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플레이어-120화 (120/150)

리턴 플레이어 120화

47장 실버레인 평원 전투(3)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주변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주군.”

알버트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테일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투의 소음을 잦아 들었고, 병사들은 쓰러져 있는 기수나 늑대들의 몸에 창을 찔러 확실한 죽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급 장교 하드슨이 달려오고 있었다.

지휘를 그만두고 전투에 합류한 테일러를 대신해서 중앙에서 지휘를 하고 있었던 그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고, 갑옷도 피가 거의 묻어 있지 않았다.

“아군의 피해는 11명 정도입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이 상황을 보고했다.

“11명이라, 모두 전사인가?”

테일러의 질문에 하드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부상병들은 실비아 님 덕분에 전부 회복했습니다.”

성녀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은 굉장했다.

잘린 팔도 붙인다는 그녀의 신성 기도문으로 인해 전사자는 줄고 부상병들도 심한 부상이 아니면 현장에서 거의 완벽한 회복을 보였다.

“어쨌든, 정리되는 대로 신속하게 이탈한다.”

“알겠습니다.”

약 10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정리가 끝나고 테일러와 부대원들은 북부 군단 주력군이 머물고 있는 야영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야영지로 돌아온 테일러는 부대의 피해를 상관에게 보고한 뒤 실버레인 영지군 사령관 틸론 유베스 자작의 호출을 받았다.

그의 막사에 도착한 테일러는 막사 앞을 지키고 있는 기사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막사 안에 고개를 내밀고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들어가도 좋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기사는 막사 문을 열어주었다.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감사를 표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상급 장교로 보이는 장교 한 명과 틸론 유베스 자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위 기사 테일러입니다.”

테일러는 다시 한번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상급 장교와 틸론 유베스 자작이 고개를 돌려 테일러를 슬쩍 보았다.

두 사람은 곧 벌어질 전투에서 사용할 작전을 논의하고 있었다.

“거기 앉아.”

군사 지도를 검토하며 틸론 유베스 자작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의자를 가리켰다.

테일러는 말없이 의자에 앉았다.

테일러가 의자에 앉자 틸론 유베스 자작은 군사 지도를 옆으로 치웠다.

“내가 경을 부른 이유는 간단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 정식 보고서를 보기 전에 구두 보고로 중요한 내용을 전달받고 싶어서다.”

“적의 정찰대, 그러니까 늑대 기수 부대와 전투를 치렀다고 들었습니다. 실은 다른 부대도 늑대 기수 부대와 조우해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들은 10여 명만 간신히 살아 돌아왔습니다. 상황이 워낙 급박했고, 고위 마법사가 기습과 동시에 창에 맞아 목숨을 잃는 바람에, 생존병들의 진술로는 자세한 정찰대의 규모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늑대 기수로 이루어진 정찰대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옆에 앉은 상급 장교가 테일러가 보고해야 할 내용을 정확하게 짚어주었다.

테일러는 틸론 유베스 자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마법 함정이 설치된 곳은 이렇습니다.”

가이우스가 마법 함정이 설치된 곳을 정리한 군사 지도를 건네자 틸론 유베스 자작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본 후 상급 장교에게 건넸다.

테일러의 군사 지도를 받은 상급 장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것을 살폈다.

“생각보다 많은 지점에 마법 함정이 설치되어 있네요.”

상급 장교가 말했다.

틸론 유베스 자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군.”

마법 함정을 해제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투가 발생하면 전투 중에 마법 함정을 해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두가 마법 함정을 밟고 장렬히 산화하여 마법 함정의 숫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수적으로 매우 우수한 경우만 사용하는 작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지휘하는 북부 군단은 수적으로 매우 우세한 상황이 아니었다.

“다음은 정찰대의 규모를 말해줬으면 좋겠군.”

틸론 유베스 자작이 말했다.

적 정찰대의 규모를 아는 것은 중요했다.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지휘관들은 정찰대의 규모를 정해놓고 운용하기 때문에 한 번 정찰대의 규모를 파악하면, 더 많은 수의 정찰대를 편성하여 그들을 기습, 제압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경우 적들이 정찰대 편성 인원수를 늘리면 소용없게 되지만, 그땐 아군도 편성 인원수를 늘리면 되는 것이다.

“저희 부대와 조우했던 늑대 기수 정찰대의 수는 약 75기 정도였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상급 장교는 보고서를 확인했다.

