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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17화 (117/150)

리턴 플레이어 117화

46장 조우(3)

상급 장교 루우 필터는 북부 군단 사령부와의 통신에서 즉시 중심도시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하달받았다.

“하피다! 하피다!”

귀환을 위해 군이 반전하려는 순간,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레인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위험을 경고했다.

“하피?”

테일러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깃털의 하피 떼가 무서운 속도로 고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그랑키아 숲 몬스터 군단에 소속된 하피 공격대였다.

“으으으. 퇴각! 퇴각하라!”

상급 장교 루우 필터가 창백해진 얼굴로 악을 쓰는 것처럼 외쳤다.

그는 엘리트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제대로 된 실전은 처음이었다.

“상급 장교 루우 필터! 보병의 속도로는 하피에게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응전해야 합니다!”

테일러는 상급 장교 루우 필터에게 다가가 다급하게 말했다.

보병의 속도로는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하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망치다가 하피 공격대에게 유린당해 뿔뿔이 흩어져 각개격파 당할 것이다.

“제기랄! 병사들 따위! 나는 알 바 아니다!”

상급 장교 루우 필터는 그 말과 함께 주요 장교들과 함께 남쪽으로 말을 타고 달렸다.

주요 전력은 보병대였지만 장교들과 소수의 기사들은 말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하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하피들의 속도가 더 빨랐다.

하피들도 전장에서 적 지휘부를 구별할 지능은 있었다.

그들은 전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지휘부부터 노리는 습성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 습성에 따라 도망치는 지휘부를 먼저 사냥하기 시작했다.

상급 장교 루우 필터를 포함해 도주를 시작했던 지휘관과 장교들은 모두 하피의 발톱에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피의 발톱은 튼튼한 철제 갑옷을 뚫을 정도로 튼튼했다.

“흩어지면 죽는다! 방진을 유지하도록!”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테일러가 검을 뽑으며 명령을 내렸다.

하피 공격대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흩어지다가 각개격파를 당하고 있는 다른 병사들과 다르게, 테일러가 지독하게 훈련시킨 테일러 부대의 병사들은 전쟁의 나팔 효과까지 받아 침착하게 방진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테일러가 정식으로 지휘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부대의 병사들은 우왕좌왕 흩어지고 있었다.

“하드슨. 집결 나팔을 불도록. 이대로 놔두면 우리 부대는 몰라도, 다른 부대는 전멸이다.”

“지휘권을 침해하는 게 아닐까요?”

“나를 제외한 지휘관은 모두 죽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상관없겠지.”

“알겠습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이 집결 나팔을 불었다.

하피의 공격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집결을 뜻하는 나팔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자 병사들은 훈련 받은 대로 집결 나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모여 들었다.

살아남은 하급 장교들은 병력을 통솔해 테일러처럼 작은 방진을 만든 채 천천히 이동해 오고 있었다.

가이우스의 연쇄 전격 고위 마법과 레드의 화살이 그들을 적극 엄호했다.

2백 명 정도가 추가로 모여, 테일러 부대의 병사들까지 합쳐 3백 명의 군세를 이루었다.

나머지는 울리는 집결 나팔 소리에도 불구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렸거나 거센 하피들의 공격에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구출하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튼튼한 방진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피들은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고 사각지대에 서 있는 병사들은 하피의 발톱에 찍혀 하늘로 날아올랐다.

병사들을 하늘로 인도한 하피들은 방진을 향해 병사를 던졌고, 인간 폭격에 당할 때마다 방진은 크게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하피들은 다시 침투해 병사들을 납치했다.

다시 납치된 병사들은 인간 대포알이 되어 방진을 급습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네. 내 마력도 무한하지 않아. 피할 곳을 찾아야 하네.”

가이우스가 가까이 다가온 하피의 머리통에 불덩이를 날리며 말했다.

강력한 불덩이에 머리를 얻어맞은 하피는 불길에 휩싸인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땅으로 추락했다.

