급하게 방패를 들어 올려 몸을 보호할 것을 병사들에게 명령했지만 헛수고였다.

나무 방패는 강철 화살을 막을 수 없었다.

강철 방패를 드는 성기사와는 다르게, 병사들은 훈련이 크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나무 방패를 드는 경우가 많았다.

“루시드! 기사단을 앞으로 보내주세요!”

테일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루시드에게 기사단을 전방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알겠네!”

루시드의 대답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사들에 비하면 무장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기사단 하나가 움직였다.

중앙에서 예비대 역할을 맡고 대기하고 있던 그들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모양인지 루시드가 지시를 내리기 무섭게 전방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전방에 도착하기 무섭게 뱀파이어 중보병대의 창이 그들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크악!”

“으악!”

서로의 무기가 맞부딪치며 날카로운 소음을 자아냈다.

적의 공격을 미처 쳐내거나 방어하지 못한 자는 날카로운 창이나 검에 찔리거나 베여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죽은 이의 자리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가 시체를 밟고 서서 자리를 메웠다.

“주군! 마법입니다! 피하십시오!”

몰려오는 뱀파이어 중보병대를 상대하고 있을 때였다.

알버트가 다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달려드는 뱀파이어 중보병의 가슴에 전쟁의 나팔을 꽂아 넣고 뽑은 뒤, 하늘을 올려다보자 거대한 불덩이 세 개가 테일러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제기랄.”

테일러는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마법전이 아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했다.

아군이 불리해지자 여유가 생긴 적의 주술사 또는 마법사가 아군 보병대를 향해 마법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불덩이의 수와 규모로 볼 때 아직 보병대 공격을 시작한 주술사나 마법사의 수가 적은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날 게 분명했다.

보병 전투가 밀리면, 궁병대가 적 마법사 전력을 견제하는 게 힘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적 마법사 전력은 궁병대의 견제에서 자유로워져 모든 마력을 마법전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된다.

“아니, 벌써 전황은 기울어졌나.”

테일러는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기사단이 전방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사가 뒤로 밀리거나 도주를 하고 있었다.

테일러 부대는 전쟁의 나팔 효과 덕분에 도주나 탈영을 하진 않았지만 적의 공격이 워낙 거세서 지원이 없다면 진형이 곧 무너질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순찰대장 엘리아가 지휘하는 엘프 레인저의 수가 적지 않아서 뱀파이어 중보병대를 훌륭하게 견제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군! 어서 피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알버트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법 공격과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테일러라면 지금 당장 피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마법 공격에 기사단이 노출된다.

큰 규모의 마법 공격은 아니었지만, 진형을 흔들기엔 충분한 규모였다.

“피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베어버리겠습니다!”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들어 올렸다.

파마의 검 스킬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마법으로 만들어낸 강력한 불덩이 세 개가 근접한 순간 테일러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시체를 밟고 높이 점프했다.

그리고 동시에 불덩이를 향해 전쟁의 나팔을 휘둘렀다.

파마의 검 스킬이 발동되고, 테일러가 휘두른 전쟁의 나팔의 칼날에 닿은 불덩이가 흩어졌다.

불덩이를 구성하고 있는 마력이 파마의 검 효과에 의해 파괴된 것이었다.

순식간에 불덩이 세 개를 처리한 테일러는 안정된 자세로 착지했다.

“저 인간 고위 기사를 처리해라.”

“명을 받듭니다.”

뱀파이어 중보병대를 지휘하는 뱀파이어 준남작은 테일러가 마법 공격을 저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준 테일러를 위험인물로 인식했다.

뱀파이어 준남작은 테일러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게 몬스터 군단의 승리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고, 마력검 사용이 가능한 휘하의 뱀파이어 기사 전원을 동원했다.

그의 명령에 뱀파이어 기사들은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명의 뱀파이어 기사가 일제히 움직였다.

두 명은 말에 타고 있었고, 두 명은 도보로 움직였다.

“주군!”

“크윽!”

말을 탄 뱀파이어 기사가 테일러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자 테일러의 어깨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다른 뱀파이어 중보병들을 상대하느라, 주변을 경계할 여유가 없을 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테일러!”

실비아가 창백해진 얼굴로 신성 기도문을 이용해 신성력을 테일러에게 집중했다.

신성력이 집중되자 피는 멎고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고위 사제인가?”

“아니, 이 정도라면 성녀다.”

뱀파이어 기사 두 명이 짧은 대화를 나누며 테일러를 포위했다.

“주군! 함께 하겠습니다.”

알버트가 앞을 막는 뱀파이어 중보병 2명에게 찬란하게 빛나는 마력검을 휘둘러 죽음을 선사하고 그 시체를 뛰어넘어 테일러의 곁에 다가왔다.

긴 전투로 인해, 그의 전신은 적들의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적의 공격에 당한 것인지 갑옷이 손상되고, 손상된 갑옷의 틈으로 맨살이 보였지만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실비아 그레이의 신성 기도문에 의해 수복된 것이다.

뱀파이어 기사들은 2명씩 나눠서 테일러와 알버트를 상대했다.

말을 탄 뱀파이어 기사가 매서운 기세로 테일러를 향해 돌진했다.

충돌할 기세였는데, 그는 충돌하기 직전에 말에서 뛰어내렸고 테일러는 말의 목을 베며 옆으로 굴러 충돌을 회피했다.

하지만 구르는 바람에 자세가 무너졌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뱀파이어 기사가 마력검이 깃든 검을 휘둘러 테일러를 공격했다.

갑옷과 살갗이 갈라지고 붉은 피가 솟구쳤다.

실비아가 곧바로 신성 기도문을 외웠지만, 순간 느껴진 고통에 테일러는 눈살을 찌푸리며 뱀파이어 기사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악!”

