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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22화 (122/150)

리턴 플레이어 122화

48장 본대(2)

그제야 테일러는 깨달았다.

중앙이 돌파당한 것이 아니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의도대로 오우거 부대가 들어온 것이었다.

퇴로가 차단되자 오우거 부대는 당황했다.

그들의 거대한 몸을 향해 마법전에서 승기를 잡은 덕분에 여유가 생긴 마법사들이 강력한 마법을 퍼부었다.

“우어어어!”

“으어어!”

철제 갑옷을 입은 오우거들이 강력한 마법에 격중 당해 고통을 토해내며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쓰러진 오우거들에게 보병들이 달려가 창을 찌르고 검으로 목을 쳤다.

포위된 오우거들은 너무나 허무하게 죽어갔다.

오우거 부대가 전멸하자 루우거드는 부하에게 퇴각을 알리는 나팔을 불게 했다.

퇴각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고, 루우거드의 군대는 실버레인 평원에서 물러났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승리한 날이었다.

* * *

승리했지만 몬스터 군단의 본대가 언제 실버레인 평원에 들이닥칠지 몰랐기 때문에 승리 연회는 열리지 않았다.

전투가 끝나고 피해가 집계되었다.

북부 군단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지휘부는 루우거드의 피해 또한 크지 않으리라 추정했다.

오우거 부대가 투입되고 최정예 기사단 일부가 투입되긴 했지만, 양측 모두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병력이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전투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전투는 탐색전에 가까웠다.

곧 다가올 큰 전투를 예고하는 전초전이었다.

늦은 밤.

테일러는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호출을 받아 사령관 막사로 이동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고위 기사에게 신분을 밝히자 백발의 고위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가도 좋다고 말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인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게. 이번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다네.”

눈에 띄지 않았지만 테일러는 분명 큰 공을 세웠다.

마법사 전력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엘프 순찰대를 지킨 것.

그로 인해 엘프 순찰대는 계속해서 강력한 원거리 공격으로 아군을 지원했다.

접근하는 적의 수는 엘프 순찰대의 화살 세례에 의해 지속적으로 수가 줄었고, 덕분에 아군은 수월한 전투가 가능했다.

테일러가 나서지 않았어도 기사단이 우익에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엘프 순찰대가 전멸하진 않았겠지만, 오우거 부대의 퇴로를 막을 예정이었던 최정예 기사단이 우익의 적병 차단을 위해 움직인다면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작전이 조금 꼬였을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테일러는 겸손하게 대답했고 그 모습이 싫지는 않은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전투에서 자네 부대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고 들었네.”

“네. 그렇습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물음에 테일러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성녀 실비아 그레이가 파티에 있다고는 하지만 강력한 적에 맞서다 보니 다소 전사자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전투 전에 특수 부대 소수가 합류했는데, 이번 전투에서 위험한 곳에 투입되다 보니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네. 남은 이들을 부대에 보충시켜 줄 테니 잘 활용하게나.”

“하지만 나일 쉬바스 백작께서 알게 되면…….”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특수 부대의 병사들로 테일러의 부대 인원을 보충해주었다는 사실을 나일 쉬바스 백작이 알게 되면 하츠 실버레인 후작도 조금 곤란해질 것이다.

“걱정은 고맙네만, 이 특수 부대는 기록상 전멸한 것으로 처리될 예정이네. 나일 쉬바스 백작이라고 해도 북부 군단을 정밀하게 조사할 명분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힘써주길 바라네. 이만 나가봐도 좋아.”

테일러는 군례를 취한 뒤 북부 군단 사령관의 막사에서 나왔다.

다음 날, 예정대로 특수 부대의 병사들이 합류하여, 테일러 부대의 인원은 130명 정도가 되었다.

그들과 팀을 나눠서 모의전을 해본 결과, 특수부대 출신들답게 훈련도가 최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모습에 테일러가 흡족한 표정으로 알버트와 앞으로의 작전에 대해 짧게 논의하고 있을 때였다.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안장에 전령기를 꽂은 말에서 전령에 다급하게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한 발걸음으로 테일러에게 다가왔다.

“즉시 지휘부 막사로 출두하라는 북부 군단 사령관의 명령이십니다.”

전령이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바로 가겠다.”

테일러의 대답을 들은 전령은 다시 말에 올랐다.

다른 지휘관에게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그녀는 다시 말을 몰았고 테일러는 알버트에게 부대의 훈련을 부탁한 뒤, 지휘부 막사로 향했다.

지휘부 막사는 절반 정도의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마지막에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테일러는 안도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지휘부 회의에 늦는 것, 그것도 북부 군단 사령관보다 늦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막사의 문이 열리고 지휘관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남은 자리를 채웠다.

그들이 자리를 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리고 기사가 들어와 입을 열었다.

“북부 군단 사령관이십니다.”