“장교들이 간신히 생환한 병사들의 진술을 총합해 추측한 결과와도 비슷합니다.”

생환한 병사들의 경우 진술이 제각각이었지만 유능한 장교들은 그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적의 수를 대략적으로나마 특정했다.

“생각보다 정찰대의 규모가 크군.”

틸론 유베스 자작이 군사 지도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루우거드가 운용하는 정찰대의 규모는 작은 편이 아니었다.

그 수는 절대로 많다고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이 전원 그랑키아 숲의 정예 병과인 늑대 기수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훨씬 많은 수의 기병이 필요했다.

“적어도 기병 115기 이상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급 장교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고위 마법사가 정찰대에 함께한다면 더 적은 수로도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이우스가 늑대 기수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모습을 기억해낸 테일러가 의견을 내놓았다.

“가능하면 고위 마법사 전력을 보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찰대 간의 전투가 벌어지면, 어떤 경우든 전사자가 발생하겠지. 본격적인 전투 전에 고위 마법사 전력의 손실이 있어선 안 된다.”

틸론 유베스 자작이 단호하게 말했다.

고위 마법사를 소규모 정찰대에 배치하면 자연적으로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

소규모 정찰대는 전투 발생 시 확실하게 고위 마법사를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틸론 유베스 자작은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고위 마법사 전력을 소수라도 잃는 것보단 평범한 기병들을 희생시키는 게 승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지독하게 실리를 추구하고 어떻게 보면 병사들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군을 통솔하는 지휘관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마법사 전력, 특히 고위 마법사 전력은 전투 발생 시 아주 훌륭한 살인 기계가 된다.

다수의 병력으로 고위 마법사들을 확실하게 보호만 해준다면 고위 마법사들은 평소보다 더욱 빛을 발한다.

전쟁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건 고위 기사가 아니라 고위 마법사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몬스터 군단에도 마법사와 주술사들이 있기 때문에 마법전에서 승리해야 적 병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까.”

테일러는 납득했다.

그의 의견도 틀리지 않았다.

“모두 나가봐도 좋다. 며칠 뒤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테니, 충분히 쉬어두도록.”

“예.”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가라는 직접적인 말에 테일러와 상급 장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틸론 유베스 자작은 테일러보고 곧 있을 큰 전투에 대비해 휴식하라고 말은 했지만, 다음 날 테일러는 정찰 임무에 투입되었다.

테일러는 몰랐지만 나일 쉬바스 백작과 관련이 깊은 상급 장교 펜드로건의 공작이 있었다.

총 3번의 정찰 임무에 투입되었고, 총 11명의 병력을 잃고 새롭게 병력을 보충받아 테일러 부대의 병력은 120여 명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정찰 임무가 끝난 다음 날, 전날에 정찰 임무를 나갔던 정찰대 절반이 돌아오지 못했다.

생환한 정찰대들은 입을 모아 루우거드의 군대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목책을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을 명령했다.

마법 함정과 기병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는 야영지에서 수비전을 벌일 생각인 듯했다.

목책 위에 올라간 마법사들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히고 있는 루우거드의 몬스터 군대를 향해 마법 공격을 퍼부었으나, 루우거드 휘하의 주술사와 마법사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인해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어서 궁병대가 사정권에 들어온 적들에게 화살을 퍼부었지만, 반도의 몬스터들과 다르게 훌륭한 갑옷과 방패로 무장한 그들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적이 근접했습니다!”

상급 장교 펜드로건이 보고했다.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입을 열었다.

“궁병대를 귀환시키고, 진형을 정비하라.”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명령은 전령들을 통해 모두에게 전달되었고 목책 위를 가득 채우고 있던 마법사 부대와 궁병대가 신속하게 귀환했다.

그들이 귀환하기 무섭게 테일러는 엄청난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폭발음은 연이어 귓전을 때렸다.

“마법 함정을 신 나게 밟고 있는 모양이군!”

레드가 뭐가 재미있는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소음이 진정되자, 이번에는 목책의 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공성추로 문을 타격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정신 바짝 차리도록! 곧 전투가 시작된다!”

테일러는 아군을 독려하며 전쟁의 나팔을 뽑았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목책의 문이 무너지면 그곳에서 지옥의 문이라도 열린 것처럼 사악한 군대가 몰려 들어올 것이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선두의 전투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면 좋겠군.”