테일러는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 살폈다.

지도를 보니 현재 아군의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 실버레인 숲이 있었다.

많은 나무가 있는 실버레인 숲이라면 하피와의 전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터였다.

우뚝 솟은 나무가 하피의 지상 공격을 방해할 것이고 나무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가 하피의 시야에서 지상의 아군을 가려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실버레인 숲까지 가는 것이었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방진을 유지한 채 느린 속도로 이동하게 되면 조금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피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방진을 해체하고 이동하면 움직이는 표적이 되어 하피 공격대에게 사냥당할 것이다.

“알버트.”

“부르셨습니까, 주군.”

알버트가 다가왔다.

그의 전신에는 하피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당신과 제가 방진에서 벗어나 지휘기를 들고 숲으로 아군을 유도해야 합니다. 아마도 하피 공격대의 표적이 되겠죠.”

상당히 위험한 계획이었다.

방진을 벗어나는 순간, 하피 공격대의 눈에 띌 게 뻔한데 지휘기까지 들면 표적이 되는 것을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병사들을 대신해 표적이 되겠다는 것이군요. 위험하지만 대단히 명예로운 일입니다. 당연히 함께 하겠습니다.”

알버트는 약자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테일러의 모습에 더욱더 감동했다.

그런 알버트의 모습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즉시 이동합니다.”

“알겠습니다.”

방진이 열리고 세 마리의 말이 달려나왔다.

말 위에는 각각 알버트와 테일러, 그리고 레드가 타고 있었다.

레드는 익숙한 활 대신 지휘기를 들고 있었으며, 테일러와 알버트는 마력검이 빛나는 검을 들고 있었다.

“제기랄! 왜 하필 나까지!”

레드는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하피 공격대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도록 지휘기를 마구 흔들었다.

이윽고 지휘기를 든 레드와 테일러, 그리고 알버트는 하피 공격대의 눈에 띄었고 하피 공격대의 하피들은 자기들의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더니, 두 부대로 갈라졌다.

한쪽은 움직이기 시작한 방진을 노렸으며, 나머지 한쪽은 지휘기를 노렸다.

절반 정도 유인한 것이면 대성공이었다.

지휘기를 노리는 하피들은 공중을 맴돌며 한 번에 4~5마리의 하피를 순차적으로 내보냈다.

지휘기를 공격하는 하피들은 테일러와 알버트의 검에 의해 상체와 하체가 분단되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

“다 와 갑니다! 알버트!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실버레인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하피들의 공격도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고 알버트는 지친 기색을 보였다.

쉴 틈을 주지 않고 파도처럼 몰아붙이는 하피 공격대의 공격에 반격하기 위해 쉬지 않고 마력검을 유지하며 검을 휘두르는 것은 쉽지 않은 중노동이었다.

힘들긴 했지만, 그들은 숲에 들어올 수 있었다.

숲에 진입하자 하피 공격대의 공격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들은 공격을 중단하지 않았다.

나무가 그들의 하강을 막고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렸지만 멈추지 않고 매섭게 공격을 이어나갔다.

“방진을 유지하라!”

테일러의 지시에 병사들은 방진을 더욱 튼튼하게 구축했다.

그의 지휘로 목숨을 건진 탓에 병사들은 테일러를 아주 잘 따라주고 있었다.

“으아아악!”

하피에 의해 납치당해 하늘로 올라간 병사가 땅으로 추락해 방진을 덮쳤다.

병사는 즉사했고 낙하 지점에서 방진을 유지하고 있던 병사 4명이 쓰러졌다.

그 틈에 하피 2마리가 침입하여 또 병사 2명을 납치하여 던지기를 반복했다.

숲에 들어와서 공격하는 하피의 수는 줄었지만 조금 전과 같은 패턴이었다.

“제기랄! 궁병대, 궁병대는 없나?”