기사의 말을 들은 지휘관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긴장된 얼굴로 막사의 문을 주목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북부 군단 사령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두 아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사령관석에 앉았고, 두 아들은 바로 앞에 빈 두 자리에 앉았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어두운 얼굴로 지휘관 전원을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몬스터 군단의 본대가 실버레인 후작령에 진입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충격적인 말에 지휘관들은 아주 작은 소리로 술렁였다.

언젠가는 몬스터 군단의 본대와 전투를 벌일 것이라고 모두 예상하고 있었지만, 벌써 실버 레인 후작령에 진입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외의 진군 속도였다.

아직 아이반 왕자가 이끌고 오기로 되어 있는 왕국군 본대와 엘라스티에 윈터레일 백작이 지휘하는 남부 군단도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는 얼마나 됩니까?”

테일러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발언을 허락하자 질문을 던졌다.

“적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적의 수를 아는 것은 중요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루우거드의 군대와의 전투가 벌어진 뒤, 하루도 빠짐없이 정찰대를 운용하고 있었고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의 왕국 정보부 요원들 또한 실버레인 후작령 곳곳에서 정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적의 본대가 실버레인 후작령에 진입했다는 것 역시 그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의 숫자 또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적 군단의 사령관은 하이 오크 대족장 라우쉬. 숫자는 15만이라네.”

예상대로 숫자는 파악하고 있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말에 작은 소리로 술렁이던 지휘부 막사에 침묵이 감돌았다.

15만. 결코 작은 수가 아니었다.

지금 실버레인 평원에 집결한 북부 군단의 병력은 루우거드의 몬스터 군대와의 전투로 인해 3만이 안 되는 수였다.

양측의 주력 군대가 전투를 벌이는 실버레인 후작령으로, 북부에서 북부 군단의 병력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지만 이미 라우쉬의 몬스터 군단 본대는 이미 실버레인 후작령으로 진입한 상황.

곧 실버레인 평원에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 집결하는 북부 군단의 병력을 모두 합쳐도 4만을 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지, 지금 당장 군을 후퇴해야 합니다. 후작령을 포기해야 합니다. 우선은 왕국군 본대와 합류한 뒤, 다시 실버레인 후작령을 탈환해야 합니다.”

침묵을 깨고 상급 장교 한 명이 쉬지도 않고 빠르게 말했다.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정예였다.

4배 가까이 차이나는 수의 그들을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상급 장교는 생각한 것이다.

대부분의 군 지휘관들은 그의 의견에 찬성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귀족들은 달랐다.

그들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귀족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안 되는 말입니다! 북부 군단은 북부 영지들의 재산과 인명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안 되는 말입니다!”

“이미 피난은 대부분 끝난 것으로 압니다만, 남작.”

격한 반응을 보이는 남작를 향해 테일러는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미 피난은 대부분 끝난 상황이었다.

빈 영지에 남은 것은 부피가 커서 제때 옮기지 못한 귀족들의 보물들뿐이었다.

귀족들은 힘들게 모아온 보물이 몬스터들에게 약탈당하는 것 때문에 북부 군단이 후퇴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부 군단은 북부를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쉽게 북부를 버려선 안 됩니다.”

남작이 다시 포효하듯 외쳤다.

“옳소.”

“그렇습니다. 북부 군단은 물러나선 안 됩니다.”

남작의 의견에 귀족들이 동조했다.

테일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이들 대부분은 나일 쉬바스 백작이 그랬던 것처럼 도망칠 것이다.

북부 군단에 소속된 귀족은 그러지 않겠지만, 지금 싸우자고 주장하는 귀족 대부분은 북부 군단에 소속되지 않고 소수의 영지군만을 데리고 합류한 자들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전멸할 것입니다!”

북부 군단의 상급 장교와 귀족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도 의견을 내세우며 반박하고 후퇴를 주장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열정적인 이도 있었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북부 군단 사령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아들 중 한 명인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지휘봉으로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그 소리에 시끄럽게 싸우던 모두가 침묵했다.

일어서 있던 이들도 자리에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지금부터는 발언권을 얻고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하인즈 실버레인 경이 소란스러운 지휘부 막사를 정리했다.

다시 지휘부 막사는 조용해졌고, 테일러는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었다.

“실버레인 중심도시에서 수성을 하는 게 어떻습니까? 실버레인 중심도시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 지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살펴본 결과, 적의 거센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성문은 튼튼했으며, 성벽은 높았고, 수성 병기도 다수 있었습니다. 실버레인 중심도시에서 수성을 한다면, 적들도 쉽게 실버레인 중심도시를 지나치지 못할 것입니다. 소수의 분견대 및 별동대를 편성하여 중심도시를 무시하고 영지들에 대한 약탈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영지에 남겨두신 영지군이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당히 좋은 작전이네.”

테일러의 의견에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짧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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