레드가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테일러와 테일러 부대가 맡은 역할은 예비대.

전선에서 위태로운 곳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는 예비대였다.

만약 전투가 아군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간다면 테일러 부대는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서로의 전력을 비교해 볼 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테일러는 그렇게 생각했다.

“문이 박살 났다!”

익숙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살라다르 경이었다.

그의 말대로 굳건히 버티고 있던 목책의 문이 공성추의 연이은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사격하라!”

아름다운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순찰대장 엘리아였다.

그녀는 참전을 결심한 엘프 연방의 의지를 받들어, 북부 군단과 함께 싸우기 위해 찾아온 엘프였다.

그녀의 명령에 맞춰 1천 명의 엘프 레인저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그들의 화살은 백발백중에 가장 가까웠다.

남부 레인저 여단의 레인저들과 비슷하거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엘프 레인저들의 화살은 튼튼한 갑옷의 틈새를 정확하게 노렸고, 몰려오던 몬스터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화살 3발을 맞고 버티던 오크 상급 전사는 어떤 마법사가 쏜 얼음 화살에 목이 꿰뚫려 숨이 끊어졌다.

화살과 마법 공격에 좁은 문으로 진입하는 것이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한 루우거드는 군에 명령을 내려 목책을 날려버리게 했다.

강력한 주술과 마법이 목책을 날려 버렸고 훤히 드러난 공간으로 뱀파이어 중기병대가 몰려 들어왔다.

면갑의 틈으로 섬뜩한 붉은 눈이 번뜩였다.

두꺼운 전신 판금 갑옷으로 무장한 뱀파이어 중기병대가 진입하자 모두가 마른 침을 삼켰다.

이제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

그것에 모두가 집중했다.

부디 자신들의 부대가 있는 쪽만은 오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을 주시했다.

“기병대! 전진!”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명령을 내리자 좌익과 우익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병대 일부가 움직였다.

그들은 매서운 기세로 돌진해 오는 뱀파이어 중기병대와 충돌했다.

비명과 함께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다.

기병 간의 충돌은 금방 끝났다.

아군의 기병대와 기사단도 우수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뱀파이어 중기병대가 더 우수했는지 그들은 저지하기 위해 출격한 병력을 모조리 격퇴했다.

전투 중 대부분의 병력이 손실되었지만 약 100여기 정도가 살아남아 좌익을 구성하고 있는 중보병대를 덮쳤다.

“대비! 대비!”

중보병대를 지휘하는 고위 기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며 앞으로 나섰다.

고위 기사가 휘두른 검이 뱀파이어 중기병대 장교의 머리가 날아갔다.

뱀파이어 중기병대와 중보병대가 충돌하는 사이, 적의 보병대와 기병대가 진입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체적인 상황은 양측 모두 비슷했으나, 아군의 우익이 적 늑대 기수 부대에 의해 무너지면서 순찰대장 엘리아의 엘프 순찰대가 적에게 노출되었다.

“테일러 경! 지금 즉시 부대를 이끌고 엘프 순찰대를 지원하라는 북부 군단 사령관의 명령입니다!”

“즉각 이행하겠다고 전하라!”

전령이 다가와 보고했다.

테일러는 그에 응답한 뒤 순찰대장 엘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부대와 함께 움직였다.

테일러 부대가 도착했을 땐 이미 오크 전사들로 구성된 보병대가 엘프 순찰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엘프 순찰대를 지원한다!”

테일러는 레드와 20여 명의 궁병대를 뒤에 남겨두고 보병대를 이끌고 돌진했다.

가이우스가 강력한 고위 마법을 캐스팅했다.

푸른 전격이 활을 겨누고 있던 오크 전사 다섯을 감전시켜 쓰러뜨렸다.

“하앗!”

뒤를 이어서 알폰스 그레이가 방패를 던졌다.

신성력이 깃든 방패는 회전하는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았다.

오크 전사 셋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엘리아! 지원하겠습니다!”

“지원에 감사합니다. 테일러 경!”

다른 부대도 함께 엘프 순찰대를 지원한 끝에, 오크 전사들을 몰아낼 수 있었다.

“한숨 돌릴 수 있겠군요.”

테일러는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내며 말했으나 엘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전방을 가리켰다.

늑대 기수 부대가 돌진해오고 있었다.

우익의 방어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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