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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23화 (123/150)

리턴 플레이어 123화

48장 본대(3)

실버레인 중심도시는 적의 대규모 공격을 고려해 설계된 중심도시였다.

그랑키아 숲 몬스터 군단의 공격을 예상하고 설계된 이곳은 두꺼운 성문과 높은 성벽, 그리고 강력한 수성 병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실버레인 중심도시에서 수성을 선택한다면, 왕국군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도 벌 수 있는 데다가 다른 영지들의 약탈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그랑키아 숲 몬스터 군단 본대는 후방 안전을 위해 실버레인 중심도시를 그냥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대족장 라우쉬가 정말 욕심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약탈 행동을 전개한다고 해도 소규모 분견대 또는 별동대 규모일 게 분명했다.

그 정도 수준의 공격이라면 영주성이 있는 도시나 성의 영지군이 대응 가능했다.

물론 작은 마을 같은 곳은 약탈당하겠지만, 귀족들의 관심사는 영주성의 보물들이지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지금도 적들은 움직이고 있다. 즉시 중심도시로 후퇴한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선언했다.

반대는 없었고, 후퇴는 신속하게 실행되었다.

실버레인 중심도시에 북부의 군대가 집결하고, 테일러와 테일러 부대는 외성벽의 방어를 위한 위치에 배치되었다.

북부 군단의 병력이 실버레인 중심도시에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짙은 구름이 달을 집어삼킨 어둡고 검은 밤.

영지민이 피난 가면서 버려진 집의 작은 방에서 쉬고 있던 테일러.

그의 눈이 감기려는 순간 다급한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무슨 일이지?”

휴식을 방해 받았지만 테일러는 짜증을 내지 않았다.

현재 테일러 부대에 할당된 명령은 성벽 감시 및 경계였고, 오늘 밤 당직을 서기로 한 이는 테일러였기 때문이었다.

“적 본대가 출현했습니다! 어마어마합니다! 어둠 속을 붉은빛이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즉시 대기 중인 전령에게 전달하도록. 나는 탑에 올라가 보겠다.”

“알겠습니다!”

병사는 신속하게 전령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고, 테일러는 자는 파티원들을 즉시 깨웠다.

레드가 조금 불평을 하긴 했지만, 모두가 테일러의 목소리에 흔쾌히 잠에서 깨어나 주었다.

보통 밤에 전투가 벌어지는 일은 드물었지만, 야간을 노리고 공격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테일러는 파티원 전원을 깨우고 일리아, 그리고 가이우스와 함께 탑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적의 수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적이 적은 수의 선봉대를 먼저 보내 수가 많은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면, 굳이 병사들을 모두 깨울 필요가 없었다.

탑에 올라가니 전방을 훤히 볼 수 있었다.

병사의 말대로 검은 대지를 붉은 불빛들이 밝히고 있었다.

횃불로 추정되는데 횃불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위장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리아와 가이우스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적의 수는 어떻게 됩니까?”

테일러의 물음에 가이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거리가 너무 멀다네. 마법의 영향에서 벗어났어.”

가이우스의 마법으로 수를 파악하기엔 적이 너무 멀리 있었다.

테일러는 일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15만 2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테일러에게 도움이 된 것이 기쁜지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경종을 울려야겠습니다. 병사, 경종을 울려라.”

“알겠습니다.”

실버레인 중심도시에 적이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면 탑의 보초가 경종을 울리도록되어 있었지만, 현재 적들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경종을 울려야 하는 거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탑들의 보초들은 경종을 울리지 않고 각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시끄러워질 겁니다. 내려가시죠.”

“동의하네.”

경종이 울리기 시작하면 상당히 시끄러워지므로 테일러는 일리아와 가이우스와 함께 탑을 내려갔다.

그들이 계단에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탑에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하자, 침묵을 지키고 있던 탑들에서도 일제히 경종이 울렸다.

경종이 자아내는 날카로운 소음이 퍼지자 곤히 잠에 빠져 있던 병사들이 깨어났고 지휘부 회의가 열렸다.

“예상보다 적의 진군 속도가 상당히 빠르군요. 벌써 도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루시드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적의 진군 속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진군 속도에, 처음 테일러는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본대가 아닌 선봉대 역할의 기병 부대로 오인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리아가 확인한 결과, 수는 15만을 조금 넘는 수로 본대가 확실했다.

“비록 적이 근접했지만, 공격을 늦추기 위한 공작을 펼쳐야 합니다.”

상급 장교 펜드로건이었다.

그는 테일러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야간 기습이 좋을 것 같군. 보급선 공격이 제일 적당할 것 같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말에 지휘관들은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급 장교 펜드로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테일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작전에 저는 테일러 경을 추천합니다.”

* * *

상급 장교 펜드로건을 포함한 나일 쉬바스 백작과 인연이 깊은 지휘관들이 적극적으로 테일러를 추천하자 하츠 실버레인 후작도 테일러를 더 이상 감싸주지 못했다.

루시드가 테일러의 부대는 보병대라면서, 기병대를 갖춘 자신이 더 나을 것이라며 테일러를 대신해 기습 작전을 수행하려 했지만, 상급 장교 펜드로건은 기병대는 가는 도중에 말발굽 소리 때문에 들킬 것이라며 루시드의 주장을 물리쳤다.