테일러는 궁병대를 찾았으나, 하급 장교 하드슨은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쥔 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전투 시작과 함께 하피 공격대가 가장 먼저 노린 것은 지휘부였다.

지휘부를 전멸시킨 하피 공격대는 곧바로 자신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병과인 궁병들을 사냥했고 그 결과 합류한 궁병과 레인저들은 레드를 합해 10명이 되지 않았다.

일리아가 소환한 정령 군주가 바람의 칼날을 하늘로 날려 보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테일러. 제가 준 나뭇잎 피리를 불어요. 실버레인 숲에도 엘프 연방의 마을이 있어요!”

일리아의 목소리에 테일러는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받았던 나뭇잎 피리의 존재를 인식했다.

엘프 연방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뭇잎 피리를 테일러는 일리아에게 받아서 가지고 있었다.

엘프들의 주력 병과는 레인저.

지원을 요청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테일러는 즉시 나뭇잎 피리를 꺼내 들어 불었다.

청아한 음색이 울려 퍼졌다.

이윽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살 수십 발이, 숲 위를 비행하고 있는 하피 공격대를 덮쳤다.

백발백중.

대부분의 화살이 하피들에게 명중했다.

2차, 3차 화살 사격이 이어지자 하피 공격대는 사나운 울음소리를 남기고 실버레인 숲을 떠났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테일러는 전투의 끝을 알리는 반가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아.”

“살았다.”

하피 공격대가 사라지기 무섭게 방진이 무너졌다.

긴장감이 떠나면서 병사들의 기력까지 앗아간 것이다.

“반갑습니다.”

수풀 속에서 무장한 엘프 레인저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계급이 높아 보이는 긴 은발에 푸른 눈의 엘프 레인저는 테일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순찰대장 엘리아 실버리딘이에요.”

“테일러입니다.”

테일러가 손을 잡자 그녀는 자신을 소개했다.

“몬스터 군단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 군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반도의 뱀파이어들과는 다르게 엘프 연방은 몬스터 군단과의 관계가 최악이었기 때문에 숲에 가만히 있다간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었다.

다행히 루우거드의 군대는 실버레인 중심도시를 공격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실버레인 숲의 엘프 마을을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남쪽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습니다. 실버레인 중심도시에 합류할 예정인데,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시죠.”

“실버레인 중심도시에 합류한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테일러는 의문을 표했다.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다면 방금 엘리아는 분명 실버레인 중심도시에 ‘합류’한다고 했었다.

엘프 연방은 인간을 증오하진 않았지만 우호적이지도 않았다.

테일러의 질문에 엘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켜보는 사람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할 정도였다.

“하이 엘프 왕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엘프 연방은 사우스 왕국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로이츠…….”

엘리아의 말을 들은 테일러는 로이츠를 떠올렸다.

함께 멸망의 역사에서 돌아온 그는, 멸망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이 엘프 왕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그 결과 하이 엘프 왕은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 군단에 맞서 사우스 왕국과 공동 전선을 펼치기로 한 것이었다.

회귀 전에는 엘프 연방과 사우스 왕국은 서로를 전혀 지원하지 않고 따로 싸우다가 각개격파를 당했었다.

엘프 연방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랐지만, 함께 싸운다면 멸망의 길을 걸었던 그때의 역사와는 다를 게 분명했다.

실버레인 숲의 엘프 마을의 엘프들의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3천 명 정도였고, 그중에서 싸울 수 있는 병력이 1천 정도였다.

병사 중에서는 엘프를 처음 보는 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엘프들은 병사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계속 받아야만 했다.

“테일러 경께선 엘프들과 무슨 사이입니까?”

몬스터 군단을 피해 정찰대를 운용하면서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하급 장교 하드슨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가장 만만해 보이는 레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레드는 음흉한 표정으로 테일러와 일리아를 번갈아 가리켰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야.”

“아, 그렇습니까?”

하드슨은 납득했다.

그러면서 테일러를 향해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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