뱀파이어 기사는 짧은 비명과 함께 넘어졌다.

넘어진 뱀파이어 기사의 복부를 노리고 전쟁의 나팔을 찌르려던 순간, 말에서 뛰어내린 뱀파이어 기사가 테일러를 노리고 단검을 던졌다.

테일러는 완갑을 이용해 단검을 쳐낸 뒤, 몸을 일으키는 뱀파이어 기사의 목을 베었다.

다른 뱀파이어 기사를 처리하는 데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알버트 역시 조금 고전하긴 했지만 2명의 뱀파이어 기사를 혼자 처리했다.

“후퇴! 물러난다!”

뱀파이어 중보병대를 지휘하는 뱀파이어 준남작은 마력검을 사용할 수 있는 뱀파이어 기사 4명이 테일러와 알버트에게 당하자 이를 악물고 후퇴를 명령했다.

명령은 순식간에 전파되었고, 불의 정령 군주와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에 괴롭힘당하고 있던 뱀파이어 중보병대는 침착하게 뒤로 물러났다.

승리의 함성이 터져 나왔으나, 그 기쁨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상당한 수의 오크 전사들이 몰려 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힘겨운 전투가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승기를 잡아가던 오크 전사들이 일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테일러와 루시드 등의 지휘관들은 의문을 품었지만, 그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풀리게 되었다.

“보고드립니다! 몬스터 군단의 후방에 왕국군이 출현했습니다!”

전령이 보고했다.

지휘관과 장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이반 왕자 전하께서 오셨다.”

루시드가 고개를 돌렸다.

성벽에 가려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함성이 여기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아이반 왕자가 이끄는 왕국군 20만과 남부 군단 2만이 실버레인 중심도시를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 군단의 후방을 아주 거칠게 두드렸다.

후방이 공격당하기 시작하자 라우쉬는 다급하게 병력을 불러들여, 아이반 왕자의 왕국군과 맞서게 했다.

아이반 왕자가 지휘하는 왕국군이 라우쉬의 몬스터 군단 후방에 출현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수비에 집중하고 있던 전군에 전진 명령을 내렸다.

양쪽에서의 공격에 하이 오크 대족장 라우쉬는 결국 후퇴 명령을 내렸다.

* * *

“왕자 전하이십니다!”

왕국군 고위 기사의 외침과 함께, 군복과 갑옷을 차려입은 아이반 왕자가 중앙 홀로 걸어 들어와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았다.

북부 군단 사령관 하츠 실버레인 후작과 남부 군단 사령관 엘라스티에 윈터레일 백작은 오른편과 왼편에 앉았다.

테일러를 비롯한 지휘관들은 중앙 홀 중앙의 붉은 카펫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왕자 전하!”

왕국군과 함께 온 나일 쉬바스 백작이 간사해 보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아이반 왕자의 승전을 축하했으나, 승전을 축하받는 아이반 왕자의 얼굴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라우쉬의 몬스터 군단은 잠시 뒤로 물러났지만, 곧 전열을 정비하여 재공격을 감행할 것이 분명하네. 명심들 하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아이반 왕자의 예상대로 하이 오크 대족장 라우쉬가 지휘하는 몬스터 군단은 전열을 재정비한 뒤 왕국군을 재차 공격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일주일 동안 2번의 큰 전투가 벌어졌고 양측 정찰대와 소수의 기병대끼리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전투를 치렀다.

수만의 피가 실버레인 평원을 적신 뒤에서야 하이 오크 대족장 라우쉬는 현재 병력으로는 사우스 왕국을 완전히 집어삼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몬스터 군단을 퇴각시켰다.

테일러가 회귀하기 전의 사우스 왕국과 달리 국가의 영웅과 인재들이 대부분 생존해 있는 사우스 왕국은 튼튼한 방패였다.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 군단이 강력한 창이긴 하지만 사우스 왕국이라는 이름의 방패를 꿰뚫기엔 조금 부족했던 것이다.

그랑키아 숲 몬스터 군단의 공격을 막아낸 사우스 왕국.

그곳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몬스터 군단의 공격으로 유린당한 북부는 비교적 조용했지만 수도가 있는 중부와 남부는 상당히 떠들썩했다.

백성들은 저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나 아이반 왕자의 이름을 외치며 거리를 채웠다.

백성들의 입에 테일러의 이름이 오르내리진 않았지만 아이반 왕자를 포함한 군 지휘관들은 테일러의 활약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쟁의 끝을 확인하기 위해, 귀족과 군 지휘관들이 실버레인 중심도시 영주성의 중앙 홀에 모였다.

전투는 주로 외성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영주성은 온전한 상태였다.

몬스터 군단이 완전히 퇴각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찰대를 운용했던 로펜 남작은 피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몬스터 군단이 그랑키아 숲으로 완전 퇴각한 것을 정찰대가 확인했습니다.”

로펜 남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환호성이 들려왔다.

“끝났다!”

“전쟁이 끝났어!”

정신없이 환호하던 그들은 아이반 왕자가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려 제지한 뒤에서야 제정신을 되찾았다.

“왕자 전하!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승전을 축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일 쉬바스 백작이 간사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승전 축하엔 논공행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반 왕자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그때였다.

“전령입니다! 긴급히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중앙 홀 문이 열리고 전령이 다급하게 아이반 왕자에게 달려갔다.

그는 아이반 왕자의 귓가에 대고 어떤 내용을 전달했고 아이반 왕자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이상입니다.”

전령은 물러났고, 모두 궁금한 표정으로 아이반 왕자를 주목했다.

아이반 왕자의 입이 열렸다.

“황금 군단이 국경을 넘어 남하하고 있다는군. 다시 전쟁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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