“결국 그렇게 된 것이군.”

테일러의 설명을 들은 레드는 욕설을 내뱉으며 수통에 몰래 넣어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지휘관인 테일러가 보는 데도 그의 행동은 거리낌 없었다.

알버트는 그런 레드를 노려보았다.

“이런 위험한 작전에 저희까지 나서야 합니까? 테일러.”

알폰스가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

아직 적진과는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지만, 긴장감 때문에 목소리가 자연스레 작아졌다.

동생인 실비아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알폰스 입장에선 이번 작전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실 모든 작전이 달갑지 않았지만 이번에 참다못해 의견을 표출한 것이다.

“늘 이랬잖아. 오빠, 좀 참아.”

“그, 그래.”

실비아가 나서자 알폰스는 정리되었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침묵 속에서 적진의 보급 부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15만의 보급을 책임지는 부대답게 규모가 컸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경비병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함정입니다.”

테일러는 함정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간파했다.

“그럼 이대로 돌아가면 되겠군. 슬슬 정리하자고.”

함정이라는 말에 레드는 작은 소리로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테일러는 움직이지 않았다.

테일러가 움직이지 않자 나머지 파티원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레드는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젠장, 무슨 일이야?”

레드는 욕설을 내뱉으며 테일러의 곁으로 돌아갔다.

테일러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나일 쉬바스 백작의 세력이 저를 공격할 겁니다.”

“젠장. 그냥 다 죽여버리면 안 되나?”

레드의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전쟁 중입니다. 아군을 죽여서 뭐합니까.”

사실 테일러도 레드처럼 당장에라도 나일 쉬바스 백작의 발을 핥는 강아지들을 모조리 찔러 죽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왕국의 분열을 유도하는 꼴이 되어 버릴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그는 묵묵히 화를 삼켰다.

“공격하는 시늉이라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방법으로 놈들을 공격한 뒤, 퇴각하도록 합시다.”

말을 마친 테일러는 가이우스와 일리아를 불러, 작전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작전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가이우스와 일리아가 지정된 위치로 이동한 것을 확인한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뽑았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마력의 파장이 일어났다.

“흠. 이걸로는 부족한가.”

마병기 전쟁의 나팔을 뽑는 순간 일어난 마력의 파장은 미세한 수준이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몬스터 군단에 미세한 마력의 파장을 감지할 정도의 주술사나 마법사는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반응이 없는 것을 보아, 좀 더 깊숙이 들어오면 모습을 드러낼 생각인 듯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테일러는 부하들을 깊숙이 침투시킬 생각이 없었다.

테일러는 고개를 돌려 가이우스를 바라보았다.

“시작하세요.”

테일러가 지시하자 가이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떨어진 곳의 일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고 곧, 불의 정령 군주가 모습을 드러내고 가이우스의 앞에 붉은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붉은 용의 형상을 한 불꽃이 쏟아져 나와 보급부대 막사를 덮쳤다.

불의 정령 군주 또한 공격에 가세했다.

그가 불의 검을 휘두르자 앞의 막사 3개가 한꺼번에 불길에 휩싸였다.

“불이야!”

“불이다!”

보초를 서고 있던 오크 전사들이 요란스럽게 날뛰었으나, 곧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진정해라! 멍청한 것들아!”

녹색 피부를 제외하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의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하이 오크 제사장이 은발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스태프를 흔들자 막사를 집어삼킨 화마가 사그라들었다.

그 모습에 가이우스는 눈빛을 반짝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해 보이는 상대였다.

그는 조금 긴장되는 듯 마른 침을 삼키며 스태프를 고쳐 쥐었다.

“너, 방해된다.”

하이 오크 제사장은 일리아가 소환한 불의 정령 군주를 가리키며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그녀가 스태프를 한 번 흔들자 물의 정령 군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리아가 소환한 불의 정령 군주보다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다.

“이럴 수가……!”

일리아는 경악했다.

그녀가 소환한 불의 정령 군주가 하이 오크 제사장이 소환한 물의 정령 군주에 의해 순식간에 역소환 당해버린 것이다.

충격에 일리아는 비틀거리고 테일러는 이를 악물었다.

“억제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하이 오크의 전투력은 이 정도란 말인가.”

생각보다 하이 오크의 전투력이 엄청났다.

그는 과거에 하이 오크와 전투를 벌여, 죽인 적이 있었지만, 그땐 억제기가 건재했었다.

억제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하이 오크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헤에, 지휘관? 잘 생겼네?”

먼 거리였지만 하이 오크 제사장은 테일러의 눈동자를 정확하게 주시하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소름이 돋았다.

“즈, 즉시 이탈한다.”

미리 퇴각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기 때문에 테일러 부대가 적진을 이탈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복하고 있던 뱀파이어 중기병대가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실버레인 중심도시의 사정권으로 진입하자,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보급부대 기습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테일러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부대를 무사히 귀환시켰고, 다음 날 새벽 하이 오크 대족장 라우쉬는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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